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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인간
작품등록일 :
2018.07.25 18:44
최근연재일 :
2022.10.04 17:44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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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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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글자수 :
203,653

작성
18.07.26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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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 빛 - 4

DUMMY

"택시 타다가 사고가 났대. 근데 나 그 사고 전에, 그것도 바로 전에 그 여자랑 대화 나눴어. 그것도 저거, 저새끼에 대해서."


호연은 창밖으로 보이는 UFO 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인석은 그의 손가락을 보며 생각했다. UFO 는 자신이 손가락질을 수십번 받는다는 걸 알고나 있을까?


"쓸데없는 얘기로 싸웠어. 나는 너무 현실적이고, 부정적이라고. 그 사람은 비현실적이고 긍정적이라고. 사실이잖아. 내가 현실적인게 아니고, 그 사람이 너무 비현실적이었던 거라고. 외계인이 문학을 영감을 위해 온 존재들이라고? 젠장, 차라리 이별이 문학에 영감을 준다고 하지!"


호연은 자신의 잔에 술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단번에 들이켰다.


"근데 말이야, 너무 이상해. 그냥 그 사람한테 관심이 가. 여운이 너무 크게 남는다고. 나랑 전혀 맞지 않는 사람인데. SNS 를 왜 깔았게?······그 여자 때문이야······. 전 여자친구가 아니고, 이우연이라는 비현실적인 여자······. 인생을 긍정적으로 사는 그 여자······. 날 안은 다음 택시타고 가버린 그 여자. 전화를 받지 않는 여자!"


호연은 다시 자신의 잔에 술을 가득 채웠다. 또 단번에 들이켰다. 그리고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달려갔다. 인석은 팔짱을 낀 채 묵묵히 그의 얘기를 듣다가 그가 일어난 후 자신의 잔에 술을 채웠다.


속이 마구 뒤틀린다. 신호연은 변기통 안에 남은 얘기를 쏟아냈다. 우울한 상태에서 술을 마시는 것은 좋지 않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건 다 진애의 이야기를 들고 온 탓이다.


호연은 다시 헛구역질을 시작했다. 화장실 벽에서 로봇 팔이 나와 그의 등을 두들겼다. 호연은 그 로봇 팔을 걷어냈다.


하지만 지금 이야기는, 진애 이야기를 가져온 인석의 탓을 할 수 없었다. 우연의 이야기는 호연이 스스로 아무 이유 없이 꺼낸 것이었다. 이번에는 사장을 탓했다. 회의라는 이유로 자신을 출판사로 불러낸 사장을. 다 출판사에 남아있어서였다. 그래서 여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고.


호연은 다시 인석을 떠올렸다. 저 인간이 술을 마시자고 해서 남아있던 것이지. 그렇다면 이건 또 인석 탓이었다. 호연은 계속 그렇게 탓하다가 결국 결론을 내렸다.


'이것은 모두 나 때문이다. 진애와 사귀었던 것도 나였고, 출판사 직원도 나였고, 출판사에 남아있던 것도 내 의지였다. 우연의 이야기를 들은 것도 내 몸뚱어리였고, 술을 마시는 것도 거절할 수 있던 나였다. 우연의 이야기를 꺼낸 것도 나였고, 우연이라는 사람을 만난 것도 나였다. 그 여자를 잊은 것도 나였고.'


화장실 변기 앞에 엎드려서 내놓은 결말은 초라했다. 호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입 주변을 물로 씻었다. 그리고 그 옆에 놓여진 입 세척제로 입안을 정리하고 화장실을 나왔다.


"호연, 다 정리 됐어?"


인석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인석의 옆에는 여자 두 명이 껴있었다. 처음보는 여자들이었다. 호연은 인상을 잔뜩 찡그리고 여자 둘을 바라보았다.


"우리랑 합석하고 싶다고 해서, 괜찮지?"


인석이 이해해 달라는 듯이 말했다.


"안녕하세요, 호연 씨."


