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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플러스 님의 서재입니다.

기적을 얻은 폐급 작가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신재영
작품등록일 :
2020.02.17 14:47
최근연재일 :
2020.03.18 17:00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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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476

작성
20.03.0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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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8화

DUMMY

18화



다음 날.

현우는 옷을 걸쳐 입고서 집을 나섰다.

오늘은 중요한 일정이 있었다.

‘출판사에서 정산을 한 달 빨리 해 줘서 천만다행이야.’

그 덕분에 현우는 오늘 조금 더 일찍 자랑스러운 아들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현우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미용실이었다.

“깔끔하게 잘라 주세요.”

단골이었기에 적당한 말에도 미용사는 알아서 현우의 머리를 깔끔하게 잘라 줬다.

그런데 머리를 자르면서 미용사가 현우에게 물었다.

“작가님. 요즘 무슨 좋은 일 있었어요?”

“네? 그래 보이나요?”

“네. 얼굴이 피셨네요.”

기분 좋은 이야기였다.

“그렇게 보인다니 기분이 좋네요. 요즘 하는 일이 조금 잘 풀리고 있어서요.”

“잘됐네요. 축하드려요!”

미용사는 진심으로 현우의 성공을 축하해 주는 것 같았다.

현우는 미용사의 반응을 보며, 오늘 만날 사람들도 자신의 표정에서 자신의 인생이 폈다는 것을 알아봐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커트를 마친 현우가 향한 곳은 판교의 어느 백화점이었다.

현우는 남성복 매장이 있는 층에서 이름을 많이 들어 본 유명한 브랜드의 매장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현우가 들어가자 직원이 현우를 반겼다.

현우가 직원에게 말했다.

“한 벌 세트로 사려는데 코디 좀 해 주실 수 있나요. 무난하게만 해 주시면 되거든요.”

잔뜩 살 것 같은 현우의 말에 직원이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쪽으로 와 보시겠어요?”

직원이 곧바로 몇 가지 옷들의 조합을 추천해 줬다.

현우는 직원이 추천해 준 옷들을 입어 본 뒤, 가장 마음에 드는 무난한 조합을 선택했다.

“바로 결제해 주시고, 옷들은 입고 갈게요.”

“네, 알겠습니다.”

현우는 곧바로 다른 층의 신발 매장에서 옷에 어울리는 신발까지 구입했다.

그렇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탈바꿈한 뒤, 현우는 백화점의 지하 1층 식료품 관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현우는 홍삼 매장으로 향했다.

‘이게 제일 무난하겠지.’

그것들 중 현우는 제일 비싼 제품을 골라서 직원에게 말했다.

“이걸로 여섯 세트 포장해 주세요.”

현우의 말에 직원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현우는 기존에 입고 있던 옷이 들어 있는 쇼핑백까지, 총 일곱 개의 쇼핑백을 들고서 백화점을 나섰다.

‘후우. 무겁네.’

양손 한가득 짐을 들고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적잖이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현우는 선물을 받고 좋아할 사람들을 생각하며 힘을 냈다.

그렇게 현우가 도착한 곳은 성남의 어느 주택이었다.

현우가 양손의 짐을 든 채 낑낑대며 대문의 비밀번호를 누른 뒤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 후 현관문의 비밀번호까지 누르고서 문을 열어젖히자, 집 안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현우에게 쏠렸다.

그리고 잠시 후, 사람들 중 부엌에 있던 중년의 여인이 뛰어나오며 외쳤다.

“아들!”


“아이고, 이게 다 뭐야!”

현우의 어머니가 현우의 손에 들려 있던 홍삼 선물세트들을 받으며 말했다.

그런 현우의 어머니에게 현우가 말했다.

“설 선물이지.”

거실에 모여 있던 친척들이 웃으면서 현우를 반겨 줬다.

“이야. 우리 현우, 신수가 훤하네!”

“그러게요. 왜 이렇게 멋있어진 거야?”

“아니에요. 잘 지내셨어요, 삼촌? 고모부?”

그런데 그 자리에서 할 말을 잃은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잘 지냈어? 오빠가 왔는데 아무런 말도 없네.”

“······왔어.”

“뒤에 물음표 좀 붙이면 어디 덧나?”

