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제이플러스 님의 서재입니다.

기적을 얻은 폐급 작가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신재영
작품등록일 :
2020.02.17 14:47
최근연재일 :
2020.03.18 17:00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170,867
추천수 :
4,639
글자수 :
165,476

작성
20.02.22 17:00
조회
5,739
추천
147
글자
11쪽

8화

DUMMY

월요일 100위로 진입한 투데이 베스트의 랭킹은, 금요일 무렵 어느덧 32위까지 폭등했다.

그에 따라 현우에게 몰려오는 출판사들의 컨택 쪽지도 미친 듯이 쇄도했다.

금요일 퇴근 시간대의 무렵.

현우가 여느 때처럼 작업 중인데 컴퓨터에서 쪽지가 왔다는 알림음이 울렸다.

‘설마?’

현우가 설마 설마 하며 쪽지함에 들어가 봤다.

‘왔다.’


[안녕하세요, UI미디어입니다.]


혹시나 독자가 보낸 쪽지인가 하는 생각으로 열어 본 쪽지함에는, 여지없이 출판사의 컨택 쪽지가 와 있었다.

‘와······ 아직도 컨택이 올 곳이 남아 있다고?’


[쪽지 보관함(18)]


현우는 대한민국에 웹소설 출판사가 이렇게 많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출판사들의 연락이 말 그대로 쇄도해 온 것이었다.

UI미디어에서 온 쪽지의 내용은 길었지만, 핵심은 심플했다. 귀환자의 헌터 일기를 재미있게 읽었고, 함께 일해 보고 싶다는 이야기.

앞서 열여덟 번이나 들었던 내용이었다.

‘재미있네.’

현우는 입장이 완전히 뒤집어진 상황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바로 출판사의 선택을 기다리는 입장에서, 출판사를 선택하는 입장이 되었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입장의 변화는, 현우가 자신의 글에 자신감을 가지게 만들어 주었다.

처음 자신의 글이 터진 입장이다 보니, 최근 현우는 조금 얼떨떨하고, 어리둥절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러한 상태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게 해 준 것들이 바로 이 출판사들이 보낸 열아홉 통의 쪽지였다.

‘이제 슬슬 올 곳들은 다 온 것 같은데······ 연락을 해 볼까.’

쪽지를 받기 시작한 지 일주일밖에 안 됐지만, 그 안에 받을 곳들의 연락은 거의 다 받은 상태였다.

특히 현우의 마음은 이미 세 곳으로 압축까지 되어 있었다.

보통 하나, 아니면 두 곳에서 연락을 받는 게 전부였던 그에게, 이런 호사는 태어나 처음 누려 보는 일이었다.

‘허수를 빼면 세 곳인가······.’

“하. 내가 허수를 다 거르고. 출세했다, 박현우.”

그리고 그 세 곳은 1강과 2중의 구도였다.

1강의 폴라이스 미디어 와, 2중의 CNA미디어, 한빛 출판사 구도였다.

‘하다 하다······ 내가 폴라리스 미디어에 연락을 받을 줄이야.’

과거 대여점 시절부터 지금의 웹소설 시장까지, 멈추지 않고 탑의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는 출판사가 바로 폴라리스 미디어였다. 그리고 탑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만큼, 데리고 있는 작가들에게도 최고의 대우를 해 주는 것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그리고 폴라리스 미디어에 비하면 약간 손색이 있지만, 2중인 CNA미디어와 한빛 출판사 또한 시장에서 영향력이 상당한, 중견 출판사였다.

이 세 곳 중에서, 현우의 마음을 끄는 곳은 두 곳이었다.

첫 번째는 당연하게도 폴라리스 미디어였다.

그리고 두 번째는, 다름 아닌 CNA미디어였다.

‘철민이가 있던 출판사라······.’

현우는 주말이 지난 후, 다음 주 월요일에 폴라리스 미디어와 CNA미디어, 두 곳에 연락을 돌리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렇게 금요일이 지나고, 상대적으로 경쟁이 느슨해지는 주말이 찾아왔다.

주말 동안, 현우의 글은 경쟁의 느슨해진 틈을 사정없이 파고 들었다.

빈집털이를 제대로 한 뒤, 다음 주에도 펑크 없이 꾸준한 연재를 이어 나가자 성적은 크게 걸리는 일 없이 지속적으로 탄력을 받아 올라갔다.

그 결과 무료 웹소설 투데이 베스트 순위는 어느새 21위까지 상승했다.

어느덧 전작과의 성적은, 비교가 무의미한 단계까지 접어들고 있었다.

‘슬슬 출근했겠지? 연락해 볼까?’

기분 좋게 아침 성적을 확인한 현우는 스마트폰을 꺼내서 접촉해 보기로 한 세 곳 중, 가장 먼저 폴라리스 미디어의 담당자 번호를 눌렀다.


