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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유르타Eurta:Conscience story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중·단편

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3.02.04 15:19
최근연재일 :
2023.12.02 01:28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382
추천수 :
30
글자수 :
85,566

작성
23.02.04 15:32
조회
31
추천
3
글자
10쪽

메니는 결정을 했다.

검은 없습니다. 총도 안나오고. 액션 씬은 없습니다.




DUMMY

***


쿵, 쿵, 쿵.

하는 낮고 둔탁한, 멀리까지 퍼지는 노크 소리가 들렸다. 쇠로 목재 문을 두드리는 행위에서 비롯했지만 화가 났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원래 저 두꺼운 문의 노크는 저렇게 하는 것이다.


유르타는 늘상과 같이 그 소리에 서재에 있다가 아래로 내려갔다. 메니가 출근하는 시간에, 들리는 시간이었다. 며칠인가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지만 정확하게 기간이 써있지는 않았다. 메니가 남긴 편지에는 말이다.

그녀 스스로도 확신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다만 유르타가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그는 계약서를 며칠 사이에 준비해 두었다. 저택의 창고 깊은 곳에 놓여져 있던 물건이었다.

도시의 다양한 재산과 귀속물, 부동산 등에는 각기의 소유를 증명하는 증서들이 존재했다. 그것이 만들어질 때, 일정 규모 이상의 것들은 도시의 관청에 가서 인가를 받는다.


이 저택과, 그 아래의 토지. 그리고 저택에 포함된 여러가지 귀속물들에 대한 소유 증서였다.

증서의 양도 절차에 따라, 가문의 인장을 사용해 양도 증서를 쓰고 받는 이의 란에 자리를 비워 두었다. 아들렌 가의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다.


유르타가 가진 재산은 비단 이 토지와 저택 외에도 상당수가 도시의 은행에 있었다. 그것 역시 적법한 절차와 순서에 따라 양도할 생각이었다.


그러고자 했다.

그리고 자신의 이후의 시간들 역시 아들렌 가를 위한 것이 될 테다.


유르타는 증서와 양도 계약서를 가지고 아래로 내려갔다.


*


"안녕하세요, 카이사르 씨."


문이 열리자 그 틈 사이로 익숙한 처녀의 얼굴이 보였다. 예전처럼 밝게 웃는 모습은 아니었다. 어쩌면, 그 때의 그 모습이 도리어 인위적이어서 어색했을 지도 모른다.

티가 있어야 할 상황의 그녀였다. 지금의 모습이 차라리 인간 메니 아들렌의 본성에 가까울지 모른다.


여전히 웃고 친절한 얼굴이었지만. 낮게 가라앉은 톤의 목소리는 유르타로 하여금 마음의 준비를 한번 더 하게 만들었다.

유르타가 그녀를 안내했고, 둘이 마주앉아 있기 편한 식사실의 테이블로 이끌었다.


식사실은 넓다. 약 이, 삼십 여 명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식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가장 상석의 위치 뒤편 벽에는 커다란 창문이 세 개가 나열해 있었다.

낮에는 제법 그럴싸한 웅장함을 연출하면서 햇빛이 들이닥친다. 식사실의 넓은 공간 가운데에 긴 원목 테이블과 의자들이 있었고, 대부분은 쓰지 않는 자리였다.


원목 테이블을 중심으로 나머지는 빈 공간이다. 원래는 파티나 만찬을 즐길 때엔 여러 명의 고용인들이 도열하고 갖가지 도구들을 들이며 빈 공간을 채웠었고, 천장에 달려 있는 허전한 자리에는 샹들리에가 달려 불을 밝혔었다.

지나간 날의 영광처럼 쓸쓸하고 한적한 식사실.

창문 너머로 시외의 너른 풍경이 보인다. 잘 정돈된 카이사르 가의 뒷정원의 나무들과 공원같은 공간이 보이기도 했고, 시선을 멀리로 하면 쭉 뻗은 발렌 시 근처의 평야와 냇가가 보인다.


여름에는 푸르른 녹음이 그대로 창문으로 들어오며 식사의 입맛을 돋우게 되어있다.


지금은, 아침이었고 점심도 브런치도 아침 식사도 하고 있지 않았다. 다만 조용하게 말 없이 앉은 두 남녀가 있을 뿐이다.


"······."