“어. 덧나. 사춘기가 원래 좀 그래.”

현우의 동생, 지우가 뾰족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러나 현우는 그런 지우의 말투가 평소와 비교해서는 많이 유순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여기까지는 나쁘지 않은데.’

현우가 부모님들을 바라봤다.

매번 장손인데도 남들 보기에 보잘것없는 모습인지라 명절때만 되면 현우 때문에 작아져야 했던 게 현우의 부모님들이셨다.

아까부터 말 한마디 없으신 현우의 아버지는 얼굴로 기분 좋다는 것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고, 현우의 어머니는 말할 것도 없었다.

현우의 동생 지우도 나름 제 오빠의 모습이 싫지는 않은 기색이었다.

이만하면 현우의 가족들 기 살려 주기는 성공이었다.

“엄마, 고모는 어디 가셨어요?”

현우의 질문에 현우의 어머니가 말했다.

“급한 일이 있어서 못 올지도 모른다고 하시더라.”

“그렇구나.”

‘다행이네.’

현우의 고모는 이 집안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현우의 고모는 좋은 사람이었지만, 오지랖이 넓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었다.

그 탓에 매번의 명절때마다 그녀는 현우에게 불편한 소리를 늘어놓고는 했다.

고모가 오지 않았다는 말은, 현우가 맘 편히 명절을 보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 후 현우는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사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시간을 보냈다.

현우는 오랜만에 집에 들어와서 휴식다운 휴식을 취한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저녁 시간이 되었을 때였다.

“나 왔어!”

문이 열리고 중년의 여인이 들어왔다.

현우의 고모였다.

“어머 내가 식사 시간에 딱 맞춰서 들어왔네!”

고모가 웃으면서 신발을 벗고 들어왔다.

“어머, 현우도 있었구나!”

그녀가 들어오면서 현우에게 인사를 건네는 순간, 현우는 직감했다. 불편한 저녁 식사가 예정되어 있음을.


“현우는 그래서 요즘 하는 일은 좀 어떻니?”

현우는 속으로 생각했다.

‘시작이네.’

“네. 그럭저럭 잘되는 거 같아요.”

“그럭저럭이면 안 되지. 네 나이도 있는데.”

“열심히 해야죠.”

“너도 너무 아니다 싶으면 지금이라도 다른 길 찾아보는 게 어떻니? 지금 와서 취직은 조금 힘들 테니까 우리 성우처럼 공무원이라도 준비해 보든가 말야.”

성우는 고모의 아들로, 현우보다 두 살 더 많은 사촌이었다.

그리고 얼마 전, 그는 9급 공무원에 붙어서 그 사실이 한창 고모의 자랑거리로 쓰이고 있는 중이기도 했다.

“엄마. 그만 해. 밥 먹는 자리에서 불편하게.”

성우의 핀잔에 현우의 고모가 인상을 찌푸렸다.

“너는 엄마가 현우 걱정돼서 한마디 해 주는 것도 그렇게 불만이니, 그게?”

현우는 고모의 목소리가 높아지려고 하는 순간, 다급하게 중재를 했다.

“아니에요 고모. 충분히 그러실 수 있죠. 그래도 저 지금 나름 잘 풀리고 있고,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조언 감사합니다.”

“······그래. 우리 성우도 좀 이렇게 내 편 좀 들어 주면서 침착하게 말하면 소원이 없겠다, 얘.”

그렇게 말하면서도 고모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잠시 후, 식사가 끝난 뒤 현우가 사촌들과 함께 있는데 성우가 현우를 조용히 불러냈다.

두 사람이 작은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성우가 현우에게 사과했다.

“미안하다. 엄마가 또 말실수해서.”

“아냐, 형. 답답해서 그러시는 거일 건데.”

“답답해서 그러는 거기는 무슨, 네가 잘 끊었어. 그거 안 끊었으면, 너 깎아 내리면서 또 나 추켜세운다고 공무원 장점 열거하면서, 아예 공무원 시험 공부법까지 너한테 가르치려고 들었을걸.”

“하하······.”

현우는 부정할 수가 없었다.

“엄마 눈에 안 띄게 그냥 우린 여기서 쉬자.”

“그럴까.”

두 사람은 작은방의 침대와 의자를 차지하고서 휴식을 취했다.

