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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네브 알파의 서재

미몽-비명의 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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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디안
작품등록일 :
2020.05.11 22:23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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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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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5
추천수 :
69
글자수 :
153,901

작성
20.05.15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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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사랑의 묘약_05

미몽




DUMMY

새벽 첫차를 탈 때는 어둑했던 거리가 첫 번째 목적지에 도착 하기도 전에 밝아졌다.


그런데 주소를 잘못 기록한 것인지, 편의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지도에 네비게이션 기능을 켜고 바로 그 자리라는 것을 재확인 했으나, 역시 그 인근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바쁘게 출근하는 듯한 행인을 붙잡고 물으니, 원래 편의점이 있던 자리인데 몇 달 전에 문을 닫았다고 한다.


어렵게 찾아 온 것이 억울하지만 지체할 시간이 없다.


다음으로 찾아 간 곳은 편의점도 슈퍼도 있었지만, 역시나 찾고 있던 풍경들은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입었던 우비는, 가을 임에도 아직은 더웠기 때문에 땀이 맺혀 부옇게 변한 뒤 다시 방울을 지어 줄을 그으며 떨어지고 있었다


안 쪽의 교복 블라우스는 역시나 완전히 젖어 버렸다.


아침부터 기운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다 두 군데를 돌아 보는 걸 서둘렀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학교 갈 시간은 늦어 버리고 말았다.


학교에 도착하니, 이미 수업을 시작하여 아무도 없는 조용한 운동장 만이 미래를 맞이 했다.


학교에서도 수업은 듣는 둥 마는 둥, 나머지 한 군데를 학교를 마치고 가도 늦지 않을지, 아니면 조퇴를 해야 할지 불안한 마음으로 고민하고 있었다.


“미랭! 내 얘기 듣는 거야 마는 거야? 오늘 뭐에 정신이 팔려서는······”


“어? 뭐라고 했어 방금?”


분홍이가 아까부터 무슨 말을 하고 있었던 것 같지만 불안함이 짓누르고 있는 미래의 머리 속에는 아무 이야기도 들어 오지 않았다.


“어! 설마 잊은 건 아니겠지? 나 지금 서운할라고 그런다?”


살짝 눈을 흘기는 분홍이 표정이 심상치 않아서, 무슨 일인지 곰곰이 생각하다가 오늘이 분홍이 생일이라는 사실이 퍼뜩 떠올랐다.


벌써 지난 주부터 오늘 무얼 먹고 어디에 가자고 계속 얘기했었는데, 까맣게 잊어 버린 것이다.


“설마, 내가 어떻게 잊겠어. 우리 분홍이 생일을.”


“큭큭, 그러니깐 내 말대로 너도 오늘 7교시 끝나고 미술학원 간다고 같이 나가는 거다?”


“어, 으응. 근데 오늘 어디 어디 간다고 했지? 여러 군데를 말해서 내가 헷갈리네?”


“학원 가는 길에, 거기 있잖아. 지금 뜨고 있는 핫하고 힙하다는 그 길!"


"생긴지 얼마 안 된 뉴 플레이스라서, 작은 동네의 코너마다 숨어 있는 커피숍이랑 디저트 전문점을 하나씩 발굴하는 게 묘미라는 영리단길~”


그리고는 친구들 누구누구와 가게 될 것 인지 손가락을 꼽으며 알려주고, 어느새 지도를 검색해서 손으로 짚으며 오늘의 코스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자, 오늘 우리의 목적지는 바로 이 길."

"요기에 있는 이탈리아 사람이 직접 요리한다는 이태리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그 다음 블록에 있는 마카롱 전문점에서 우아하게 다과를 즐길 거야."


"그리고 거리를 둘러 본 다음 드립 커피가 유명하다는 이 집으로 박보검 닮았다는 알바를 보러 가는 계획이야.”


설명하고 있는 분홍이의 표정은 너무나도 진지했다.


차마 그 얼굴에 대고 오늘 못 갈 것 같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한 군데 남았는데, 딱 그 장소만 확인하고 아니라면 더 이상은 어쩔 수 없다고 포기 할 수 있을 것도 같은데.


그렇다고 하나 남은 절친의 생일에 참석하지 못한다고 하면, 분홍이에게도 미안하고 여러모로 학교 생활이 더 힘들어 지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미래를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미래의 난처하고 고민스러운 얼굴을 알아채고는 분홍이는 다른 쪽으로 생각이 미쳤는지, 다시 힘주어 말했다.


“자! 오늘은 이 언니 탄신 기념일이니까, 풀 코스로 내가 쏜다!"


"내가 오늘 아침에 아빠한테 딱! 카드를 받아 왔지."

