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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네브 알파의 서재

미몽-비명의 미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메리디안
작품등록일 :
2020.05.11 22:23
최근연재일 :
2020.07.21 22:19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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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2
추천수 :
69
글자수 :
153,901

작성
20.05.18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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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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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향기 없는 꽃_02

미몽




DUMMY

“무슨 일이십니까? 이렇게 늦은 시간에?”


안에서 나온 20대 후반 가량의 덩치가 있는 남자는 위협적으로 도인우를 한 번 노려보았다.


그러나, 뒤에 비스듬히 서있던 용석을 본 다음에야 말꼬리를 누그러뜨렸다.


평범한 키에 호리호리한 편인 인우만 보고 무언의 위협을 던지고자 왔을 것이다.


하지만 그냥 보아도 키190에 몸무게100킬로가 훌쩍 넘을 것 같은 용석이 버티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서야 자신의 서열을 찾은 것일 것이다.


그때, 눈치 없이 휴대폰 진동음이 주머니 속에서 울리기 시작했다.


화면을 켜자, 모르는 번호라서 일단 수신거부를 눌렀다.


“아, 임예리씨께 사건 관련해서 질문이 있어 왔습니다."


"긴급한 내용이라 이렇게 다 늦게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오게 되었네요.”


남자의 흔적이 김병주의 것이리라 생각했던 인우는 그야말로 ‘낭패’다.


말 그대로 간을 보려고 갔다가 헛다리를 짚었다는 사실만 명확하게 확인하고 말았다.


적당히 김병주가 언급했다는 형님을 들먹이다가 협조 감사하다고 물러나 올 수 밖에 없었다.


밖에 나와서야, 용석과 함께 한 숨에 더하여 머리 속을 긁었다.


그 둘이 몇 일을 공들여 소재를 찾고 있는 김병주는 원래 서울 모처의 성인오락실 바지 사장이었다.


실제 운영자나 소유주는 따로 있지만, 등기상에 이름만 올려두었다가 오락실 관련한 문제가 생겼을 때, 감옥을 대신 가거나 하는 조건의 존재감 없는 나이 먹고 한 물간 건달일 뿐이다.


본격적인 문제는 한 달 전에 일어났다.


해당 오락실에서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모종의 불법 거래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 대금과 물건이 송두리째 없어지고 같은 날 김병주도 사라져 버린 것이다.


원래 그쪽 세계는 그쪽 세계만의 율법이 있게 마련이라, 이 문제가 경찰에 정식 신고되었다고 했을 때 우리는 모두 어리둥절해 했다.


경찰에 신고 된 내용에는 사라진 물건에 관한 내용은 없고, 정상적으로 거래처를 통해 입금 들어 온 돈 10억을 들고 사라졌다는 도난 신고 뿐이었다.


이게 정말 단순한 도난신고인지, 아니면 나름 자신들의 영역을 이루고 살아가는 건달들이 따로 원하는 게 있는 것인지 알 길이 없었다.


일단 경찰에 이 일을 던진 의도를 파악 할 수 없어서 이 사건을 어떻게 읽고 풀어야 하는지 난감한 상황이었다.


정보원을 통해 어떤 거래가 있었다는 소식은 들었으나, 그 이상은 알아낸 게 없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확실한 건, 경찰이 건달들보다 먼저 김병주를 찾아내지 못하면 그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신원검색을 통해 본 김병주는 다수의 폭력과 사기 전과 등으로 감방을 수시로 들락날락 하면서 20~30대 젊은 시절을 보냈다.


40대에는 주변 사람들의 등을 쳐먹는 백수로, 50대가 된 최근 들어서야 더 이상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느꼈는지 오락실 사업에 명의를 빌려 주기 시작했다.


주변인이라고 해봐야 그 보다 나이 어린 동네 건달들을 제외하고는 전부인 임예리가 유일한데, 임예리 라는 존재 자체가 가장 이상하게 보이는 부분이기도 했다.


김병주가 42살 때 혼인신고를 한 것으로 보이고 약 10년을 혼인관계를 유지하다가, 지난달 사라지기 10일 전에서야 이혼 수속을 밟은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결혼 당시 임예리의 나이는 30, 현재는 41살인데 실제 보면 나이보다 상당히 동안이었다.


그리고 여기저기 발길에 차이는 인생을 살아 온 김병주와는 조금 동떨어지다 싶게 고급스러운 취향의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명품을 두르고는, 대학교와 문화센터 등에 강의를 다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서류상 가장 이상하다 싶은 점은, 어떻게 된 일인지 김병주와 임예리는 10년을 사는 동안 단 한번도 한 주소에 주민등록을 등재 시킨 적이 없다.


