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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네브 알파의 서재

미몽-비명의 미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메리디안
작품등록일 :
2020.05.11 22:23
최근연재일 :
2020.07.21 22:19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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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0
추천수 :
69
글자수 :
153,901

작성
20.05.11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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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미로의 입구에서_02

미몽




DUMMY

“근데 학생은 도인우 형사님을 어떻게 알아?"


"도형사님 지금 서부서 소속도 아니고, 그쪽 일 바빠서 못 오신다 던데. 함형사님 좋은 분이니까 그냥 뜸들이지 말고 얘기하자.”


도형사가 못 온다는 소식에 그녀의 얼굴에는 순식간에 낭패라는 단어가 쓰인 듯 절망감의 기운이 보였다.


인우가 부스스 일어나 다가가서는 동전 모양의 목걸이 알을 만지고 있는 그녀의 왼손 등을 보니, 작은 물방울 모양의 움푹 팬 흉터 자국이 보였다.


열에 의한 화상이나 담뱃불 보다는 화학 화상의 흔적처럼 보였고, 그것도 몇 년은 지난 듯이 하얗게 새살이 올라와 있었다.


그때, 함형사가 옥수수차 한 병을 들고 들어왔다.


“얘기 많이 나눴어? 그래서 진술 시작하겠대?”


함형사는 밝은 얼굴로 자리에 앉아서 컴퓨터 자판을 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리둥절한 그녀는 그 뜻을 알아차리지 못하고는 다시 함형사에게 되물었다.


“진짜 도형사님은 오늘 못 오신대요? 제가 알고 있는 걸 그분께 말씀드려야 하는데······”


함형사는 다시 씨익 미소를 지으며 턱짓으로 인우를 가리켰다.


“그러니까, 너는 왜 자꾸 도형사를 찾는 건데, 날 알지도 못하면서.”


그녀의 얼굴에는 다시 한 번 놀라움인지 짜증인지 알 수 없는 표정이 지어졌다.


“하. 아저씨가 도인우 경사님이세요? 진짜요? 그런데 왜 방금······”


목을 좌우로 늘리며 긴장을 풀고 있는 인우를 향해 그녀가 지은 표정은 예상치 않았던 밝고 희망에 찬 모습으로의 돌변이어서 모두 내심 놀라고 있었다.


“말씀 많이 들었······ 아니, 뵙고 싶었어요. 드릴 말씀이 아주 많거든요.”


“그래? 어디 한 번 해봐.”


이후, 약 20여분의 이야기를 듣던 인우는 표정이 썩 좋지 않다.


오랜만에 경멸이라는 단어가 위장부터 끌어 올려지는 기분이랄까? 이 헛소리를 듣겠다고 바쁜 시간에 내 일을 밀쳐두고 왔다고 생각하니 더욱 쓴 물이 입안에 감돈다.


“이봐, 학..참, 이름이 뭐라고?”


“신··· 미래입니다.”


“음, 그래. 학생 아니라고 했으니까 미래씨!"

"지금 본인이 얘기하고 싶다는 게, 본인이 불지르는 미친놈을 봤는데, 그게 현실이 아니라 꿈에서 봤다! 이건가?”


함형사의 얼굴이 더욱 검어지며, 목을 뒤로 젖히고는 눈을 까뒤집는 시늉을 하고 있다.

인우는 허탈한 웃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 지금 당장은 허황되게 들린다는 거, 저도 알아요."


"그래서 제가 도인우 경사님을 꼭 뵙고 싶다고 말씀 드린 거예요."

"경사님이라면 제 이야기 들어주실 거라고 그렇게 들었으니까.”


“내가? 누가 그래?"

"내가 왜 그런 증거도, 근거도, 논리도 아무것도 없는 꿈 얘기를 들어줘야 하는데?"


"꿈해몽 잘한다고 어디 소문 났든?"

"신미래씨가 어디서 내 이름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난 여기 소속도 아니고, 더 이상 경위도 아니야. 말해줬다는 그게 누구 인지나 말해봐”


함형사는 이미 소득 없는 이 어린 처자를 돌려 보내기로 마음 먹었는지, ‘미안하다, 가라’라는 무언의 표정을 띄우며 인우를 바라봤다.


그냥 꿈과 현실을 구분 못하는 정신이 온전치 못한 사람이겠거니 판단을 한 것이다.


“증거 있어요.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제가 모은 자료라도 드리고, 범인 잡고 싶어서 저도 이러는 거에요."


"경위, 아니 형사님에 대해 말해준 사람도 꿈에서 만난 사람이에요."

"그렇지 않고서야 제가 어떻게 형사님 이름을 알겠어요?"

"소속이 다르다고 하시니 다른 분인지도 모르겠지만.”


