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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김순성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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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성
작품등록일 :
2024.01.12 17:53
최근연재일 :
2024.01.28 06:06
연재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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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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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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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8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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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따뜻한 평화 (6)

DUMMY

공장을 빠져나온 알렌과 벨리베는 무사히 도시로 돌아왔다.

도시에는 이미 수배령이 떨어져 수많은 병사들이 수색을 하고 있었고, 그 눈을 피하기 위해 그들은 음습한 골목을 배회하며 이동하였다.


한참을 돌고 돌아 도착한 곳은 벨리베의 은신처. 버려진 폐성당이며 도시 전체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고지대에 위치한 곳이었다. 그곳 뿐만 아니라 일대의 모든 건물은 전부 사람이 살지 않는 폐가였는데 오랫동안 방치된 것으로 보였다.

익숙하게 성당 안으로 들어선 벨리베는 교단의 옆에서 지하실로 향하는 덧문을 찾아내 그 안으로 들어갔다.


벨리베의 은신처의 크기는 상당히 좁았다. 그 이유는 공간의 대부분이 다양한 물건들로 가득 메워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총과 대포, 검 같은 무기들부터 시작해서 이상한 용액이 가득 담긴 수조나 사람 형태의 철제 인형들까지.

아마 웬만한 골동품점을 찾아가더라도 보기 힘든 풍경일 것이었다.


"여기라면 악실 일가 녀석들도 쉽게 찾진 못할 거예요. 녀석들 몰래 만든 장소니까."


그녀는 알렌의 것까지 의자를 끌어와 자리에 앉으며 숨을 돌렸다.


"넌 대체 누구지?"


알렌이 자신을 의심스럽게 쳐다보며 추궁하자 벨리베는 고개를 휙 돌렸다.


갑자기 벨리베를 찾아와 심장이라는 것을 요구했던 로베르트, 악실 일가가 맥 에단에 오고 나서 지어진 공장, 다시 그 공장에 나타난 벨리베.


이 모든 것은 분명 연결이 되어 있다고 알렌은 생각했다.


"네, 다 말해드릴게요. 잠깐 기다려주시겠어요?"


순순히 모든 것을 말하겠다는 말에 도리어 당황한 것은 알렌 쪽이었다.

자신이 구해줬다며 생색이나 내며 답변을 회피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벨리베는 바로 옆의 상자 위에 쌓여있는 잡동사니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무너지기 직전의 젠가처럼 엉망진창으로 쌓여있던 그것들은 손이 닿는 즉시 마구잡이로 무너져 내렸고, 벨리베가 그것들을 손으로 양옆으로 쓸어내자 그제서야 상자의 표면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금고였다. 벨리베가 상자의 중앙에 손을 올리고 마력을 주입하자, 금고는 순간적으로 갈라지며 푸른 빛을 뿜어냈고 이내 여러 조각으로 분해되어 무너져 내리며 그 안에 있던 툭 내뱉었다.


주먹만 한 크기의 작은 구체였다. 무언가에 끼우는 용도인 듯 곳곳에는 커다란 홈이 파여져 있었고, 겉에 드러난 회로는 마치 혈관을 연상시키듯 붉은빛이 아주 천천히 흐르며 반짝이고 있었다. 알렌은 그것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게 심장이라고?"

"네. 이게 로베르트가 말했던 심장이에요."


벨리베는 씁쓸한 눈빛으로 조심스럽게 구체를 매만졌다.


처음 악실 일가를 만난 것은 2년 전, 아카데미에서 졸업을 앞두고 있었던 해였다.


마력을 다룰 줄은 알지만 마법을 사용할 정도로 능숙하지 않았고, 기사가 되기엔 의지와 체력이 모두 부족했던 그녀는 마도공학을 전공하고 있었다.


기계와 마법을 접목하여 새로운 도구를 발명하는 일이었고 벨리베는 마도공학에서 천재적인 재능이 펼치고 있었다. 해마다 그녀가 만들어내는 발명품들은 교수들마저 감탄을 하며 자신의 논문에 싣게 해달라며 부탁을 할 정도였고, 그 재능을 인정 받아 마법사와 기사라는 괴물들이 득실거리는 아카데미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생활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재능을 뒤폰 악실이 알아보았다.

아카데미에 후원 차 방문했던 그는 벨리베의 재능을 높이 사 그녀와 계약을 했고, 그녀는 졸업을 하자마자 악실 일가를 위해 일하게 되었다.


