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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플러스 님의 서재입니다.

기적을 얻은 폐급 작가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신재영
작품등록일 :
2020.02.17 14:47
최근연재일 :
2020.03.18 17:00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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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5,476

작성
20.02.17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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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2화

DUMMY

장례식장에 찾아오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철민도 현우처럼 오랜 시간 동안 주변 사람들과 연락을 끊고 살았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곳에서 현우는 묵묵하게 상주를 대신해서 일을 도왔다.

그렇게 일을 하기를 잠시, 누군가가 현우를 불렀다.

“오빠.”

현우가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철민의 동생이 커피를 한 잔 들고 있었다.

철민의 동생이 현우에게 커피를 건넸다.

“마셔요.”

“······그래. 고마워.”

현우는 커피를 건네받고서 분향소로 향했다. 현우는 커피를 옆에 내려놓고서 향을 갈아줬다.

“······간암이었어요.”

철민의 동생이 하는 말에 현우는 할 말을 잃었다.

“······왜 조금 더 일찍 안 불렀어.”

“오빠가 절대 연락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어요. 하다하다 장례식 날도 마지막에 알리라기에 그랬다간 우리 오빠 말 지키다가 오빠 가슴에 대못 박힐 거 같아서 그건 제가 어긴 거구요.”

“······미친놈.”

현우의 목소리에는 슬픔이 짙게 어려 있었다.

현우가 고개를 들어서 철민의 영정사진을 바라봤다. 철민의 웃고 있는 표정을 보고 있자니, 그는 철민의 미소가 너무 야속하다고 생각했다.

“많이······ 힘들어 했어?”

“우리 앞에선 조금도 티를 안 냈어요. 그러니까 속으론 남들보다 몇 배는 더 아팠을 거예요.”

“독한 새끼.”

철민은 언제나 그랬다. 겉으로 절대 내색하는 법 없이, 속으로 골병이 드는 타입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목숨을 앗아 갈 지경까지 버틸 거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현우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상상조차 못했어. 계속 연재를 하고 있어서.”

당장 오늘만 해도 원고가 올라와 있었다. 투병 중에 연재분을 미리 다 써 놨다는 뜻밖에 되지 않았다.

현우는 그게 너무 무모하게 느껴졌다.

현우의 말에 철민의 여동생의 목소리에 물기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자기······ 장례식 비용은······ 자기가 벌어 놓고 가야 하지 않겠냐고······.”

“······뭐?”

“자기가 대인관계가 좁아서······ 부조금이 얼마 안 모일 거라고······.”

그렇게 말하며 철민의 동생이 펑펑 울기 시작했다.

현우는 철민의 동생의 어깨를 두드려 주면서 철민의 영정사진을 바라봤다.

“······너는 어디까지 나를 쪽팔리게 만들 생각이냐.”

현우는 그의 환한 미소에 담긴 감정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후련함.

왠지 그의 미소에서는, 이제 내가 할 일은 다 했다는 후련함이 엿보였다.


이틀 뒤.

아침이 되자 철민의 발인이 진행됐다. 현우는 믿을 수 없는 친구의 죽음이 그제야 조금씩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발인을 마친 뒤, 납골당에 철민을 안치한 현우의 표정에는 허탈감이 가득했다.

안치가 끝난 후, 현우는 철민의 동생과 철민의 어머니를 집에 데려다 줬다.

그러곤 바로 돌아가려는 현우를 철민의 동생이 차라도 한 잔 마시고 가라며 붙잡았다.

“건네 드릴 것도 있고요.”

“······건네 줄 거?”

“오빠가 부탁한 게 있어요. 잠시만 들렀다 가세요.”

“······그래, 알았어.”

현우는 철민의 집으로 들어가서는 당연하다는 듯, 철민의 방으로 들어갔다.

“아······.”

그리고 텅 빈 방에 들어가고 나서야, 현우는 이 방의 주인이 지금 자리에 있을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럼에도 현우는 당장이라도 방의 주인인 철민이가 왔냐면서 의자에서 일어나서 반겨 줄 것만 같았다.

‘······아직까진 실감이 잘 안 나네, 철민아.’

현우가 방의 책상을 손으로 쓸었다.

깔끔하게 정리 정돈된 책상과 각 잡혀 있는 모니터와 키보드를 보며 현우는 상념에 잠겼다.

그런 현우의 정신을 깨운 것은 방문을 열고 들어온 철민의 여동생 수민이었다.

“차 한 잔 하실래요?”

“아니. 피곤해서 바로 집 들어가서 자야 할 거 같네.”

현우의 말은 반쯤 거짓이었다. 그것보다는 철민의 가족들을 배려한 것이었다.

“그런데 철민이가 남긴 거라는 건 뭐야?”

“저기 모니터랑 키보드요.”

“모니터랑······ 키보드?”

현우가 고개를 돌려서 철민의 컴퓨터를 바라봤다.

“네. 둘 다 산 지 얼마 안 된 거니까. 오빠한테 줬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오빠 오래된 물건들로 글 쓰시고 계신다면서요. 새 거 아니라서 미안하다고도 전해 주라고 하셨어요.”

현우가 한숨을 푹 내쉬면서 모니터를 바라봤다.

“······네 오빠는 끝까지 멋있게 굴어 버리면 난 어떡하냐.”

“그렇죠?”

현우의 말에 철민의 여동생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현우도 씁쓸하긴 매한가지였다.

‘나는 글 그만두기로 마음먹어 버렸는데······ 이걸 남겨 줘 버리면······.’

그러나 그가 현우는 도저히 그 말이 입에 떨어지지 않았다.

