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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민SUN 님의 서재입니다.

귀문(鬼門)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드라마

성민SUN
작품등록일 :
2023.08.07 12:29
최근연재일 :
2024.04.12 17:00
연재수 :
165 회
조회수 :
8,549
추천수 :
917
글자수 :
838,629

작성
23.08.15 17:00
조회
243
추천
10
글자
12쪽

기이한 운명의 아이(2)

DUMMY

통금시간도 지나고 날이 밝았다. 산파 할매 얼른 산후 조치를 하고 정리를 하여, 나설준비를 도와준다.


“할매 며느리 몸 뜨시게 해가지고 삼칠일 동안 조리 잘해주이소. 그 성정에 알아서 잘하겠지만 잘 챙겨주이소.”


“ 애기 엄마 고생했다. 몸 좀 추스리고 가면 좋겠지만 그래도 얼른 집에 가서 쉬는게 좋지 않겠나. 애기 아빠가 새 옷이랑은 챙겨왔는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난다.


“어무이... 집사람 옷이랑 속옷하고 얼라 저고리 가져왔습니다.”


마침 집에 챙겨 놓아서 다행이다. 아들이지만 마땅히 크게 책임지고 맡길 수가 없다.

이내, 조산원 출입문이 열리고 네 사람... 아니 어른 넷과 작디 작은 아이가 나온다. 어른들은 많이 지친듯하지만 아이는 엄마 품에 안겨 포근하게 잠들어 있다.


“조심히 올라 가이소. 나는 나이가 드니 점점 이 일도 버겁네요. 힘들어가 좀 쉬어야 겠다”


이내 서로 인사를 하며 헤어진다.


“얼른 가자. 근데 갑자기 애가 나와서 집에 아무것도 없는데 뭘로 조리를 하노. 할배요.

내 지금 시장에 문 열었는가 보고 올테니 야들 데리고 가서 부뚜막에 불 지피고, 아범 니는 이부자리 깔아서 아가랑 애미랑 눕혀놔라”


노구를 이끌고 큰 도로를 지나 시장으로 들어선다.

처연한 얼굴의 아버지는 아내를 부축하며 집으로 향하고 뒤따라 근심 가득한 얼굴의 할아버지도 따라 간다.


“여보 할매가 머라고 했습니까? 애가 어디 안좋다 합니까?”


애기 엄마는 아이를 안고 연신 궁금한 듯 남편에게 질문을 던진다.


“아이다. 그냥 니 고생했다 한다. 니는 몸조리 잘하고 애나 잘 돌봐라”


무심한 듯 대답하는 남편에 살짝 토라진 듯 하다.


“근데 내일 양장한거 가봉하러 온다고 했는데... 갑자기 애가 나오는 바람에 우짜노”


아내는 큰 양장점을 하고 있다. 남편은 재단사를 하며 같이 일을 꾸리고 있다.

남편이 답답한 듯 얘기한다.


“그러게 비오는데 뭐한다고 몸을 그리해가 천 구한다고 댕기노. 애 낳을때도 지나서 더 몸 챙기야 되는데...”


아내가 이내 눈물이 그렁한 얼굴로 대답을 한다.


“내가 그런줄 알았겠나. 일이 있고 당신이 가질 않으니 내가 가야 한다 아니가.”


“됐다. 얼른 집에 가서 누워라. 처가에는 연락 할게”


집에 도착하여 들어가는데 두 남자는 입을 꾹 다물고 이내 걸음을 서두른다.

이 시각 노모는 시장 건어물 가게에 들러 미역과 고기집에 소고기를 사들고 올라가는길이다. 두 눈에는 수심이 가득하고 금방 이라도 울음이 터질듯하다.


‘불쌍한 내 새끼... 불쌍한 내 새끼야. 할매가 지켜 줄끼다 제발 하늘에 있는 누구라도 좀 도와주소. 조상님요 제발 도와주소’


문을 열고 들어간다.

