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성민SUN 님의 서재입니다.

귀문(鬼門)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드라마

성민SUN
작품등록일 :
2023.08.07 12:29
최근연재일 :
2024.04.12 17:00
연재수 :
165 회
조회수 :
8,552
추천수 :
917
글자수 :
838,629

작성
23.08.18 17:00
조회
141
추천
8
글자
12쪽

전조

DUMMY

새벽...

작디 작은 손녀는 숨을 쌕쌕 거리며 눈을 감고 잠이 든 건지 몸이 힘들어 눈을 감고 있는지 힘들게 숨을 쉰다. 노란 얼굴이 점점 더 짙어지는 거 같다.

며느리는 깊은 잠에 빠져있다.


‘그래 니 라도 푹 쉬고 몸을 챙겨야지.’


눈물이 흘러내릴 듯한 눈으로 손녀를 바라본다.


‘아가... 해수야 우리 손녀 해수야. 몸이 안 편하나. 내일 일찍 일어나서 아빠랑 할미랑 병원에 가자.’


밤새 잠을 이룰 수 없다.

스르륵 조용히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서 눈을 돌려본다.


“사부인 안 주무셨습니까?”


작은 소리로 이야기한다.


“얼라는 좀 어떻습니까?”


아이를 보며 이야기한다.


“이제 태어난 지 얼마되도 안 했고, 아가 작게 태어나가지고 몸이 좀 힘든가 봅니다. 아침에 아범이랑 병원 다녀올 거니까 사부인은 며늘아가 부탁드립니다.”


“무슨 그런 말씀 하십니까. 제 딸인데요. 제가 면목이 없습니다.”


내일 새벽 일찍 아들내외는 내려갈 셈이다. 이래저래 마음이 편하지 않아 잠이 오질 않는다.


“사부인 저 옆에 좀 누우이소. 방에 가도 잠도 못 주무시겠네. 여기서 같이 있습시다.”


아기 옆에 몸을 뉘여본다. 작은 몸으로 숨을 쌕쌕거리며 노랗게 된 얼굴이 안쓰럽기만 하다.

울지도 않는 손녀가 안쓰럽기만 하다.


이내 새벽 통금 해제 소리가 들린다.

잠시 뉘인 몸을 일으켜 살금살금 일어나 아들이 있는 방으로 간다.


“아범아 무생아 일어나봐라.”


눈을 비비며 이내 눈을 뜬다.

“어무이 무슨일입니까?”


답답한 듯 입을 뗀다. 밤새 잠을 제대로 못자서 무척 피곤한 얼굴이다.


“니 씻고 채비하고 애 데리고 같이 병원에 가야겠다.”


놀란 듯


“병원요? 왜요 애엄마가 많이 아픕니까?”


“아가 아프다 황달이 왔는가 애가 밤새 젓도 안먹고 울도 안하고 숨만 쉰다.”


깜짝 놀라며 일어나서 나갈 채비를 한다.


“무생아 지금 가도 병원 바로 안 여니까 일단 좀 씻고 아침 먹고 바로 갈 채비 해라. 그리고 느그 형님 내외 새벽차 타고 간다하니 마중도 해야된다. 그리 알고 얼른 준비해라.”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밖에 나간다.

벌써 부엌에서는 밥을 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고 사돈 차 타고 내려갈 건데 좀 더 쉬지 머한다고 일어났습니까.”


뒤를 돌아보며


“촌에는 지금 벌써 아침 먹고 밭에 나갈 시간입니다. 그리고 이제 가야해가지고 아가씨 밥 한끼 더 해먹이고 갈라고예. 여기 고기가 있어서 좀 볶아가지고 아가씨 좀 먹이고 저희가 돼지족도 가져온거 어제 물에 좀 담가서 핏물 빼가지고 불에 좀 올릴라고예. 몸도 보하고 젓도 잘나온다 아닙니까. 아가씨 몸을 더 챙기야되는데 맘 같아서는 데리고 내려가고 싶은데 멀어가지고 데려갈수도 없고 저도 집에 애들도 일도 있고 해가 내려가야 되고 맘이 안편합니다.”


말을 끝내기 무섭게 다시 바쁘게 몸을 움직인다.


“할배요... 일어나보이소.”


문을 열고 들어가니 벌써 일어나서 이불을 개키고 있다.


“나는 무생이랑 아 데리고 병원에 일단 갔다 올테니 식사하고 어제 말한대로 갔다오이소.”


부리나케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는다.


이른 아침을 먹고 새벽차를 타기위해 나서는 인애오빠내외...

“사돈어르신 저희 내려가 보겠습니다. 어머니 모시러 또 올라 올겁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저희 아가씨 잘 부탁드립니다. 저희 내려 가볼께요.”


친정오빠가 내려가는 걸 보니 맘이 편하지 않다.


“인애야 오빠 간다 몸 챙겨라. 니가 건강해야 애를 돌보지 나오지마라 오빠 간다. 어머니 모시러 또 올거니까 그때 또 보자.”


“오빠 조심히 가이소. 언니 고마워예.”


