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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인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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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인간
작품등록일 :
2018.07.25 18:44
최근연재일 :
2022.10.04 17:44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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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99
추천수 :
45
글자수 :
203,653

작성
18.07.25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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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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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9쪽

1, 남자가 숨을 쉬는 방법 - 4

DUMMY

"호연 씨는 여기 주변에 사시나봐요?"


"예, 근처 아파트에 삽니다."


"전 여기 친구 만나러 온 거거든요. 친구랑 헤어진 다음에 담배 한 대 피고 가려했는데 호연 씨랑 마주쳤네요."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호연은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길을 걸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난 질문을 꺼냈다.


"우연 씨는 원래 이렇게 낯가림이 없나봐요?"


"네, 그런 소리 많이 들어왔어요. 맘에 들면 노숙자랑도 신나게 대화 나눌 수 있는 걸요! 거친 사람들만 아니라면 말이에요."


"그럼 담배 한 대 더 피우고 가실래요?"


호연과 우연은 근처에 있는 흡연 구역으로 들어갔다. 우연은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당겼다. 호연은 담배를 물고 주머니를 뒤지다가 우연을 바라보았다. 우연이 불을 당긴 라이터가 호연의 라이터였다. 우연은 웃으며 그의 담배에 불을 붙여주었다.


"이 라이터 주신 대신에 지갑 사 주잖아요. 그런 표정 짓지 말아요."


정작 귀찮은 건 그녀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었다. 호연은 깊게 담배를 들이켰다. 방금 깨달은 건데, 호연의 지갑 역시 그녀의 손에 있었다.


평일 낮 백화점은 꽤나 한산했다. 몇 대학생들이 눈에 보였다. 아마 오랜만에 점심을 비싸게 먹기 위해 온 모양이다. 백화점 안에 패밀리 레스토랑도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학교를 땡땡이 치고 나온 몇 어린 녀석들도 눈에 보였다. 대체 여기에 어린 것들이 무슨 볼일이 있다는 건지.


호연과 우연은 백화점에 도착하자 마자 흡연 구역을 찾아보았다. 아까 담배를 마지막으로 담배를 피우지 못했다. 우연이 "백화점에 도착하면 피우죠. 중간에 멈춰서 피우는 건 시간 낭비인 것 같아요." 라고 제안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도 그녀의 생각에 동의했다.


담배 가격이 오르면 오를 수록 중독성도 같이 올랐다. 호연은 그렇게 생각했다. 요새는 조금만 안 피워도 금방 금연 증세 비슷한 것이 다가왔다. 손발이 조금씩 떨리고, 꼭 담배를 피워야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호연은 우연을 바라보았다. 그녀도 그와 같은 모습이었다. 호연은 자신만 그런 게 아니라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다.


"어떤 것 같아요?"


그녀가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물었다.


"뭐가 말이죠?"


"저 UFO 요."


그녀와 그는 흡연 박스 안에서 UFO를 올려다 보았다. 백화점 7층에서 올려다 본 UFO 는 평소보다 더 커보였다. 검은색 철판 같은 것들도 보이고, 그 주위에 감겨져 있는 혈관 같은 전선들도 자세히 보였다. 자세히보니 UFO 는 원반 형태도 아니었고, 동그란 형태도 아니었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기괴한 모양이었다.


"호연 씨 생각도 듣고 싶어요. 저 UFO 는 대체 무슨 목적으로 왔을까요?"


"지구 침공?"


"그렇게 간단하게는 말고요. 너무 단순하잖아요! 우리는 문학을 다루는 사람 아닌가요?"


"깊게 생각하면 머리 아파요."


호연은 깊게 담배를 빨아들였다. 사실 생각이야 매일 깊게 한다. 하지만 그 생각을 남한테 떠벌리긴 창피했다. 말하면 비웃음을 당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미 그랬던 경험이 많았기에 함부로 입을 놀리지 않았다.


"별로 깊게 생각하지 않아요."


호연은 반 쯤 타들어간 담배를 재떨이에 비볐다. 그가 흡연실을 나가자 우연도 급하게 담배를 끄고 나왔다.


"우리 같은 '연', '연' 인 거 알아요?"


그녀가 그의 옆에 서서 물었다.


"거기 정말 말 많은 거 아시죠?"


호연이 멈춰서 물었다. 그녀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호연은 뭐라 말하기가 더 귀찮아졌다. 우연은 지금 엄청 귀찮게 하는 인물이라고 취급 받고 있다는 것을 직설적으로 들었음에도 불구하고도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 모습이 호연을 더 답답하게 만들었다.


"당신은 정말 말 없는 거 아세요? 이름이 비슷한 건 재미있는 거잖아요! 자, 우리 어서 지갑 파는 곳으로 찾아봐요. 멋진 지갑으로 하나 골라 사드릴게요. 이 라이터처럼."


호연은 뭐라 더 말하려 했다. 하지만 우연이 그의 손을 잡고 끌자 할 말이 사라졌다. 차라리 빨리 지갑을 사고 자리를 뜨자, 하는 생각뿐이었다.



진열대에 늘어선 지갑을 하나하나 꼼꼼히 바라보는 우연을 호연은 자신의 팔짱을 낀 채 바라보았다. 그녀는 남의 지갑을 골라주면서도 즐거운 표정이었다. 새로 지갑을 맞출 사람은 똥 씹은 표정이었지만 말이다. 호연은 지갑보다는 멀리 보이는 햄버거 집이 더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우연은 호연에게 지갑 하나를 보여준다.


