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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민SUN 님의 서재입니다.

귀문(鬼門)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드라마

성민SUN
작품등록일 :
2023.08.07 12:29
최근연재일 :
2024.04.12 17:00
연재수 :
165 회
조회수 :
8,551
추천수 :
917
글자수 :
838,629

작성
23.09.04 17:00
조회
73
추천
7
글자
11쪽

상심

DUMMY

“제발 신령님 해수를 지켜주십시오. 며칠 동안 아무일 없도록 부탁 드립니다.”


하늘을 바라보니 하얗고 신령한 빛들이 깜빡거리며 대답을 하는 듯하다.

신어머니의 장례와 해수 일로 당분간 집으로는 못 갈듯하다.

손님들의 성화와 약속이 있지만 지금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니 그냥 버려 둘수가 없었다.

해인은 신어머니인 만신할매집 대문 앞에서 우두커니 서있다. 문을 열면 금방이라도

' 해인아~ '

라고 부르며 대청마루 앞에 나오실 것만 같은 생각에 그 그리움에 문을 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무당들은 독하기 그지없다고 그래서 신이 오고 작두를 타고 남의 인생을 점 치는 독하고 기이한 팔자라고... 하지만 그 이전에 나도 한 사람이라는 것을 선녀라고 부르기 이전에 난 해인이라는 무당이 아닌 평범한 사람이고 싶다는 것을...


문을 열고 들어가니 부모님이 맞이한다.


“우리 해인이 일보고 왔나? 얼른 와서 밥먹자.”


해인의 아버지 얼른 오라고 손짓 한다.


“얼른 숟가락 들고 밥 먹자.”


부모님은 무당이 아닌 그냥 딸로서 해인을 대한다. 아직도 머무는 신당 근처로는 오시지도 않으시는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 할 수 있다.


“그래 이제 장례도 다 치르고 정리도 된거 같은데 집은 언제 갈거니?”


이제 마무리가 다된 듯 하여 말씀을 하시는 것 같다.

해인 밥을 한술 뜨려다 만다.


“어머니, 아버지 저는 지금 여기서 해야할 일이 있어서 당분간만 여기에 머물러야 할거 같습니다.. 신어머니가 부탁하신 말씀도 있고, 그 일만 마치면 돌아갈 겁니다. 먼저 돌아가세요.”


“무슨 일? 그 위에 집에 사는 그 아기 말하는 거가?”


“네. 어떻게 아셨습니까?”


“아까 올라가는 거도 봤고, 대충 눈치를 챘다. 니가 무슨 일을 하던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걸로 알고는 있는데 이번에는 왠지 걱정이 된다. 그래도 잘하겠지. 우리 해인이 그동안 힘든 일 다 잘 겪었는데... 잘 해낼꺼다.”


부모님 걱정하는 티를 안 내시지만 해인은 알고 있다.

눌림굿을 받을때도... 내림굿을 받을때도... 그 이후 신당을 차리고 점사를 칠때도 항시 걱정하는 마음을 느낄수 있었다.

부모님과 신어머니가 계시지 않았다면 어떻게 살아왔을지 생각할 수도 없다.


“어머니... 엄마... 음 좀 그러시겠지만 먼저 돌아가셔서 제 집에 잠시 들러 말을 좀 전해 주세요. 당분간 손님 받지 말고 신당 청소와 청수(신당에 올리는 맑고 깨끗한 물)를 잘 올려 달라고 이야기 하십시오.”


어머니는 껄끄러워하는 기색이다.


“엄마 걱정 마세요. 안 들어가셔도 되니... 제가 기별을 하겠지만 어머니가 집 앞에 가셔서 들어가시지 말고 불러서 한번 더 말씀해주시라고 하는 겁니다.”


“해인아 미안하구나. 아직까지는 엄마가 익숙치가 않아서 그렇다. 니가 이런 일을 한다는게 부끄러워서 그런게 아니고 그냥 좀 익숙치가 않구나.”


“그래 해인아 엄마 마음을 이해하겠지? 이건 내 딸의 일과는 다른 일이다. 니 일이지만부모로써는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니 엄마를 이해해라.”


해인은 알고 있다. 엄마가 아직까지 얼마나 속상한 마음인지 지금도 혼자 계실 때 딸의 처지땜에 울고 계신다는 걸 알고 있다. 처음 일을 할 때 걱정이 되어 따라 다니시기는 했지만 항상 멀찍이 떨어져 계셨다.


“어머니 아버지... 아니 엄마아빠 알고 있습니다. 그냥 제가 죄송할 뿐입니다.”


해인은 항상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다. 이런 부탁까지는 안 드리고 싶었지만 약속도 지켜야하고 신당은 지켜야만 하니...