제법 큰 이층 양옥집이다. 동네에서도 큰 마당이 있는 2층 양옥집은 흔하지 않다. 시골에서 힘들게 살다 능력 좋은 며느리를 만나 밥 굶지 않고 편안하게 살게 되었다. 그뿐 아니고 무뚝뚝하지만 살뜰한 며느리는 일도 열심히 했고 특히 시부모에게 지극 정성이었다.

능력없는 아들 때문에 항상 미안한 마음이다. 매일 일한다고 비가 오든 날씨가 춥든 혼자 여기저기 옷감 시장에 다니며 살림을 일구었다. 빈둥거리는 아들은 재단이라도 배워보라고 등 떠밀어 며느리랑 일하게 했지만 남자가 여자 밑에서 어찌 일하냐며 불만투성이었다.


“내 왔다.”


금시 웃으며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방에서 아들이 나와서 맞이한다.


“엄마 왔습니까”


“엄마는 무슨 엄마고... 이제 니는 애비다 이제 모든 행동 다 조심해라. 그리고 사돈댁에는 연락했나.”


그 동네에서는 드물게 전화기가 있는 집이었다.


“이제 할 겁니다.”


“ 할배요. 내 밥할꺼니. 얼른 애비 데리고 가서 아 이름 지어오이소.”


“ 이름 짓는 할배가 뭐라는지 잘 듣고 오고, 그 옆에 만신 할매한테도 함 갔다오소.”


“어무이 우리는 성당다니는 사람인데 어디 그런데는 가라합니까.”


“시끄럽다. 조용히 하고 얼른 가라. 내 새끼가 있고 믿음이 있는기다. 조용히 하고 가라”


말없이 지팡이를 들고 나설 준비를 하는 시부와 아들...


방안에서 며느리가 나오며


“어무이 허리도 아픈데 뭐한다고 그리 나섰습니까.”


“니는 얼른 들어가라. 몸에 바람 들어간다. 산후풍온다. 아무리 날이 따시다 해도 몸은 뜨시게해야 된다. 애 낳으면 뼈가 다 벌어진단다. 얼른 문 닫고 드가라.”


“응애~응애~”


“얼라 배고픈갑다. 얼른 젖이 돌아야할건데.”


“얼른 묻닫고 드가서 애 달래가 누워있어라. 내가 얼른 미역국이랑 밥해가 드갈테니. 밤새 도록 고생해서 배고플건데. 조금만 기다리라”


이 시각 두 남자 말도 없이 걸어서 내려간다.


“아부지. 그 할매가 한 소리는 그냥 하는 소리 아닐까예? 남의 자식한테 헛소리를 해가

이 애 낳은집이 아니고 초상집이네요. 으휴~”


깊은 한 숨을 내쉰다.


“그 할매 신기 있다고 소문난 할매다. 지금은 그냥 애나 받고 그래 보이도 옛날에는 더 총기 있었단다. 그리고 니는 애비가 되가지고 그런 소리하노.”


눈치를 보며 이야기한다.


“걱정이 돼서 그러는거 아닙니까.”


역정을 내며 말한다.


“얼른 가자.”


검은 대문에 휘황찬란한 깃발이 늘어져있고 한쪽에는 대나무까지 걸려있어 왠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의 집...


이내 시부 문을 두드리며 사람을 부른다.


“할매요~ 거 계십니까!”


두 남자 더워서 나는 땀인지 두려움과 걱정에 의해 나는 식은땀 인지를 흘리며 기다린다.


이내 미닫이 문이 열린다.


“누구요~”


나이가 많은 할머니지만 날카로운 눈매와 꼿꼿한 허리로 문을 열고 나오며 둘을 노려보듯 쳐다본다. 이내 입을 뗀다.


“우짜노. 애 때문에 왔는갑네. 아비가 감당하겠나. 얼른 들어와 보소”


애기아빠는 쉬이 걸음을 떼지 못한다. 한숨을 몰아쉬고 있다.


“얼른 들어가자.”


지팡이를 마루 한쪽에 놔두고 서둘러 올라간다. 뒤이어 애기아빠도 따라 들어간다. 몸이 덜덜 떨리는 듯하다.