-여보세요?


사무적인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정태혁 실장님 연락처인가요.”

그 순간 상대방의 목소리가 조금 유해졌다.


-네 맞습니다.


현우는 항상 이 순간만큼은 떨렸다.

“네. 안녕하세요. 귀환자의 헌터 일기 작가입니다.”

그 순간,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 톤이 바뀌었다.


-아. 네! 작가님. 안녕하세요!


폴라이스 미디어의 담당자는 밝은 목소리로 현우를 반겼다.


-언제 연락 주시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 연락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유료화를 할지 고민 중이던 글이라 연락이 늦어졌습니다.”

담당자와의 대화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그가 곧바로 본론부터 꺼냈기 때문이었다.


-작가님 혹시 서울에 사시나요?


“아. 네.”


-작가님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나누는 게 어떨까요?


“네?”


-아 만난다고 하셔서 무조건 계약을 하셔야 하는 건 아니고요. 그래도 중요한 이야기니까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게 좋지 않을까요?


담당자의 말에 현우가 대답했다.

“아. 네. 알겠습니다. 그럼 어디서 만날까요?”


-저희가 작가님 댁 근처로 가겠습니다. 어디에 사시나요?


두 사람은 장소와, 날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반갑습니다.”

현우에게 악수를 청하는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어려 있었다.

현우가 건네받은 명함에는 ‘폴라리스 미디어 이태혁 실장’이라고 쓰여 있었다.

이태혁 실장은 악수를 풀면서 인사말을 건넸다.

“글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작가님.”

“아. 감사합니다, 실장님.”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도 될까요?”

“네?”

“저희가 준비한 조건을 빨리 말씀드리고 싶어서요. 하하. 제가 이 조건 위에서 오케이 받느라고 아주 힘들었습니다.”

이태혁 실장이 장난스런 말투로 그렇게 말하면서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현우는 이어진 본론을 듣자마자, 이태혁 실장의 저 농담이, 그저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웹소설 수익 쉐어는 6대4입니다. 그리고 종이책 보장 금액으로 권당 230만원 드리겠습니다.”

“230만 원이요?”

덤덤한 척 물었으나, 현우는 속으론 놀라 있었다.

‘역시.’

예상은 했지만, 막상 들으니 놀랄 수밖에 없는 금액이었다.

태어나서 처음 겪어 보는 성적을 냈으니, 조건 또한 처음 겪어 보는 수준을 접할 수밖에 없었다.

‘종이책 수익이 열 배 넘게 뛰어 버리네, 한 방에······.’

에이스 미디어에서 종이책으로 받는 돈이 권당 이십 만 원가량이었다. 거의 열한 배 이상으로 뛰는 셈이었다.

‘한 달에 한 권만 써도 이백삼십의 고정 수익이 생기는 거다. 진짜 대박이네.’

계약하는 순간 냉골 쪽방과는 안녕이었다. 어거지로 먹는 라면과도 안녕이었다.

원할 때 치킨과 삼겹살을 먹을 수 있는 삶이 눈앞에 찾아온 것이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종이책 인세는 어디까지가 웹소설 시장에서 부가수입이라는 점이었다.

주 수입원인 웹소설 수입은 이것보다 훨씬 더 커야 했다.

‘폴라리스가 이렇게 나를 대우해 줘도 되는 파트너라고 인식을 한 거야.’

기업에게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자, 현우는 자신의 실력이 상승했음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때, 현우를 바라보며 이태혁 실장이 말했다.

“작가님에게 제시하는 이 조건은, 귀환자의 헌터 일기에 베팅하는 조건이기도 하지만, 작가님의 미래에 베팅하는 조건이기도 합니다.”

“네?”

“대중적인 소재를 선택하는 유연성, 사이다를 강조하는 쉽게 읽히는 전개, 그러는 와중에도 적절하게 주는 긴장감이나 완급 조절, 제가 느끼는 작가님은 이러한 부분들을 다 고려하면서 글을 쓰고 있으세요.”

‘······이 사람 뭐야.’

순간 현우는 자신이 꿰뚫린 것 같은 심정이었다.

“감히 말씀드리자면, 아직 완벽하게 체화는 되지 못하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뛰어난 실력이시고, 그건 이번 작품이 훌륭한 성적을 내는 걸로 증명하고 있으시죠, 그리고. 제가 생각하기에 작가님은 앞으로 계속 성장하실 수 있으십니다. 저는 작가님의 오 년 후, 십 년 후가 기대됩니다.”

자신을 제대로 알고서 인정해 준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현우는 오늘 비로소 알 수 있었다.

‘괜히 폴라리스 실장은 아니라는 건가······.’

그리고 현우는 어째서 그가 업계 1위인 폴라리스 미디어의 편집실장인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람을 끌어들이는 마력, 그것이 이태혁에게서 느껴졌다.

