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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네브 알파의 서재

미몽-비명의 미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메리디안
작품등록일 :
2020.05.11 22:23
최근연재일 :
2020.07.21 22:19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1,434
추천수 :
69
글자수 :
153,901

작성
20.05.12 23:34
조회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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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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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사랑의 묘약_02

미몽




DUMMY

오늘 0교시는 문학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미래는 예의상 문학 교과서를 책상 위에 올렸다.


하지만, 그 아래에 빈 연습장을 꺼내 놓고 4B연필을 들었다.


문학 선생님은 1학년 때 담임이기도 했기에, 미래의 집안 사정을 대략 알고 계시는 분이다.

부모님께 사건이 나던 그날 이후 많은 위로를 건네주기도 하셨던 좋은 선생님이다.


하지만 위로는 위로 일뿐,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 남부러울 것 없이 살던 미래에게 두 분이 세상을 떠난 이후의 사정은 꽤나 고약하게 돌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그림에 재능 있다고 칭찬을 받아 오다가 중학교 2학년이 되고부터는 본격적으로 미대입시를 목표로 준비해 왔었다.


고등학교에서는 예체능반에서 기본 수업만 듣고 7교시가 끝난 오후에는 친구 분홍이와 함께 홍대 앞에 있는 입시미술학원에 일찌감치 가는 생활을 해왔었다.


그러나 부모님을 잃고 나자 상황은 급변하였다.

도와주는 사람 없이는 고액의 미술학원을 다니는 것도, 일반대를 지원하기 위한 학원 수업 등록도, 어느 것 하나 선택할 수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성적이 나쁘지 않으니 마음 잡고 공부해서 미술교육과를 목표로 도전해 보는 건 어떠냐는 지금의 담임선생님의 권유도 있었지만, 미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나이 어린 동생과 함께 자신이 대학을 마칠 때까지 먹고 입고 살아간다는 것이, 지금 이 시대에는 얼마나 버겁고 현실적이지 않은 일인지.


1년여의 시간은 허탈한 마음과 갈피를 못 잡는 학교 생활의 연속 이었다.


미래는 전에 자신이 미술을 했었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것은 지금 손에 쥐고 있는 잠자리표 연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입시 미술 데생을 하던 때는 아까운 줄 모르고 몇 다스씩 사서 책상 서랍에 던져 놓았던 연필이, 지금은 그 시절을 추억하는 유일한 도구가 된 것이다.


선생님의 눈을 피해 구도를 잡고, 흩어지는 기억 속의 얼굴 하나를 떠 올리며 선을 그려 나갔다.


얼굴 형은 조금 갸름한 달걀형 이었고, 어깨를 넘기는 갈색머리에 웨이브를 줘서 옆으로 넘긴 멋스러운 헤어 스타일 이었던 것 같다.


눈은 크면서 조금 날카로운 기운이 있지만 웃는 눈꼬리가 애교 있게 보이기도 했었다.


그리고 특징이라 생각되는 오른쪽 눈 밑의 점, 눈물 점이라 불리는 딱 그 자리에 작은 점이 있었던 걸 애써서 기억 해냈다.


뭐 코와 입은 평범한 편이었고, 전체적으로 세련 된 미인이라는 느낌을 주는 여자였다.


나이는 글세, 한 20대 중•후반쯤?


꿈 속에서 보았던 그 여자의 얼굴을 스케치하고 조금 더 명암을 주며 문학시간을 보냈다.


선생님은 이미 딴짓 하고 있는걸 알고 계시겠지만 포기하신 건지, 아니면 안타까움인지 모른 척 하고 계신다.


수업이 끝나고 연습장을 들어 그려 놓은 여자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 보고 난 후, 미래는 혼자 답을 정해 웅얼거렸다.


“모르는 여자야. 확실히 본 적이 없어, 현실에서는.”


“뭐 봐? 뭐 그렸어? 나도 보여줘야지 오랜만에 우리 미랭 작품.”


연습장을 빼앗아 들고는 반사광을 더 살려야 하네, 연필 색감을 좀 더 올려 보라는 둥, 분홍이는 미술 학원 선생님을 흉내 낸듯한 감상 평을 쏟아 냈다.


그리고는 학원 선생님한테 매번 혼나면서도 하는 버릇인 그림에 뽀뽀하기를 하고 난 후에야 미래에게 돌려주었다.