해인 저녁상을 물리고 신당에 앉아서 기도를 한다.


‘신령님, 동자님, 선녀님 저한테 좋은 기운을 주십시오.’


며칠 동안 굿 준비로 바쁘다. 새벽 신당에 절을 하고 기도를 드리고, 몸을 정갈히 하고 밖에 출입을 일제히 하지 않았다. 가끔 걱정이 되어서인지 부모님이 오시기도 하고 끼니를 챙겨주셨다.


해수네 집...

굿을 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대문 밖에 금줄을 달고 외부인의 출입을 막았다.

혹시나 해서 2층 세 들어 사는 사람들을 동네 여관에 비용을 대고 기거하도록 했다.

좋은 사람들이고 해수 일에 대해서는 티는 내지 않지만 다 알고 있는 눈치였고 집을 나가겠다고 하거나 다른말을 했었터인데 누구보다도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라 기꺼이 그러겠다고 해서 고마울 따름이다.


해인이 다녀간 후 해수는 며칠 사이 말도 제법 잘 하기 시작하고 걸어다니다 이제는 뛰어다닌다. 그런데 걱정은 자꾸 대문 쪽으로 가려 한다는 것이다.

아이를 지키고는 있지만 자꾸 밖에서 누가 부르는 듯 나가려 한다.

해수가 걸어다니기 시작하니 계속 움직여서 달아나는 통에 가족들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해수에게서 한시도 눈을 뗄수가 없다. 대문 위에 빗장을 더 달고 대문 사이 틈도 다 막아버렸다.

아침에 다들 일을 하러 나가고 인애도 나가려는 준비 중이고 순자는 아침 먹은것을 정리하고 집안 정리를 하려는 중이다.


이때, 순자의 고함 소리가 들린다.


“아가야. 해수야 어디 갔노. 아이고 해수야 거기 어떻게 올라 갔노.”


인애 놀라서 신발도 신지 않고 뛰어 나간다.


“순자야... 해수는 어딨노.”


“큰일 났습니다. 해수가... 해수가 저기 위로 혼자 올라가고 있습니다."


순자가 손짓을 하는 것을 보니 해수가 계단을 기어서 올라가고 있다.


“해수야 어디 가노. 거기 있어라 엄마가 갈게.”


해수 뒤를 돌아 보더니 계속 올라간다. 인애 따라 뛰어서 올라간다.

해수 뒤따라 올라오는 엄마를 바라보더니 꺄르르 웃으며 걸어가면 잡힐거 같은지 빠르게 기어가서 옥상으로 가는 철제 계단 쪽으로 간다.

아래가 뚫려있는 계단은 아기가 잘못 디디면 바로 밑으로 떨어지는 구조이다.

두 번째 계단으로 올라가려는 찰라 인애가 해수를 낚아 챘다.

해수 발버둥을 치며 악을 쓴다.


“해수야 거기는 위험한 곳이야 어디를 올라 갈려구 하니.”


해수 할머니 뒤늦게 올라온다.


“해수 엄마야 무슨 일이고?”


“어머니 해수가 계단을 기어올라가서는 옥상까지 올라 갈라고 한다 아닙니까?”


해수 할머니 악을 쓰고 울고 있는 해수를 안아든다.

머리를 쓰다듬으며


“해수야 아가야 여기는 뭐 한다고 올라 왔노? 여기는 이노옴~하는데다.”


해수 옥상을 바라보며 계속 손을 떼라고 하는 듯 울음을 터트린다.


“어머니 힘드신데 애 이리 주세요. 제가 데리고 내려가겠습니다.”


그 와중 해수는 고집을 부리며 엄마를 밀어 낸다.


“쪼꼬만한게 왜 이리 고집을 부리고 기운이 쎄노”


해수 할머니 해수를 보며 웃는다.


“우리 해수 할미가 까까 주까? 얼른 내려가자”


해수 말을 알아 듣고 울음을 멈춘다.


인애 놀란 맘을 다독이며 해수를 안고 1층으로 간다.

그 와중 해수의 시선은 옥상에 향해 있다. 손을 뻗으며 가야하는 거처럼 하더니 할머니를 보며 웃음을 짓는다.


‘아가 뭐 있는거처럼 저렇게 보고있노.’


인애 등골이 서늘함을 느낀다.


‘아이다 애가 궁금해서 그렇겠지. 한참 기어 다닐 때이니.’


1층에 내려와 해수를 안아드는 순자.


“해수야 언니 놀랬다 아니가. 죄송합니다. 제가 잠시 뭐 한다고 업다가 잠시 내려놨는

데 이래 되가지고 죄송합니다.”


순자 울먹거린다. 인애 화는 나지만 꾹 참으며 얘기를 한다.