“아, 그리고 이것도.”

철민의 여동생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서 현우에게 건넸다.

“USB네?”

“네. 오빠가 병원에서 노트북으로 작업할 때까지도 가져갔던 건데, 이것도 오빠한테 전해 주라고 하더라고요.”

이 안에 무엇이 들어 있을지 정확하게는 알 수 없었지만, 글과 관련된 무언가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현우는 더더욱 유품을 받지 않겠다는 말이 입에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 고마워. 잘 받을게.”


*


덜컥.

현우는 현관문을 열고서 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런 현우의 양손에는 모니터와 키보드가 들려 있었다.

“후우.”

‘힘드네.’

모니터가 은근히 무거웠다. 그 탓에 한 겨울임에도 현우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현우는 모니터와 키보드를 책상에 올려놨다.

그런데 현우는 막상 가져온 키보드와 모니터를 자신의 컴퓨터에 연결하는 게 꺼려졌다.

‘이렇게 써도 되는 걸까.’

친구의 유품을 써서 닳게 만든다는 게 본능적으로 꺼려졌다.

현우는 결국 철민의 모니터와 키보드를 책상 한편에 놓고서 의자에 앉았다.

‘······피곤하다.’

이틀 동안 잠을 거의 못 자서 피로가 너무 쌓여 있었다.

하지만 현우는 쉽게 잘 수가 없었다.

‘······내일은 연재 해야겠지.’

장례식으로 인해 오늘 연재를 펑크 낸 상황이었다.

여기서 잠들어 버리면 내일 연재까지도 펑크였다.

그는 그런 상황만큼은 막고 싶었다.

사실 지금 쓰고 있는 글은 현우가 이렇게까지 심한 의무감을 가져야 할 필요는 없었다.

그의 글을 기다리는 사람은 서른 명밖에 되지 않았다. 그리고 휴재 공지 또한 장례식 일정에 맞춰서 내일까지 올라가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철민이 어떻게 살다가 떠났는지를 알기에, 현우는 도저히 이불에 누울 수 없었다.

현우는 정말로 자신이 마지막까지 작가로서 최선을 다한 친구를 기린다면 스스로를 작가라고 지칭할 수 있는 마지막 순간, 완결을 내는 날까지는 작가로서 책임감을 다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현우는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108화]


현우는 곧바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어라?”

현우는 키보드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키 하나가 먹통이 되어 있었다.

꾹 눌러도 전혀 타이핑이 되지 않았다.

‘······미치겠네.’

몇 년이나 쓴 키보드이긴 했지만, 이런 타이밍에 망가져 버리자 현우는 할 말을 잃었다.

자연스럽게 현우의 시선이 책상 한편으로 옮겨졌다.

‘너무 뜬금없잖아.’

마치 쓰지 않으려고 하니 때맞춰 망가진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현우가 철민의 키보드를 집어 들었다.

현우가 쓰던 키보드를 빼내고서 철민의 키보드를 연결했다.

기존에 쓰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기계식 키보드의 키감이 느껴졌다.

그렇게 현우가 다시 작업을 재개했다.

그리고 그날.

현우는 조금 이상한 경험을 했다.

현우는 왠지 모르게 글이 술술 나온다고 느꼈다.

‘졸려서 그런가······.’

현우는 그 이유가 자신이 비몽사몽인 채로 글을 막 쏟아 낸 탓일 거라 추측했다.

그리고 그런 감각은 한 편을 마무리 지을 때까지 이어졌다.

‘잘 하는 걸까······ 이게······.’

순식간에 한 편을 다 쓴 현우는 멍하니 원고를 다시 읽어 봤다.

그러나 여전히 비몽사몽인 탓인지 딱히 문제점은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연재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연재를 펑크 내는 것보다는, 어떻게 해서든 연재 주기를 지켜 내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우는 결국 파일을 담당자인 김태진 대리에게 보냈다.

그 후 현우는 곧바로 이불에 쓰러졌다.

“후우······.”

현우는 저도 모르게 한숨이 흘러나왔다.

‘이 와중에도 일을 하고, 잠이 오네.’

진심으로 슬픈 와중에도, 눕자마자 잠이 쏟아진다는 사실이 현우는 씁쓸했다.

그러나 사흘간 거의 잠을 못 잔 탓에, 현우의 의식은 빠르게 꺼져 갔다.

이내 방 안에는 고른 숨소리만이 흘러나왔다.


그날.

현우는 꿈을 꿨다.

언제나처럼 작업을 하는 꿈이었다.

그런데 조금 독특한 꿈이었다.

자각몽.

정확히는 몸의 통제권을 잃은, 의식만 있는 자각몽이었다.

현우는 이게 꿈이라는 것을 꿈속에서 눈을 처음 뜬 순간부터 알 수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가 작업을 하고 있는 방이 말도 안 되게 호화로웠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꿈속의 자신이 잠시 후 주방으로 원두커피를 내리러 걸어갈 때에는, 이곳이 월세 삼십짜리 싸구려 원룸이 아니라, 신축 아파트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신기하다.’

그런데 무엇보다 신기한 건, 꿈속의 자신이 미친 듯한 속도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작업을 하고 있던 현우의 휴대폰이 갑자기 진동했다.

꿈속의 현우는 휴대폰을 꺼내서 확인했다.


-철민 : 현우야, 나 이제 그만 갈게.


꿈속의 현우는 가만히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고 있는데 휴대폰에 톡이 하나 더 도착했다.


-철민 : 너는 꼭 성공해라.


그리고 그 톡을 읽은 순간, 꿈속의 현우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 후 현우는 잠에서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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