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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네브 알파의 서재

미몽-비명의 미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메리디안
작품등록일 :
2020.05.11 22:23
최근연재일 :
2020.07.21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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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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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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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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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팔이 소년_08

미몽




DUMMY

지난 밤은 대체 어떻게 지나 갔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화재가 발생한 것은 저녁 11시 반 경이었고, 화재와 폭발음으로 인해 주변에 있던 상인들이 즉시 119에 신고를 했다.


합수본에서는 연쇄 방화 사건과의 연관 가능성을 들어, 일부 형사들을 현장에 파견했다.


현장에 나가보니, 진화작업이 이루어지느라 인근은 교통통제와 구경꾼들로 혼란하고 복잡한 상황이었다.


현장 통제는 관할 소방서 쪽에서 진행하고 있었으므로, 출동한 형사들은 혹시나 있을 수 있는 가능성 때문에 현장 주변 비디오 촬영을 별도로 진행했다.


다행히 해당 매장은 주인과 소속 감정사들이 퇴근을 한 상태였기 때문에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추산한 재산 피해액의 규모가 컸다.


약 130억원 이상 라는 매장 사업주의 이야기를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감정사 한 명이 테블릿 PC에 늘 지니고 다닌다는 보관 목록의 일부만 확인했는데도, 영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해당 매장은 주로 우리나라 고려, 조선시대의 청자와 백자부터, 중국 당나라와 송나라시대의 도자기들을 전문 감정하고 판매 대행을 하는 곳이었다.


하필, 이 시기에 고미술품 애호가로 유명한 00그룹의 회장과 그 인척들이 구입하거나 매각할 도자기들을 대량으로 맡겨 놓은 시기였기에 그 피해액이 컸다.


불길은 새벽 3시가 넘어서 완전히 잡혔고, 5시에는 잔불 진화까지 완료되었다.


소방본부의 협조로, 1차 현장 감식에 합수본의 일부 인원도 들어가 볼 수 있었다.


연쇄 방화와의 연관성은 화재 현장조사가 끝나고 나서야 알 수 있겠지만, 일차 현장 감식에서는 화재와 폭발의 원인으로 소형 프로판가스 통의 흔적을 찾았다.


요즘 캠핑에 많이 쓰이는 종류였는데, 폭발로 찢겨 나간 조각을 맞추면 제조 회사나 구입자 내역을 확인할 일련 번호를 확보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화재 현장의 MO(범인이 택하는 범행의 방식)로 봐서는 전혀 다른 사건으로 분류 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지도와 ‘태평성시도’ 기반의 분석에 의하면 일관성이 확인 된다.


이에 대한 설명을 위해 김박사는 합수본 팀장급 이상 긴급회의에 참석해서 열변을 토했다고 한다.


13번째 사건으로 확인 된다면 여론이 악화 될 우려가 크기에, 일단 성급한 발표 보다는 신중론이 앞섰다고 한다.


김박사의 주장과 이에 반하는 강팀장의 방문객 기준의 수사 강화가 우선 해결책 라는 주장이 크게 엇갈려, 상층부에서도 서로 파를 나누어 목소리를 높이는 단계까지 갔다고 한다.


결론은 강팀장 쪽의 수사는 그대로 진행을 하되, 김박사를 포함한 약 10명의 인원이 태평성시도 기반 수사에 배당 되었다.


아침 9시가 다 되어 팀장 급 회의가 끝났다.


그래도 분했는지, 강팀장은 합수본 사무실에 들어오자 마자, 잠시 자리를 비운 인우의 책상을 발로 차서 엎어 놓았다.


밖에서 돌아와 자신의 책상이 어지럽혀 있는 상황에 당황했지만, 이 방향 수사도 더 확대해 나갈 수 있으니 이 정도에 끝난 걸 다행이라 생각했다.


새로 배당 된 파트의 10명에는 주로 서부서 형사들이 배당 되어 인우로서도 안심이 되었다.


김박사는 자신이 추측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현재 지도상의 실제 상업시설과 태평성시도의 전체 내부 이미지를 컴퓨터로 매칭하는 작업이 이루어 지고 있다고 전했다.


인우는 긴급하게 해야 할 일부터 제시했다.


“오늘 오후 2시부터 국립중앙박물관의 실감 영상관 오프닝 행사가 있을 예정입니다.”


“범인은 아시다시피 이 병풍 그림에 집착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현장에도 나타날 수 있어 오늘 현장에 잠복이 요구됩니다.”


그 동안 김박사와 인우만 알고 있던 사항들을 팀원 전체에 알리고 각자의 포지션을 맡았다.


명령은 파트장인 서부서 강력계의 김계장님이 지시했다.