“이건 어때요?”


칩이 장착된 지갑이었다. 지갑을 잃어버려도 핸드폰을 통해 위치를 찾아낼 수 있었다. 호연은 그 기능이 매우 쓸모없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호연은 현금을 잘 들고 다니지 않았다. 주로 카드로만 계산하고 다니는 성격이었다. 지갑을 잃어버린 적도 없거니와, 잃어버린다고 해도 카드만 취소하고 새로 하나 살 것이다.


호연은 고개를 저었다. 우연은 “외형이 맘에 드는데.” 라고 아쉽다는 듯 말한 다음 원래 자리에 지갑을 꽂아 놓았다. 호연은 저런 체크무늬 지갑도 맘에 들지 않았다. 그냥 검은색이 가장 맘에 들었다. 그녀의 손에 쥐어진 호연의 지갑처럼 말이다.


우연은 파격적인 호피무늬의 지갑을 보여주었다. 호연이 고개를 젓자 악어가죽 지갑을 보여주었다. 가격이 딱봐도 호연의 한 달치 월급의 지갑이었다. 호연은 부담스러워서 고개를 저었다. 우연은 한참 고르다가 가장 가격이 싼 지갑을 들어보였다.


"이런 거 좋아하실 것 같은데. 그렇죠?


"엄청나네요. 맞아요. 검은색에 가격 싼 게 좋습니다."


"사주겠다는데 좀 비싼 거 고르시지, 왜요? 그냥 제 호의로 사 드리겠다는 건데."


"저는 그게 이해가 안 되기도 하고, 부담스럽습니다."


"뭐가 부담스러워요. 거기는 라이터를 우습지도 않은 내기로 준 거잖아요."


그건 사실이었다. 어찌보면 호연의 단 하나뿐인 핸드메이드 작품이었다. 하지만 라이터가 지갑 값처럼 비싸게 나오지는 않았다. 지포 라이터야 조금 비쌌지만, 나머지는 자신이 직접 페인팅 한 것이기에 시간과 재료값만 조금 들었었다.


우연은 호연이 말리기도 전에 계산을 마쳤다. 그리고 두 지갑을 그의 손에 올려주었다. 호연은 이래도 되냐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웃으며 그의 손목을 잡아 끌었다.


"지갑 속 좀 정리할 겸 햄버거 먹으러 가요. 햄버거 값은 호연 씨가 내요."


호연은 기꺼이 그러기로 했다.


햄버거를 기다리며 우연은 라이터를 가지고 놀고 있다. 몇십 년이 지나도 지포 라이터의 매력은 죽지 않았다. 뚜껑이 달린 사각형 쇳덩어리는 은근히 매력적으로 보였다. 게다가 시간이 지날 수록 골동품 같은 느낌은 더 진해졌다. 아직도 지포 라이터를 수집하는 매니아 층은 탄탄했다.


호연은 식탁에 올려진 그녀의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그는 그 핸드폰 위에 자신의 핸드폰을 얹었다.


"연락처 전송."


"네? 뭐 하시는 거예요?"


호연은 핸드폰을 자신의 주머니 안으로 넣었다. 우연은 웨이터 로봇이 들고 온 햄버거를 받아 식탁 위에 올려놓으며 물었다. 그는 라이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거, 그 지포 라이터 그거 페인팅 한 거라 잘 벗겨집니다. 벗겨지면 연락해요. 언제든지 다시 그려줄 수 있으니."


"이거 이렇게 핸드폰 번호 얻는 거 아니에요?"


그녀는 실실 웃으며 핸드폰을 확인했다. 그의 번호가 선명하게 찍혀있을 것이다. 호연은 말도 안 되는 소리 말라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당신도 출판사에서 들었잖아요. 저 독신 주의자라고. 그런 거 관심 없어요."


그녀는 살짝 미소지었다. 그녀는 햄버거를 먹지 않고 챙기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갑자기 일어나자 호연은 깜짝 놀랐다.


그녀는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이제 우리 만남은 여기서 끝내요. 다음에 꼭 연락할게요. 그때는 연락 꼭 받아요. 이제 가볼게요. 지갑 정리 열심히 해요."


그녀는 호연의 인사를 받기도 전에 먼저 자리를 떴다. 호연은 그녀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자리에 앉았다. 그는 갑자기 돌변한 그녀의 모습이 이상할 뿐이었다. 호연은 갑자기 담배가 피우고 싶어졌다.


작가의말

문법, 오타 지적 받아요. 받아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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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1, 남자가 숨을 쉬는 방법 - 8 18.07.25 115 1 7쪽
8 1, 남자가 숨을 쉬는 방법 - 7 18.07.25 114 2 8쪽
7 1, 남자가 숨을 쉬는 방법 - 6 18.07.25 135 2 9쪽
6 1, 남자가 숨을 쉬는 방법 - 5 18.07.25 117 2 10쪽
» 1, 남자가 숨을 쉬는 방법 - 4 18.07.25 163 2 9쪽
4 1, 남자가 숨을 쉬는 방법 - 3 18.07.25 170 2 8쪽
3 1, 남자가 숨을 쉬는 방법 - 2 18.07.25 227 2 10쪽
2 1, 남자가 숨을 쉬는 방법 - 1 18.07.25 258 4 6쪽
1 0, 독신주의자 - 프롤로그 18.07.25 377 3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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