그런데 의자에 앉아 있던 현우는 아무 생각없이 성우의 휴대폰을 힐끔 봤다.

성우의 스마트폰에는 웹소설이 띄워져 있었다.

“형, 요즘에도 웹소설 읽나보네.”

“응, 합격하고 나서부턴 월급 들어오니까 더 편하게 결제하고 있지.”

그런데 현우는 성우의 스마트폰 스크린을 보는 순간, 왠지 모를 기시감을 느꼈다.

화면의 문장들은 본 적이 있는 대사와 묘사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내 현우는 성우가 보고 있는 소설의 정체를 눈치챌 수 있었다.

현우는 순간 웃음이 나올 뻔한 것을 참으며 성우에게 물었다.

“형. 그거 재미있어?”

“이거? 응. 요즘읽고 있는 건데, 작가가 연재 속도가 미쳐서 읽는 맛이 있어. 내용도 사이다패스라 재미있고. 이 작가 신작도 있는데, 그것도 재미있어.”

성우는 그렇게 말해 놓고는 순간 아차 싶었다. 현우의 글에는 한 번도 해 준 적이 없는 칭찬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즈음 되자, 현우는 더 이상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현우가 실실 웃기 시작하자, 성우가 의아해 했다.

“뭐야? 왜 그래?”

성우의 물음에 현우가 실토했다.

“형이 읽고 있는 거, 내가 쓴 거야.”

“······뭐어?!”

성우가 순간 큰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닫혀 있던 방문을 넘어서 집 안 모든 사람들의 귀에 들어갔다.

“뭐야?”

“무슨 일이야?”

집 안의 사람들이 순식간에 두 사람이 있는 작은 방으로 모여들었다.

성우가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서는 얼떨떨하다는 느낌으로 말했다.

“아······ 내가 읽는 소설 작가가 현우라고 해서.”

그 말에 현우의 사촌들이 가장 먼저 반응했다.

“헐! 대박.”

“진짜로?”

성우의 아버지인 현우의 고모부가 성우에게 물었다.

“이야. 그거 유명한 글인가 보다?”

고모부의 질문에 성우가 대답했다.

“유명하지. 요즘 상위권에 계속 떠 있는 소설이야.”

아직 학생인 사촌들이 눈빛을 초롱초롱 빛내며 현우를 바라봤다.

“와. 연예인 같아.”

“대박이다, 현우 형!”

그리고 그것을 보며 현우의 부모님들도 얼떨떨한 표정으로 현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현우가 말했다.

“조금, 잘 풀리고 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런 현우의 말에 옆에 앉아 있던 성우가 현우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야, 나도 웹소설은 몇 년 읽어서 안다. 이거 조금 잘 풀린 정도가 아니잖아! 너 내 월급의 몇 배는 벌 거 아냐!”

그리고 그 순간, 이번에는 어른들의 표정이 변했다.

그저 조금 신기하다고 여기는 정도였던 어른들이 하나같이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서 현우를 바라봤다.

그리고 옆에서 제일 놀란 표정으로 서 있던 고모가 중얼거렸다.

“그, 그렇게 대단한 거야? 작가라며? 작가가 그렇게 많이 벌 수가 있어?”

“응. 직장인 월급으로는 이제 얘 수입에 절대 못 비벼. 어쩐지. 너 오늘 홍삼을 저렇게 바리바리 싸들고 올 때부터 이상하다 했는데, 대박 났구나! 축하해!”

성우가 못을 박아 버리자, 현우의 고모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그리고 그날 저녁.

“자, 우리 장남 한 잔 받아야지!”

“네, 삼촌.”

“고모부 잔도 한 잔 받아야지!”

저녁에 시작된 술자리의 주인공은 현우였다.

어른들은 다들 현우에게 잔을 주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었다.

적지 않은 술이었기에 현우는 그것을 다 받아 마시느라 적잖이 고역을 치러야 했다.

그러나 현우는 부모님들이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며, 기분 좋게 그 술을 다 받아 마셨다.

그날은 좀처럼 술을 마시지 않는 현우 부모님도 취할 때까지 술을 마셨다.

그렇게 기분 좋게 흐트러진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현우는 진심으로 기뻤다.

현우에게 있어서, 인생 최고의 명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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