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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텔JM
작품등록일 :
2022.05.18 12:31
최근연재일 :
2022.10.1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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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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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2년전, 오늘날

DUMMY

<12년 전, 그 날.>


트럭 앞 유리창은 피 범벅이 되어 있었다.

운전자는 허겁지겁 내려서 뒤를 돌아봤다.

아이의 다리는 완전히 동강 나버렸다. 도로엔 피가 흩뿌려져 있었다. 세 명의 아이가 도로가에 다가왔다가 현장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 스턴은 눈을 깜빡이다가 마지막으로 하늘을 눈에 담고 눈을 감았다. 운전자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전화기를 쥐고있었다.

스턴의 친구들은 도로 근처에서 울부짖거나 패닉 상태에 왔다. 축구공은 천천히 도로를 달리며 곧 사라졌다. 곧 구급차가 등장했고 구급대원들도 참혹한 현장을 보고는 도로변에다가 구역질을 할 정도로 차마 보기 힘든 사고현장이었다. 피는 흐른다. 흐르고 흘렀다. 스턴은 이 날이 자신의 마지막 날이라 생각했었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아무런 고통 없이. 아무런 미련없이.










*






제인스 박사는 전화를 받고는 문을 박찼다.

데이비드는 빠르게 달려나가는 그를 보고는 의아했지만 자신의 연구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제인스 왜 저러는지 알아?"

데이비드가 흔들의자에 앉은 채 담배를 피우는 칸델에게 물었다. 칸델이 머리를 좌우를 흔들자 그녀의 포니테일이 흩날렸다.

데이비드는 패닉 상태의 제인스의 얼굴을 다시 곱씹으며 코트를 집어들고 밖으로 나섰다.



제인스는 빠르게 시동을 걸고 네비게이션에 검색했다. 정신 못차리며 비에 홀딱 젖은 자신의 몸은 신경쓰지 않았다. 데이비드가 유리창을 두들기자 제인스는 휙 돌아봤다. 검은 우산을 펼치며 차 안을 들여다보는 데이비드가 보였다.

세차게 내리는 비는 차를 자비없이 때렸다.

데이비드는 조수석에 타고는 부들부들 떠는 손으로 핸들을 잡아쥐고 액셀을 밟는 제인스를 안쓰러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왜 그래?" 데이비드가 제인스의 얼굴을 흘겨봤다.

그는 아직도 그 대답을 잊지 못했다.


"인프... 지금 사용할 수 있겠지...?"

그의 폐와 목구멍부터 떨림이 느껴졌다.

데이비드의 눈이 커지고 그는 뒷좌석을 휙 돌아봤다. 아직 초기 개발 단계의 인프와 수백개의 전선이 안전벨트와 함께 덩굴처럼 얽혀있었다.

제인스의 눈은 붉게 바뀌어가고 있었다.


"안되더라도. 해야하만 해. 해야만.. 해야만.."


데이비드는 그의 창백한 얼굴과 핸들을 잡은 팔의 계속되는 떨림에 당혹한다.


"대체 무슨 일이야. 누가..."


"스턴... 스턴이 차에 치였대.. 의사가 말하길.. 나보고... 말하길... 마음의 준비를 하라네.."


제인스의 눈에서 분노와 함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데이비드는 착잡한 심정이었다. 동료 박사의 아들이 큰 사고를 당했기에 그 또한 굉장히 침울했다.


"하지만 괜찮아. 우리.. 할 수 있지? 이 프로젝트는 아직 개발 중이지만.."


"제인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데이비드는 제인스가 꺼내든 권총에 더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 내 아들을 살리기 위해선 뭐든 할 수있어."

제인스는 권총을 떨구며 차를 멈춰세웠다. 그의 붉어진 얼굴과 함께 흐느낀다.



"제발... 제발 도와줘..데이비드.."






<쾅.>



갑작스런 굉음에 데이비드는 깜짝 놀라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인프가 빠르게 다가오는 발걸음, 타일의 진동을 감지했다. 와중에 자신이 12년 전 있었던 과거를 떠올려 인프가 꿈을 꾸게 한 것에 상당히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제인스를 떠올리면서 두 팔에 있는 인프를 가동시켰다.




*











"의장님. 기사 보.. 보셨습니까?"

키가 작고 비실비실한 허셸이 의장에게 다가가 말한다.


