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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돌집님의 서재입니다.

콜로세움의 추언마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이돌집
작품등록일 :
2023.05.10 14:57
최근연재일 :
2023.07.18 22:18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3,362
추천수 :
145
글자수 :
223,650

작성
23.06.27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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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각성(1)

DUMMY

빙정과 화정을 받은 나는 들뜬 마음으로 방에 돌아왔다.

물론, 귀찮게 구는 여자 둘은 내버려 두고 말이다.


빙정과 화정이 담긴 보석함을 내려다보니, 어딘지 모르게 든든한 느낌이 든다.


'오랜만이네. 빙정과 화정은.'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신교의 위치 특성상, 빙정과 화정을 구하기 어렵지 않았다.

오죽하면 신교의 무공이 중원과 다른 궤를 가지게 된 것이, 빙정과 화정 때문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였으니까.


뭐, 중원에서 구하는 것보다야 쉬울 뿐이지 사실 신교에서 빙정과 화정을 찾는 일도 고되고 어렵긴 했다.


수많은 교인들이 목숨을 걸고 구해온 빙정과 화정들을 교에서 비싼 값을 주고 매입하는 방식이었는데······.


'덕분에 많이 먹었었지.'


빙정과 화정이 있다면, 사용할 수 있는 무공의 종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엄두도 내지 못했던 극음의 무공 소수마공부터, 혈수마공과 같은 극양의 무공들까지.


담긴 내력들까지 상당했다면 순식간에 경지를 뚫고 천마신공에 발을 디딜 수 있었겠지만, 그건 아니었다.


안니아가 가지고 있던 빙정과 화정이 하품에 가까운 품질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인데······.


'그래도 이게 어디냐.'


담겨있는 내력은 볼품없지만, 그럼에도 피부를 타고 올라오는 저릿한 한기와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뭐부터 시작할까.'


나는 두 보석들을 바라보며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빙정과 화정이 강력한 영약이라고 한들, 한 가지 종류만 취하게 된다면 큰 문제가 생긴다.

사람의 몸은 화정과 빙정에 담긴 한가지 기운만을 감당하기엔 너무도 약하기 때문.

뭐든지 균형과 조화가 중요한 이유다.


보잘것없는 단전을 가진 나로서는 더욱더 균형과 조화가 중요했다.

지금의 나는 한기와 화기를 제압하기 위한 최소한의 내력조차 없다고 보는 편이 옳았으니까.


마음을 굳힌 나는 두 보석을 쥐었다.


이번에는 먹지 않는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내 것으로 만들 생각.


양손에 보석 하나씩을 올려두고, 가부좌를 튼 채······.


"후우······."


손바닥에 내력을 집중시켰다.


우우웅.


손바닥에서 올라온 내력의 실타래들.

그것들이 천천히 정수들에 달라붙기 시작했다.


이미 한번 지나왔던 길이라 그런 걸까?

일이 잘못되면 주화입마에 빠지게 될 수도 있었지만, 그런 불안함은 전혀 없었다.


영약들을 먹으며 벌벌 떨던 과거와는 너무도 다른 마음가짐.

편안한 마음으로 정수들을 흡수하려던 찰나.


우우우웅!


내 내력에 휩싸인 빙정과 화정이 공명하듯 빛을 내며 서서히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녹아 방울진 기운들이 정수에 맺히고······.


또옥!


저릿저릿한 한기를 품은 빙정의 방울과 맹렬한 화기를 품은 화정의 방울이 양 손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떨어진 방울들은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손바닥을 통해 흡수됐다.


"흐읍!"


동시에 찾아온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의 충격.


매 순간 영약을 먹는 일이 생과 사를 오갈 정도로 위험한 일임을 알고 있었지만······.


'젠장. 너무 쉽게 생각했군.'


화리의 내단을 쉽게 흡수한 것에 지나치게 자신감을 얻었나 보다.

애초에 그 내단은 몸을 회복하는 데에 대부분 사용했으면서 말이다.


나는 이를 악문 채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단전을 활짝 열었다.


이제 고작 한 방울.


얼마나 이 충격이 계속될지는 아무도 몰랐다.


또옥!


그렇게 떨어진 두 번째 방울.


두 손을 타고 올라온 강렬한 기운들이 열린 단전을 파고 들어가 맹렬하게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빙하의 한기와 화산(火山)의 열기.

전장이 된 단전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들썩였다.


쿠쿵!

쿠쿵!


두 기운이 연신 부딪히는 과정에서, 단전은 조금씩 넓어졌다.


온몸이 지진이라도 난 듯 떨리며 거세게 흔들렸다.


또옥!


세 번째 방울이 떨어지고······.

한층 넓어진 단전에서 다시 벌어진 전투.

그 충격은 전보다 더욱 강렬했다.


단전에 담기지 못한 기운들이 전신으로 쏟아지며 기맥을 내달렸다.


그 덕에······.


쿠구구궁.


고통으로 눈앞이 하얘졌다.

얼기설기 연결되어있던 기맥으로 감당할 수 없을 강렬한 기세.

기맥 또한 단전과 마찬가지로 넓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강제적으로 확장된 기맥들이 탈각(脫殼)을 시작했다.


쩌적!

쩌적!


"웁!"


비릿한 혈향이 입안 가득 차오른다 싶더니, 쏟아져 내렸다.


주륵!


입술을 비집고 흘러나오는 피.


나는 피를 삼키며 웃었다.