“얼른 내려가거라. 시간 늦겠다. 여 버스를 어서 타노. 서서방 좀 부탁하네. 얼른들 가거라.”


어머니와 동생을 두고 가는 맘이 편하지 않지만 내려간다. 걱정이 가득한 사돈어르신들을 보니 뭔가 마음이 편하지 않다.


얼른 대문밖을 나서서 내려가는길...

흰머리가 성성하지만 꼽꼽한 허리로 위로 올라가는 할머니가 지나쳐간다. 왠지 사돈댁으로 가는거같다. 얼굴에 주름은 가득하지만 눈에 총기가 있다.

누구지... 무슨일인가... 궁금한 마음은 접고 얼른 가야한다 시간이 없다. 차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시간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할매요... 문 열어 보이소”


집 안에서 나갈 채비를 하는데 부르는 소리에...


“누구십니까?”


“저 만신입니다. 문 좀 열어보이소.”


불길하다. 신발도 신지 못한채 문을 열러 나간다.


“네~ 나갑니다.”


“얼른 문열어보이소.”


문을 여니 눈을 크게 뜨고 급하게 들어온다.


“여기 아 있는 방 어딘교.”

두리번거린다.


“내가 삼칠일이라 안 올라했는데 뭔가...뭔가 보이가 이상해가 오게 됐습니다. 뭔지는 모르겠는데 우리 동자가 가보래가 왔다.”


해수 할머니 방을 가르키면서 같이 올라간다. 아들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만신할매 얼른 고무신을 벗어들고 부리나케 올라가서 방문을 연다.


누워있다 깜짝 놀란 해수 엄마...


“할매 누구십니까. 아직 삼칠일도 안됐는데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옵니까?”


그 말을 듣지 않는 듯 이래저래 방안을 둘러본다.

아이를 바라보며 이리 저리 살핀다. 아이 얼굴이 노랗다 못해 누렇게 변해있다. 이상하리만큼 미동도 없는 아이모습에...


“아기 엄마요. 애가 어제 뭐 이상한거 없었나?”


생각을 해본다.


“어제 저녁에 조금 울어서 기저귀 갈아줄라다가보니.... 갑자기 아기가 천장만 한없이 보는거 같고 울지도 않더만...”


“근데 할매는 누굽니까.”


말을 끊고 대답도 없이...


“할배요... 얼른 와보이소.”


다들 어리둥절하다. 특히 아기엄마는 이게 무슨일인가 싶다.

밖에 있던 할아버지와 할머니 같이 들어와서


“무슨 일입니까?”


“누가 애를 알아버렸다. 단단히 들으이소. 내가 오늘은 조처를 해줄테니 삼칠일 안에 아무도 들이지말고 문도 열어주지말고... 애 엄마는 절대 저 문 밖으로 나가서는 안된다.”


“집에 요강 있지예. 방안에 갔다놓고 여기 삼칠일 지날때까지 못나가게 하고 바깥사람을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이소. 이 집안 사람아니면 아무도 안된다.”


한참을 바라보다. 말을 꺼낸다.


“저기 뒤에 절에 우물가서 물을 한통 받아와서 아이 목욕물 만들게 준비하고 오이소.어서!”


다들 얼어있다. 마중을 하고 대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애아범 뭐하노 누가 갈끼고 늙은이가 갈끼가. 얼른 움직여라.”


부리나케 큰 들통을 들고 뛰어 나간다.


“할매 집에 팥 있습니까?”


친정엄마가 대답한다.


“제가 어제 한되 가져왔는데 저희 보따리에 있을겁니다.”


영문 모를 일이다. 딸이 아이를 낳아서 올라왔을뿐인데 이게 무슨 난리인가.


“팥에 물을 가득 넣고 삶으이소. 물을 많이 해서 각 방문 다 열고 그 온기가 다 들어가게... 얼른 움직이소.”


다들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인다.


이 시각 무생은 들통을 들고 집 뒤에 있는 절로 뛰어간다.


‘이게 무슨 일이고 뭐가 시작됐다는거고... 물은 왜...’


여러 생각을 하며 도착했다. 절이 뒤에 있지만 이렇게 와본거는 첨이다.


“계십니까?”


스님이 나온다.


“무슨 일이십니까.?”


“여기 우물이 어딨습니까? 저기 만신할매가 물을 좀...”


만신할매 말을 듣자마자 말이 끝나기도 전에 스님이 손을 끌고 데리고 가서 우물을 퍼올리기 시작한다.


들통 가득 물을 퍼준다.


“얼른 내려가이소. 나무아미타불관세음보살.”


무겁지만 물 한방울이라도 놓칠세라 조심히 내려간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이제 아이 태어난지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그냥 아이가 황달이라 병원을 갈건데... 이게 무슨일이란 말인가. 만신할매는 어떻게 알고 온거지... 아니다 생각할 시간이 없다. 일단 얼른 내려가자.


집안...

다들 분주하다.


“사돈어른 팥 어디 좀 꺼내보이소.”


가져온 짐 보따리를 풀어 해치고 팥을 꺼내든다.

팥을 얼른 씻어 연탄 화로에 끓이기 시작한다.