의장은 허셸이 가지고 온 신문을 받아들고는 안경을 썼다. 그 기사에는 믿기지 않는 내용만 가득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퍼들을 잡아들이겠다고 공표한 것이었다. 가디언과 스턴이 재판소에서 탈출한 지 사흘 후였다.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이 자유신체인권단체는 인퍼들의 존엄성을 지키라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었다. 이 단체에는 인퍼뿐만 아니라 비인퍼인 사람들도 많았다. 그들은 누가됐든간에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인퍼들을 위해 캠페인을 하곤 했다. 하지만 이제 완전히 여론이 무너졌고, 사람들은 인퍼들을 잡아 죽이려 했다.


"이제.... 어떡하죠 의장님..?"

허셸은 벌벌 떨었다. 그의 목덜미에서 인프 뚜껑이 형광등 빛을 반사한다.


"세상이 미쳐버린 것인가..? 정말로 이런 갈등을 원하는건가..."

의장이 중얼거렸다. 의장이 벌떡 일어나서 책장 쪽으로 걸어간다. 그 책장에는 수많은 책들이 껴있었다. 인권에 대한 다양한 서적이 꽂혀있었다.


"더이상 인퍼를 인간 취급하지 않겠다는 표명... 이게 과연 진심일까? 그저 분노한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한 거짓 성명 아닐까..?"

그는 책 한권을 뽑았다.

그리고 펼치더니 한번에 특정 페이지를 찾아냈다.

그 사이에는 어떤 카드가 있었다.


"자네. 이걸 갖고있게나."

의장은 황금색 카드를 허셸에게 건네주었다.

허셸이 그걸 받아들자 의장은 책을 덮었다.

그리고 다시 제자리에 꽂아넣는다. 허셸은 그 카드의 양면을 돌려보며 궁금해했다.


"이..이게 뭡니까..?"

"알게 될거다."

의장은 그렇게 말하고는 사색에 잠겼다.




의장과 허셸은 아랫층으로 내려온다. 1층 입구 앞에서는 인퍼 옹호론자들이 모여 있었다. 인퍼를 잡아들인 다는 충격적인 기사를 보고 모두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의장이 계단을 내려와 모습을 보이자 모두가 그를 바라본다. 뒤따라 나오던 허셸은 뭔가 좋지 않은 직감이 들었다. 모든 사람을의 표정이 인위적이었고 창백했기 때문이다. 허셸은 느낄 수 있었다. 의장이 무리 앞에서 멈춰서자 무리는 양쪽으로 퍼져서 길을 만든다. 그 사이 나타난 건 검은 양복을 입은 정부 요원 두명이었다.

그들은 천천히 눈을 돌리며 의장과 허셸을 바라보았다.


"당신이 이 단체의 의장입니까?"

요원이 어떠한 서류를 꺼내들고는 그에게 다가갔다. 의장은 게슴츠레 눈을 뜨며 요원을 올려다 보았다.


"이 단체를 해체하라는 정부의 명령입니다."

요원이 내민 서류에는 단체를 해체하고 모든 정보를 넘기라는 글이 적혀있었다. 의장은 그걸 바라보고는 눈을 껌뻑거렸다.


"X까는 소리 마슈."

의장이 말하자 요원이 허허 웃는다. 그러더니 뒤에서 다른 요원이 걸어나와 의장의 배를 걷어찬다.


의장이 철푸덕 바닥에 엎어지자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놀라서 그에게 다가간다.

"움직이지 마라. 우리는 정부 대행 권한으로 여기 왔다. 우리의 요구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면 반역으로 취급한다."


요원은 엎어져 있는 의장에게 다가가 서류를 바닥에 놓아 그의 코앞까지 민다. 그리고 셔츠 주머니에서 펜을 꺼내 그에게 툭 던져준다.


"간단하네. 그냥 서명만 해.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무슨 야만인도 아니고 이런 정식적인 절차는 해야 하지 않겠어? 인퍼들을 모조리 잡아들이는데 이런 단체가 남아서 별 지랄을 한다고 생각해봐."


"지랄은 자네들이 하는거 아닌가?"

의장은 천천히 일어서서 서류를 짓밟았다. 요원이 곧바로 그의 멱살을 잡아 끌어당기자 주위에 있던 인퍼 옹호론자들이 요원의 팔 다리를 잡아 막았다. 우르르 그들에게 달려들어 그들을 무력화하기 시작했다.

