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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세무림(강령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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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작품등록일 :
2024.06.30 18:32
최근연재일 :
2024.07.06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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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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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441

작성
24.07.04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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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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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2쪽

6화-선물

DUMMY

전쟁 같았던 치료가 끝났다.


부각주가 차를 마시면 내게 물었다.


“보통 실력이 아니더구나. 어디에 의술을 배웠느냐?”


나는 수고했다며 내온 간식을 먹으며 대답했다.


“낙양에 있는 자혜원(慈惠院)에서 일했었습니다.”

“고관대작들의 저택들이 몰려 있는 길목의 의원 말이냐?”

“네, 맞습니다.”

“나도 알고 있다. 거기 의원의 실력은 좋지만, 인성은 아주 개차반이라 들었다. 자혜(慈惠)라는 말하고는 정반대지. 돈에 환장했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하던데?”

“······.”


돈에 환장한 건 명확한 사실이다. 돈 없는 환자는 절대 치료해 주지 않았다.

백번 욕먹어도 싸지만,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너는 자혜원에서 어떤 일을 했느냐?”

“처음에는 청소와 빨래를 했지요. 그러다 의원님의 눈에 들어 약재 담당 보(補)까지 했었습니다.”

“너의 머리가 비상했던 모양이구나? 그러니까 그 나이에 약재 보조까지 했었겠지.”


내 동기들은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저놈은 머리 쓰는 건 못 하는 것이 없어?”

“이래서 하늘은 공평한 거야. 몸 쓰는 건 완전히 처참한 수준이잖아.”

“그러게······ 저렇게 극과 극인 녀석도 없을 거야.”

“어중간한 것보단 극과 극이 낫기도 하고······ 저놈은 장서각이나 여기, 둘 중의 하나에 뽑히겠네.”


내 동기들이 출입문에 모여 수군거릴 때다.


“뭣들하고 있는 것이냐?”


잠룡궁으로 왕진갔던 진 의원이 돌아왔다.


“아, 아닙니다!”


동기들이 화들짝 놀라 입구에서 물러났다.


태의각 안으로 들어온 진 의원은 나부터 노려봤다.


“너는 왜 여기에 있는 것이냐?”


부각주가 대신 대답해 주었다.


“의술이 제법인 놈입니다. 갑자기 환자들이 밀려와 정신없었을 때 도움을 받았습니다.”

“······.”

“머리도 좋고, 손도 빠르고, 매우 쓸만한 놈 같습니다.”


진 의원은 아무 대꾸하지 않고 안쪽으로 사라졌다.

야단은 맞지 않았으니,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하나······.


부각주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오늘 수고 많았다.”

“네, 안녕히 계십시오.”


나는 간식을 다 먹고 밖으로 나왔다.


이제 일심관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

여채옥이 나한테 물었다.


“간식 맛있었냐?”

“응, 입에 쩍쩍 붙더라고.”

“그럼, 오늘은 봐줄 필요가 없겠네?”

“······.”


나는 무슨 의미인지 깨닫고 슬금슬금 앞으로 나아갔다.


비겁해도 어쩔 수 없다.

나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서봉이 점점 목청을 키워 말했다.


“일심관까지 선착순 다섯 명~ 출발!”


-파다다닥!


동기들의 출발과 동시에 나는 바로 따라잡혔다.


“아이, 씨!”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다. 오늘도 나는 꼴찌를 면할 수 없었다.

설란 아가씨가 있어서 정말로 다행이다.


@


일심당 생활도 스무날을 넘겼다.


모두 잠든 깊은 밤.

설란 아가씨와 나는 아무도 없는 곳을 찾아서 음식을 먹었다.


“여기는 어딥니까?”

“나도 이쪽은 잘 모른다. 배고팠지? 많이 먹어라.”


설란 아가씨가 연잎에 싸 온 고기를 내려놓았다.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는 게 아직도 온기가 남은 모습이다.


“감사합니다! 설란 아가씨는 저의 생명줄입니다.”


나는 허겁지겁 배를 채우고 물었다.


“이건 무슨 고기입니까? 진짜 맛있습니다.”

“몸에 좋은 약초에 돼지고기를 담아 찐 것이다. 그런데 아직 어디로 갈지 정해지지 않은 것이냐?”

“네, 동기 녀석들이 쟁탈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아니, 그 반대라고 해야 할까요······ 잠룡궁만 아니면 된다는 분위기로 흐르고 있습니다.”

“장한 공자의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진다는 말은 들었다.”

“제 동기들은 함께 묻힐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요즘 세상에 순장이 말이 되나요? 안 그렇습니까?”

