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유르타Eurta:Conscience story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중·단편

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3.02.04 15:19
최근연재일 :
2023.12.02 01:28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368
추천수 :
30
글자수 :
85,566

작성
23.02.04 15:29
조회
27
추천
3
글자
9쪽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검은 없습니다. 총도 안나오고. 액션 씬은 없습니다.




DUMMY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어떤 위대한 작가의 책의 제목이자 질문이었다. 가장 널리 퍼진 종교의 영향을 받은 작가는 그와도 접해 있는 대답을 내어놓았고,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진리에 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라는 벗어난 사변을 이야기하며 염두에 둔 건, 메니 아들렌과 그 동생들, 그리고 유르타의 삶이었다.


메니와 동생들은 당장은, 살아갈 수 있었다. 큰 상실감과 괴롬은 마음의 바닥층에 남아 있었지만 일상을 살아갈 동력과 감성들이 있었다. 그들의 삶은 나쁘지 않았다.

물리적인 재정의 고민을 제외한다면, 도리어 행복한 편이었다. 어쨌거나 세 남매는 사이가 좋았고 서로를 향한 사랑이 많았다.


반면, 유르타에게는 사랑이 부족한 모양이었다. 그에게 있어 삶이 그토록 고통스러운 것을 보면. 삶의 필수 요소인 무언가가 필요량보다 한참 부족한 상태임이 틀림없었다.

어떤 작가의 단편 소설의 제목인 저것의 답은, ‘사랑’이었다. 다른 말로는 ‘신뢰’라고도 한다. ‘희망’이라는 것도 시제의 차이는 있으나 어울릴 것이다.


그래. 유르타의 일상에는 그것이 부족했다. 사무치도록.


유르타는, 간밤에 자신의 서재에서 작은 편지지 하나를 꺼내 들고 있었다.

그의 고민의 흔적이 담겨 있는 물건이었다. 누군가에게 차마 건네지 못하고 적어만 두었던 종이 위의 글자들. 달콤한 사랑의 표현은 아니었다. 냉정한 눈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 분명한 사실에 대한 기록에 가까웠다.


유르타는 편지지를 손 위에 두고 손을 몇 번이나 쥐었다가 폈다. 일부러 신경 쓰지 않았다면 편지지가 구겨지고 펴졌으리라.

고민이 깊어질수록 앞이 보이지 않는 기분이었다. 시꺼먼 색의 시야와 같이 암담한 심정에서 유르타는 한참을 있었다.


그렇게 한 시간쯤을 있던 것 같다. 유르타는 인상을 찌푸리며 눈가를 주물렀다.


지난 겨울 중에 쓴 편지였다.


사실 메니 아들렌의 이름은 알고 있었다. 그녀의 밑에 있는 동생들에 대해서도. 아들렌 가에 대해서는 따로 찾아본 바가 있었다.

그리고 고민을 한 것이다. 이제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갑자기 그녀가 대뜸, 자신을 찾아왔을 때는 그도 적잖이 놀랐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망설이던 대상이 갑자기 다가온 것이었으니. 사실 비슷한 일이었으나, 자수를 고민하던 범인에게 치안대가 방문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진실로 과장되지 않게, 유르타가 조금만 심약했더라면 심장에 무리가 와서 휘청거렸으리라.


타인의 고통을 만들어내는 건 자신에게도 그만큼이나 괴로운 일이었다. 양심이 기능한다면, 기능하는 만큼이나. 감히 스스로 양심의 여부에 대해서 말을 할 수는 없었으나. 어찌 되었든 유르타의 삶은 있는 그대로 피폐했다.


유르타는 집무실, 곧 서재로 쓰는 방에 있었다. 그가 저택에서 사용하는 공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생활에 필요한 시설이 다 들어 있는 침실 하나. 사무 등 잡다한 업무를 보는 서재. 아주 가끔 온전히 탕에서 목욕을 할 수 있는 욕실. 그리고 부엌으로 사용하는 조리실 정도. 평소에는, 메니가 없다면 식사실 역시 사용하지 않았다.