만신할매 온 방을 다니며 문을 열고 분주하다. 이읔코 아이가 있는 방으로 들어간다.

온 방안을 두리번 거리며 구석 구석 살펴본다.


이제 아기를 낳고 몸을 추스르려고 하는데 이게 무슨일인지 아기 엄마는 궁금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저 할머니는 도대체 누구이며 왜 우리집에 왔나...


“할매 도대체 무슨 일인데 이렇게 야단입니까?”


돌아보며


“시끄럽소. 아기어매는 조용히 해봐라.”


방 안을 돌아본다. 한 곳을 돌아보고...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 들어왔노!!! 썩 꺼져라 니 올 곳이 아니다! 어디 잡신 따위가 들어와서...”


‘이게 누구를 따라 들 어왔노...’


“팥을 올렸습니까? 얼른 들 준비하이소. 아 살릴라면...”


인애 깜짝놀라 아이를 안고 쳐다본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우리 아가 왜 죽어예. 그냥 황달이 온겁니다.”


할매 무서운 눈으로 노려본다.


“아 얼른 내려놔라!!!!!...”


인애는 무섭게 말하는 만신할매의 말에 두려움에 떨며 아이를 품에서 내려놓는다. 아이는 미동도 하지 않고 힘들게 숨을 쉬고 있다.


‘아가... 해수야 어디가 아프노 저 할매는 왜 우리 아가를 죽는다고하노’


해수 할머니가 들어온다.


“만신할매요. 지금 물이 끓고 있습니다. 어쩌면 될까요.”


“온 집안에 팥 냄새가 가득하구로. 물을 많이 붓고 팔팔 끓이시소. 문 안열린데가 없는지 보고 창문은 열지말고 방문만 활짝 열고... 애 아비는 아직이가? 그리고 저 냉수 한사발만 주이고 목이 와이리 타노”


부서질 듯 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저 왔습니다.”


할매 방을 나와 소리친다.


“저기 다라이에 물을 부어서 받고, 아 안춥구로 뜨신물 좀 부어서 가지고 오소. 얼른 빨리 서둘러라”


할매 점점 지치는듯하다.


“할매요... 저기 애 배냇저고리 또 있습니까?”


잠시 멍하다가 대답한다.


“또 있습니다. 준비를 해놨지요.”


“어제 이 집안 사람 아닌 독한게 하나 왔을낀데... 뭘 달고 와서 묻혀놓고 갔다.”


‘사람아니고 독한거네.’


“어디 삼칠일도 안됐는데 잡것들이 왔다갔다하노. 얼른 꺼지거라... 애아빠요 얼른 물 가지고온나.”


방으로 부리나케 들어간다.


“아가... 몸이 힘들제... 아직 눈도 제대로 못뜨는 우리 아가를 누가 만졌노. 이래 맑은 아를 누가 건드렸노. 이래 보니 참 맑다 맑아 어찌 이래 맑은 아가 있노... 곱다 이쁘다.”


‘그런데 우짜노 아가 니 팔자가 와 이렇노.. 이거 막을 사람을 얼른 만나야 되는데 어디 있을건데... 내가 이제 늙어서 능력이 많이 떨어져가 바로 찾아주지도 못하겠다. 아이고 불쌍한 아가’


마음속으로 머릿속으로도 생각을 되뇌여본다.


‘니 돌봐줄 사람은 생이 얼마 남지 않았고... 니 막아줄 사람은 어디 있는데 어딨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찾아올끼다 반드시... 그게 언제 인지는 모르겠다. 그동안 니 삶이 평안하지는 않겠지만... 버티고 견뎌라...’


이때 문을 열고 아이를 씻길 물을 들고 들어오는 해수 할아버지와 아빠...


“얼른 여기 갔다 놓으이소...”


아이를 바라보니 미동 없이 숨을 쉬는지도 모를 정도로 눈을 꼭감고... 작은 손을 꽉지며 누워있다. 독하게 살아왔지만 그 모습을 보니 만신할매의 눈에도 눈물이 고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귀문(鬼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9 굿(2) 23.09.07 77 7 12쪽
18 굿(1) 23.09.06 82 7 11쪽
17 방문 23.09.05 78 7 11쪽
16 상심 23.09.04 74 7 11쪽
15 준비 23.09.01 81 7 12쪽
14 잠들다... 23.08.31 80 7 11쪽
13 해인의 과거 23.08.30 89 7 12쪽
12 신딸(2) 23.08.29 91 7 12쪽
11 신딸(1) 23.08.28 94 7 11쪽
10 구부사이 23.08.25 97 6 11쪽
9 진실을 말하다. 23.08.24 95 7 12쪽
8 삼신 바가지 23.08.23 102 6 12쪽
7 시름... 23.08.22 109 7 11쪽
6 황달 23.08.21 110 6 12쪽
» 전조 23.08.18 142 8 12쪽
4 아이의 이름 23.08.17 163 7 12쪽
3 기이한 운명의 아이(3) +2 23.08.16 184 8 11쪽
2 기이한 운명의 아이(2) 23.08.15 244 10 12쪽
1 기이한 운명의 아이(1) +2 23.08.14 512 12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