“박물관 측에는 방금 협조요청을 하였고,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여 눈에 띄지 않도록 별도의 지원 인력 없이 우리 내부에서 끝내 보도록 합시다.”



- 국립중앙박물관 내부 -


오프닝 행사 시간 전에 팀원들이 들어와, 주요 위치에 녹화용 미니 카메라를 설치하고 환복한 후 현장에 배치 되었다.


김박사는 박물관 내부 CCTV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박물관 관리자용 시스템실에 자리 잡았고, 정문 입구와 후문 방향에 각 2명씩과 로비 인근 2명, 1명은 행사 설명을 담당할 도슨트의 보조자 역할을, 2명은 단체 관객 무리에 섞이기로 하고, 인우와 용석은 디지털 ‘태평성시도’ 가 있는 휴게실 인근에 관람자를 가장하고 있었다.


각자의 위치를 확인하고, 드디어 관람객이 서서히 입장하고 있었다.


박물관장이 도착하여 기존 박물관 영역과 분리하는 막을 걷어내는 개막식을 선언하고, 초청 된 내빈들과 일반인 무리들이 우르르 전시실에 입장하고 있었다.


서로를 연결하는 무선 인 이어와 마이크를 통해 특이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을 우선 확인하고 있었다.


하필 주말에다가 다른 전시관에 비해 체험요소가 많은 실감형 영상관이 재미난 모양인지, 가족 단위로 아이들을 데려 온 부모들과 연인 등 일반 관람객들의 발길이 꽤나 많이 모여 들었다.


다들 한가한 주말 오후를 즐기기 위해 박물관을 찾은 사람들답게, 평화롭고 온화한 얼굴들을 하고 있었다.


인우는 자리에서 줄 곧 시선을 돌리며 관람객들을 관찰하고 있었는데, 그때 눈에 익은 한 사람이 보였다.


그는 바로 신미래였다.


곧 바로, 김박사 쪽에 무선 연결하여 설명을 하고 그녀를 한적한 이웃 전시관 쪽으로 끌어 냈다.

그리고는 목소리를 낮추어 책망하기 시작했다.


“너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아저씨! 아저씨도 여기 이거 보러 오셨어요?”


“지금 이럴 때가 아니야, 지금 우리 수사 중이니까 너 빨리 집으로 돌아가.”


“아저씨, 저는 오늘 그 범인도 이걸 보러 오지 않을까 싶어서 와 본거에요.”


“그 정도는 우리가 알아서 할 거니까, 넌 돌아 가라니까?”


“여기 계신 줄 몰랐는데, 마침 만났으니 드릴 말씀이 있어요.”


“찾아 봤더니 꿈에서 상징하는 ‘아이’는 실제 어린이만이 아니라, 아이처럼 아직 미성숙한 면을 가진 ‘어른’을 상징할 수도 있다더라고요.”


“그리고 읽는 걸 들었다는 그 ‘성냥팔이 소녀’ 동화도 최근 보다는 2000년대 이전에 많이 읽히던 동화라니까, 어쩌면 처음 말씀 드렸던 ‘아이’의 의미에 얽매이면 안될 것 같아요.”


“쓸데 없는 걱정 마! 처음부터 우리 쪽에서는 성인일 거라는 전제하에 용의자를 추적해 왔으니까.’


“어, 꿈 얘기는 뭐에요? 그리고 성냥팔이 소녀라니? 제가 모르는 게 또 있나 보죠?”


지나가는 관객들의 귀에 들리지 않도록 최대한 낮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던 그사이에, 몇몇 관람객들과 김박사가 곁에 다가와 있었다.


“지난 번에도 좀 이상했어요. 두 분이 함께 공모하여 거짓말 하는 느낌도 들었고.”


“도형사님이 어제 밤 그 도자기 파는 상점 그림을 가리키고 나서, 바로 그 위치에서 사고가 난 것도 그렇고요.”


김박사가 들어버리고 말았다.

과학자인 그의 근성은 아마도 더 파고들것이 분명했다.


“김박사님, 자세한 이야기는 이따가 드릴 테니, 문제 일으키지 않게 미래씨를 좀 데리고 있어 주세요.”


“칙-, 현재 실감 영상관 중심부에서 작은 소요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전 팀원들 움직이도록.”


미래를 맡기고 황급히 현장으로 뛰어갔다.


해당 공간의 중앙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고, 원 모양으로 빙 둘러싼 인파를 헤치고 들어가 보니, 어떤 남자아이 하나가 바닥에 쓰러져 울면서 버둥거리고 있었다.


부모로 보이는 사람들이 그를 말리고 있었는데, 드문드문 이어지는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뜨겁다는 이야기와 함께 목 부분을 감싸고 있었다.


인우가 아이를 들어올려 손을 치우고 목 뒷부분을 확인하자, 동그란 모양의 화상처럼 보이는 자국과 수포가 보였다.