할매가 앉아서 둘을 쳐다본다.


“ 할배 아들 여덟인데 다없네. 그리고 니는 장가를 가면 안되는 놈이 장가를 가서 어먼 여자 고생시키네. 니는 머리깍고 절에 들어가 살아야 할 팔자인데...”


애기 아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제가 중팔자라는 말입니까? 먼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고 있노. 할매 노망났네. 아부지 가입시다.”


“조용히 하고 앉아라.”


아들 옷을 끌어 당겨 주저 앉힌다. 이내 입을 뗀다.


“할매요. 우리가 왜 왔는지는 알겠지요.”


고개를 끄덕인다.


“대문 밖에서 오는데 느그 따라 오는 누가 먼저 와서 이야기 하더라.”


애기아빠 흠칫 놀라며 아버지 뒤에 숨는다.


“그래 겁이 많아서 느그 아는 어찌 키울래. 니 성정에 감당도 못할 애다. 조상이 이쁘게

빚어서 만들어 놨는데 너무 맑디 맑은 혼이 깃들어가 탐내는 것들이 많다.”


이내 옆에 있는 주전자에서 물을 따라 마신다.


“와이리 목이 타노. 할배요. 할매랑 할배가 애를 많이 이뻐한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특히 할매가... 다른 손자들도 있겠지만 이 애가 할배, 할매한테는 웃음복일끼다. 할배 조상이 이쁘게 만들어서 보냈다. 근데 우짜노... 아 얼굴은 안 보이는데 애 혼이 보이네...그래서 큰일이다.”


마른 침을 삼키는 두남자... 이제 삼킬 침까지도 나오지 않는다. 입안이 바싹 탄다.


“밑에 애 받는 할매한테 얘기 들었제. 할매가 늙었어도 아직 볼 줄은 안다. 야 20살 넘기기도 어렵다. 자꾸 누가 데려갈라 할끼다. 20살 넘기도 당분간은 힘들끼다. 그리고 암만 세상이 바끼도 애는 시집 보내지마라. 보내도 40은 넘어야 그나마 한 고비 넘긴다.”


애기 아빠는 울 지경이다.


“ 잠시 애아빠는 나가라. 할배한테 할 말이 있으니까.”


벌떡 일어나서 나간다. 마루에 앉아서 숨을 고르고 있다.

나간 문이 닫히길 기다리며 이내 입을 뗀다.


“할배요. 할배도 알다시피 아들 철없다. 저거는 늙어도 안 고쳐질끼다. 그래도 할매할배가 착해서 건사할 며느리를 들였지만, 그 며느리도 할매할배가 있어서 산다. 아들이 참... 드러운 팔자를 가지고 태어났다. 얼라가 5살까지는 뭐가 자꾸 보일끼다. 다칠수도 있고 죽을위험이 생길 수도 있다. 그것들이 꼬여가지고 애를 자꾸 데려갈라한다.”


듣고 있는 순간 순간 입은 더 바짝바짝 타들어가고... 눈앞이 아득해지는 듯하다.


“할배... 할배가 있어야 할매가 있다. 정신차리소. 할배 할매가 그나마 있어야 저기 살긴데 할배 할매도 얼마나 살끼고...”


이내 마른 입을 떼며 이야기 한다.


“그럼 우리가 아니 내가 어찌해야겠습니까.”


“방법은 없다. 그리 태어나버렸다. 지 업을 지가 가지고 살아가는기다. 누를수도 없고 막을수도 없다. 아니다... ”


잠시 말을 멈추고 눈을 감고 중얼거린다.


“누가 있다. 막아줄 사람이 있다. 근데 나도 잘 모르겠다. 언제일지도 모르겠는데 만나게 될끼다. 그기 언제인지는 모른다.”


“말해보이소. 누굽니까 누가 우리 아를 살려주는교.”


“나도 모릅니다. 그래서 걱정이 되네. 내 이 나이까지 살아봐도 이런 거는 첨 본데이. 답

줄수 없다. 부적을 쓸 수도 없고 굿을 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냥 지 운명이다.”


