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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민SUN 님의 서재입니다.

귀문(鬼門)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드라마

성민SUN
작품등록일 :
2023.08.07 12:29
최근연재일 :
2024.04.12 17:00
연재수 :
1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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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71
추천수 :
917
글자수 :
838,629

작성
23.08.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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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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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삼신 바가지

DUMMY

시간이 흘러 벌써 아이가 태어난지 3주(삼칠일)이 되었다.

삼신바가지에 놓여 있던 쌀과 미역으로 마지막 상을 차리려는데...

바가지 안에 쌀벌레가 가득하고 미역도 엉망이다.


‘아이고 내가 게을러서 제대로 보지 않아서 이래 됐는갑다. 어쩌면 좋노. 삼신할매요 제가 잘못했습니다. 어여삐 여기시고 제가 깨끗한 쌀이랑 미역으로 얼른 다시 차릴께요.’


이게 무슨 변고인가... 아니다 내가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것이니 내 잘못이고 별 일 아니다.

그래 아무일 아니다 계속 되뇌여 본다.


서슬퍼런 기운이 느껴지지만... 속으로 염원한다.


‘삼신할매요. 집안 가신들이여 제발 우리 해수 지켜주이소. 제가 정성껏 빕니다.’


쌀이랑 미역을 버릴수는 없다. 쌀을 씻으려 물을 부으니 징그러운 쌀벌레들이 둥둥 뜬다. 얼른 몇 번 헹궈서 깨끗이 씻고...


‘이래 밥을 지어 먹을 수는 없고 얼른 방앗간 가서 떡을 쪄와야겠네.’


미역도 마당에서 탈탈 털고 정리를 하니 먹을수 있을거 같다. 얼른 미역국을 끓이게 불려놓는다. 쌀에 물을 빼고 소쿠리를 머리에 인채 시장에 있는 방앗간으로 나서려한다. 아직 물이 다 빠지지 않아 머리 위로 물이 흘러내린다.


“아고 내가 마음이 급하네. 새벽 5시면 문이 열었겠다. 사돈이 일어나셨는가 모르겠네.”


잠시 내려두고 방문 앞에서 사돈을 부른다.


“사돈 일어 나셨습니까?”


이내 문이 열리고 나오는데...


“사돈 제가 지금 방앗간에 좀 갔다 올라고 하니 미역 불려 놓은거로 국 좀 부탁드립니다.”


살짝 불러내서 이야기를한다.


“사실 삼신바가지에 있는 쌀을 잘 살폈어야 하는데 쌀벌레가 좀 생겨서 지금 쌀 씻어서 떡을 해가 올리는게 나을까 싶어서 지금 가볼라고요. 제가 잘 챙겼어야 하는데 정신이 없어가... 그리고 미역도 좀 그런데 마당에 털고 하니 괜찮더라고요. 좀 부탁드립니다. 그래도 삼신바가지에 있던거라 없애기 그러네요. 삼신할매도 잘못했지만 정성을 보면 뭐라 하시지는 않을거 같아예... 에휴 늙으니 정신이 없네요.”


얼른 고무신을 신고 소쿠리를 이고 나간다.


“저 갔다 오께요. 부탁 드립니다. 낼 모레 가실꺼라 좀 쉬셔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그런소리 마시고 조심히 다녀오이소.”


대문을 열고 내려가는 마음이 조급하기만 하다.


‘얼른 갔다 와야지. 삼신이 노하지 말아야 할건데.’


길을 내려가는데 만신할매 대문이 열린다. 내려가는걸 아는 것처럼 나와서 깜짝 놀랬다.


“아이구야. 할매 놀랬네요. 지금 제가 시장에 방앗간에 가야되는데 나중에 올라오이소.”


만신할매 바라보며 말한다.


“삼신바가지는 잘 챙기야 하는데 좀 정성을 쏟지 그랬습니까. 그래도 떡이랑 해가 잘 차려 놓으면 삼신할매가 노하지는 않을 겁니다. 사람 하는 일이 생각대로 다 되는거는 아니지 않습니까. 나도 얼른 채비하고 아침상 치울때쯤 올라가 볼께요. 얼른 다녀 오이소.”


인사를 하고 서둘러 내려간다.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할매... 그거는 할매 잘못이 아니다. 나쁜 것들이 못쓸짓을 거다 했네. 용심을 거기다 부리니 삼신할매도 다 알고 계셔서 별 일은 없을 건데... 내가 방도를 처치해놔도 그런 일이 벌어지다니 이제 나도 다 됐는가보네.’


좀 쉬었다 나갈 채비를 하려고 들어간다.


새벽시간 방앗간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있고 주인장이 바빠보인다.


“주인요. 저희 쌀 한되로 백설기 좀 해주이소.”


주인 바쁜 와중에 반갑게 맞이한다.


“아이고 할매 오랜만이네요. 거 손녀 낳았다면서요. 축하합니다. 근데 백일도 안됐는데 갑자기 백설기입니까? 지금 좀 바빠가 거 나두고 가이소.”


