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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네브 알파의 서재

미몽-비명의 미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메리디안
작품등록일 :
2020.05.11 22:23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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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8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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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향기 없는 꽃_12

미몽




DUMMY

팀의 막내인 수기가 팀장님이 부른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잠시 다녀오겠다는 눈짓을 보내고 나와서 조사실 옆방으로 향했다.


그 안에서는 한 쪽 면을 채운 특수유리를 통해 조사실 내부를 덩치 큰 팀장과 팀원들 5명이 빽빽하게 들어서서 바라보고 있었다.


“수배했던 남대식의 차량이 00시 서해안 방파제 옆에서 지구대 순찰팀에 의해서 발견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지금 감식팀을 그쪽에 보냈는데, 일단 육안으로 봐서는 내부나 주변에 사람 흔적은 없고 트렁크에서 일부 혈흔만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수기가 물류창고에서 받아 온 이틀 전 출입내역서와 인근 CCTV 자료가 왔다.”


“그리고 여기."


"엊그제 저녁에 남대식이 오락실을 나와서 임예리의 아파트에 갔다는 사실이 담긴 CCTV기록도 확인 완료, 그런데 이상한 건 30분도 안되어서 남대식 혼자 다시 차를 몰고 나가는 모습도 담겨있다는 거야.”


민수선배가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이더니, 임예리의 아파트를 다녀 온 모양이다.


“물류창고 기록에 보면, 해당 창고를 임대한 남대식 외 1인이 그날 22시 25분에 입차 했다는 내용과 다음날 01시 45분 경에 자동 출차 했다는 경비관리실의 담당의 수기 기록이 있어.”


사설창고 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방문자를 수기기록 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지만, 분명 내부 CCTV는 있을 테니 그쪽을 믿고 싶었다.


“물류창고 입구에 있는 CCTV를 보면, 차량 번호는 남대식 소유의 차량이 맞아.”


“그런데 들어갈 때 입구 조명이 굉장히 밝고 카메라 방향이 운전석 쪽만 비추고 있어서 들어갈 때 운전자는 남대식 인 것으로 보이는데 , 보조석에 앉은 사람은 그림자로 밖에 안보여.”


“원래 물류창고에 밤에는 정식 출입이 어려운데, 그 날짜에 다른 창고의 선적 화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일정이 있어서 창고 경비실에서는 그쪽 출입에 신경 쓰느라 일단 들여 보냈고, 나갈 때는 창고 대여자용 무인 카드를 테그하고 나갔다고 하네요.”


수기가 해당 날짜에 근무했던 경비 담당자를 직접 찾아가 만나보고 영상을 가져왔는지 직접 설명했다.


영상을 돌려보자, 역시나 설명대로 남대식의 얼굴은 보이는데 옆자리의 누군가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나갈 때CCTV는 어때?”


“보십시오. 선배님.”


나가는 영상은 들어 올 때의 반대편이고, 경비실 앞에 서지 않고 카메라 앞을 더 빨리 지나가는 느낌이라서 파악이 잘 되지 않았다.


단, 이번에는 운전하고 있는 쪽은 잘 보이지 않지만, 보조석 쪽이 경비실 조명에 비춰 언뜻 보이는 순간이 있었다.


“정리하자면, 남대식이 임예리의 집에 갔다가, 30분 후에 혼자 나왔다.”


“그런데 임예리의 집으로부터 정확히 1시간 거리에 있는 물류창고에 남대식이 누군가를 태우고 왔다가 3시간 20분 정도를 머문 후에 나와서는 00시 방파제에 차를 버리고 그대로 연기처럼 사라졌다?”


“물류창고에 함께 동행한 사람이 임예리가 맞는지는 확인 되나요?”


“일단 임예리 아파트의 CCTV에는 남대식이 방문 한 이후에 임예리가 나가는 장면이 없어.”


“뭐 땅값 비싼 곳이지만 구식 아파트라서 CCTV가 엘리베이터 내부와 입구에 하나 밖에 없다는 게 맹점이기는 하지만.”


차팀장은 지금 이 순간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 했는지 잠시 고민 후, 팀원들을 향해 지시에 들어갔다.


“우리의 가장 큰 문제는, 현재 신고 되어 수면 위에 떠오른 것은 실질적으로 김병주 실종 밖에 없다는 사실이야.”


“아직까지 남태식도 명확히 실종 신고가 접수 된 것도 아니고, 김수 노인 사망사건과의 연관성도 발견 된 게 없으니까.”


“일단 인우가 1차로 물어 볼 내용은 지금까지 질문 했으니까, 금수선배가 들어가서 다시 처음부터 재 질문 시작해서 남태식 방문 내용까지 물어보기로 하시지요.”


대면 조사는 원래 담당형사가 끝맺음을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가끔씩 조사 대상에게 진술에 대한 압박감을 주기 위해 같은 질문을 사람을 바꿔가며 다시 하는 경우도 있다.


임예리는 짜증이 나겠지만 일단 형사들은 그 사이 시간을 벌고, 그녀가 진술하는 내용의 일관성을 확인하는 작업이기도 하면서 더 깊이 있는 이야기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떠오른 건 없지만 현재로서는 공통분모는 임예리다.”