“······.”


설란 아가씨가 아무 대꾸도 없다.

순장 당할 수도 있다는 말인가!


“장한 공자는 절대 그걸 원치 않을 것이다.”

“그렇지요?”

“태강문의 소문주는 천 년에 한 번 태어난다는 무림 기재였다. 나하고도 친분이 있는데, 그런 처지가 되었다니, 너무도 안타깝다.”

“저는 유능한 사람을 하늘이 먼저 데려간다고 생각합니다. 하늘에서 일찍 큰일을 시키려고요.”

“너는 생각하는 게 무척 긍정적이구나. 그래서 더 마음에 든다.”


그렇지 않으면 내 삶이 너무 허무하기 때문이다.

나는 태강문의 소문주보다 더 일찍 죽는다.


“참, 너한테 줄 선물이 있다.”

“무엇인데요?”


나는 어떤 고기가 나올지 잔뜩 기대했는데······.


“이게 무엇입니까?”


설란 아가씨는 내게 책을 내밀었다.


“무공비급이다.”

“무공비급이요? 이걸 왜 저한테 주시는 겁니까?”

“선물이라 하지 않았더냐? 너는 태강문의 정식 제자가 아니라 내가 무공을 가르쳐 줄 수 없다. 하지만 너 혼자 태강문 외의 무공을 익히는 것은 상관없다.”

“아~ 그런 겁니까?”

“대단한 무공이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익혀두면 나중에 쓸모가 있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저게 원래 무공에는 관심이 없었는데요. 설란 아가씨가 특별히 주시는 선물이니 받겠습니다.”

“호호호, 선심 쓰듯 말하는구나?”


해맑게 웃던 설란 아가씨의 표정이 변했다.


“쉿! 누군가 다가오고 있다.”


나와 설란 아가씨는 구석진 곳으로 몸을 숨겼다.


“귀식대법을 펼쳐라.”

“알겠습니다.”


곧이어 백 총관과 황 무감이 안쪽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내가 숨어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백 총관이 황 무감에게 말했다.


“천세 말이다, 어째 살이 더 찌지 않았느냐?”

“백 총관님 말씀대로 하루 한 끼 정도만 먹이고 있습니다. 못 먹어서 부은 거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겠군.”


나는 귀식대법을 펼치며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무슨 이유로 천세를 괴롭히시는 겁니까?”


나도 그것이 몹시 궁금했는데,


“괴롭히는 게 아니라 특별히 보살피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헛소리야?

황 무감도 고개를 갸웃거리며 반문했다.


“특별히 보살피는 것이라니요?”

“나는 그놈을 잠룡궁에 들일 것이다. 지금껏 시험은 이를 위한 것이었지.”

“천세가 잠룡궁에 과연 적합하겠습니까?”

“내가 여러모로 살펴보고 내린 결정이다. 문주님은 장한 도련님의 병 때문에 신경이 예민해진 상태다. 잠룡궁에 누굴 넣든, 마음에 차지 않으실 거다.”

“천세는 괜찮다는 것인지요?”

“그놈은 사람의 비위를 맞추는 데 타고난 놈이다. 그놈이 일했던 객점과 기루는 막무가내 손님들로 유명한 곳이었지. 그런데 천세가 맡은 손님들은 불평이 없었다. 게다가 의술에 관한 지식도 뛰어나고, 글공부 머리도 있으니, 도련님이 답답해하지 않으실 것이다.”

“천세를 미리 조사하신 겁니까?”


백 총관이 뒷짐을 지며 대답했다.


“잠룡궁에 사람을 들이는 일은,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해야 한다. 안에서 없으면 밖에서라도 구해야지.”

“그러면 더욱 잘해줘야 하지 않습니까?”

“내가 관상을 좀 볼 줄 아는데······ 천세, 그놈은 천하제일의 간신 상이다.”


-툭.


설란 아가씨가 웃음을 참으며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백 총관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는 의미다.


황 무감은 이내 부정적으로 변했다.


“그러면 잠룡궁에 절대 들이지 말아야지요. 언젠가 소문주님을 배신할 게 아닙니까?”

“처음엔 나도 그리 생각했는데, 그놈에겐 특이한 게 있었다. 은혜는 반드시 갚는다는 것이지. 자기의 안위보다 우선하는 것이었다.”

“여기 팔려 온 것도 아픈 양모와 동생들 때문이라 들었습니다. 혼자 도망칠 수도 있었는데요.”

“나는 그놈에게 은혜를 베풀어 묶어두려 했었다. 그러면 장한 도련님을 위해 충성을 다하지 않겠느냐?”