“증거? 무슨 증거야? "

"자, 꿈 얘기는 쏙 빼 놓고, 범인이랑 증거 얘기를 해보자."

"뭘 보긴 봤어?”


함형사는 다시 실낱 같은 희망을 잡아보기로 태세를 전환했는지 진지하게 다시 얼굴을 내밀었다.


“저랑도 얘기 좀 하실까요?”


언제 왔는지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 한 명이 셋이 모여 있는 함형사 자리 쪽으로 다가와 있었다.


짧고 붉은 색이 감도는 웨이브 머리, 날카로워 보이는 금속테 안경을 끼고는 몸에 꼭 맞는 정장에 힐을 신고 이쪽을 향해 여유로운 눈빛을 보내고 있는 여자였다.


전체적으로 어딘가 사무직이나 전문직에 종사할 것 같은 차가운 인상을 갖고 있었다.


“언니! 여기까지······ “


새로 나타난 여자는 미래를 향해 살짝 미소를 던지고는 곧바로, 함형사 쪽에 서류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담당 함형사님 이시지요?"

"저는 한유정이라고 합니다."


"신미래씨의 법률 대리인 까지는 아니지만, 보호자 혹은 지인 정도의 위치는 되어서, 도와드리러 왔습니다."

"우선 먼저 봉투 열어 보세요."


"제가 미래한테 듣기로는 미래가 지금 여기에 앉아 있게 된 주요 혐의점이, 기존에 일어났던 5개 화재 사건 중에 3개 사건의 진화현장에 있었다는 것과 마지막인 엊그제 화재를 신고한 당사자라는 부분 때문이라고 하던데요. 맞나요?”


“아~ 네, 일단 저희는 수사 중인 사건이라 참고인 조사차 오시라고 한 건데요."

"뭐 혐의 라기 보다는 저희도 수사에 도움을 받고자 그럽니다."


"왜 그 진압현장마다 있었는지, 그리고 어쩌다가 화재를 발견했는지 뭐 그런 것들을 자세히 듣고 싶은 거죠.”


“일단 봉투 열어보시면, 미래가 일하고 있는 편의점에 설치 된 CCTV 영상의 복사본이 들어 있습니다."


"원본은 그대로 편의점에 있고, 영상 보존해 달라고 요청도 해두었고요."


"첫 번째 사건이 있던 날부터, 여섯 번째 사건이 나던 날까지의 기록이 모두 들어 있습니다."


"뉴스 기사에 의하면 화재가 발생한 시간이 모두 밤 12시 이후 새벽시간 이라고 하던데요."


"미래가 밤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 지키는 야간 아르바이트라서, 불이 났던 시간에는 현장이 아닌 편의점에 있다는 증명이 이 4대의 CCTV로 증명이 가능한 상황으로 보여서요.”


“그리고, 영상을 보시면 두 번째 화재가 났던 날, 새벽에 한 손님이 들어와서 미래한테 무언가를 얘기해 주는 장면이 있어요."

"오는 길에 옆 동네에 불 나서 소방차 출동하는걸 봤다고 얘기 해주는 장면이지요."


"그 이야기를 듣고 미래가 편의점 문을 잠그고 현장으로 뛰어가는 부분도 들어 있습니다."


"한 마디로 미래는 불이 나던 시간에는 편의점에 있었고,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는 구경하러 간 사람일 뿐이라는 거죠.”


해당 날짜에 알리바이를 아무리 물어봐도 미래가 도인우가 와야 이야기 하겠다고 우기는 바람에 함형사는 이런 기본적인 사항들을 확인 할 겨를이 없었다.


그야말로 기본 동선 파악이 안된 상태였는데, 유정이 이야기 하는 대로라면 생사람 붙잡고 시간만 허비 했다는 얘기다.


“하, 그럼 증거를 갖고 있다는 그건 뭔데요?"

"범인 아니면 뭐 불지르려고 준비 하는 사람이라도 본거야? ”


“그게 직접 증거는 아니에요."

"제 예상인데, 꿈에서 보고······"

"지도에 표시를 해 놓은 게 있는데, 그걸 가져다 드릴께요."


"제가 그걸 보고 여섯 번째 화재가 날 장소를 찾아 갔다가 불이 난걸 발견하고 신고 한 거거든요.”


듣다가 못한 인우가 말을 막았다.


“아 또 뭐 꿈에서 본거야?"

"그런 쓸데 없는 거라면, 안 듣고 안 받을래 미래씨."


"확실히 눈뜨고 실제 상황에서 본거 아니면 경찰한테는 말하면 안돼."


"그건 아주 나쁜 거야. 수사를 방해하는 거라고, 도와주는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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