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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교 님의 서재입니다.

마도술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정원교
작품등록일 :
2021.10.21 08:10
최근연재일 :
2021.10.24 11:11
연재수 :
7 회
조회수 :
839
추천수 :
7
글자수 :
37,368

작성
21.10.21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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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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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서장(序章),

DUMMY

***

무림연맹의 수문장인 태사(太師), 그는 오늘도 어제처럼 망루에서 밤새도록 경비를 서다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천근만근 무거워진 눈꺼풀을 겨우 치켜뜨려는 무렵이었다.


갑자기 용병들이 싸우고 사라진 저만큼 멀리서였다. 풀벌레 소리가 돌연 뚝 끊기더니 허공에서 두 개의 희미한 그림자가 보름달을 등지고 득달같이 달라붙었다가 갈라졌다.


아주 세찬 칼부림에 섬뜩한 섬광이 번뜩이며 사라진 뒤였다. 양쪽으로 신형이 갈라지며 추락하는 장면이 눈길에 고스란히 잡혀 들었다.


철퍼덕!

나뭇가지가 꺾이고 시신이 바닥에 나뒹굴며 떨어졌다.

싸움이 종종 일어나는 일이라 태사는 놀라지도 않았다.

졸음이 가득한 눈을 치켜뜨며 중얼거렸다.


“제기랄! 누군가가 골로 갔으니 시신이나 치워줘야겠다.”

태사는 머리통이 뒤숭숭한 것이 좀처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뻣뻣한 목덜미에 몸은 천근만근 무거워 지탱하기도 버거운 상태였다.


아무리 술을 처먹었다지만 가슴까지 요동치듯이 뛰놀고 있었다. 그는 어젯밤에 과음한 탓이라고 생각하면서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오래간만에 그것도 늦은 밤에 졸음을 쫓기 위해서 몰래 마신다는 술이 그만 도가 지나쳤던지 속이 울렁거려 견딜 재간이 없었다.


졸음이 그윽한 눈동자, 숙취가 해소되지 않았는지 아직도 토끼 눈처럼 눈동자가 붉었다. 그래도 그는 코까지 드르릉 골면서 졸고 있는 다른 초병들과는 다르게 소명감은 있었다. 붉게 충혈된 눈을 비벼가면서 성곽을 주시하며 시신을 찾다가 뭔가 심상치 않은 기색을 느낀 듯싶었다.


분명히 시신이 너부러져 있었다. 핏물이 고여 있는 사실을 살펴보면 치명상을 입은 듯싶었다. 그런데 시신이 귀신처럼 사라지고 없었다. 오싹한 느낌이 전신의 감각을 일깨웠다. 방금 자신이 목격한 것과 현실은 엄연히 달랐다. 검은 그림자가 성곽을 넘어 새처럼 훨훨 날아올라 도망친다는 사실을 어렵게 발견했다.


“제기랄! 싸우고도 뒈지지 않고 멀쩡히 살았단 말이지?”

태사가 투덜거리며 돌아서려다가 멈칫했다. 기러기처럼 밤하늘을 날던 그림자가 힘없이 추락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철퍼덕하는 땅바닥에서 울리는 충격이 제법 컸고 핏물이 뿜어지는 상태가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아서였다.


단걸음에 쪼르르 달려간 태사,

그는 다시금 걸음을 멈춰야 했다.

복장을 봐서는 무림연맹의 무인인 것 같은데 사납기가 살쾡이를 닮았다.


갑자기 미친 사람처럼 검을 휘두르는데 남아나는 물체가 하나도 없었다. 쪼개지고 갈라치는데 삼 장 안의 모든 사물이 몽땅 베어지고 말았다. 그렇게 한동안 춤을 추다가 고개를 푹 숙이더니 움직이지 않았다.


태사는 아름드리나무에 바싹 붙어서 검기에 싹둑 잘려나간 머릿결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어이없다는 듯이 피실 웃은 다음에 상대방을 세세히 훑어보기 시작했다.


붉은색의 화의를 걸친 무인은 뜻밖에도 여인이었다. 살수처럼 위장하고 있었으나 태생은 숨길 수가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가슴과 잘록한 허리, 그리고 펑퍼짐한 엉덩이는 쳐다만 봐도 성욕이 저절로 불러일으킬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그런 여인이 검을 지팡이 삼아 몸을 의지한 상태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아무래도 옆구리의 상처에서 샘물처럼 치솟는 핏물을 지혈시키다가 기절한 모양이었다.