“그래서 송판 격파 같은 이상한 시험을 이었군요.”

“처음부터 내 예상을 깼지. 손이 퉁퉁 부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줄이야······ 마지막 담력 시험은 나에게도 충격이었지. 어떻게 통과했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황 무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선착순을 계속 시켜야 할까요? 못 먹어서 몸이 부은 상태입니다. 저러다 쓰러질까, 걱정됩니다.”

“어쩔 수 없다. 난 그놈에게 반드시 은혜를 베풀 것이다. 그래야 충성을 얻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


다음 날 아침.


나는 일어나자마자 백 총관을 찾아갔다.


“무슨 일이냐?”

“백 총관님께 부탁이 있습니다.”

“무엇인지 말해 보아라.”


나는 절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를 잠룡궁의 몸종으로 뽑아주십시오.”

“!”


백 총관은 뜻밖의 횡재했다는 표정을, 재빨리 감추며 물었다.


“왜 잠룡궁으로 가려고 하느냐? 이상한 소문 때문에 모두 기피 한다고 들었다.”

“야망이 없는 놈들이라 그런 거지요. 저는 아픈 어머니와 동생들을 돌봐야 합니다. 성공하려면 가장 어려운 곳에서 실력을 인정받아야 하지요. 저는 성심을 다해 소문주님을 모실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정말이더냐?”

“그렇습니다. 한 번만 도와주시면, 평생의 은인으로 모시겠습니다.”


백 총관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번졌다.

가슴속 깊이 갈망하던 말을 마침내 들었다는 반응이다.


“좋다, 내 너를 잠룡궁으로 들이겠다.”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반드시 갚겠습니다.”

“나한테 은혜 갚을 생각 말고, 장한 도련님을 극진하게 모시면 된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저는 기꺼이 소문주님과 함께 순장을 당하겠습니다.”

“허허허, 참으로 믿음직한 각오로구나.”


백 총관은 감동까지 받은 반응이다.

어차피 내가 먼저 죽는데, 무슨 상관인가.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백 총관은 나를 따라 일어섰다.


“이제 곧 아침 식사 시간이지······ 같이 나가자꾸나.”

“알겠습니다.”


나는 백 총관과 함께 법흥전에서 나왔다.


일심관 앞에 동기들이 모여 있다.

외조 성벽을 한 바퀴 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황 무감이 백 총관을 보고 황급히 인사했다.


“어쩐 일로 나오신 겁니까?”

“난 신경 쓰지 말고, 하던 일이나 하게.”


황 무감이 우리를 보며 말했다.


“모두 출발 준비해라. 맨 꼴찌는 아침밥 없다.”


밥을 못 먹을까, 염려하는 애들은 없다. ‘어차피 꼴찌는 천세’라는 반응이었는데······.


백 총관이 갑자기 나를 불렀다.


“천세야?”

“네, 백 총관님.”

“너는 열외다. 나와 함께 아침밥 먹으러 가자.”

“알겠습니다.”


순간, 동기들의 정신이 번쩍 드는 반응이다.


내가 빠지면 누가 꼴등을 하지?


“모두 출발!”


황 무감의 외침과 함께,


-파다다다닥!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뜀박질이 시작되었다. 동기들은 꼴찌를 하지 않기 위해 미친 듯이 내달렸다.


나는 여유롭게 백 총관과 함께 걸었다.


“아침 식사 끝나고, 저는 무엇을 하면 됩니까?”

“어디로 갈지 이미 정해졌으니, 아무거나 하면 된다. 아니, 그냥 쉬어라. 아무것도 하지 말고, 푹 쉬어라.”


@


조용한 일심관 내부.


나는 선물로 받은 무공비급을 꺼냈다.


“이리 얇은 종이가 있다니······.”


비급을 펼친 나는 바로 당황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이게 어느 나라 글자야?”


처음 보는 형태의 글씨였다. 아는 글씨가 단 한 자도 보이지 않는 그때.

설란 아가씨가 일심관 안으로 들어왔다.


“혼자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

“마침 잘 오셨습니다. 아가씨가 선물로 주신 무공비급을 보고 있는데요,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이건 도대체 어떤 무공입니까?”


설란 아가씨는 내 얼굴을 똑바로 보며 물었다.


“너는 운이 좋은 편이더냐?”

“왜······ 그렇게 물어보시는 겁니까?”

“네가 어떤 무공을 배울지는 운에 달렸다는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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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화- 소중한 것은 지켜야 한다. +1 24.06.30 135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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