"흔치 않은 기회니까 즐기라구!”


“변변한 선물도 준비 못 해온 친구인데, 그래도 넌 내가 안 밉니?”


“아! 이 사람이, 나 연분홍을 어찌 보고!"

"내가 선물 받자고 태어난 줄 알아?"


"난 이 세상 즐겁게 살려고 태어났어! 그대와 같은 친구들과 함께 말이오!”


인상을 쓰며 무협소설 속의 장수 같은 목소리로 연설을 하는 분홍이의 표정이 웃겨서 주변의 모든 친구들이 다 함께 폭소를 터트렸다.


미래는 웃으면서도 아직 가보지 못한 한 군데가 마음에 걸렸지만, 오늘 사건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내일 새벽에 다시 일찍 일어나 가봐야겠다고 생각을 바꿨다.


저녁이 다 되어 7교시가 끝나자, 대부분 예•체능반 소속인 함께 나가기로 약속한 친구들은 최대한 자연스러운 척하며 부자연스럽게 눈빛을 주고 받은 뒤 학교문을 나섰다.


교문을 벗어나서, 채 10미터도 가지 않아서부터 다들 들뜬 마음에 함께 조잘대며 꺄르륵 웃음을 터트렸다.


미래도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 즐겁고 흥겨운 느낌이, 나들이를 떠나는 것처럼 평안하여 만족의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154번 버스를 타고 ‘영리단길’이라 불리는 곳으로 향하는 5명의 친구들은 버스 안에서도 목소리를 죽여 큭큭 거리기 바빴다.


드디어 도착한 거리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인근 상가의 개방 화장실에 들어가서는 각자 미리 준비해 온 옷들을 갈아 입기 시작했다.


물론 미래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왔기 때문에 화장실 밖에서 잠시 기다려 주었다.


잠시 후, 고등학교 2학년 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변신에 성공한 친구들이 하나씩 나왔다.


아마도 짐을 줄이려 선택 했겠지만, 다들 미니스커트나 반바지 차림에, 블라우스를 받쳐 입고 얼굴에는 쿠션과 입술에 틴트 까지 짙게 바른 모습이었다.


오늘의 주인공인 분홍이는 거기에 ‘킬힐’이라 불릴만한 높고 뾰족한 구두까지 신고 있었다.


“미래야! 너도 이리 와봐.”


혼자 교복을 입고 있는 미래가 조금 마음에 걸렸는지, 분홍이는 자신의 입에 발랐던 새빨간 틴트를 미래의 입술 안쪽에도 바른 후, 새끼 손가락으로 문질러 주었다.


이로서 조금 어설프지만 5명의 ‘영리단길’ 탐방대는 모험을 시작할 수 있었다.


아직 레스토랑에 들어가기는 이른 시간이었지만, 이후의 일정이 조금 빡빡하니 빨리 가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바로 유명하다는 이태리 식당에 바로 들어가 피자와 파스타를 종류별로 시켜서는 떠들썩하게 먹고 나왔다.


배를 채우고 나서야, ‘영리단길’에 문화생활을 위해 방문했다는 명분을 바로 세우기 위해 5명은 앞 뒤로 나뉘어 팔짱을 끼고 여기저기 쏘다니기 시작했다.


옷 가게마다 그냥 지나치지 않고 옷 고르는 시늉을 하고, 예쁘게 꾸며 놓은 커피숍을 볼 때 마다 탄성을 지르며 그 앞에서 한 명씩 인증 샷을 찍었다.


그런데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두 번째 목적지인 마카롱 집에는 가보지도 못한 채, 분홍이의 걸음이 점차 늦어지고 있었다.


구두가 문제였다.


평상시에 운동화만 신다가 멋을 내겠다고 신은 뾰족한 힐은 금새 분홍이의 발 뒤꿈치를 베어 먹은 듯한 모양으로 그 살갗을 벗겨 놓았다.


몇 걸음 걷다가 쉬고, 걷고를 반복하다가는 안되겠는지 약국에서 밴드를 사서 붙여야 겠다고 친구들에게 사정을 하자, 약국을 찾아 다들 두리번거렸다.


그 때 은유라는 친구가 가까운 곳의 약국 마크를 손으로 가리켰다.


일제히 그쪽으로 향하는 일행의 뒤편에서 걷던 미래는 갑자기 그 마크에서 기시감 같은 걸 느꼈다.


‘약국이랑 병원 마크는 다 그렇지, 초록색에 네 개의 팔 길이가 똑같은 십자 모양.’


스스로 그렇게 생각은 했지만, 설명할 수 없는 이끌림에 현혹된 것처럼 걸음을 빠르게 옮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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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사랑의 묘약_03 20.05.14 49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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