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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력(取力) 님의 서재입니다.

재벌가 사위가 강속구를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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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력(取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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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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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DUMMY

#10.


신세아에게 과제가 생겼다.


학교에서 내준 과제도 아닌 할아버지, 즉 모기업을 운영하는 최고 권력자에게서 내려온 과제였다.


‘처음으로 할아버지가 아닌 신 회장님이 주신 과제야······.’


숙제를 받는 세아는 솔직히 그 순간이자 상황이 믿어지지 않았다.

아직 성인이 아닌 학생에 불과한 자신에게 회장님이 직접 내려준 과제를 받을 것을 몰랐다. 아니 정확하게는 짐작은 하고 있었다.


‘다들 했으니까.’


다들이라 존재는 다름 아닌 친척일가 모든 형제자매를 일컫는 말이다.

신 씨 일가에 태어난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살이 되는 해에 신 회장은 직접 그 아이를 불러 면담을 한다. 그간 받은 성적표와 주변에서 들려오는 평가가 적혀 있는 서류를 가지고 말이다.


겉으로 보기엔 할아버지와 손주가 만나 평범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그 자리는 앞으로 모기업을 운영하는데 어디에 걸맞은 인재인지를 파악하기 위한 자리기도 하다.


사람 보는 눈과 적재요소에 실력자를 배치하는 안목을 가진 신 회장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물론 그렇다고 면담을 통해 무작정 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신 회장이 직접 스스로 만들어내는 과제를 하나 받게 되며 그 과제를 얼마나 잘 풀어내느냐, 그리고 어떤 식으로 풀어냈느냐에 따라 어느 계열사로 가게 되며 직위까지 보장받게 된다.


최대는 사장부터 최하는 인턴까지.


이러한 정책은 세아의 세대와 바로 윗세대인 아버지 세대까지 모두가 걸쳐온 면담과 과제는 이제는 신 씨 그룹에서 있어서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자 당연히 해내야 할 일이다.


그 이유는 아무리 자신의 자식이고 형제의 자식이며 손주라고 하더라도 확실하게 칼같이 끊어내는 신 회장의 성격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성격이 개차반으로 유명했던 이는 물류센터에 처박아 십 년을 굴려 사람 구실을 할 수 있게 만들었으며, 공부란 담벼락을 쌓고 그저 방탄한 생활을 지내는 친척은 모든 원조를 끊어 밑바닥부터 기어오르게 시킨 적도 있을 정도다.


머리가 똑똑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인간이라면 인간의 도리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지능과 행동을 보여야지만 신 씨 일가로 받아주는 회장님의 성격이 확실하게 보인 것이다.


그러니 회장님의 면담과 과제는 누구보다 잘 해내야 하는 법.

하지만 조금 수상한 면이 있다.


‘아직 12월인데 말이야.’


남들보다 이른 시간에 나온 과제다.

단순히 시간만 이른 것도 아니다. 보통 신 회장이 주는 과제는 그룹 계열사에 있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어떻게 대처하고 해결하는 것이 좋을지에 관한 것들이다.


세아도 아버지가 받았다는 과제를 들었고, 다른 친척들 또한 술자리에서 한 번씩 그 이야기를 꺼냈기에 익히 들어 알고 있다.


하지만 세아가 받은 것은 과제 역사상 처음으로 부산 자이언츠 구단에 관한 것이었다.


- 부산 자이언츠 구단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

- 감독 선임.


남들과는 다르게 두 개의 과제가 던져졌다.

그 때문에 1월이 아닌 12월에 과제를 받았고, 그 과제를 받은 것이 바로 오랜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남자친구인 최강진을 만난 크리스마스였다.


두 과제 중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감독 선임에 관한 과제였다.


홀로 두 감독에 관란 자료를 수집했다.

신세아의 입장에서도 두 감독의 장단점은 뚜렷하다. 누구 한 명이 뛰어난 명장이라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겠지만 장단점을 비교하면 결과적으로 비슷하다.


남자친구인 최강진에겐 이미 어떤 감독이 좋을 것 같으냐고 물었다.


사실 어떻게 보자면 내년에 새로이 입단할 신인 선수에게 물어볼 내용은 아니다.

감독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구단의 입장에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으며, 혹시나 외부로 소식이 전해져 기자에게 먹잇감을 주게 되거나, 계약 내용이 밖으로 세어나갈 수도 있기에 때문이다.


그럼에도 신세아는 망설임 없이 물었다.

선수 이전에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묻는 것이며, 주변 누군가의 도움을 받든 돈으로 사람을 고용해 자료를 모으든 문제가 없다. 오히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전부 이용하는 것이기에 거리낌 없는 것이다.


남자친구인 최강진은 대답 대신 몸을 돌려 러닝머신이 있는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피~ 그냥 물어본 건데 대답도 안 해주냐?!”