유르타는 메니가 입을 열기 전에 섣부르게 입을 열기가 어려웠다. 그는 무언가 말을 전했고, 가해자의 신분이었다. 용서를 바라는 입장에서 과한 제스쳐를 취하기도 뭐하다.


메니는 얼마간 자신의 내용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듯 복잡한 표정으로 그 앞에 앉아 뜸을 들였다. 약 오 분여는 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십 분이 넘지는 않았을 것이다.


봄을 알리는 듯한 정겨운 새소리가 창문을 타고 들어왔다. 그에 맞추어 메니가 일단 입을 열었다.


"저는,"


숨을 삼키는 듯한 소리였다. 말이 아니라 헛숨이 샌 것 처럼도 느껴진다. 그건, 그녀가 말을 꺼내려다가 차마 꺼내지 못하고 뒷말을 삼켰기 때문이다.

유르타는 가만히 말을 듣고 있다.


유르타. 테이블. 메니 아들렌. 유르타는 시선을 약간은 아래로 내리고 있었고, 생각에 잠긴 듯 고요하다. 메니 역시 그러하다.

말은 아니되 분위기가 흘렀는가.


메니가 말을 이었다.


"알겠습니다."

"예?"


무슨 말인지 설명이 필요했고, 유르타가 요구했다. 메니는 두터운 감색 원피스의 소매를 메만지며 이야기했다.


"이런저런,"


고개를 조심스레 젓더니 마저 이야기한다.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해봤어요."

"아···."


유르타의 눈빛은 그렇게 강렬하지 않았다. 슬픔과 회한 따위에 많이 녹아졌는지, 그저 지쳐보이는 것이었다.

메니는 그런 눈에 한결 힘이 수그러드는 것을 느꼈다. 강렬한 감정의 투사보다는, 자신 역시 어딘지 힘이 빠지고 마는 것이다. 아픈 사람의 뺨을 때릴 수는 없었다. 진실로 지독한 누군가가 아니라면 말이다.


"첫째로는 복수를 할 수 있을 거였겠죠."


메니가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런다고, 과연 제가 평화로워질까요. 제 남은 두 동생은요. 저희 돌아가신 아버지께서는, 과연 그 선택을 기뻐하시겠습니까.

사람이 죽었다고 모든 게 사라지지는 않지요. 지켜야 할 것들은 여전히 남아있고, 저는 그것들을 바라봐야 합니다."


합니다, 라고 말하면서 맑고 곧은 눈빛을 내는 메니가 뜻한 것은 자신의 두 동생이었다. 그리고 그 외의 많은 것들이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입으로 들어가는 세 끼 밥보다 훨씬 많은 것들이 필요하게 되어있다. 몸 위에 걸치는 옷보다도 많은 것들이 필요하고.

정확하게는, 체면이란 게 필요하다. 인간으로서의 체면. 도의, 도리. 입는 옷보다도, 그런 것들이 결국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물건이다.


그리고 그건, 다른 모든 이들과 공유한다. 누군가만의 정의나 공의라는 건 있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한 사람이 눈에 보이지 않는 정의를 존중한다면, 그건 세상에 존재하는 정의에 대한 이야기다.

누군가의 기분에 따라서 바뀌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의 이익에 따라 바뀌는 것과는 정반대에 있는 무엇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으나 엄정하다. 마치 날 선 검처럼 사람의 양심을 곧게 지나며 잘못된 선택을 할 때마다, 자신이 스스로를 속일지언정 어딘가 베여나가고 만다.

그걸 돌이키기 전까지는, 여전히 회복되지 못한 채로 평생 살아가는 것이다.


육체의 팔다리가 사라지는 것보다 더 정확하고, 혹은 더 회복하기 힘들지 모른다.


양심이란, 사람의 마음이란 그런 물건이다. 법정의 판결보다 먼저 자신에게 선고를 내리고 형을 집행한다. 어딘지 기쁨을 잃어버린 삶이 그것이다.


"···그래서,"


라고 말을 잇는데 물기가 어려 있다. 소리에.


"다른 수를 쓴다고 해도 석연치 않겠죠. 저는 어리지만 법이 있다는 걸 압니다. 사적으로 당신에게 해코지를 할 수도 없겠죠. 그렇다면 법리를 따져서 당신을 재판정에 세울까."