“할배요. 사는동안 애한테 사랑 많이 주소. 걔는 그거로 세상 버틴다. 할배할매 생각만으로 힘든거 버틸끼다. 즈그 애미애비보다도...”


늙어 주름진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아가 내 새끼야 우짜면 좋노. 할애비가 해줄게 없다. 이제 세상에 나왔는데 할배가 뭘 해줘야되노.’


만신할매 안쓰러운 듯 할아버지를 쳐다본다.


“할배요. 세상만사 정해진것도 없고 바꿀수 없는것도 있다 아입니까. 불쌍한 얼라. 쟈는

커도 지가 왜 저런지도 모르겠지만 힘들겁니다. 내가 말하지만 애미애비도 따시게 못 품어줄끼다. 그냥 부모지 따뜻한게 없다. 지 새끼 뿌리치지는 않겠지만.... 할배요 할매랑 있는 동안 맘껏 품어 주이소. 나중에 내보다 더 큰 무당 만나거나 지 막아줄 인연 만나면 언제인지 모르지만 힘들 때 할매할배 생각하면서 살 수 있도록 해주소. 난 그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눈물을 닦고 몸을 일으킨다. 깜빡한 듯 주머니를 뒤진다.


“돈을 드리야 되는데 정신이 없다.”


손사래를 친다.


“그냥 가이소. 돈 안 받는다. 돈 받으면 내가 벌 받는다. 얼른 가소”


인사를 하고 일어선다. 문을 열고 나가니 아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맘을 다지고 크게 숨을 내쉬며 입을 뗀다.


“일어나라 얼른 가자. 출생신고 할라면 이름도 있어야 된다.”


두 남자 대문을 나선다.

나가는 뒷모습을 보는 만신할매...


‘할배요. 할배도 얼마 안남았네. 애 클때까지 안되겠다.’


걸어가면서 생각에 잠긴 두 남자...


“아버지 저 잘 키우고 앞으로 성당도 더 잘 다니고 기도하면 우리 애 나쁜거에서 지켜낼수있을겁니다. 신부님한테도 기도 해 달라하고 수녀님한테도 기도 해달라하고 축복해달라고하면 우리 아가 잘 지킬 수 있을겁니다.”


“그래...”


‘그래가 지킬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노. 내 손녀 이쁜 내 손녀. 아들만 보다가 꽃 같은 아기를 만날 수 있었는데... 아니다 내가 맘을 단단하게 먹어야 지킨다. 그래 안 좋은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손녀 이쁘고 고운 이름 지어서 많이 불러줘야지’

아들 여덟명 중 넷을 잃고 힘들었던 맘도 이겨냈는데 손녀 일에는 도통 침착할수도 없고, 맘이 잡히질 않는다. 그때보다 더 고통스러운 듯 하다. 태어나서 힘차게 울며 작은 두 손으로 할아버지 손을 잡자마자 울음을 그치던 손녀의 손녀의 얼굴을 떠올리니 눈물이 차오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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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굿(1) 23.09.06 82 7 11쪽
17 방문 23.09.05 78 7 11쪽
16 상심 23.09.04 73 7 11쪽
15 준비 23.09.01 81 7 12쪽
14 잠들다... 23.08.31 80 7 11쪽
13 해인의 과거 23.08.30 88 7 12쪽
12 신딸(2) 23.08.29 91 7 12쪽
11 신딸(1) 23.08.28 94 7 11쪽
10 구부사이 23.08.25 97 6 11쪽
9 진실을 말하다. 23.08.24 95 7 12쪽
8 삼신 바가지 23.08.23 102 6 12쪽
7 시름... 23.08.22 109 7 11쪽
6 황달 23.08.21 110 6 12쪽
5 전조 23.08.18 141 8 12쪽
4 아이의 이름 23.08.17 163 7 12쪽
3 기이한 운명의 아이(3) +2 23.08.16 184 8 11쪽
» 기이한 운명의 아이(2) 23.08.15 244 10 12쪽
1 기이한 운명의 아이(1) +2 23.08.14 512 1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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