멀리 떨어져 사는 주말부부라면 몰라도, 이 둘은 같은 서울하늘 아래, 가까운 동네에 살고 있음에도 말이다.


그리고 성인 오락실의 덩치들이 김병주를 찾으러 어딘가를 간다면 아무리 이혼을 했다고 해도 임예리를 가장 먼저 찾아 갈 것이다.


그녀쪽에 폭력을 사용한 공갈이든 협박이든 할 수 있는 걸 다 할 만도 한데 그에 비해 그녀의 태도나 일상은 너무나도 평온해 보였다.


무거운 마음으로 차를 타고 복귀하는 두 형사의 마음은 복잡하기만 했다.


김병주 명의의 차는 원래 없었고, 사라진 날부터 휴대폰과 신용카드도 사용한 기록이 없다.


혹시 몰라서 해외출국 기록을 확인했으나, 김병주는 여권도 만든 적이 없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또 다시 어디서부터 어떻게 파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복귀 하기 전, 팀장님께 전화를 드리기 위해 인우가 휴대폰을 꺼내자, 문자가 하나 도착해 있었다.


‘아까 뵈었던 신미래입니다.'

'전화 드렸는데 바쁘신 것 같아서 문자 남겨요.'


'이 번호가 제 번호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도인우 형사님.’


일이 잘 안 풀리는데 이런 문자를 보니 더 울컥 화가 치밀어 올랐다.



- 다음날 서울광역수사대 형사3팀 -


아침부터 김반장님께 깨진 차팀장은 자신의 감정을 고스란히 팀원들에게 전달 할 수는 없었는지, 최대한 참는 듯한 어조로 아침 조회를 시작했다.


“야, 이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냐?”


“너희들 일주일이야 일주일."

"임예리 캐보면 뭐라도 나올 거라고 일주일을 잠복했는데 다른 남자라니~.”


“팀장님, 일단 저희가 CCTV 영역을 좀더 확대해서 검토 해 보겠습니다.”


“그거는 영상 분석팀에서 열흘 전에 모아 올 만한 거, 다 확인 끝났다며.”


“하, 김병주가 하늘로 솟은 거냐, 땅으로 꺼졌다는 거냐?”


“혹시 오락실 애들이 이미 김병주 담가버리고, 시치미 떼는 건 아닐까요?”


“걔네들이 바보겠냐? 조금만 뒤가 캥기는 부분이 있어도 이번 건을 경찰에 신고하겠느냐고.”


“그냥 10억을 어디다 버린다 칠지라도 지들끼리 결론을 봤겠지."


"이번에 변호사까지 끌고 와서는 당당하게 김병주 신고하고, 빨리 찾아 달라고 매일 민원실에 닥달 한다더라."


"지들이 언제부터 법을 지켰다고······”


인우는 이 사건에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들이 많았다.


첫째, 오락실 덩치들의 행태가 그렇다.


팀장님의 말씀처럼 경찰조사를 진행 하다가 다른 사건에 대한 단서가 나오거나, 적어도 세무조사를 받을 수도 있는 곤란한 상황이 벌어 질 수 있다.


그런 상황에 경찰에 신고를 하였고 김병주 전처는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다.


둘째, 오락실 쪽과 거래를 했을 상대편도 이상하다.


듣기로는 돈과 함께 물건도 사라졌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거래처 또한 김병주와 그 물건 또는 돈을 찾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도망친 거래처의 배신자라면 최대한 조용히 찾는 것이 방법이지, 같은 시기에 경찰이 동일한 사람과 돈을 찾게 된다는 것은 그냥 없애버리기는 힘드니 더 큰 부담일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김병주 전부인의 이혼 후 행적이다.


각별한 정은 없었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혼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김병주가 사라진 날부터 그녀는 해외에 20여일 동안 체류를 하다 돌아왔다.


돌아 온 이후에도 강의를 위해 일주일에 하루 정도 나갈 뿐, 동네 슈퍼를 들르는 것 외에는 움직임이 없어 내부에 혹시 누가 있는 건 아닌지 의아하기만 한 상태였다.


그런데 엊그제, 김병주가 찾아 올까 잠복하고 있던 인우와 용석의 눈을 피해 사라졌다가 어제 저녁에 젊은 남자 한 명과 돌아 온 것이다.


자신만의 휴가를 즐기는 것도, 이혼 했으니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것도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10년을 부부의 이름으로 살아 온 김병주에 대한 일말의 관심이나 걱정이 전혀 없는 것 같다는 부분이 상당히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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