처음은 하루하루가 무척이나 행복하고 보람찼다.


악실 일가를 따라 도착한 맥 에단의 모습은 온갖 범죄 행위들이 방치되고 묵인되는 무법도시였는데, 악실 일가는 치안을 강화하고 온갖 범죄행위를 단속하며 이전의 잘못된 악습에 대한 것들을 바로잡았으며 점차 도시를 평화로운 곳으로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벨리베 또한 진심으로 악실 일가에 충성을 맹세할 것으로 속으로 다짐하기도 하였다.


어느 날, 뒤폰 악실은 그녀에게 더 이상 도시의 사람들이 힘들 일이 없도록 한 종류의 무기를 만들어 달라 요구했다.


그 무기란 바로 강철로 이루어진 군단.

일명 레기나 레기온의 시작이었다.


오로지 정해진 설계대로만 움직이며 맥 에단을 수호하고, 더 나아가 스스로 움직일 수 있며 적에게 대항할 수 있는 악실 만의 무기.


벨리베는 그들의 요구에 따라 강철 군단의 개발에 몰두했고, 시간은 빠르게 흘러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었다.

자신에게 반한 로베르트가 자구 청혼하는 것이 귀찮았지만, 그녀는 그를 가볍게 무사하고 오로지 도시와 악실 가문을 위해 오로지 연구에만 매달렸다.

그녀의 천재성은 일 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도 충분히 완성을 하고도 남을 정도였지만, 그 개발 기간이 늘어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악실 일가 때문이었다.


그들은 강철 군단에 점점 더 많은 기능을 넣을 것을 요구해왔다.


움직이기만 해도 된다던 것은 이내 말보다 더욱 빠른 속력으로 달리길 원했고, 가벼운 근접 전투만 해도 된다던 것은 이내 셀 수 없이 많은 무기를 장착할 것으로 변했다.

적절한 자율성과 공격성을 지닐 뿐이었던 것이 이내 주변의 모든 것을 초토화시킬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을 지니게 되었을 때 벨리베는 무언가가 잘못되었음을 인지할 수 있었다.


자신이 만드는 것이 무언가를 지키는 것보다 파괴하는 데에 효율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은 그녀 스스로가 누구보다 잘 알 수 있었다.


이 끔찍한 괴물을 만들어 밖으로 내보내기 전에 당장이라도 개발을 멈추고 악실 일가를 말려야 했지만 벨리베는 그럴 수 없었다.


어느샌가 그녀는 악실 일가의 저택에 갇혀 감시를 받으며 생활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밥을 먹을 때에도 잠을 잘 때에도. 외출을 할 때에도 항상 악실 일가의 사람이 따라붙었으며 그녀의 일거수일투족 모든 것이 그들에게 감시 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자신이 강철 군단을 완성하게 된다면 분명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치게 될 것이었고, 그 사실을 알고도 외면할 수 없었던 벨리베는 결국 조금이라도 시간을 더 벌기 위해 뒤폰 악실을 대면했다.


그는 벨리베를 죽이거나 그녀에게 과한 위협을 가할 수 없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만들 수 있는 단 한 명의 사람이었으니까.


"···그래서 그 자리에서 반 년 정도 쉬고 싶다~ 좀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편하게 개발에만 몰두하고 싶다고 해서 어제 주무셨던 오두막에서 지내게 된 거예요."


벨리베는 아직도 그 때를 생각하면 무섭다는 듯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차라리 도망치거나, 그 전에 그냥 그만둘 수는 없었나?"

"미쳤어요? 그랬다간 그냥 죽었을걸요?"


알렌의 물음에 그녀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사실 그녀 또한 죽음을 감수하고 도시를 벗어나는 것을 그 동안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이제 강철 군단의 완성은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기에 어느 마도공학자를 데려오더라도 개발을 완료할 수 있을 정도였고, 그럴 바에는 자신이 남아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며 어떻게든 그 동안 그들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내는 것이 조금 더 현명한 선택이었다.


"그런데 악실은 왜 강철 군단이 필요한 거지?"

"그들은 제국의 지배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니까요."


악실 일가는 본래 제국에게 합병되기 전, 세란 왕국이라는 작은 나라의 귀족 출신이었다.


합병국들의 귀족들은 레이멜의 정책 덕분에 신분과 재산을 지킬 수 있었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여도 기존 제곡의 귀족 세력들로부터 오는 차별을 모두 다 막아낼 수는 없었고 이에 대해 불만을 표출해오고 있었다. 그들 중 하나가 악실 가문.