“임예리 주변을 샅샅이 뒤져 보는 수 밖에는 없다.”


“임예리와 남동생 임규원까지 연루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거지요?”


“그래, 수기는 임예리 남동생에 대한 모든 걸 조회해봐, 카드사용 내역이나 휴대전화 같은 거, 뭐든지.”


“그리고 민수는 영상분석팀에 이 자료 주고 저 시커먼 그림자 좀 어떻게 해봐줄 수 있는지 좀 물어 봐봐라.”


“예, 팀장님.”


잠시, 책상 위에 출력해 둔 지도를 바라보던 인우가 한가지 가설을 제시했다.


“팀장님, 여기 임예리의 집은 강남 쪽이고, 물류창고는 인천항에 가까운 여기 정도에 있지요?”


“지금 지도에 표시 된 대로라면 여기 올림픽대로를 타고 가다가 바로 경인고속도로로 연결 되는 길이 가장 빠른 길인데, 여기서 여기까지 1시간이라면 상당히 빠듯한 시간입니다.”


“근데 여기 갈아타는 이 지점에, 제 기억에는 임예리 소유의 상가가 있었습니다."


"누군가를 태웠다면 가능성이 있지 않을 까요?”


“음, 시간 지체 없이 가는 길에 누군가를 만났거나, 아니면 누군가를 태워갔다?”


“내가 교통관제센터에 해당 시간에 남대식이 차량의 이동 추적 요청해 놨으니까, 해당 도로의 그 부분은 체크 가능 할 것 같다.”


“만일 임규원이 상가 쪽에 살고 있거나 숨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 임예리가 조사 받고 나가면 의심을 산걸 알고 사라질 가능성이 있어.”


“맞든 아니든, 임예리 나가기 전에 지금 제가 한 번 가보겠습니다.”


차팀장은 대답 대신 크게 끄덕이고 곧바로 전화 수화기를 들었다.


인우는 특수유리창 너머에 앉아 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임예리를 한 번 돌아 본 뒤, 용석과 함께 차를 타고 올림픽대로와 경인고속도로가 만나는 그 지점을 향해 달려나갔다.



- 임예리 소유의 상가


주소를 찍고 도착한 그 곳은, 생각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분명 서울 도심이기는 했지만, 그 인근 동네만 시간이 30년 전에 멈춘 듯이 빛이 바래고 낡은 느낌이 물씬 나는 곳이었다.


상가도 건물 규모가 꽤 큰 편이었지만, 지하2층부터 지상 5층까지의 상가 중에 일부에만 간판이 걸려 있었다.


예전 기계상사와 금속가공 업체들이 주로 사용했던 장소 같은데, 관련 산업이 무너지자 대부분은 셔터를 내린 지 오래되어 보였다.


건물의 지하 1층 일부와 지상 1층, 2층까지는 그래도 몇몇 점포마다 불을 켜고 요란한 기계 돌아가는 소리를 내며 주인이 있음을 알리고 있었지만, 엘리베이터도 없는 구식 건물의 3층부터는 임대 점포도 거의 없이 조용했다.


인우와 용석은 지하부터 한 바퀴 돌고 차츰 위층으로 올라가며 둘러보고 있었다.


공용계단을 오르다 보니, 중간에 증축을 한 것 인지 원래 그런 것인지 알 수 없는 높이가 다르거나 앞이 막혀 버린 공간들이 불쑥불쑥 나타나서 전체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5층에 올라가보니, 그나마 아래 층에서는 드물게라도 보이던 사람의 인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5층에서 위를 바라 보자 옥상으로 이어지는 계단은 소방법에 위배 될 것이 뻔한, 엄청난 양의 알 수 없는 박스들이 적재되어 막혀 있었다.


5층의 내부는 각 점포별로 구분되는 복도의 개념이 남아 있지 않았다.


언제부터 있던 것인지 알 수 없는 기계부속으로 보이는 것들부터 천 직물, 목공 가공 용품까지 그 수와 종을 모두 파악 할 수 없는 다양한 물건들이 세월과 함께 쌓여 공간을 메우고 있었다.


“행님, 여가는 사람이 다닐 수가 없겠는 데요?”


“글마가 이런데 살겠습니까? 돈 있는 집 자식이.”


둘은 그나마 동선이 나오는 길들을 헤집고 다니면서 빛도 없는 점포들의 무덤을 플래쉬로 비추고 있었다.


이제 돌아갈까 싶었던 그때, 인우의 플래쉬 빛이 어둠 속에 서 있던 한 물체에 머물게 되었다.


그것은 아주 오래된 가구였다.


한 40~50년은 됐음 직한 느낌의 구식 옷장으로 보였다.


예전에 복도로 쓰였을 길의 한 쪽 편에 서있었는데, 인우의 눈길을 끈 것은 그 가구의 문에 그려진 그림이었다.


온통 회색 뿐인 이 공간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의 화려한 컬러로 그려진, 커다란 꽃이 그려진 옷장 이었다.


그리고 그 꽃은 분명히 몇 일 전, 자신의 휴대전화를 통해서 보았던 그 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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