“아이고 주인요. 오늘 삼신상 차릴라고 하는데 지금 좀 바로 해주면 안되겠습니까? 사실 삼신상 올릴 쌀이 내가 잘못해가 벌레를 먹어버리가 지금 급하게 해와가지고 부탁 드립니다. 오늘 마지막 삼칠일날이라...”


주인장 땀을 닦고 온다.


“아이고 우짜노 쌀을 좀 괜찮을라나 볼게요.”


뒤적거리며


“쌀 물을 더 빼야되고 더 불어야 하는데, 될라나 모르겠네요. 그래도 내가 함 해볼께요. 다른거도 아닌고 얼라 삼신상인데 내가 다른거 좀 나두고 이거 먼저 할거니까 그럼 저기 앉아서 조금 기다려 보이소.”


고마운 마음이다.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 진다. 한쪽 작은 평상에 앉아서 기다려본다.

그시각.. 집 부엌 인애 엄마가 국과 나물을 하려고 준비를 한다.

삼신바가지가 있던 자리에 물기가 있다.


‘이래 더운 날씨에 여는 와이리 서늘하고 물기가 있노. 그래서 벌레가 생겼나.’


불려놓은 미역을 본다. 좀 풀어져 흐늘거리기는 하지만 들기름에 볶아내면 괜찮을거 같다. 얼른 건져본다. 소쿠리 밑으로 쌀벌레인지 모를 검은 벌레들이 미역찌꺼기와 흘러나간다. 소름이 끼치지만 그런 생각 접고 얼른 마련한다.


‘삼신할매요. 이제 삼칠일 지났으니 작은 변고 있는거 어여삐 봐주이소.’


깨끗하게 다듬어서 씻으니 괜찮은 듯 하다. 얼른 소고기와 시골에서 짜온 기름으로 미역국을 만든다. 맛있는 냄새가 솔솔 나기 시작하니 안심이 된다. 풀처럼 흩어질까 걱정했지만 괜찮은거 같아 안심이다. 얼른 나물도 만들고 마지막 삼신상 준비를 해야겠다.


“인애야 일어났나? 오늘 마지막 삼칠일이라 삼신상 차리게 얼렁 일어나서 좀 씻고 해라.”


“네 엄마 일어났어요. 애 분유 좀 먹인다고요. 보온병에 물 좀 해주세요.”


근데 왠지 대문밖에 인기척이 들리는 듯하다. 쎄하니 기분이 이상하다. 사람이면 들어올텐데...


여기에 아기를 바라보는 또 누군가가 있다. 아니 다른 세상에서 사는 무언가가 아이를 바라보고 있는듯하다. 그런 얘기를 들어서 그런지 왠지 기분이 그렇다. 서둘러 보온병을 들고 나간다.


어렴풋 그림자처럼 맑은 령이 보인다. 삼신할매 마지막 날이라 해수를 보러온듯하다.


‘아가... 이제 삼칠일이 지났네. 무럭무럭 자라라. 나쁜 못된것들이 니 옆에 올라고 하지만 지금 널 함부로 할 수 없을꺼다. 그렇게 안되게 좋은령들도 조상신들도 니를 지켜줄거니까. 힘든 날이 많아지겠지만 그래도 끝까지 이겨내면 널 지켜줄 그 사람이 찾아오게될거다. 나쁜것들이 널 가지지 못하니 다르게 해꼬지를 하지만 그건 니 잘못도 니 가족의 잘못도 아니니 신들은 다 이해 할꺼다. 아가... 이쁜 아가야 가시밭길 같은 삶을 살 수도 있겠지만 그걸 이겨낼 힘을 또 신이 같이 주셨으니 언제가 될지 모를 은인... 그 인연을 기다리며 살아가거가.’


아이를 쓰다듬으며 인자한 미소를 지으니 해수 눈을 살포시 뜬다.

그때...

대문 밖에서 무엇인가가 느껴진다. 삼신할매 불호령을 내린다.


“이것들이 어디라고 여기를 함부로 들어올라하노. 여기는 내 집이다. 내 아이들이다. 썩 꺼져라. 들어오지도 못하고 해꼬지 할라고!!!!!! 내가 있고 집안 가신들이 있는한 애는 건들이지 못한다.”


단발마의 비명 소리가 들리며 조용하다.


‘해수야 아가야 내가 할 수있는 것은 이거밖에 없다. 니가 사람으로써 살아갈 모든 날들을 지켜줄수 없으니 강해야한다. 느그 할미할비가 오래 살아야 할건데...’


홀연히 사라진다. 해수 잠든다.

대문밖 해수 할머니가 뜨거운 떡을 지고 온다.


“해수야 할미왔다.”


부엌에서 해수 외할머니가 나와서 맞이한다. 방에서 할아버지도 옷을 깨끗하게 갈아입고 나와 맞이한다.


“새벽부터 고생했다. 얼른 상차리고 인사하도록 해라.”


두 노모 몸을 바삐 움직여 본다.

큰 상에 밥, 국, 나물등 한상을 차린다.