박물관 쪽에서 곧바로 비상대응 매뉴얼에 따라 아이와 부모를 가까운 병원으로 옮기고 나서야 소동은 진정이 되었다.


하지만, 그 소동의 여파로 관람객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바람에 형사들의 존재감이 드러나 버렸는지 주변에서 수근 거리며 힐끔힐끔 쳐다보기 시작했다.


이쯤이면, 범인이 왔어도 벌써 눈치채고 달아날 만한 분위기였다.

상황을 파악하고 파트장인 김계장의 무선 명령이 떨어졌다.


‘전 팀원에 알린다. 현재 상황에서 플랜 B로 작전 전환을 명령한다.’


플랜A는 거동 수상자와 사후 CCTV분석을 통한 추가 조사였고, 플랜B는 현재 박물관의 입•출구를 봉쇄하고 안에 있는 관람객 전체의 명단을 받아 낸 후 조사를 하는 방식이었다.


명령을 수신하고, 형사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입 출구 동선을 막은 상태로 안내와 함께 방명록을 꺼냈다.


“잠시 협조를 부탁 드립니다.”

“저희는 서울지방경찰청에서 나온 형사들입니다.”


“현재 박물관 내부에 위험 인물이 들어왔다는 제보를 받고 출동하였으니, 관람객 여러분께서는 저희가 묻는 간단한 질문에 답해주시고, 성함과 전화번호 등을 남겨 주신 후에 한 분씩 나가시면 됩니다.”


사람들은 웅성거렸고, 여기저기서 그런 게 어디 있느냐며 언성을 높이는 사람들이 나왔다.


그러나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위한 일이라고 다독이는 말에 몇 명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형사들은 방문객들의 얼굴이 보일 만한 위치에 카메라로 녹화를 하면서, 이름과 전화번호를 받아 적은 뒤 확인까지 마치고 나서야 내보냈다.


박물관 측에서는 본인들이 준비한 행사가 엉망진창이 된 만큼 울상이 되어있었다.


미안함을 뒤로하고, 방문한 120명 가량의 명단을 확보 후, 해당 전시관의 임시적인 관람 통제를 부탁했다.



- 서울중서부 연쇄방화사건 합동수사본부 -


현장을 정리하고 사무실에 돌아오니, 벌써 저녁시간이 되어 있었다.


김박사는 시스템실에서 상황을 함께 지켜보다가 미래가 집에 가겠다고 해서 돌려 보냈다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회의 테이블에 앉은 팀원들은 모두 허탈해 했다.


“과연, 오늘 온 사람들 중에 범인이 있었을까요?”


“뭐 그 병풍 그림이 유명한지 다들 달라붙어서 만지고 하는 통에 누가 그 놈인지 알겠나?’


“일단 범인에 대한 프로파일링에 매칭되는 사람들부터 하나하나 족쳐야지요.”


합수본이 출범하기 전에 이미 나와 있었던 프로파일링에 의하면, 범인은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남성으로 보이며, 전반적으로 분노에 의한 우발적 범죄가 아닌 철저한 계획 범죄의 패턴을 보이고 있어 전문직이나 회사원 등의 화이트 칼라 일 것으로 예측했었다.


“프로파일에 맞춰 본다면, 여기 방문한 사람 중에 남자는 80퍼센트가 해당이야.”


“여자들, 애들이랑 노인들 빼면 다라는 얘기지.”


“그러지 말고, 우리도 어떻든 오늘 데이터를 하나 만들었으니까, 저쪽하고 비교해 보는 건 어때요?”


“저쪽 어디? 아, 강팀장 네!”


김계장은 곧바로 알아듣고, 황급히 그 쪽으로 향했다.


멀리서 보니 강팀장의 표정이 떨떠름하기는 한데, 자기도 어쩔 수 없었는지 이 쪽을 한 번 힐끗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가지 데이터를 매칭하는 일은 형사님들이 하나하나 직접 하지 마시고, 수사 지원팀과 행동분석연구센터에 프로그램으로 돌려달라고 부탁해 볼게요.”


다른 형사들은 김박사의 그 이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도인우 형사님은 잠깐 저 좀 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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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성냥팔이 소년_03 +2 20.06.06 47 1 9쪽
25 성냥팔이 소년_02 20.06.05 39 0 9쪽
24 성냥팔이 소년_01 20.06.01 32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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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향기 없는 꽃_05 20.05.21 4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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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향기 없는 꽃_03 +2 20.05.19 45 3 9쪽
10 향기 없는 꽃_02 20.05.18 37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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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사랑의 묘약_04 +2 20.05.14 51 3 8쪽
5 사랑의 묘약_03 20.05.14 49 3 8쪽
4 사랑의 묘약_02 20.05.12 59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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