그들은 제국의 지배에서 완전히 벗어난 자신들의 왕국을 필요로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힘. 더 나아가 제국에게 대항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힘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말의 뜻은 곧,


"필요하다면 전쟁이라도 할 생각이예요, 그 사람들은."


수많은 나라를 함락시키고 멸망시키며 대륙을 통일한 제국과 맞서 싸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고, 그것은 이전에 활동했던 반란군들 또한 이루지 못했던 일이었다.

다만 악실 일가의 다양한 요구를 모두 수용하며 벨리베가 개발한 강철 군단은 충분히 그럴 힘을 지니고 있었다.


하나 하나가 모두 장거리 저격과 근거리 전투가 가능한 개체이며 검과 총탄에 면역일 정도로 강한 육체를 지니고 있었다.

스스로 능동적으로 상황을 판단하며 전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자율성과 지능을 갖춘 존재이며 또한 죽음이란 개념이 없는 단순한 소모품이기 때문에 인간 병사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전쟁이 일어난다면 제국이 패배할 리는 없겠지만 강철 군단은 강력한 무기이며 분명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치게 될 것이 분명했다.


도시를 지키고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만든 자신이 만든 발명품이 인간을 죽이기 위한 기계였다는 것에 벨리베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그들을 막기 위해선 당신의 힘이 필요해요. 알렌 벨. 무신이라고 불렸던 기사, 맞죠?"

"···사람 잘못 봤어.."

"그럴 리가 없는데요?"


수습 기사 둘을 압도하고 기사마저 제압하는 놀라운 실력은 벨리베 또한 두 눈으로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 사실만으로 그의 힘은 충분히 입증이 되고도 남았다.


"검이면 검. 창이나 활, 총까지. 다루지 못하는 무기가 없어서 붙은 이명이라고 들었어요. 항상 가면을 쓰고 다녀서 얼굴은 아무도 모른다고 했지만."


처음 알렌의 이름을 들었을 때에도 의심스러웠지만, 그 동안 그가 보여주었던 실력을 생각하면 충분히 전쟁 영웅이며 무신이라 불렸던 알렌 벨이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확신을 하며 자신을 바라보자 알렌은 고개를 휙 돌리고 바닥을 향해 푹 숙였다.


"난 이제 사람은 안 죽여."

"다행이네요. 저도 살인은 싫거든요."

"···아니, 이제 싸우고 싶지······."


알렌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제 그는 이 도시와 그녀, 악실 일가와 얽힌 이야기를 모두 들은 셈이었고,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이를 외면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내가 뭘 어떻게 하면 되는데?"


자신을 도와주겠다는 뜻이 담긴 알렌의 물음에 벨리벨은 씩 웃으며 자신의 손에 든 심장을 들어 보였다.


"제가 여왕을 정지시킬 때까지 저를 지켜주시면 돼요."

"여왕?"


여왕이란 강철 군단을 통솔하며 조종하는 역할이자 생산, 관리를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개체. 그 특성 덕분에 여왕은 모든 강철 군단의 신호와 연결이 되어 있었고 그들과 모든 시야와 감각을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이 있었다.

그것에 정지 코드를 입력하고 연결되어 있는 모든 강철 군단에 전송하게 된다면, 모든 강철 군단이 즉시 작동을 멈추고 영원히 움직이지 않는 깡통이 될 것이었다.


"잠깐, 그럼 심장이라는 건······."

"네. 맞아요."


미완성 상태의 여왕을 완성시킬 수 있는 마지막 한 조각인 여왕의 심장. 로베르트가 찾던 그것은 벨리베의 손 안에서 꿈틀거리며 살아 숨쉬고 있었다.


"여왕을 작동시킬 수 있는 열, 그게 바로 심장이예요."


그녀는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심장을 쓰다듬었다.


굳이 완성을 하지 않았어도 되었다. 여왕이 완전히 가동이 되기라도 한다면 맥 에단으로부터 쏟아지는 강철 군단으로 인해 제국 전체에 엄청난 혼란이 퍼질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여왕의 심장을 완성시킨 것은 순전히 학자로서 그녀의 욕심과, 자신의 모든 재능을 쏟아 만든 발명품이 미완성인 채로 남는 것이 싫다는 이기심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심장을 완성시켰고, 이것이 악실 일가의 손에 빼앗길 수도 있음에도 차마 파괴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알렌이 검을 뽑자 벨리베는 기겁을 하며 황급하게 심장을 뒤로 숨겼다.