요원은 팔을 휘저으며 그들을 향해 눈을 부릅 뜨고 소리 질렀다.


"꺼져 이 새끼들아!"

요원의 팔다리는 저항자들에 의해 공중에 떠올랐다.


<탕. 탕.>


뒤에 있던 요원이 총을 꺼내들어 천장에 발포하자 모두가 일제히 멈춰섰다.

군중 속에서 바닥으로 툭 떨어진 요원은 사람들을 노려보면서 천천히 일어난다.


"앞으로 한 번만 이런 짓이 일어났다간은.."

요원은 이를 악물고 주위를 둘러본다.


의장이 그에게 천천히 다가오더니 서류를 펼쳐 들었다.

"여기 있네."

서류에는 의장의 싸인이 있었다. 요원은 씩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진작 이렇게 빠릿하게 일처리 하면 덧나?"

그가 서류를 받아드는 순간 의장은 왼손을 들어올렸다. 펜촉이 요원의 목을 꿰뚫어버린다.


"으아아악!!"

요원이 피를 흘리며 그 자리에서 고꾸라 넘어진다. 뒤에 있던 요원은 놀라서 총구를 바로 들어 의장을 향한다.


<탕.>


총성 한번이 일고, 모두가 그 요원에게 뛰어들어 그의 무장을 무력화 한다.

허셸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을 쉽게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저 바닥에 축 늘어진 의장을 바라볼 뿐이었다.


"의장님...!"

의장의 가슴에서 핏물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허셸은 의장에게 천천히 다가가 그의 앞에 무릎 꿇었다. 죽어가는 그를 보며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허셸... 도망치렴.."

"의...의장님 도대체..."

허셸은 주저앉아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경찰이 들이닥쳐서 모두가 도망치기 시작히고 누군가는 맞서고 있었다. 모든 광경이 느릿하게 보였다. 허셸은 자신이 보고 있는게 헛된 것인게 분명하다고 속을 되뇌었다.


"허셸, 움직여라.. 그 카드를 가지고...."

의장은 말을 잇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허셸은 고개를 저으며 뒤로 물러섰다. 입구에서는 총소리가 나고 누군가가 쓰러지기 시작한다. 여럿이 쳐들어오고 다수가 제압 당한다. 바닥에 눕혀져 두 손목이 등 뒤로 옮겨진다.


허셸에게 경관 한 명이 저벅저벅 다가오자 벌떡 일어서 계단으로 달렸다.


"멈춰!"

경관의 외침을 뒤로하고 허셸은 미친듯이 달려나갔다. 그리고 의장실로 들이닥친 뒤 창문을 빠르게 열어제꼈다. 경관이 의장실로 들어서자 허셸은 망설임 없이 창문 밖으로 뛰어들었다.



*







헐떡이면서 초원 위를 달려가는 허셸은 앞뒤에 뭐가 있는지도 제대로 구분이 가지 않았다. 그의 인프는 자꾸만 네비게이션 처럼 경로를 제시한다. 그 경로는 강가로 가는 길을 펼쳐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뒤에서 경찰차가 사이렌을 울리면서 초원 위로 돌격하고 있었다. 그리고 허셸의 속도에 맞춰 느려진 상태로 그의 옆에서 경관이 몸을 창 밖으로 내민다.


"어이. 인퍼신가? 뭐가 그렇게 바빠?"


허셸은 애써 그들을 무시하고 계속 달려 나갔다. 밤하늘 아래 초원은 어두웠고 그저 사이렌과 차량 불빛 만이 허셸의 처절한 뒷태를 강조했다. 허셸은 천천히 방향을 틀어 강가로 향했다. 경찰차의 추적을 따돌려야 한다고 판단했고 헐떡이면서 계속해서 달렸다. 방향을 틀고 달리던 도중 돌부리에 그의 다리가 걸린다. 그의 가벼운 몸이 순식간에 공중에 떠오른다.


<철푸덕.>


경찰들의 낄낄거리는 웃음소리가 허셸의 심장을 조여왔다. 그는 겨우 손을 움직여 잡초들을 긁어모으며 기어갔다. 경찰차가 그의 앞에서 멈춰서고 경관 두명이 천천히 내린다.