‘이 사람이라면 같이 해도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좋은 조건을 준비해 주신 것도 감사합니다.”

그러나 현우는 이 자리에서 확답을 줄 생각이 없었다.

‘아직 CNA의 조건을 못 들었어.’

“한 번 생각해 보고 연락드려도 될까요?”

이태혁은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었는지, 살짝 놀란 표정이 됐다.

그러나 그가 이내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럼요. 신중하게 고민해 보시고 연락 주세요, 작가님.”

“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상대방이 이렇게까지 손을 내미는데도, 한 걸음 뒷걸음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못했다.

그러나 현우는 CNA미디어만큼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꼭 한 번 접촉해 보고 싶었다.


다음 날.

“반갑습니다. 김신욱 과장입니다.”

이태혁과는 정반대의, 온화한 목소리의 남성이 현우에게 악수를 청했다.

“안녕하세요. 박현우입니다.”

현우가 손을 내밀어서 악수를 받은 뒤, 자리에 앉았다.

‘유해 보이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님.”

“아닙니다.”

현우는 남성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어떤 곳일까.’

CNA미디어. 철민이 소속되어 있던 출판사였다.

철민은 출판사를 계속 옮겨 다녔던 현우와 다르게, 오 년 전부터 줄곧 CNA미디어에서 적을 두고 있었다.

그리고 항상 철민은 자신의 출판사가 좋은 곳이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담당자가 좋은 분이라는 칭찬이었다.

그래서 철민은 항상 현우에게 미안해 했다.

‘내가 조금만 더 짬이 됐으면 너를 소개해 줬을 텐데······ 정말 미안하다.’

철민은 현우를 자기 출판사에 연결해 주지 못한다는 점을 정말 미안해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현우는 정말 궁금했다.

과연 철민이 그토록 좋아하던 출판사는 어떤 곳일지.

그렇기에 현우는 이곳과 미팅을 해 보고 싶었다. 최소한 미팅은 해 보고 난 뒤, 계약에 대한 결정을 내리고 싶었다.

“음료는 뭐로 하시겠어요?”

“아메리카노로 부탁드립니다.”

“네. 잠시만 기다리세요.”

김신욱 과장은 커피를 주문하러 갔다.

그런데 문득, 현우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 봤더라?’

카운터 앞에 서 있는 김신욱 과장이, 현우는 이상하게 낯이 익었다.

“작가님. 여기 아메리카노요.”

그리고 현우가 김신욱 과장이 건네는 아메리카노를 받으면서, 그를 올려다보는 순간.

‘설마······.’

현우가 그에게 물었다.

“혹시······ 철민이 담당자분이십니까?”

그 질문에 김신욱 과장의 움직임이 순간 멈췄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기적을 얻은 폐급 작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3 33화 +16 20.03.18 3,719 150 11쪽
32 32화 +11 20.03.17 3,510 142 12쪽
31 31화 +8 20.03.16 3,599 131 11쪽
30 30화 +6 20.03.15 3,926 148 11쪽
29 29화 +6 20.03.14 4,018 147 11쪽
28 28화 +5 20.03.13 4,108 135 11쪽
27 27화 +8 20.03.12 4,264 137 11쪽
26 26화 +8 20.03.11 4,256 141 19쪽
25 25화 +8 20.03.10 4,477 154 10쪽
24 24화 +7 20.03.09 4,571 143 14쪽
23 23화 +5 20.03.08 4,725 141 11쪽
22 22화 +6 20.03.07 4,779 130 11쪽
21 21화 +6 20.03.06 4,664 132 13쪽
20 20화 +5 20.03.05 4,652 118 11쪽
19 19화 +6 20.03.04 4,753 127 11쪽
18 18화 +10 20.03.03 4,835 139 11쪽
17 17화 +5 20.03.02 4,931 132 12쪽
16 16화 +7 20.03.01 4,959 141 10쪽
15 15화 +5 20.02.29 5,035 131 9쪽
14 14화 +4 20.02.28 5,004 143 9쪽
13 13화 +4 20.02.27 5,052 128 8쪽
12 12화 +3 20.02.26 5,176 131 11쪽
11 11화 +3 20.02.25 5,261 138 9쪽
10 10화 +2 20.02.24 5,343 126 12쪽
9 9화 +8 20.02.23 5,571 133 15쪽
» 8화 +6 20.02.22 5,739 147 11쪽
7 7화 +2 20.02.21 5,818 150 9쪽
6 6화 +4 20.02.20 5,920 145 11쪽
5 5화 +5 20.02.19 6,153 158 11쪽
4 4화 +7 20.02.18 6,623 160 11쪽
3 3화 +9 20.02.17 7,187 148 9쪽
2 2화 +6 20.02.17 7,844 159 10쪽
1 1화 +9 20.02.17 10,395 154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