미처 흡수되지 못한 내력들을 품고있는 피였기에, 오히려 단맛이 났다.


'한 톨도 버리지 않는다!'


쿠구궁!

쿠궁!


그리고 마침내.


빙정과 화정의 기운,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던 내력이 합일(合一) 되며······.


번쩍!


정수리를 향해 내달렸다.

이미 한번 뚫었던 길이었던 덕에, 막힘없이 상단전을 향해 내달리는 내력들.


근맥과 혈맥이 불타는 고통 속에서, 희열이 피어올랐다.


그래. 이것이 바로 진정한 정화의식이다.


신성한 불꽃으로 태워 새로이 태어나게 하는 신교의 정화의식.

나는 지금 그 의식을 내 몸으로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 의식을 통해 나는 새로이 태어······!'


쿠궁!


"끄으윽!"


생각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쾅!


연신 찾아오는 고통에, 나는 결국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끄아아악!"


흐릿해지는 시야 사이로, 정수리 위에 소담스레 피어오른 꽃송이가 보였다.


삼화취정(三花聚頂)이었다.





* * *




쿠구궁!


쿠궁!


지축이 흔들리는 듯한 거대한 충격음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파우스티나가 연신 불안한 눈길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후두둑!


천장에서 먼지가 우수수 떨어져 내릴 정도의 진동.


"이거······ 추언마 짓, 맞지?"


"그, 그렇지 않을까? 일단 경고를 해주기도 했고······."


저택은 난리가 난 상태였다.

마치 지진이라도 온 듯한 현상에, 귀족들을 비롯한 모든 이들이 혼비백산 저택을 빠져나간 것.


이런 상황에, 어째서 그녀들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인가?

답은 간단했다.


"안니아."


"네······?"


천방지축 날뛰던 안니아라도 이런 상황에서 아비에게 함부로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무슨 일인지 제대로 설명을 해줬으면 좋겠는데."


"······."


안니아의 아버지이자 전 집정관인 아우렐리우스가 의자에 앉은 채 안니아를 바라봤다.

그도 그럴 것이, 안니아가 호들갑을 떨며 들어와 무슨 일이 생겨도 놀라지 말라는 말을 전한 직후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그 말인즉, 이 현상에 대해 안니아가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뜻인데······.


"언제까지 입을 닫고 있을 생각이더냐? 아가, 네가 말해보련?"


아우렐리우스의 시선이 파우스티나에게 향했다.

그의 시선을 받은 파우스티나가 몸을 흠칫 떨며 입을 열었다.


"제, 제 호위 노예로 추언마라는 노예가 있사온데······."


"헌데?"


"그 노예가 무슨 일이 생겨도 놀라지 말라 경고하여······."


"······."


시아버지를 눈앞에 둔 파우스티나가 입을 벙긋대며 힘겹게 설명을 이어갔다.


결국 그 모습을 안쓰럽게 바라보던 아우렐리우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노예는 지금 어디 있지?"


"아직 방에 있을 거예요."


아우렐리우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들을 향해 말했다.


"가자꾸나."

"예······."

"네······."


아우렐리우스가 방을 나선 직후.

진동은 서서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천장에선 먼지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리는 중이었다.


그 모습을 본 아우렐리우스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우리 집 근처에서 티탄이라도 걷는 모양이다. 때아닌 지진이라니."

"······!"

"······."


아우렐리우스의 뒤를 쫓던 두 사람의 눈이 화등잔처럼 커졌다.


"그나저나, 참 신기하구나. 그 노예는 어떻게 이런 지진이 올 줄 알았던 거지? 이름을 들어보니 다른 지역에서 온 노예 같은데."

"······."

"······."


그녀들의 대꾸가 없음에도, 혼잣말을 이어가던 아우렐리우스.

그는 한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신기한 능력을 가진 노예구나. 듣자 하니 얼마 전 파우스티나를 지켜준 호위 노예가 하나 있다고 했는데, 그 노예가 그때 그 노예니?"


"네? 네."


파우스티나가 어색한 표정으로 답했다.


"흐음······. 그럼 동방 노예겠구나. 듣기로는 상당히 강한 호위 노예라고 들었는데······, 동방의 신비한 비술이라도 익힌 모양이구나."


"······."


한참을 앞서 걷던 아우렐리우스가 노예들이 머무는 장소에 도착했다.


"······ 여긴 더 심하군."


다른 곳과는 달리, 이곳은 파손 정도가 훨씬 심했다.

천장에 간 균열들에서 돌 파편이 우수수 떨어지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아우렐리우스는 곧바로 이곳이 진원지임을 알아챘다.


"아무래도 그 노예가 뭔 짓을 한 모양이다."

"······."

"······."


불안한 듯 연신 눈알을 굴려대는 두 여인.

그녀들도 이 지진의 원인이 추언마에게 있음을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다.


추언마의 방 앞에서 멈춰선 안니아와 파우스티나가 아우렐리우스를 불러세웠다.


"여, 여기예요!"


아우렐리우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방문을 잡는 순간.


쿠구구궁!


지축을 흔드는 거대한 진동이 다시금 찾아왔다.


그리고······.


쾅!


기파가 터지며 문짝이 부서져 나갔다.

문제는, 아우렐리우스가 문고리를 잡고 있었다는 것.


"컥!"


아우렐리우스가 문짝과 함께 날아갔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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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검투사(2) 23.06.30 50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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