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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돌집님의 서재입니다.

콜로세움의 추언마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이돌집
작품등록일 :
2023.05.10 14:57
최근연재일 :
2023.07.18 22:18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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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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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글자수 :
223,650

작성
23.07.12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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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가이우스(4)

DUMMY

아우렐리우스가 이미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직감적으로 내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건 분명해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내게 주어진 선택지란 두 가지 뿐이다.

말하거나, 말하지 않거나.


“······.”


“답이 없는 걸 보니, 뭔가가 있군.”


아우렐리우스가 의자에 등을 기대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자네가 선택하지 못하고 고민하는 듯하니, 내 조금 도움을 주겠네.”


“······?”


“대련의 보상으로 보석이나 장신구를 판매하는 경매장에 자네를 데려가기로 했었지. 첫 경기 선물로는 그곳에서 자네가 고른 물건을 하나 사주려고 했고 말이야.”


충분히 예상했던 내용이다.

내가 바라는 것이 뭔지 밝힌 건, 그에게 원하는 것을 받기 위함이었으니까.


“하지만 아쉽게도 자네 첫 경기가 늦어지게 되었으니, 선물을 주고 싶어도 줄 수가 없네.”


아우렐리우스는 비시우스를 출전 불가 상태로 만들어, 내 자리를 만들고 싶어 했다.

한마디로 선물을 받을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말.


내 선택에 도움을 주겠다는 말이, 고작 이런 걸로 협박이나 하려는 거라면 상당히 실망스러운······.


“그러니 첫 출전 선물은 나중으로 미루고, 이번 일로 인한 보상은 따로 주겠네. 자네가 내게 솔직히 말해준다면 말이야.”


‘호오.’


꽤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었다.

가이우스의 정체를 숨긴 건, 그의 정체를 이용해 내단을 얻기 위함이었다. 중요한 순간 그의 정체를 밝히고 내단과 그를 바꿀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아우렐리우스는 내게 내단을 사주지 못해 안달 난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다. 별것 아닌 일에도 보석을 사주겠다고 공언하고 있었으니, 굳이 가이우스의 정체를 숨기고 있을 필요는 없었던 것.


약속한 선물들을 생각하면, 왜 지금에서야 가이우스가 배후라는 걸 말하냐는 정도의 질책은 충분히 들을만했다.


한시라도 빨리 경매장의 위치를 알게 되는 것이 더 나았으니까.


‘여차하면 경매장에서 내단들을 훔칠 수도 있고 말이지.’


곰곰히 생각에 잠겨있자, 아우렐리우스가 검지로 탁자를 두드렸다.


톡, 톡.


그 묘한 박자감이 나를 재촉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모르겠습니다.”


이번만큼은 말하지 않기로 했다.

녀석의 태도가 괘씸하기는 해도, 신교와 연관이 있어 보이는 녀석을 이렇게 넘길 순 없었다.


아우렐리우스에게 말한다면, 녀석은 당장 내일 목이 떨어질 테니.


“······ 자네는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하는 성격임을 알고 있네. 한데 왜 이리 긴 시간 동안 침묵한 건가? 나는 자네의 침묵을 대답이라고 여겼네만.”


“혹시 저도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지 고민해봤을 뿐입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자에게 원한을 샀을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 그래서? 없던가?”


“예. 없습니다.”


“······ 알겠네.”


내 대답을 들은 아우렐리우스는 어두운 표정으로 탁상 위의 작은 목함을 내게 밀었다.


“약속했던 선물일세. 안니아에게 가져다주게.”


“알겠습니다.”


나는 목함을 챙긴 뒤, 방을 빠져나왔다.




* * *




“아빠가?”


안니아가 잔뜩 찌푸린 얼굴로 목함을 받아들었다.


가이우스 때문에 생긴 화가 아직도 풀리지 않은 모양.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목함을 연 순간 달라졌다.


“엇! 보석 경매 초대장이잖아!”


목함의 내용물을 본 안니아가 펄쩍 뛰어올랐다.


조금만 더 높이 뛰었다면 공중제비도 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정도.

이 여자, 정말 무재를 타고 난 건가?


곁에서 초대장을 본 파우스티나도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와! 엄청 오랜만에 본다. 그 초대장.”


“뭐야! 뭐야! 아빠가 준 거야?”


“예.”


초대장을 쥔 채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던 안니아. 그녀는 문득 무언가를 떠올린 듯 자리에 멈춰 섰다.


“아······.”


“······?”


“이걸 준다는 말은······.”


안니아의 시무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너한테 그 보석을 주라는 말이겠지?”


아, 공청석유의 결정 말인가.

아우렐리우스가 분명 더 좋은 걸 사줄 테니, 내게 그 결정을 주라고 말했었지.


안니아는 초대권을 만지작거리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렇게 돌려 말씀하시는 분이 아닌데······.”


“안니아······.”


파우스티나가 안니아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위로를 건넸다.


아니, 이게 위로를 할 정도의 일인가? 공청석유가 뭔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그냥 애장품 중 하나에 불과할 뿐인데 이렇게 반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그래······. 여기 있어. 가져가.”


안니아가 탁상 위에 있던 보석함을 내게 밀었다.

공청석유의 결정이 들어있는 보석함이었다.


하지만, 내게 보석함을 건네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듯 애절한 눈빛으로 보석함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 네가 힘을 되찾으면, 이 보석은 사라지는 거지?”


“그렇습니다.”


“하아······. 그래.”