그 외에는 복도를 걸어다니고 홀을 사용하는 것 외에 그의 지문이 닿는 곳조차 별로 없다.


시간은 이미 늦은 밤이었고, 바깥은 아직까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쌀쌀한 추위가 창문을 두드린다. 달빛이 휘어져 조금쯤 유리창 너머로 들이닥친다.

물론 그것으로는 광량이 부족했기에, 집무용 책상에 양초 하나를 켜두었고, 방 중간에 조금 큰 기름 랜턴 하나에 불을 붙여 두었다.


방 안은 고요하다. 외풍이 잘 새어 들어오지는 않아서 바람의 흐름마저. 일렁이는 촛불은 고요했고, 유르타가 입을 닫으면 그 자신의 심장 소리 외에는 적막하다.

아주 가만히 있다 보면, 저택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삐걱거리는 건축물 특유의 소음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말이 없다. 입이 있는 건 유르타 그뿐이었지만. 그 자신의 멈추어버린 생각과 고요 탓에 물건들로부터도 그렇게 느끼는지 모른다.


손에 쥐었던 편지지. 그는 그것을 쥐고 오래도록 고민하다가 그대로 그만 잠에 들었다.



***



그 날은 메니가 느끼기에 아주 이상한 날이었다. 날씨가 조금 생소했을까. 가끔 그런 날이 있다. 착 가라앉은 기분이나, 고요하고 잠잠한 수면 아래 물의 밑바닥과 분위기가 닮은 날이다.

어딘지 물기가 서려 습도가 높지만, 태양 빛이 안개나 흐린 구름에 조금 지워져 대낮의 따가움이 없다. 밝은 낮이나 서늘한 공기와 어우러져 도리어 시원한 느낌을 준다.

이런 날에는 벌레나 새들도 적막함을 위해 다 같이 조용하기로 입을 맞춘 듯 울지들을 않는다. 미리 비가 올 것을 예측해서 제각기 둥지나 피신처로 도망을 쳤는지 모습도 보이지 않고, 괜시리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평소보다 더욱 적어 분위기를 돋운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침대에서부터 이미 분위기를 느끼고 왠지 그에 맞추어 가라앉은 기분으로 밖을 나서게 되면, 그녀 역시 그래야 한다는 듯 말을 아끼게 된다.

애초에 침묵이 좀 필요했을 지도 모른다. 수면 아래처럼 간신히 잠잠하게 만들어둔 마음의 밑바닥을 괜히 들추어내지 않으려고, 그저 그러려니 하고 살아오던 그녀의 기분과 마음.


날씨는 핑계였고 한 구석 어딘가에서 간절하게 바라던 조용함의 구실을 날씨로 삼은 건지.


누군가에게 보여 주기 위해서처럼 분주하게 보내던 일상의 소란 너머의 감정을 잠시 느끼며, 메니는 담담한 우울함으로 출근길을 걸어 나섰다.


여느 때와 같은 길이다. 단층 목조 주택을 나서고, 마당과 교외에 세워진 드문드문한 건물들을 지나서, 인적이 적은 교외 거리마저 벗어나면 포장 도로가 끊어진다.

사람들의 발길로 다져진 평탄한 흙길. 단정하지만 편안한 굽낮은 구두로 걷다보면 눈에 이미 보이던 언덕에 다다르고, 몇 분간의 등산을 끝내면 저택의 현관이다.


나름대로 마당처럼 어느 정도 꾸며 놓은 공간이 있는 것 같았지만, 집의 주인은 그것을 유지할 생각이 전혀 없었는지 희미한 흔적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매사에 무덤덤하고, 무언가 속내를 드러내지도 않고, 신경성 위염에라도 시달리는 사람처럼 찡그림을 참아내는 청년의 삶을 보여주는 것 같은 무심함이다.


문득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메니는 헛웃음을 흘렸다. 잘 그러는 편은 아니었지만, 자신보다 몇 살은 나이가 많은 사내의 기이함에 이상함을 느낀 것이다.