“무생아~~ 얼른 나와서 상들고 가라”


작은 방 문이 열리며 무생이 하품을 하고 나온다. 할머니 화난 목소리로...


“니는 지금 몇시고... 얼른 세수하고온나.”


“네... 어제 일한다고 좀 피곤했습니다. 얼른 씻고 올께요”


“즈그 장모 가면 우짤라고 저라는지... 죄송합니다. 사돈.”


무생 얼른와서 상을 들고 해수가 있는 방에 들어간다.


“해수야 아빠왔다. 우리 딸...”


피곤해 보이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보면 볼수록 사랑스럽다. 시름 따위는 잊을듯한 얼굴이다.


“해수아빠 저 내일 엄마 시골 내려가시면 일 하러 가야겠어예. 일도 많이 밀리고 몸도 좀 괜찮은둣하고...”


“이제 장마인데 비 맞고 그람 몸이 괘안캤나? 어머니가 그러는데 애 낳고 조리를 잘해야 나이 더 들어서 안 아프단다. 내 니 걱정이되서 그란다.”


상을 내려놓으며 이야기 한다.


“어무이 들어와서 보이소... 내는 나가께.”


두 노모 들어와서 삼신상에 아이의 건강과 산모의 건강을 위해서 기원한다.

이때... 대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깜짝 놀래는 노모...

삼칠일 동안 별별일이 다있어 대문소리에도 깜짝 놀랜다.


“저 만신입니다. 들어갈께요.”


휴~하며 한숨을 쉬고 일어선다.


“오셨습니까? 벌써 삼칠일 됐네요. 딱 오셨네요. 지금 삼신상 차리고 했어요.”


만신할매 심각한 얼굴로 집안을 살펴본다.

고무신을 벗고 부엌으로 가서 삼신바가지 있던 곳으로 가서 살펴보고 고개는 내저으며 해수가 있는 방으로 간다.

방앞에 있는 소금을 보더니...


“많이도 왔다갔네. 들어가지도 못하고 방 밖에서 설치다 갔네. 아이고 삼신할매가 아 옆에 딱 붙어 있었는갑다. 그게 성질이 나서 삼신바가지에 해꼬지했나 못된것들...”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아기 엄마 몸은 좀 괜찮는가? 우리야 옛날에 애 낳으면 바로 일하고 그랬다 해도 세상이 바뀌었는데 몸 아끼소. 그래야 애도 잘키우고 하지. 몸이 허하면 마음도 허해진다.”


인애 어리둥절 하지만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듣는다.

만신할매 삼신상으로 몸을 돌려 절을하고 인사를 한다.


“할매요. 조상신들이요. 그동안 해수 옆에 딱 붙어서 잘 지켜봐 주셨네요. 신들이 봐도 해수가 아깝지요. 해수가 클 때 나쁘지 않게 지켜봐 주이소. 부모가 잘 키워야 되겠지만... 이래 삼칠일 잘 돌봐주신거도 고맙습니다.”


인애를 돌아보며...


“애기엄마 삼신상에 절하소. 해수 잘 지켜주셔서 감사하다고... 와 성당다닌다고 이러면 안될거같나? 그런거랑 상관없다. 가족들 지켜주는 조상이랑 가신들을 귀신이라고 할수있나? 얼른와서 절하고 하소.”


인애 쭈뼛거리며 다가선다.

그래 아이를 위해서인데 그게 무슨 상관이랴. 절을 하고 앞으로도 아이가 잘크도록 기도한다.


“자 저기 있는 밥이랑 남기지 말고 다 먹고 하소. 이제는 애 키우는거는 부모 몫이다. 조상들은 지켜볼 뿐이니... 맘 강하게 먹고 잘 키우야한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 해수 지켜볼테니...”


만신할매 누군가를 이렇게 신경써 본적은 없는거 같다.

그냥 굿을 하고 점을 치며 시절인연처럼 지나간 사람들은 있어도 이렇게 한 사람... 한 아이를 간절한 염원을 담아 지켜야 할 거 같은 생각을 가진적은 없었다. 만신이 모시고 있는 신들도 아이를 잘 지켜서 휩쓸리지 않도록 잘 돌보라고 당부... 당부를 한터이다.

방밖을 나가 소금을 둔 장소를 본다.

문앞 소금 항아리 안에 소금이 시커멓게 변해있다.


‘소금만 뿌려두고 갈라했는데 항아리가 제 몫을 했네.’


그리고 온 가족들을 해수방에 부른다.


“제가 할 얘기가 있습니다.”


작가의말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조금 이야기가 늘어지는감이 있나 조금 흥미가 떨어지나 걱정이 되지만...

저번에도 말씀드렸다싶이 글솜씨는 시간이 해결해줄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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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신딸(1) 23.08.28 94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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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진실을 말하다. 23.08.24 95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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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황달 23.08.21 110 6 12쪽
5 전조 23.08.18 145 8 12쪽
4 아이의 이름 23.08.17 165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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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이한 운명의 아이(2) 23.08.15 247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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