경매 초대장을 보고 기뻐하다, 이렇게 순식간에 기분이 나빠지는 걸 보고 있으니 어떤 병에 걸린 건 아닐까 생각될 지경.


나는 그녀가 말을 바꾸기 전에 잽싸게 보석함을 챙겼다.


“감사합니다.”


“그럼 이걸로 끝인 거지?”


“아마 아닐 겁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받을 것이 남아있었다.


“응······?”


안니아가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 귀한 보석까지 받아놓고 무슨 말이야? 또 뭐가 있어? 아빠가 뭐라고 하셨는데?”


“경매장에 가실 때, 저도 동행합니다.”


경매장에 데려간다는 보상. 단순히 실력을 보이기만 하면 주기로 했던 보상이 남아있었다.


“······ 같이 가기만 하면 되는 거야?”


“그렇습니다.”


“이거 동반 2인까지밖에 안 되는데······.”


“그중 하나가 저일 겁니다.”


나는 ‘아마도’라는 뒷말을 삼켰다.

애초에 아우렐리우스가 공언했던 선물은 두 개다. 공청석유의 결정과 경매장 방문.


보아하니, 안니아쯤 되는 귀족들도 저 초대권을 구하기가 힘들어 보였다. 받고 기뻐하는 모습만 봐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사실이었으니까.


아우렐리우스가 굳이 경매 초대권을 구해 안니아에게 건네라고 한 것은, 아마 그 두 가지 선물을 한 번에 내게 주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안니아가 공청석유의 결정을 대신할 새로운 보석을 살 수 있게끔 함과 동시에······.


‘내게 경매장을 구경시켜줄 생각이겠지.’


나는 내 추측을 확신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우렐리우스가 아무런 생각 없이 초대권을 구해왔을 리가 없었으니.


하지만 안니아는 조금 달랐던 모양이다. 그녀는 파우스티나와 나를 번갈아 보며

생각에 잠긴듯했다.


왜냐하면······.


“파우스티나. 가고 싶지?”


“어? 어······.”


파우스티나는 초대권을 본 이후 눈을 반짝이며 안니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 얼마나 대단한 경매길래 저리도 가고 싶어 하는 거지?


“······ 그럼 이렇게 셋이서 가면 되겠네.”


“저, 정말? 가도 돼? 따로 초대할 사람이 있던 건 아니고?”


기대하고는 있었지만, 정말 가게 될 줄은 몰랐던 듯 파우스티나가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원래 같이 가야 할 사람이 몇 명 있지. 하지만 어쩌겠어. 인원도 맞지 않는데.”


“아······.”


파우스티나가 짧은 탄식을 터트리자, 안니아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대화를 듣고 있던 내게 설명했다.


“경매 초대권은 구하기가 매우 어려워서, 한번 구하면 같이 다니던 사람들을 초대해 가는 것이 보통이야.”


“그렇군요.”


“내 말을 이해한 거야? 원래 초대권을 구하면 같이 다니는 친구들이 있다고. 서로 초대해주는 친구들이.”


아, 품앗이 같은 건가? 셋이서 한 조가 되어, 번갈아 가며 표를 구해오는 그런 방식인 모양.

근데······,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건가? 애초에 아비가 구해온 초대권으로 생색만 내왔다는 뜻 아닌가?


“이해했습니다.”



“하아······ 너한테 이곳의 예법을 알려주면 뭐 하겠니.”


안니아는 무표정한 내 얼굴을 보곤 됐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하지만, 예법을 가르치길 포기했을지언정 생색내길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거 정말 구하기 어려운 표다? 그런데 내가 널 데려가는 거라고.”


“예.”


“웬만한 귀족들도 못 가는 곳이라고 여기가.”


“예.”


“하······, 이게 얼마나 대단하고 엄청난 일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 같은데.”


“아닙니다. 이해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결국 그녀가 원하던 말을 해줬다. 내가 감사를 표하지 않으면 온종일 떠들 기세였기 때문.

그리고 내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그녀의 입가가 호선을 그리며 부드러운 미소를 만들어냈다.


“그렇지? 고맙지?”


“예.”


“고마워하는 걸 보니 제대로 이해한 모양이네.”


안니아의 표정이 한껏 거만해졌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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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경매장(1) 23.07.13 31 0 9쪽
» 가이우스(4) 23.07.12 36 1 9쪽
46 가이우스(3) 23.07.11 37 0 9쪽
45 가이우스(2) 23.07.10 33 1 9쪽
44 가이우스(1) 23.07.06 38 1 11쪽
43 검투사(5) 23.07.05 45 1 10쪽
42 검투사(4) 23.07.04 48 1 10쪽
41 검투사(3) 23.07.03 53 1 10쪽
40 검투사(2) 23.06.30 50 1 9쪽
39 검투사(1) 23.06.29 47 1 10쪽
38 각성(2) 23.06.28 52 1 9쪽
37 각성(1) 23.06.27 52 1 10쪽
36 공청석유(3) +2 23.06.26 63 1 10쪽
35 공청석유(2) 23.06.23 50 2 10쪽
34 공청석유(1) 23.06.22 55 2 10쪽
33 심문(3) 23.06.21 45 1 10쪽
32 심문(2) 23.06.20 49 1 10쪽
31 심문(1) 23.06.19 50 2 10쪽
30 습격(4) 23.06.17 52 2 10쪽
29 습격(3) 23.06.16 52 1 9쪽
28 습격(2) 23.06.15 50 2 11쪽
27 습격(1) 23.06.14 57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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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새로운 관계(2) 23.06.11 53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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