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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돌집님의 서재입니다.

콜로세움의 추언마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이돌집
작품등록일 :
2023.05.10 14:57
최근연재일 :
2023.07.18 22:18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3,364
추천수 :
145
글자수 :
223,650

작성
23.07.10 23:41
조회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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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9쪽

가이우스(2)

DUMMY

파우스티나는 전에 와본 것이 주효했는지, 마치 수년간 콜로세움을 다닌 사람처럼 능숙한 태도로 자리에 앉았다.


평민 복장의 젊은 여자가 갑자기 난입해 자리를 차지하자, 미리 앉아있던 귀족들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뭐야?”

“평민이 어떻게······.”


귀족들이 웅성대기 시작하고, 뒤편에 서서 주인을 지키던 호위 노예들의 눈빛도 동시에 날카로워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주인의 뒤로 바짝 붙어 우리를 경계했다.


평민이 여기 오는 것이 그리도 경계할 일이던가?


나는 의아함을 느끼며 자연스레 파우스티나의 뒤편에 섰다.


물론, 그 시선들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귀족석에 앉아있던 누군가가 우리를 발견하고 아는체한 덕분이었다.


“어! 파우스티나!”


익숙한 목소리에 파우스티나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안니아!”


안니아는 구석진 자리에서 반갑다는 듯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안니아의 태도로 파우스티나가 평민 복장의 귀족이라는 걸 이해한 듯, 우리를 경계하던 귀족들의 관심이 순식간에 흩어졌다.


그렇게 귀족들의 관심이 멀어지자, 가라앉아있던 그녀의 목소리가 돌아왔다.


“뭐야! 안 온다며!”


뒤늦게라도 대화할 친구가 생겨 기쁜 모양인지 파우스티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니아가 일어나려던 파우스티나를 말리고 우리에게 다가왔다.


“평시민석에 앉기 싫다고 했지, 안 온다고 하진 않았어.”


출발 전, 안니아는 평시민석에서 관람하겠다는 파우스티나를 걱정했었다. 그녀의 외모를 본 평시민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뻔히 예상되었기 때문일 터.


“여기서 너 찾고 있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길래 이상하다 했더니 여기 있었네.”


안니아가 어색한 표정으로 웃었다. 말없이 따라온 것이 민망한 듯이 말이다.

그녀는 화제를 전환하려는 듯,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근데 뭐야? 평시민석에서 관람한다더니 왜 여기로 온 거야? 추언마는 왜 따라왔어? 경기에 나가는 거 아니었어?”


앉자마자 속사포처럼 질문을 쏟아내는 안니아. 하지만 일어난 일들을 전부 설명하기 귀찮았던 파우스티나는 대충 얼버무린 답을 내놨다.


“어? 어쩌다 보니······.”


파우스티나의 어색한 웃음에, 안니아의 미간이 좁아졌다.


“가이우스, 그 새끼가 또 뭔 짓을 했구나.”


“어? 아니야. 다쳤던 검투사가 잘 회복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추언마의 자리가 없대.”


“······.”


잠시 생각에 잠겼던 안니아가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너는?”


“······?”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아빠가 비시우스 상태를 보고 출전 못 할 거라고 했거든.”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을 회피했다.


“그걸 보려고 왔습니다.”


“······?”


“정말 회복했는지, 아니면 가이우스가 무리하게 출전을 시킨 건지 봐야 하니까요.”


“아.”


안니아가 짧은 탄성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가이우스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파악하기 위해선, 비시우스가 정말 멀쩡해졌는지만 파악하면 됐으니까.


나와 안니아의 대화를 듣던 파우스티나가 화들짝 놀랐다.


“어······? 그럼 아까 검투사 대기실에 가려던 게 그 때문이었어?”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려가서 비시우스의 상태만 살펴보면 될 일을, 그녀 때문에 출전 순서조차 모르는 비시우스를 기다리며 경기를 봐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사실상 파우스티나의 탓인 셈.


안니아는 우리 둘의 대화만으로 상황을 유추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냐. 이게 차라리 나아. 그놈 뭔가 꿍꿍이가 있다니까. 파우스티나만 혼자 남아있는 것보다, 추언마랑 함께 있는 게 나아.”


파우스티나는 안니아의 힐난에 고개를 저었다.


“안니아. 가이우스는 마리우스랑 엄청 친했던 사이야.”


“그건 알지. 근데 이상하다니까? 이상한 변명을 하면서 어떻게든 출전 못 하게 하는 느낌이라니까? 지금도 그렇고!”


안니아의 언성이 높아지려는 순간, 진행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그리고 터져 나오는 관중들의 함성.


“우와아아아!”

“우오오오!”


경기가 시작되었다.




* * *



첫 경기는 베스티아리의 경기였다.


제국의 드넓은 영토. 그리고 그 영토에 서식하는 온갖 맹수들.

베스티아리는 그 맹수들을 사냥하는 검투사였다.


그리고 나는 베스티아리라는 검투사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사실 그 관심은 검투사를 향한 것이 아니라······.


‘영물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랬다. 내가 관심 있는 건, 베스티아리의 상대인 맹수였다.

제국의 영지에서 온갖 맹수들을 잡아 온다면, 당연히 그 중 내단을 품은 맹수들도 있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


‘내단이 유통되고 있으니 영물도, 영물을 사냥하는 사냥꾼도 있다는 말이지.’


나는 부푼 기대를 품고 경기를 지켜봤다.


하나같이 독특한 생김새에, 처음 보는 맹수들이 등장했다. 그 신비로운 외형에 잠깐이나마 기대를 했다.