이런 감정이나 생각을 본인 앞에서 솔직하게 드러내다면 실례일 것이다. 메니는 여느 때와 다름 없이, 밝은 미소와 잔잔한 수면처럼 갈무리한 마음으로 태도를 바꾸며 현관의 철제 문고리를 잡으며 노크를 했다.


쿵, 쿵, 쿵.


제법 묵직하고 견고한 목재 현관의 겉에 쇠고리가 중력에 따라 부닥치면 깨나 시끄럽고 둔탁한 소리가 난다. 현관에서 바로 위층에 있는 유르타의 서재에서는, 곧바로 알 수 있는 알람이나 마찬가지다.


메니가 오는 시간은 그리 이르지는 않은 아침이었다. 느긋하게 일어나도 아침을 먹을 수 있었고, 약간의 부지런함을 발휘한다면 몇 가지 일을 마치고도 남는 정도의 시간.

그러나 오늘의 경우는 미처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가 깬 편이었다. 메니가 문고리를 흔들었던 곳에서 시점을 3m쯤 위로 올리고 창문을 넘으면, 집무실의 데스크 앞에서 깜박 잠이 들었다가 발작적으로 깬 참이었다.


"억."


부자연스럽게 눌려 있던 근육이 입으로 비명을 지르는 것처럼 통증을 만들어냈다. 간밤에 굳었던 근육이 결리는 것도 고생이었다. 앉아서 자는 건 할 짓이 못되었다.

유르타는 정신이 먼저 깨고 나서도 몇 초간은 끙끙대다가 간신히 푹신한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큭."


하고 웃음기가 나온 건 아니었다. 일어나다가 책상머리 어디에 다리나 무릎 따위를 박으면서 새어나온 소리였지.

곧 쿠당탕하면서 자리에서 벗어난 유르타가 익숙하다는 듯 정문을 열어주기 위해서 아래로 내려갔다.


어수선하게 뜬 머리칼이나 금방 박은 무릎을 문지르면서 그가 방에서 나선다.


***



벌컥.

문이 열렸다.


굵고 둔탁한 양각 장식으로 이루어진 검은 톤의 문은 열릴 때만큼은 답지 않게 부드럽게 잘 열리는 편이었다. 여닫이 문이 안쪽으로 들어가며 그 사이에서 청년의 얼굴이 보인다.

유르타이다. 유르타 카이사르. 부스스하게 뻗친 검은 머리에 구겨진 옷을 입고 있는 꼴이었다. 그는 금방 정신을 차린듯한 몰골을 하고 메니를 마주했다. 메니는 예상과는 달랐지만,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기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며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여느 때와 같이 밝게 웃는 얼굴로 그녀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카이사르 씨."


그럴 때마다 유르타는 자신의 심장과 양심이 제대로 기능을 하는지 알아볼 수 있었다.

깨나 성능이 좋은 모양이었다.


유르타는 피곤에 젖어 기미가 내려앉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리며 그녀를 안내했다.



***


작가의말

내 계정으로 볼 때 올라가는 조회수가 이제 30대로 찍히다니...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유르타Eurta:Conscience story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 2부 6. 배Ship船 23.12.02 7 0 22쪽
14 2부 5. 일상日常 23.12.01 6 0 14쪽
13 2부 4. 비련 23.11.28 7 0 14쪽
12 2부 3. 점심 23.11.26 9 1 10쪽
11 2부 2. 아들렌 가는 이랬었다, 는 말 23.11.26 9 1 18쪽
10 2부 1. 제이슨의 걸음 23.11.26 9 1 13쪽
9 그래서 +2 23.02.04 33 3 7쪽
8 메니는 결정을 했다. 23.02.04 31 3 10쪽
7 confession 23.02.04 31 3 11쪽
6 찻물 23.02.04 33 3 10쪽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23.02.04 28 3 9쪽
4 일을 하다가 23.02.04 34 3 18쪽
3 저택 청소 23.02.04 34 3 11쪽
2 일의 결과 23.02.04 35 3 12쪽
1 시작 23.02.04 63 3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