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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카스텔JM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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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텔JM
작품등록일 :
2022.05.18 12:31
최근연재일 :
2022.10.13 21:00
연재수 :
123 회
조회수 :
3,006
추천수 :
141
글자수 :
656,751

작성
22.05.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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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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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0쪽

꺼져가는 불씨

DUMMY

틈이라고는 전혀 없는 차가운 금속으로 뒤덮힌 벽.

안개가 껴서 반대쪽 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공간은 매우 넓었다. 중간에는 허름한 나무 테이블이 있었다. 그 앞에 한 여성은 허리와 등을 타고 손목에 밧줄이 칭칭 감겨져 있었다.

엎어진 채 한 자리에서 몸을 굴렀다.

청테이프가 그녀의 흘러나오는 침을 모조리 틀어막고 있었다. 바닥에는 수많은 핏자국과 흉기가 바닥을 메꾸고 있었다. 레오나는 머리를 흔들며 울부짖었다. 그녀의 헝클어진 금발이 찰랑찰랑 어둠 속에서 찬란했다. 그녀는 레이널의 뚫린 이마를 생각하며 고개를 떨궜다. 레오나의 체온이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그녀의 몸은 덜덜 떨면서 차가운 기운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유리로 이루어지는 천장 너머 어두운 하늘은 레오나를 음해하고 있었다.


시멘트 바닥이 긁히면서 거대한 철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레오나는 고개를 들어보이려 했지만 밧줄이 배꼽을 타고 당겨서 상체를 들 수 없었다. 상체가 크게 흔들리고 다시 바닥에 주저 앉았다. 웃음소리가 작게 들려오기 시작하자 레오나는 소름을 느꼈다. 차갑게 나타나는 남자들의 얼굴에 레오나는 절망했다.


다섯 명의 남자가 들어온 뒤 마지막에 등장한 사람을 보고 레오나는 믿기지 않았다.

그녀가 얼떨떨한 표정을 하자 그는 빠르게 레오나에게 다가왔다.

회색 정장. 새어가는 귀밑머리. 큰 키와 탄탄한 몸.

그는 그녀의 몸을 훑어보고는 웃음을 지으며 턱을 굈다.


'베니 스콜'.


베니는 레오나의 발목 잡아들고는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녀의 몸이 불규칙적으로 변하자 그녀는 남자들의 음흉한 시선을 느꼈다.

애써 외면하며 차라리 베니의 눈빛을 마주했다.

베니는 레오나가 쳐다보자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렇게 살고 싶을까? 인퍼로?"

베니는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레오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리자 베니는 아차, 하고 그녀의 턱을 잡아쥐고 청테이프를 뜯어냈다. 레오나는 따끈거리는 입술을 움직였다.


"대체 당신이 왜.."


레오나는 상원의원을 빤히 쳐다봤다. 그 뒤에는 다섯 명의 남자가 먹잇감을 기다리고 있었다.

베니 스콜은 의아하다는 그녀를 보며 오히려 그는 그녀의 태도가 의아했다.


"지금 그게 중요한가? 이제 넌 장난감이 될 처지인데." 베니가 안쓰러운 표정을 짓자 레오나는 침을 뱉었다. 베니는 손등으로 침을 막고는 씨익 웃었다.


그리고 테이블을 맴돌며 말했다.

"정말 대단해. 인퍼로 살아갈 용기라.. 그건 아무도 못 내지. 왜냐하면 두 가지 삶밖에 없거든.

전사자가 되거나, 노예가 되는 것 뿐이야."


"...."


"너는 후자를 택했군?" 베니가 박수를 쳤다.


레오나는 모든 걸 감당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그녀는 그저 살고 싶었다. 그녀의 인프가 애써 베니를 살피기 시작했다.


"너는 이제 완전한 노예가 될거야. 인프마저 우리에게 충성을 할 수 있게 복종하겠지.

완전히 말이야. 그리고 너에게 임무를 부여하겠다. 그 전에 몇가지 시험을 치뤄야겠지."

베니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레오나는 갑자기 인퍼들이 학살당하는 것에 의문을 품었다.


"인퍼들을 갑자기 왜 이렇게 대하는 거죠..?"

그녀의 흔들리는 목소리에 베니는 웃었다.