중원에는 없던 새로운 내단을 얻을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묘한 기대감.

하지만······.


‘없군.’


내단을 품은 영물은 없었다.

영물 특유의 영기가 없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다.

예전의 부를 잃고 망해간다던 파우스티나조차 만년화리의 내단을 가지고 있었으니, 그만큼 영물의 숫자가 많으리라고 생각했던 것.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생김새만 특이한 맹수들은 내 관심사가 아니었기에, 나는 그들의 경기를 대충 봤다.


그렇게 이어진 두 번째 경기.


그리고 그 경기에, 비시우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익숙한 갑옷과 체형. 비시우스가 틀림없었다.


평소 콜로세움에 자주 왔던 안니아는 그를 알아보았다.


“비시우스인가? 발터에서 유일한 시소레 수석 투사잖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신을 가린 두꺼운 사슬갑옷에, 반월 형태의 왼손 의수. 완벽한 시소레의 모습이었다.


“어때 보여?”


안니아가 콜로세움으로 걸음을 옮기는 비시우스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도 없이, 나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묘하게 어색한 걸음걸이.

비시우스는 내상이 낫지 않은 듯, 발을 절고 있었다.


“아직 완전히 낫지 않았습니다.”


“정말이야?”


“예. 걸음이 어색하군요. 상체도 조금 굽어 있고요. 저 상태로 경기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가이우스 그자가 정말······.”


안니아가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부상에서 완전히 낫지 않은 검투사를 경기에 내보내는 것은, 죽으라는 것과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파우스티나는 우리의 대화를 따라오지 못하고 어딘가 불안한 눈초리로 아래를 살필 뿐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진행자의 소개. 그는 걸어 나오는 비시우스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소개합니다! 발터 콜로세움 유일의 시소레 수석 투사! 그가 이 콜로세움에서 뺏은 무기만 해도 벌써 쉰 개! 무기 뺏기의 장인! 비시우스!”


진행자의 소개가 끝나자, 그를 알고 있던 수많은 시민이 박수를 보내왔다.


“우와아아아!”

“비시우스!”

“비시우스!”


진행자는 곧바로 비시우스의 상대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비시우스의 상대! 갈리아에서 온 괴물 트리케스! 날카로운 검으로 상대를 난도질 하는 잔학무도한 트리키안! 스파르타쿠스!”


“우와아아!”


“스파르타쿠스!”


스파르타쿠스는 여유로운 걸음으로 비시우스를 마주했다.


“······.”

“······.”


짧은 눈빛 교환으로 대화를 마친 두 사람.


두 사람은 진행자의 경기 시작 알림과 동시에 자세를 잡았다.


‘죽겠군.’


나는 마주한 두 사람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비시우스는 이번 경기에서 지는 것이 거의 확정적이었다.

정상이 아닌 몸 상태를 고려하더라도, 트리케스라는 병종을 상대하기에는 시소레인 비시우스가 너무도 불리해 보였다.


우선, 트리케스가 들고 있는 저 곡도.

비시우스가 검을 뺏으려 해도, 부드럽게 휘어있는 저 곡도를 걸어 뺏기엔 무리가 있었다.


게다가, 트리케스는 방패도 있었다.

작은 사각형 방패였지만, 두꺼운 갑옷을 입어 움직임이 둔한 비시우스의 공격을 막아내기엔 충분해 보였다.


“어, 어떻게 될까?”


안니아는 경기가 시작되자 금세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콜로세움을 내려다보았다.


“트리케스가 이길 겁니다.”


그리고 내 말은 곧바로 실현되었다.


트리케스인 스파르타쿠스가 곧바로 비시우스와의 거리를 좁혔다.

놀란 비시우스가 오른손의 검을 휘둘렀지만, 스파르타쿠스가 방패를 들어 비시우스의 검을 막아냈다.


카캉!


그리고······.


붕!


비시우스가 놓친 검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방패와 검이 충돌하는 강한 충격에 검을 놓친 것처럼 보였는데, 그의 상태가 정상이었다면 결코 있을 수 없던 일이었다.


“엇! 안돼!”


안니아가 다급히 소리쳤지만, 그녀의 목소리가 스파르타쿠스 귀에 닿을 리 만무.


쾅!


스파르타쿠스의 밀어차기에 적중당한 비시우스가 끈 떨어진 인형처럼 나가떨어졌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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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경매장(2) 23.07.14 40 1 10쪽
48 경매장(1) 23.07.13 31 0 9쪽
47 가이우스(4) 23.07.12 36 1 9쪽
46 가이우스(3) 23.07.11 37 0 9쪽
» 가이우스(2) 23.07.10 34 1 9쪽
44 가이우스(1) 23.07.06 38 1 11쪽
43 검투사(5) 23.07.05 46 1 10쪽
42 검투사(4) 23.07.04 48 1 10쪽
41 검투사(3) 23.07.03 53 1 10쪽
40 검투사(2) 23.06.30 50 1 9쪽
39 검투사(1) 23.06.29 47 1 10쪽
38 각성(2) 23.06.28 52 1 9쪽
37 각성(1) 23.06.27 53 1 10쪽
36 공청석유(3) +2 23.06.26 63 1 10쪽
35 공청석유(2) 23.06.23 50 2 10쪽
34 공청석유(1) 23.06.22 55 2 10쪽
33 심문(3) 23.06.21 45 1 10쪽
32 심문(2) 23.06.20 49 1 10쪽
31 심문(1) 23.06.19 50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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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습격(1) 23.06.14 57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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