“순자야 니가 하는 일도 많은건 아는데 그래도 해수한테 눈은 떼지마라.”


“제가 한눈 안팔고 잘 돌볼께요. 얼른 일 하러 가세요. 죄송합니다.”


인애 나갈 채비를 한다.


“해수 애미야 순자 그만 머라해라. 일할 동안 내가 애를 봐야하는데 나도 뭐 이거저거 준비한다고 정신이 팔렸는 갑다. 걱정 마라 내가 더 잘 돌볼 테니.”


“어머니 다녀오겠습니다.”


해수를 바라보며


“아가. 해수야 엄마 갔다 올게. 할매랑 언니 말 잘 듣고 있어라.”


해수 엄마한테 손을 흔들며 빠이빠이라고 한다.

그리고...

다시 옥상 계단 참을 바라보며 손을 흔든다.

시모 얼른 인애가 바라보기전에 해수를 안아 들고 방으로 들어간다.

모른척 고개를 돌리는 인애는 무서움과 걱정이 공존한다.

대문을 열고 얼른 나간다.

대문 밖 금줄을 보며 한숨을 쉰다.

평상에 할머니들이 나와 앉아있다.


“아이고 막내 며느리네 일하러 가는갑네.”


불편한 듯 목례를 하고 가려는데...


“근데 거 애 낳은지 몇년 되가는거 같은데 금줄을 왜 달았노? 그세 애를 또 낳았나? 근데 애는 있기는 하나? 내가 대문 밖으로 애 나오는 거를 한번도 못봤네”


“그러게 말이요. 그때는 산달 된거처럼 배는 볼록하더만. 그 와중에 또 애를 낳았나.”


이를 악무는 인애는 모르는 척 내려가 버린다.

할매들 궁시렁 거리는 소리가 뒤에서 들리지만 무시하고 내려가 버린다.


‘도대체 남의 일에 왜 저리 관심들인지...’


서둘러 일을 하러 내려간다.

양장점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무생이 바라보며 이야기를 한다.


“왜 이렇게 늦게 왔노. 바쁜데... 내가 이거를 알아야 할거 아니가. 일하는 애들이 아나 니가 와서 해야지.”


안그래도 힘든데 괜한 짜증을 내는 무생 때문에 기분이 많이 상한다.


“일이 있어서 늦게 왔지 그냥 늦게 왔겠나. 알지도 못하면서...”


인애 갑자기 눈물이 터진다.

무생 당황한 듯...


“왜 무슨 일이고 무슨 일 있었나?”


“아무것도 아니니까 신경쓰지말고 하던 일 하이소.”


갑자기 서러운 듯 울음을 토해내는 인애 때문에 무생은 당황스럽다.

직원들이 웅성거린다.

무생 당황한 듯 인애를 데리고 내실로 들어간다.


“도대체 무슨 일인데? 형수가 왔다 갔나?”


고개를 내젓는다.


“오늘 해수가 잠시 눈을 다른데 둔 사이에 옥상으로 올라가는데 너무 놀래서...”


무생 한숨을 쉰다.


“다들 뭐했노. 애 안보고... 에휴 뭐 애가 잠시 한눈 파는 사이 그럴수도 있겠지.”


이내 담배를 꺼내든다.


“언제까지 이렇게 조마조마 하게 살아야 되노.”


인애의 말에 무생은 한숨을 토해내듯 길게 담배연기를 내뿜는다.


“어머니가 애를 키우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 다있다 하시데. 해수가 그래서 그런게 아니고 그리고 우리가 애를 처음 키워봐서 그런거다. 니 다른 생각하지 마라. 지금 우리 처지가 이래서 니도 맘 안편한거 안다.”


인애 한참 눈물을 흘리더니.


“동네 할매들이 아니 동네 사람들이 쑥덕거리는 거도 듣기 싫고, 집에 애가 없다느니 구신이 들렸다느니...”


“니는 왜 그런 말을 다 듣고 있노. 지금 그래서 그러나.”


인애 일어난다.


“이제 그 이야기 그만합시다. 나도 잊을테니... 오늘 가봉하러 온다는데 내가 이럴 정신이 아니다.”


인애 툴툴 털고 일어나서 얼룩진 얼굴에 화장을 고치고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나간다.

무생 줄담배를 피고 연거푸 한숨을 내뱉는다.


‘이게 다 무슨 일이고, 아이를 낳고 시름이 더 깊어지네. 아니다 그런 생각 하지 말자.’


이내 담배를 재떨이에 털어내고 밀린 일을 하러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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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진실을 말하다. 23.08.24 95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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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시름... 23.08.22 109 7 11쪽
6 황달 23.08.21 110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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