“누구야? 혹시······ 어제 밤에 녹아 내린 그 여자?”


오버하는 동그란 눈을 하고, 입을 벌린 채로 답을 구하는 분홍이에게 미래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흠, 확실히 모르는 여자야. 너는 혹시 본적 있어, 이런 사람?”


아니라는 뜻으로 팔을 벌리는 과장된 제스처를 취하는 분홍이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분홍이를 향해서 인지, 아니면 자기 자신을 향해서인지 명확하지 않게, 미래는 골똘히 해온 생각을 정리 하듯이 읊조렸다.


“내 꿈에 나타났을 때는, 분명히 이유가 있겠지?"

"음···.. 이 사람한테 무슨 일이 생기는 걸까?"


"하, 누군지도 모르는데 어디 가서 이 사람을 찾지?”


한 숨이 절로 나온다.

무엇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좋을지 전혀 모르겠다.


매번 ‘선몽’이라 부르는 현실처럼 선명한 꿈을 꾸고 난 후에는 이런 해결 할 수 없는 종류의 고민들이 뒤 따랐다.


그러다 실제로 어떤 일이 터지고 난 다음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자신의 무기력함을 재확인하는 결과로 돌아오곤 했다.


이번에는 무엇이라도 해보고 싶다고 미래는 다시 다짐했다.


“사건을 관찰 할 때는 말이야, 먼저 6하 원칙을 기반으로 정리를 해보라고 왓슨.”


비슷하지도 않은 명탐정 흉내를 내는 분홍이의 말이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림의 아래에 메모를 시작했다.


언제 : 지난 밤에 꾼 꿈이니, 아마 3일에서 7일 이내, 아직 해가 지지 않은 어스름한 저녁쯤?


어디서 : 본적이 없는 골목길, 차는 다니지 않지만 좁지는 않은 주택가 골목


누가 : 회색 그림자의 인간?이 내가 모르는 눈 아래 점이 있는 어떤 여자에게


무엇을 : 사람이 녹아 내리는? 어떤 투명한 액체를


어떻게 : 여자에게 뿌려서


왜 : 모름. 그런데 그 여자가 등장하던 첫 모습이 웃고 있는 모습이라는 부분이 생각난다.


적어 놓고 나서도 도저히 모르겠다.

꿈이니 만큼 그 장소나 상황, 사람의 표현이 명확하지 않고 다시 비슷한 꿈을 꾼다고 해도 그 또한 분명한 정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여기서 무언가 가장 확실한 메시지라면, 사람을 녹이는 물?이 아닐까?


다른 건 알 수 없으니, 생각이 났을 때 알아봐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다.


쉬는 시간이 거의 끝나 갈 무렵 황급히 스마트 폰을 켜고 검색을 시작했지만 생각만큼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곧 깨달았다.


몇 번의 재 검색과 연관 검색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예상보다 많은 약품들이 사람의 피부를 손상 시킬 수 있었고, 각 약품마다 특성이 조금씩 다르다는 부분이었다.


이걸로는 어떤 도움도 되지 않으리라.

어디 물어 보거나, 누군가 이걸 잘 알만한 사람은 없을까?


그때,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잠시만, 지금은 학교 내 어디에 계신지 알 수 없으니, 점심 시간에 가봐야겠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점심시간이 왔다.


하루 중 유일하게 제대로 된 식사인 점심을 소홀히 할 수 없었던 미래는, 분홍이를 재촉해 부리나케 달려가 황급히 먹어 치운 후 곧바로 과학 실습실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따라 오겠다는 분홍이를 간신히 떼어 놓고,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알지만 왠지 죄지은 듯 발걸음은 조심스러웠다.


아직 점심시간 중이라 학생들의 인기척이 없는 특별활동실 건물에 들어섰다.


문에 붙은 작은 유리창 틈새로 들여다보자, 미래의 예상대로 1학년 때 화학 수업을 가르쳤던 화학담당 김윤식 선생님이 혼자 있었다.


그는 점심시간인지도 모르시는지 책상에 앉아서 무언가를 쓰고 계셨다.


철문을 두드리고 문을 열어 인사를 드리자, 선생님은 의외로 1학년 때 눈에 별로 띄지 않았던 학생이었을 미래 얼굴을 기억하시는 듯 밝은 미소로 들어오라 손짓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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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사랑의 묘약_03 20.05.14 49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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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미로의 입구에서_02 +2 20.05.11 83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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