태사는 저대로 시간이 지나면 과다출혈로 위험하다는 사실을 감지하고 조심스럽게 다가가 상처를 살펴보았다. 살릴 수가 있을지 의문이 들었으나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을 굳힌 태사였다.


상처 부위의 옷깃을 단숨에 찢어내고 목화솜으로 핏물을 닦아냈다. 불행 중 다행인지 상처는 심하지 않았다. 살점이 헤어져서 벌어진 상태라 꿰매지 않고는 지혈을 시킬 수가 없을 정도였다.


바늘과 실을 꺼내서 꿰매기 시작했다. 흉터가 남겠지만 지금은 그런 사실을 따질 겨를이 없었다. 매끄럽고 탄력적인 살결이 바르르 떨렸다.


이윽고 꿰매기를 마친 태사가 상처에 금창약을 발라주고는 여인의 바짓가랑이의 옷깃을 찢어서 옆구리 상처를 약간 강하게 감아주었다. 그러자 여인이 음하고 신음을 터뜨리며 눈썹을 꿈틀거렸다. 통증이 의식을 깨우는지 창백한 얼굴로 돌연 중얼거렸다.


“으-음! 안돼, 무연공주인 내가 이렇게 싸우다가 허무하게 죽을 순 없어. 어떻게 해서든지 의식을 찾아야만····해.”


여인은 본능적으로 내기진단에 들어간 상태였다. 옆구리 하부 아랫배에 해당하는 중요한 부위다. 따끔거리는 통증과 함께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말없이 좋은 느낌이지만 절대로 느껴 서는 안되는 감각이다. 여인은 정신이 없는 가운데에서도 누군가가 자신의 몸을 매만지고 있다는 생각에 초점이 맞춰지자 입술이 바르르 떨렸다.


능지처참해서 때려죽일 놈, 누군지 모르지만 가물거리는 의식 속에서 떨리는 입술만 깨물릴 뿐이었다.

복부에서 느껴지는 묘한 압박감과 통증에서 느껴지는 쾌감이 결국 신경을 격렬하게 자극해 오고 있었다. 이대로는 자신이 상처를 입지 않았다면 능히 대처하고도 남았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상황을 유추해 보자면 누군가가 자신을 능욕이 아니라 응급처치를 한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상처를 치료하며 마취를 시켰는지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감각에 여인이 중얼거렸다.


‘그래, 잠깐이면 괜찮아. 상처를 치료하고 있으니까. 나중에 정신이 돌아왔을 때가 문제야. 험한 짓을 벌였다면 그때 처벌해도 늦지는 않아. 사지를 찢어서 죽여 줄 테니깐.’

여인이 속으로 독기를 품는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잠시 따뜻한 손길에 몸을 맡기고 있자니 몸이 허공으로 붕 떠오르면서 아픈 통증이 사르르 사라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바로 찰나의 순간이다. 여인의 눈을 번쩍 뜸과 동시였다. 칼끝이 어느새 태사의 목덜미에 순식간에 박혀 들었다.


“커-억!”

태사가 신음을 터뜨린 것은 여인의 싸늘한 표정과 무관하지 않았다. 손속이 얼마나 빠른지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가 없었다. 그냥 칼끝에 목을 디밀었을 정도만큼 빨랐다.


“네놈은 누구인데 감히 내 몸에 손을 댄단 말이냐?”

“손을 대다니요. 전 다만·····,상처를 치료했을 뿐입니다.”

“의원이더냐?”

“그렇습니다. 저는 수문장인 태사라 합니다. 시신이나 거둬주려고 왔다가 살았기에 상처를 치료했을 뿐입니다.”


“뭐라? 네놈이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시신이라도 원형대로 복원시키기로 유명한 성형 술사란 말이지?”

“그········그렇습니다. 그러니 제발 칼을 치워주시죠.”

“잘됐다. 그렇지 않아도 네놈을 찾았었는데 앞장서거라.”


“네········? 앞장서라니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너는 지금 상처를 입은 내가 정상으로 보이느냐?”

“출혈이 너무 심해서 당분간 쉬셔야 합니다만········,”


“그러니까 아무도 모르는 은밀한 장소로 나를 안내하란 말이다. 특히 무림연맹의 떨거지들이 모르는 장소면 좋다.”