"······."


메니가 한 차례 말을 멎고 이내 이었다.


"그러고 싶지는 않군요."


긴 한숨을 토해내듯 메니가 말과 함께 숨을 쉰다.


"일단 당신을, 용서합니다."



***



메니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적어도 유르타에게 있어서만큼은 말이다.


"제 감정은 차치해두고서. 그리고 당신의 말을 사실이라고 여겨요."


유르타가 써서 건넨 편지의 얘기였다. 그는 자신의 가진 모든 소유를 유가족에게 건낼 생각이었다. 장녀와 그 아래의 두 동생이 생계를 걱정할 일은 앞으로 없으리라.

그리고 자신의 앞으로의 삶의 시간들 역시 그들을 위해 사용하리라고. 공평한 교환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빼앗아 간 것에 대해서 말이다.


편지의 내용은 소상했다. 유르타가 가지고 있는 모든 재산목록이 적혀 있었다. 저택이 있는 토지, 그 위의 건물. 그리고 그 외의 귀금속들과 은행에 예치된 예금. 다른 지방과 도시에 갖고 있는 토지 증서들.

카이사르 가는 부를 잘 쌓아온 가문이었다. 이 도시에서도 아버지 대 까지는 정책에도 결코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쳤다.


유르타가 제대로 알고 있는 것들은 많지 않았지만 말이다. 관심도 없었을 뿐더러.


메니는 곧고 결심한 눈빛을 보이며 말했다.


"회한과 분노를 차치해두고서 생각한다면 당신이 제안한 조건은 도리어 과해요. 법례를 찾아봤어요. 그 동안. 도시의 도서관에 가서요.

테르디를 이용한 사고들. 당신의 말이 사실이고, 그 외의 법규를 어기지 않았다면. 고의성이 없었다면.

법리에 적용된 규정에 따라서 목숨 값을 지불하세요. 그리고 사죄하며 사시고요. 우리도 그 이상은 바라지 않습니다. 고의가 아니었던 사고에 진심으로 사과를 한다면."


목숨 값. 사고라면, 그리고 테르디가 관련된 사고라면 피해자에게 지불되는 가격은 전례가 있었다. 이 사건의 피해자가 어떤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던 가장이라는 점에 따라서, 그에 딸린 식구들의 생활비까지가 포함될 것이다.

사고에 따른 가격은 1억 셀이었다. 어떤 노동자의 50년 분의 임금에 해당하는 값이다.

거기에 세 남매의 생활비를 더한다면, 1억 5천만 셀이 될 것이다.


세 아이가 온전히 자립하고 성인으로서, 가장으로서 독립해서 일가를 이루고 안정감을 얻을 수 있는 정도의 시간에 대한 값이었다.

누군가에게는 파산이나 파멸을 떠올리는 값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가당할 수 있는 가격이었다. 유르타는 후자였고 그는 도시에서도 상당히 부요한 편이었다.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당장 은행에 있는 유용 가능한 현금 자산만으로도 지불할 수 있었다.

그 이상을 악착같이 받아낸다면, 재판의 향방이 피해자의 억울함을 최대로 친다면 2억셀까지 가능할지도 몰랐고.


그 이후부터는 메니에게도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그 이상을 얻고 받아내는 것이, 과연 그녀로서도 떳떳하게 살 수 있는 일인가에 대해. 고민을 해보아야 했다.


무엇보다 엘리와 휘들턴의 의사 역시 중요했지만. 두 아이는 메니의 보호 아래 있었다. 두 아이가 다 자라고 난다면 어떤 가장의 선택을 더 행복하게 여기고 살아갈까.


메니는 결정을 했다.



***


작가의말

이런 소제목을 언젠가 적어보고 싶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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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2부 1. 제이슨의 걸음 23.11.26 9 1 13쪽
9 그래서 +2 23.02.04 33 3 7쪽
» 메니는 결정을 했다. 23.02.04 32 3 10쪽
7 confession 23.02.04 32 3 11쪽
6 찻물 23.02.04 33 3 10쪽
5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23.02.04 30 3 9쪽
4 일을 하다가 23.02.04 35 3 18쪽
3 저택 청소 23.02.04 34 3 11쪽
2 일의 결과 23.02.04 35 3 12쪽
1 시작 23.02.04 69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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