여자 한 명이 밝게 웃으며 인사했다. 딱 봐도 소주 몇 잔을 들이킨 얼굴이었다. 호연은 목례만 한 다음 인석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 그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꾹 찔렀다. 인석은 작게 말했다.


"기다려 봐."


호연은 제 팔짱을 끼고선 시큰둥한 표정으로 여자 둘을 바라보았다. 둘 다 나쁘지 않은 얼굴이었다. 20대 중반? 그쯤 되어보이는 얼굴이다. 근데 한 여자는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얼굴이었다.


네 사람은 아까보다는 덜하게 마셨다. 인석의 술자리 농담이 여자들 앞에서 빛을 발했다. 호연이 하도 듣고 또 들어서 외우기까지 한 농담이었다. 물론 호연은 이 자리에서 조용히 침묵을 지켰다. 어울리고 싶지 않았다.


"호연 씨는 여자친구 있어요? 제 이름은 정민영이에요."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여자가 호연에게 물었다. 호연은 고개를 저었다.


"저 친구 독신주의자예요. 당신이 아무리 건드려도 꼼짝도 안 할겁니다."


인석이 웃으며 말했다. 호연은 테이블 밑에서 발로 인석의 발을 위에서 아래로 지르밟았다. 인석의 몸이 순간 꿈틀거렸다. 하지만 입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에이, 아까 하시던 말 들으면 그다지 독신주의자도 아니신 것 같은데. 정말 여자친구 없어요?"


"없습니다."


호연은 단호히 잘라 말했다. 민영은 당황된다는 표정이었다. 인석은 상황을 무마시키기 위해 잔에 술을 채우고 번쩍 들었다. 하지만 민영은 그를 무시하고 말했다.


"신호연 씨, 우연이랑 얼마나 친해요?"


호연은 멍하니 민영의 얼굴을 보았다. 다시 한 번 자신의 기억을 읽어보았다.


"아까 하는 얘기 다 들었어요. 우연과 만났다면서요."


"별로 안 친해요. 정말입니다."


호연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하지만 정민영에게는 그것이 변명으로 들렸던 모양이었다. 민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사실대로 말해요! 그래야 내가 호연 씨한테 뭐라 말을 해 주죠!"


민영이 소리쳤다. 그제야 기억이 났다. 우연의 페이스북 사진에 같이 찍혀있던 여자였다. 우연과 다정하게 웃으며 얼굴을 맞댄 사진이었다. 호연은 괜히 우연의 이야기를 꺼냈다고 생각했다.


호연은 자신도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무슨 말을 해 주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정말 우연 씨랑 별로 친하지 않아요. 그냥 지나가는 인연으로 만났을 뿐입니다. 당신 우연 씨 친구 맞죠?"


"웃기지 마요! 그런 이상한 사람이랑 더는 엮이기 싫어요!"


호연은 민영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왜요? 얼굴에 뭐 묻었나요?"


민영이 물었다.


"분명 민영 씨를 SNS 에서 봤어요. 우연 씨랑 같이 찍혀있는 사진을."


"그때는 친했어요. 일단 앉죠, 우리."


두 사람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의 친구와 그녀의 친구는 가시방석에 앉았다는 표정이었다. 호연은 담배를 물고 불을 당기며 말했다.


"엄청 복잡한 인연인 것 같네요."


"그럼 아직 그렇게 친하지는 않다는 거죠?"


호연은 담배를 입에 문 채 고개를 끄덕였다. 술집 안은 금연 구역이 아니었다. 술집 안에는 그나마 흡연자의 자유가 있었다.


그녀는 잔을 비우고 말했다.


"일단 중요하게 당신에게 할 말이 있어요."


호연도 잔을 비우고 민영을 바라보았다. 민영은 그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다가 말했다.


"가급적이면 우연이랑 그렇게 친하게 지내지 마세요. 걔 곁에서는 항상 이상한 일이 벌어져요. 그냥 이상한 친구라면 상관이 없는데, 그 이상한 현상이 목숨까지 위협해요."