“제기랄! 이놈 집은 너무 유명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요. 그러지 말고 천향원이라고 유명한 객점과 약방이 있는데요. 일단 거기에 머무르시지요. 무림연맹의 떨거지들이 많아 정보도 얻을 수 있고요. 숨어 있기에는 그만입니다.”


“숨는다고 내가? 천하에 개가 웃을 일이다. 무림에서 살수로 소문난 나는 말이다. 무연공주······,아니다. 무희(舞姬) 그게 내 이름이다. 무림연맹의 떨거지가 무서워 숨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치료하려고 시간이 필요할 뿐이란 말이다.”


여인이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수줍듯이 활짝 웃었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일단 소생의 집으로 가시지요.”

“호호호! 고맙다. 잠시 신세를 질 테니 그렇게 알아라.”


여인은 그 말을 끝으로 기절해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이런······,”


태사는 여인을 들러 업고 어둠의 저편으로 사라졌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온 태사는 이불에 여인을 눕혔다. 젊은 총각이 사는 집이라서 누추하기가 형편없었다.


낡은 가구와 수술용 칼을 꽂은 집기들이 전부였다. 태사는 여인의 회복을 돕는 차원에서 방안에 군불을 지피고는 밖으로 나섰다.

출혈이 심해서 철분이 듬뿍 들어간 선지와 사골을 구매하려고 푸줏간을 들렸다.

거기서 도부꾼인 철기(鐵技)는 오늘도 어제처럼 뼛골을 발라내고 있었다. 부리부리한 눈동자에 너저분한 머릿결을 무명천으로 동여매고 내장을 손질하다가 태사를 쳐다보며 고개를 까닥였다.


손은 손대로 칼은 칼대로 휙휙 따로 움직였다. 칼 솜씨가 얼마나 뛰어난지 몰랐다. 칼끝이 스치기만 해도 살점과 뼛골이 분리되고 말았다.


“뼛골이 필요하면 저기 얼마든지 있으니 가져가시게나.”

“아닙니다. 오늘은 보신용으로 국거리가 필요합니다,”

“국거리를 찾다니 시신이 갑자기 살아난 모양이로군.”

철기가 선지와 내장을 내밀며 씨부렁거리듯이 말했다.

“오늘도 공짜이니 그리 알고 마음껏 가져가시게나.”


“그래도 매번 이러시면······,”

“어허! 이 사람아. 자네가 내 한쪽 다리를 붙여줬기에 그나마 도부꾼으로 일하면서 입에 풀칠하고 산단 말일세.”

“그렇다면 고맙습니다.”


태사가 국거리를 받아들고 시장통을 지나는 순간이다. 포목점 점주인 영란 어미가 쪼르르 달려 나오며 반겨줬다.

“태사님 오셨어요? 그렇지 않아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태사가 의아한 표정으로 영란 어미를 쳐다보며 말했다.


“자당(自黨)께선 불편 한데는 없으시고 건강하시지요?”

“호호호! 물론입니다. 모두 태사님 덕분이지요. 그렇지 않아도 어머님께서 태사님의 장삼을 지었는데 가져가세요.”

“저런······, 이러시지 않아도 되는데 매번 고맙습니다.”


“지난번 전쟁통에 어머님의 상처를 치료해 줬기에 은혜를 갚는 차원에서 만든 것이니 초라하다 여기지 마세요.”


장삼을 받아든 태사는 문득 무희란 여인의 얼굴이 떠올랐다. 피로 얼룩지고 하체가 보일 정도로 찢긴 옷을 그대로 입힐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자신처럼 큰 체구의 장삼을 입힐 수 없다고 생각한 태사는 난감해하고 있었다.


“저어······,죄송한 말이지만 옷 한 벌이 더 필요한데요.”

“어머! 깜박했네요. 이번에 치료한 사람이 여인이라지요? 이쪽으로 오셔서 옷을 골라보세요. 키가 얼마나 되시죠?”


“키는 저보다 작고요. 엉덩이는 풍성한데 날씬합니다.”

“호호호! 엉덩이가 풍성하면 가슴도 물론 크겠지요?”


태사가 고개를 끄떡이자 영란 어미가 옷을 몽땅 챙겨줬다. 이렇게 해서 여인의 옷까지 챙긴 태사가 싱글벙글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곧바로 사골을 깨끗이 씻은 다음에 선지와 우거지까지 집어넣고 한동안 푹푹 삶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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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우거지 선짓국 21.10.21 131 1 13쪽
» 서장(序章), 21.10.21 22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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