조금은 매정한 듯한 모습의 남자친구에게 혀를 내밀어 짧게 메롱 하고는 다시 노트북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렇게 한참을 홀로 두 감독에 관한 자료를 다시 찾고 있으니 운동을 마쳤는지 땀 냄새를 진하게 풍기며 다가오는 최강진을 느낄 수 있었다.


“나라면 앨런 사단을 뽑을 것 같아.”

“응? 앨런 사단?”


남자친구의 말에 의아한 듯 물어보는 신세아였다.

그와 동시에 의문이 생겼다. 앨런이라는 사람이 감독 후보라는 것은 어제 보여줬기에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사람으로 채우고 싶어 하는 조항까지 이야기한 적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나온 의문이었다.


“어제 이름보고 나도 나름 찾아봤지. 보니까 1군이고 2군이며 언제나 자신의 사람을 데리고 가더라고.”

“아··· 하긴 조금만 검색해도 나오는 정보긴 하지.”


신세아는 이해했다.

자신도 인터넷에서 앨런이라는 이름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정보에 저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어떤 이력을 가졌는지에 대한 것도 말이다.


“자, 그럼 내가 앨런 감독을 추천해주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얼굴의 최강진이 웃으며 신세아에게 물었다.

두 감독의 성격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미래의 모습이 충분히 예상이 간다는 듯한 얼굴이었고, 자신과 확신에 찬 얼굴로 말이다.


‘혹시 내가 찾지 못한 자료가 있나?’


신세아는 대답 대신 노트북에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홀로 한참을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혹시라도 놓친 정보가 있을까 열심히 찾았다. 대략 30분이라는 시간을 홀로 찾던 그녀가 안 되겠는지 키보드와 마우스에 손을 떼고는 양팔을 들어 올렸다.


“항복! 내가 졌어. 이유가 뭐야?”


아무리 찾아봐도 놓친 부분이 없다고 판단되었기에 포기한 신세아다.

하지만 마치 지금의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짓궂은 얼굴로 변하는 최강진이었다.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세상 달콤하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좋아한다고 해주는 관악구 탕후루남이 아니라 언제나 까칠하면서도 틱틱거리는 목소리로 자신을 곤란하게 만들었던 옛날 남자친구의 모습으로 말이다.


“뽀뽀해주면 알려주지.”

“어라?”


생각지도 못한 요구에 신세아는 잠시 멍한 얼굴로 봤다.

분명 얼굴은 옛날 모습이나 관악구 탕후루남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에 망설임 없이 그대로 최강진의 품에 안기고는 진하게 키스해줬다.


“더 좋은 거 해줬으니까 얼른 대답해!”


생각지도 못한 키스에 오히려 당황한 듯한 최강진이었으나 이내 결국 웃으며 대답해줬다.


“첫 번째 과제와 두 번째 과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으니까.”


순간 신세아의 머릿속에 번개가 쳤다.

생각해보면 감독을 고용함으로 첫 번째 과제인 부산 자이언츠 구단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 자이언츠 구단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다름 아닌 옛날부터 이어져 온 거대한 카르텔과 코치와 선수간의 파벌 싸움이다. 파벌을 나눠 저들끼리 좋은 것을 해먹고 다른 파벌에게 나쁜 것을 떠넘기며 서로가 경쟁하며 성장해가는 것이 아닌 오직 자신들의 배만 불리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가장 큰 해결책은 한 번에 모든 이들을 소탕하고 새로운 인물로 채워야 한다는 것, 생각해보면 앨런 감독이 온다면 그 문제는 한 번에 해결이 가능했다.


“거기에 단장과 프런트 직원, 스카우터도 포함 시켜야지. 사실 몇 년을 기회를 주고 월급도 챙겨줬는데 한 것이라곤 따박따박 월급만 챙겨갔지 실적이 없으니까.”


최강진의 말에 신세아는 격하게 동의했다.

이벤트 날이라고 잔뜩 기대해서 찾아가면 부실한 이벤트는 물론이고 퀼리티는 처참한데다가 예정되어 있던 이벤트가 취소되는 일도 허다했다. 그러면서 월급은 꼬박꼬박 챙겨갔으며 그걸 방치하고 있는 무능한 단장도 문제다.


“야구단이야 앨런 사단을 데려온다면 해결 돼. 하지만 단장과 프런트 직원은 한 번에 교체할 순 없단 말이지. 그래도 하던 업무를 인수인계 받아야 하고 신규 직원도 뽑아야 하니.”


전자의 경우 쉽게 해결이 가능하나, 후자의 경우 무작정 새로운 사람을 앉혀 일을 시킬 수 없는 일이다.


소규모 사업장도 아니고 하나의 그룹이 운영하는 야구단이다.

불필요한 관계자를 처리하고 새로운 직원을 뽑고 정상적으로 운영하기까진 꽤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그럼에도 해야 하는 일이겠지?”


신세아 본인도 알고 있는 일이지만 최강진에게 동의를 구하듯 물었다.