세 사람은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냐는 듯이 민영을 바라보았다. 호연은 담배 연기를 뱉으며 물었다.


"목숨까지 위협한다고요?"


"네. 걔랑 걸으면 항상 그랬어요. 뭔가 날아오고, 근처에 뭔가가 터지고, 깨지고, 힘도 빠지고. 그것도 항상 제 주위였죠. 어쩌면 우연의 주위일 수도 있고요. 진짜 정말 위험해서 말씀드리는 거예요."


호연은 민영에게 무슨 말을 해 줘야 할 지 고민이 됐다. 고맙다고? 아니면 뭔 말도 안 되는 얘기냐고? UFO 도 뜬 마당에, 이상한 불행을 퍼트리고 다니는 여자는 말이 안 되는 얘기가 아니었다.


호연은 아무 말 없이 민영의 잔에 소주를 채워주었다. 그는 잔을 들으며 말했다.


"민영 씨가 생각하는 만큼 친하지는 않아요. 아까 말했듯이 그냥 지나가는 사람 수준이에요. 오늘 대화는 그냥 잊어버린 걸로 하죠. 우연 씨는 저희 출판사 작가라 어떤 방식으로든 만날 수가 있어요."


가장 이성적인 호연의 해결 방법이었다. 망각. 민영은 그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다가 잔을 부딪쳤다. 한 번에 들이킨 민영은 호연의 핸드폰 위에 자신의 핸드폰을 두었다.


"연락처 드려도 되죠? 걔랑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요."


호연은 싫지만 억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자신의 연락처를 호연의 핸드폰에 전송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인석과 술을 나누고 있던 민영의 친구는 억지로 일어나야 했다.


남자 둘은 그 자리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인석은 꼬였다는 듯 머리를 긁었다. 호연은 남은 술을 잔에 가득 채웠다. 그리고는 인석에게 물었다.


"저 여자 처음에 올 때 뭐라고 하고 온 거야?"


"그냥 너한테 할 말이 있었대. 그냥 작업 거는 줄 알았지.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뭔 좋은 기회? 술 취해 먼저 잠들었다가 장기 뜯기기 좋은 기회?


인석은 웃음을 터트렸다. 호연은 잔을 비우고는 핸드폰을 켜보았다. 민영의 번호가 적혀있었다. 호연은 주소록으로 들어가서 우연의 번호를 찾아보았다. '차단할 사람' 그는 그 번호를 한참 바라보았다.


"뭐해?"


인석이 물었다. 호연은 어딘가에 전화를 걸고 있었다. 호연은 그가 전화를 받길 빌었다. 잠시후 남자가 전화를 받았다. 호연은 심호흡을 한 뒤 말했다.


"강주 씨, 우연 씨 원고 받을 때 주소도 같이 받았죠? 죄송한데 그것 좀 알려주실 수 있나요?······예, 불법인 건 알지만, 이번 이벤트 행사 때 필요하다고 해서요. 예, 저한테 직접 부탁하신 거예요, 사장님이. 홍보부도 아닌데 왜 이런 걸 해야 하는지 모르겠네요.······아, 예, 감사합니다. 문자로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작가의말

문법, 오타 지적 받습니다. 근데 일반 연재 신청이 판타지 외 5000자라는데, SF도 포함일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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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2, 빛 - 1 18.07.25 12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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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1, 남자가 숨을 쉬는 방법 - 7 18.07.25 114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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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1, 남자가 숨을 쉬는 방법 - 5 18.07.25 117 2 10쪽
5 1, 남자가 숨을 쉬는 방법 - 4 18.07.25 162 2 9쪽
4 1, 남자가 숨을 쉬는 방법 - 3 18.07.25 170 2 8쪽
3 1, 남자가 숨을 쉬는 방법 - 2 18.07.25 227 2 10쪽
2 1, 남자가 숨을 쉬는 방법 - 1 18.07.25 258 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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