"자, 잠깐만! 잠깐만요!"

"내놔. 일단 그것부터 없애지."

"안돼요!"


집착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간절한 벨리베의 목소리에 알렌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게 있어야 여왕과 강철 군단이 연결이 되고, 그래야 모든 개체의 작동을 멈출 수 있어요."


지금의 여왕은 그저 강철 군단들의 부품을 받아 생산하는 빈 껍데기에 불과했다. 심장이 있어야지만 강철 군단과 연결이 되고 그들을 통솔할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었다.

그 말에 알렌은 잠시 고민을 하더니 한숨을 쉬며 다시 검을 집어넣었다.



***



로베르트는 자신의 아버지인 뒤폰 악실과 식탁에 마주 앉았다.

부드럽고 얇은 인상의 로베르트와 달리 뒤폰은 무척이나 강인하고 남성다움이 부각되는 진한 인상의 남성이었다. 늘 불만이 있는 듯 찡그린 얼굴은 한층 험악한 분위기를 풍겼고, 그것이 아버지의 일상적인 표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로베르트는 잔뜩 겁을 먹고 움츠러들어 있었다.


뒤폰은 절도 있게 자신의 앞에 놓인 음식을 포크로 찍어 깔끔하게 먹었다.


"공장에 정체 모를 남자가 침입했었다고 들었다.

"네, 맞습니다."


덜덜 떨리는 로베르트의 목소리는 누가 듣더라도 잘못을 저지르고 혼나는 어린아이의 것이었다.


뒤폰이 한숨을 쉬자 그의 옆에 서서 지시를 기다리던 집사와 메이드가 재빠르게 물러나며 자리를 비웠다.

수십 명이 들어오고 남을 정도로 넓은 식당에 로베르트와 뒤폰, 단 둘이 남게 되자 그 둘 사이에는 더욱 숨막히는 적막이 깔리게 되었다.


"벨리베도 사라졌다고 하더군. 그 여자가 도망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 게 그 남자고, 너는 꽁지 빠지게 도망쳤다고 말이다."


아버지 몰래 수습을 하려던 일이 커져버렸고 결국 그 귀에 들어갔음에 로베르트는 눈을 질끈 감았다.

확실히 이번 일은 명백히 자신의 실책이었기에 당연히 벌을 받아 마땅했고, 뒤폰이 자신에게 어떤 벌을 내릴지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심장은 완성된 것 같으냐?"


뒤폰은 아무렇지 않은 듯 잔을 들어 붉은 포도주를 슬쩍 들이켰다. 너무나 평온한 반응에 로베르트는 순간적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부, 분명 본인의 입으로는 아직 완성이 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시간은 충분히 오래 지났습니다. 완성되었을 겁니다."

"그렇지. 반 년 정도 시간이 지났지."


고작 2년도 안되는 시간에 혼자 강철 군단의 모든 것을 설계하고 만들어낸 벨리베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여왕의 심장을 완성했으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뒤폰은 그 동안 진작에 벨리베를 다시 잡아들여 심장을 제조하는 일에만 몰두하도록 강제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럴 수 있음에도 그는 굳이 그러지 않았다. 인간의 최대 효율은 강압적인 상황일 때에도 나오긴 하지만, 자신이 진심으로 원하고 간절할 때에 가장 많이 나타나니까. 그는 성급함에 휩쓸려 황금알을 낳을 수 있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자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는 벨리베를 자유롭게 놔두었지만, 기사마저 쓰러트릴 정도의 남자가 나타나며 변수가 생겼다. 이것은 멍청한 아들놈이 성급하게 나서서 일을 그르친 것도 있지만, 그 동안 벨리베를 방치했던 자신의 실수 또한 있었다.


"제러드."


그의 부름에 식당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한 남성이 들어왔다. 백발의 머리를 짧게 다듬은 노인이었다. 오른쪽 눈에서부터 턱 아래까지 길게 이어진 흉터가 있었고 외모에 비해 그의 육체는 웬만한 청년들보다 건장해보일 정도로 단단한 근육으로 채워져 걸음에도 힘이 흐르고 있었다.


뒤폰의 기사이자 맥 에단에서 가장 강력한 기사라 불리는 제러드 페럴이었다.


"슬슬 벨리베를 불러와야겠어. 다녀오게."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는 무릎을 꿇고 짧게 경례를 한 뒤 그대로 다시 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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