이미 썩을 대로 썩었으며 고일 대로 고인 물은 더는 유지할 이유는 없다.


끄덕.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신세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금 머릿속에 떠오른 것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곳이 아니라 좀 더 명확한 자료를 찾아야 하며 도움을 줄 인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도움을 줄 인원은 가까운 곳에 살고 있기에 움직일 생각이다.


“운동 열심히 하고. 나 과제 끝내고 연락할게.”

“세아야!”


밝은 얼굴로 자리를 정리하던 신세아를 불러 세우는 최강진이었다.

얼른 이 과제를 빨리 끝내고 조금이라도 더 데이트하고 싶은 마음으로 들떠 있었기에 1분 1초라도 아까운 그녀였다.


“프런트 쪽도 가장 쉬운 해결 방안이 있어.”

“뭐?!”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며 해결할 방법이 당장 떠오르지 않는 일의 해결책이 있다는 말에 얼른 최강진에게 달려가 키스하는 신세아였다. 그 효과는 확실했는지 바로 대답해주는 최강진이었다.


“네가 구단주가 되면 깔끔하게 해결될걸? 회장님의 손녀를 두고 뭔 짓을 하겠어?”


권력자 위에 권력자.

하물며 그 권력자가 아끼는 손녀가 옆에 있다? 조금이라도 야망을 가진 자라면 결코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뭐 하나라도 잘하려고 들것이며 눈도장은 물론이고 나아가 위에 있는 권력자의 귀에 들릴 수 있게 노력할 것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당장 부정부패는 없어질 것이며 그 안에서 활동하며 구조조정 및 조직개편에 들어가기 좋다는 거다.


“대박! 최고야!”


반짝이는 눈과 함께 양손으로 엄지를 치켜세우는 신세아다.

그것만으로 모자랐는지 그대로 최강진의 품에 달려들고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모든 애정행위를 꺼내 들어 최강진에게 해주었다.


“그럼 진짜 빨리 끝내고 올게.”


그렇게 신세아가 체육관을 빠져나갔다.

홀로 남은 최강진은 창문 너머로 택시를 타는 모습까지 확인하고서야 중얼거렸다.


“이걸로 시작부터 완전히 바뀌게 되었네.”


오직 최강진이 알던 미래가 조금씩 바뀌게 되는 순간이었다.


*


2024년 새해가 밝았다.


신정을 맞이한 대한민국이며 새로이 떠오르는 해를 보며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대한민국의 아침이었다.


그런 이른 아침 부산 자이언츠 팬에게는 너무나도 놀라운 소식이 들려왔다.


[속보! 부산 자이언츠. 새로운 감독으로 앨런 사단 고용!]


[1군 감독부터 모든 코치친 교체! 그것도 모자라 2군 또한 모두 교체!]


[하룻밤에 일어난 날벼락. 한순간에 직업을 잃어버린 부산 자이언츠 감독과 코치진!]


순식간에 인터넷 스포츠란을 도배하듯 올라오는 기사였다.

자신이 응원하는 구단에 관련된 기사라면 알람을 울리게 한 팬들은 새해부터 기쁜 소식에 서둘러 인터넷 창으로 모여들었다.


- 드디어! 저희 구단이 칼을 빼 들었습니다!

└ 와 진짜 속이 시원하다! 개놈들 드디어 잘렸네!

└ 허수아비 감독에 무능한 코치진 전부 갈려 나갔네!

└ 새해가 떠오르며 드디어 우리에게도 복이 찾아오려나 봅니다!


- 미친 앨런 사단이면 메이저에서도 유명한 감독이잖아? 이런 귀한분이 누추한 이곳에 오신다고?!

└ 월드 시리즈 경험 다수에 마이너도 경험한 명장임.

└ 베테랑이라고 대우해주기보단 오직 실력만 봄.

└ 덕분에 신인들 육성에도 좋고.

└ 그동안 꼴찌 하며 긁어 모은 애들 포텐 터질 수도?


- 올해는 다르다!

└ 야발! 그놈의 올해는 다르다!

└ 근데 올해는 좀 기대되지 않냐?

└ 다른 것보다 하루 종일 볼 질 하다가 홈런 처맞는 투수 말고 제대로 된 투수가 보고 싶다!

└ 올해 들어오는 신인 중에 최강진 있잖아? 난 걔만 믿는다.

└ 아! 최강진! 어쩌면 올해 우리 신인왕 노려볼 수도?

└ 앨런이 최강진 어떻게 키울지 너무 기대되네!


새해가 찾아오며 들려오는 소식에 부산 자이언츠 팬들은 특별한 새해를 맞이했다.


그리고 누구보다 새해가 찾아오며 가장 두근거리는 심장을 쥐고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고 있는 이가 있었으니 산 정상에서 그가 외쳤다.


“세아야! 사랑해! 우승할게!”


누구보다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외치는 우승 다짐이 관악산 정상에서 메아리쳤다.


그리고 얼마 뒤.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위해 공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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