"갑자기라니? 어차피 이렇게 될거였어. 단지 한반년정도 가디언이라는 광인이 앞당긴 것뿐이지. 그놈의 인권단체들도 가디언이 저지른 사건을 보고는 다 잠적했더군. 이제 여론은 완전히 뒤돌아섰어. 이제는 인퍼를 죽이고 강간해도 아무렇지도 않은 세상이야. 안 그래?"


베니가 뒤돌아보자 다섯 명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끼리 중얼거렸다.


"레오나, 정말 미안하게 됐네. 차라리 가디언을 원망해."


"도대체.. 왜.." 레오나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말했잖아? 살고 싶다고? 그러면 살아야지 안그래?"


베니는 등을 돌렸다.


"이게 첫번째 시험이야." 그는 뒤돌아 나가며 하늘로 손짓했다.

그가 철문 틈으로 지나가고 문이 닫힌다.

레오나는 멀어져가는 베니를 보며 절망했다.

다섯 명의 늑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계곡을 계속 따라 내려오니 도로가 보였다. 뿌연 안개가 때문에 시야 확보가 잘 되지 않았다.


"이거 마셔."

카린이 가방을 앞으로 멘 뒤 스턴에게 꺼내주었다.


'비저블 드링크.

볼 수 없는 걸 보게 해줌.'


카린은 스턴의 등 뒤로 걸어왔다.

스턴은 속으로 웃으며 캔을 따고 입에 털어 넣었다.


"맛이 조금 쓴데.."


그의 눈이 번쩍 떠졌다.

안개가 순식간에 푸른 입자들에 의해 사라지기 시작했다.

뿌연 안개가 걷어지고 나타난 건 쭉 뻗은 긴 도로 옆에 낡은 동사무소가 보였다.

앞에 노란 승용차 하나 주차되어 있었다.


"뭐 보여?" 카린이 그의 등 옷깃을 잡으며 물어봤다.


"동사무소랑 차 한대. 세 시 방향."


"건물 안에 뭐 보여?"


"아니, 이거 그냥 연막 투시 같은데."

바지와 옷은 전부 그대로 보였다.


"아 씨, 가자 빨리." 카린은 민망한 듯 빠르게 종종걸음으로 앞서갔다.


"먼저 빨리 가봐. 안보여."


다시 카린은 되돌아와 스턴의 등을 붙잡았다.

둘은 천천히 도로를 건너 노란 차량 앞에 다가갔다.

텅 빈 도로 중심에서 카린은 왠지 모를 공포를 느꼈다.

카린은 빠르게 차량에 다가가 창문으로 안을 살폈다.


"차 키 꽂혀있다. 끝났다." 그녀는 박수를 쳤다.


"잠깐." 인프가 반응했다.

트렁크.

스턴은 카린을 지나쳐 트렁크에 다가갔다.


"왜?" 카린은 불안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


스턴이 앞서나가 녹슨 뚜껑을 매만졌다.

투박한 디자인의 차량은 답답한 면모를 숨길 수 없었다.

다만 기이하게도 트렁크 부분만 많이 녹슬어 있었다.

타이어는 새 것이었다. 인프가 빠르게 반응했다. 요동쳤다. 흥분하기 시작했다.

트렁크 안의 존재를 파악한 듯.

스턴은 빠르게 손잡이를 잡아 올렸다.


<척.>


"잠겼네. 카린, 열어줘." 스턴은 인상을 쓰고는 카린에게 말했다.


카린은 문을 열고 운전석에 탑승했다.


"됐어!" 카린이 엄지를 들어올렸다.


트렁크를 열어 제끼는 순간 인프가 그의 머리를 움직였다. 차가운 표면이 얼굴에 맞닿아 있었다.

스턴은 손을 뻗어 트렁크 안을 더듬었다.


"에너지 드링크?"


에너지 드링크가 말 그대로 무더기로 쌓여 있었다.

카린이 옆으로 다가와 트렁크 안을 보고는 놀라서 뒤로 물러섰다. 인프의 벌떡임은 멈추지 않았다.

진정 못하는 스턴을 보며 카린은 그를 트렁크에서 밀어냈다.


"에너지 드링크를 계속 마시면 인프를 통제 하지 못하게 돼. 하루에 2개 이상 먹는다면 어떻게 될지 몰라. 문제는 인프는 항상 에너지 드링크 중독 상태야. 인퍼의 자아가 인프에게 먹혀버리면 그대로 무너져버리게 돼."