그들은 손전등으로 허셸을 비추면서 다가왔다.


"조심해. 갑자기 우리 목을 꺾어버릴 수도 있다고..!"

경관 하나가 말하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이 말라깽이 녀석도 인프를 달면 타이슨 정도는 한주먹 거리 아니겠냐고!"

그들은 허셸의 등을 밟아 밀어 엎어진 그의 몸을 돌렸다. 그는 곧 밤하늘을 마주하고, 눈을 공격하는 불빛이 내리쬔다. 경찰들은 그의 얼굴에 손전등을 비추면서 웃었다.


"눈을 왜 감아? 눈부셔? 인퍼인데 그런 것도 조절 못 하나? 아니면 그냥 병신이라 아무것도 모르는 건가?"


그저 허셸이 아무 대답도 않고 눈만 질끈 감고있자 한 명이 허셸의 복부를 걷어찬다. 허셸의 두 눈이 벌떡 떠지고 뱃속의 그의 장기가 춤을 춘다.

겨우 몸을 돌려 호흡을 고르던 도중에 발길질이 이어진다.


"빌어먹을 인퍼새끼. 인프를 달고도 이 모양이면 걍 뒤져버리라고."


허셸의 몸은 그들에게 짓밟히면서 뒤틀려간다. 그는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고 눈물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머리에도 발등이 날라오고 허셸은 계속해서 초원 위에서 구르게 되었다.


"알고보니까 인프는 그냥 아무것도 아니지 않을까? 이 병신을 보면 정말 답도 안보이잖아!"


계속해서 스포트라이트는 허셸을 겨냥했다. 허셸은 뒤로 굴러가면서 엎드린 뒤 도망치다시피 기어가기 시작했다.


"어이! 굼뱅이가 움직인다!"

한 경관이 외치고 이어서 다른 경관이 돌을 주워서 천천히 움직이는 허셸에게 던진다.

허셸의 작은 몸뚱아리에 돌들이 날라오고 허셸은 기어가다가 몸을 웅크린다.


"크하하 웃겨서 죽어버리겠네!"

경관들은 웅크린 허셸을 발로 밀어서 아예 넘어뜨렸다. 한없이 약한 그는 힘없이 대자로 누워버린다.


"그냥 죽여달라고 하렴. 어차피 넌 인프가 있던없던 살 가치가 없어보인다고!"


허셸의 얼굴은 콧물과 눈물 범벅이었다. 그는 무릎을 꿇어 경관들에게 머리를 숙였다. 그의 애처롭고 가여운 목소리가 작게 나왔다.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피도 눈물도 없냐고 하겠지.. 그런데 인퍼를 잡으면 우리는 승진한다고."

경관 한명이 권총을 꺼내들어 허셸에게 겨눈다.




"제대로 좀 울어봐. 그러면 대가리에 구멍을 내서 한번에 죽여줄게."


경찰들이 훌쩍거리는 허셸에게 다가가면서 크게 웃어댔다.




그 순간 커다란 떡대가 경찰들의 그림자를 지워 버린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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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과거의 그림자 (1) 22.06.07 20 2 14쪽
22 악연 +1 22.06.06 18 2 10쪽
21 서브웨이 서퍼 22.06.05 19 2 13쪽
20 지하실 22.06.04 19 2 16쪽
» 12년전, 오늘날 +2 22.06.03 30 2 13쪽
18 생애 마지막 날 22.06.02 23 1 20쪽
17 이스케이프 메이트 22.06.01 20 1 12쪽
16 서로를 향한 심판 22.05.31 22 1 16쪽
15 절대영도 22.05.30 23 1 17쪽
14 죄수 22.05.29 23 1 15쪽
13 심문 22.05.28 23 1 12쪽
12 지킬 수 없는 것 22.05.27 25 1 10쪽
11 가족 곁에서 22.05.26 23 1 10쪽
10 첫 임무 22.05.24 32 1 11쪽
9 꺼져가는 불씨 22.05.24 36 4 10쪽
8 지워진 것들 22.05.23 34 4 9쪽
7 에너지 드링크 22.05.22 41 2 14쪽
6 섬유질로 되어있는 가방 22.05.21 55 2 11쪽
5 하이에나 (2) +1 22.05.20 78 4 11쪽
4 하이에나 (1) 22.05.19 122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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