수척한 얼굴이라도 본 듯이 카린은 걱정하는 눈빛이었다.


"걱정 마. 조종 당하지 않아."


건물에서 어떠한 소리를 감지한 인프가 속삭였다.

스턴은 카린을 바라보고는 건물으로 눈을 돌렸다.


"뭔가가 있어."

스턴은 계단을 저벅저벅 걸어갔다.

1층에는 문 하나가 있었는데 굳게 잠겨있었다. 작살내고 들어갈 수 있었지만 자연스럽게 펼쳐진 계단을 향해 다가갔다.

안개가 걷히자 카린도 재빠르게 스턴에 등에 의지했다. 그녀는 인기척에 밖을 뒤돌아보자 안개 틈 사이로 검은 형체가 일렁거렸다.

카린은 놀라서 스턴의 등을 두드리지만 냉혹한 표정으로 계단 앞에서 멈춰선 스턴을 보고는 그녀도 굳어버렸다.


계단은 온통 굳어버린 검은 피로 뒤덮혀 있었다. 잘려나간 머리는 계단 중간에서 썩어가고 있었다.

파리와 쥐가 사람을 보고는 도망치기 시작했다.

파리는 둘을 감싸고 맴돌기 시작했다. 역겨운 악취와 믿기지 않은 광경을 어깨 너머로 본 카린은 무너졌다.

우웩.

순식간에 그녀의 입은 토사물 범벅이 되었다.

스턴의 맨발에 구토가 쏟아졌지만 스턴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잘려나간 머리로 시선을 고정했다.

천천히 숨을 들이키고 스턴은 계단을 올랐다.

그는 잘려나간 머리를 지나쳐 뒷머리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인프의 전선이 삐죽 머리카락 사이를 비집고 튀어나와 있음을 발견했다.

인퍼가 살해당한 것이였다. 빌어먹을.

스턴은 중얼거리면서 정신줄을 붙잡았다.

인프가 정신력을 상승시켰다.

스턴은 눈을 감고 피범벅인 머리를 붙잡고 전선을 잡아 당겼다. 전선을 잡은 손가락에 굳은 피가 밀려나가면서 미끄러질 뻔했지만 그는 전선 끝을 꽉 쥐고는 겨우 당겨냈다. 살 파편이 쏟아지자 스턴은 지긋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카린이 걱정되서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어?


카린은 온데간데 없었다.

토사물 범벅만 존재했고 카린은 사라진 뒤였다.

스턴은 뜯어낸 인프를 쥐고는 머리를 다시 계단에 올려두었다.

빠르게 그는 내려오며 토사물을 피해 뛰어 착지했다.


"카린?" 스턴이 외치자 되돌아 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저 안개로 향한 울림 뿐이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스턴의 동공은 흔들렸다.

카린이 갑자기 사라지자 스턴은 빠르게 건물 밖으로 나왔다. 안개를 투시하는 시야도 사라지게 되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단지 스턴을 감싸고 도는 불안감만 존재했다.

스턴은 단지 카린이 충격받고 잠시 나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바닥에 떨어져있는 카린의 가방이 있었다.

스턴은 가방을 주워들고는 분명 카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갑자기 사라진 그녀를 찾을 방도가 없었다.

일단은 그는 뒤돌아 건물을 수색하기로 했다.

스턴은 카린의 가방을 메고는 걱정했다.


"어디 간거야.." 카린의 토사물을 바라봤다.


스턴은 피투성이 계단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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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생애 마지막 날 22.06.02 23 1 20쪽
17 이스케이프 메이트 22.06.01 20 1 12쪽
16 서로를 향한 심판 22.05.31 22 1 16쪽
15 절대영도 22.05.30 22 1 17쪽
14 죄수 22.05.29 23 1 15쪽
13 심문 22.05.28 23 1 12쪽
12 지킬 수 없는 것 22.05.27 25 1 10쪽
11 가족 곁에서 22.05.26 23 1 10쪽
10 첫 임무 22.05.24 31 1 11쪽
» 꺼져가는 불씨 22.05.24 36 4 10쪽
8 지워진 것들 22.05.23 34 4 9쪽
7 에너지 드링크 22.05.22 41 2 14쪽
6 섬유질로 되어있는 가방 22.05.21 55 2 11쪽
5 하이에나 (2) +1 22.05.20 76 4 11쪽
4 하이에나 (1) 22.05.19 120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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