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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님의 서재입니다.

천세무림(강령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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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작품등록일 :
2024.06.30 18:32
최근연재일 :
2024.07.06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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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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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글자수 :
45,441

작성
24.07.0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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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5화-귀식대법

DUMMY

내 이럴 줄 알았다.

사납게 표정이 변한 호위가 나에게 다가왔다.


“너는 태강문이 우습게 여겨지는 것이냐?”

“아닙니다.”

“허면, 내가 우스운 것이더냐?”

“그, 그럴 리가요······ 지금 호위님의 눈빛은 오줌 지리게 무섭습니다.”

“그런데 왜 아직도 웃고 있는 것이냐?”

“저는 몹쓸 버릇이 있습니다. 당황스럽거나 난처하며 저도 모르게 웃습니다. 아무리 고치려고 해도 안 됩니다.”

“그 말을 나보고 믿으라고?”


-스릉!


호위가 검까지 뽑았다.

그러고는 내 목에 칼끝을 겨누며 물었다.


“이래도 내가 우습게 보이느냐?”

“아니요~.”


하면서 나는 웃었다.


내 동기 녀석들이 경악했다.


‘저 미친 새끼, 그래도 처웃고 있어!’

‘제정신이 아니거나, 진짜로 불치병인 거지.’

‘저거 빨리 고쳐야 해. 사파지존인 문주님 앞에서 저러면 바로 모가지 날아가는 거라고!’


나도 무지하게 애쓰고 있다.

혀를 꽉 깨물어 웃음을 참았다.


-주르르.


너무 세가 깨물어 피까지 난다.


“죄송합니다······.”


피를 질질 흘리며 웃는 모습에, 검을 겨눈 호위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정말로 못 말리겠구나? 내 별별 놈들을 다 겪어 봤지만, 너 같은 놈은 처음이다. 모두 주목!”


강인한 인상의 호위가 검을 집어넣고 말했다.


“나는 너희들을 교육할 사람이다. 한 달 동안 태강문에 대해 배우게 된다. 엄살이나 요령을 피우면 각오하는 게 좋을 것이다.”


-번쩍!


유광결이 손을 들고 물었다.


“저희가 어떻게 불러드리면 됩니까?”

“내 이름은 황금복(黃金福)이다. 별호는 낙수검(落首劍), 예법과 규율 관장하는 법흥전(法興殿) 소속이며, 오 품 제자인 무감(武監)의 직책이다. 태강문의 품계는 구 품까지 있고, 숫자가 적을수록 높은 품계다.”

“일품이 제일 높다는 말씀이군요?”

“그렇다. 문파 내의 호칭은 성과 직위로 부르는 게 우선이다. 너희들이 이미 백 총관님을 그렇게 부르고 있지.”


유광결이 다시 물었다.


“황 무감님, 그러면 저희는 구 품인 것입니까?”


황금복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대꾸했다.


“품계는 문파의 정식 제자만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너희는 그냥 하인일 뿐인데, 어떻게 품계가 있겠느냐?”

“······.”

“너희는 그냥 위에서 시키는 일만 하면 된다. 최대한 빠릿빠릿 움직여서 말이야. 그런 의미에서 말이다······.”


황금복이 투박한 건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는 ‘일심당(一心堂)’이라 하는데, 너희가 한 달 동안 지낼 곳이다. 선착순 다섯 명은 잡일에서 열외고, 맨 꼴찌는 밥 없다.”


동기들은 무슨 말인지 확실치 않아 웅성거렸는데,


“뭣들 하느냐? 굶지 않으려면 뛰어야지?”

“달려~!”


동기들이 냅다 뛰기 시작했다.


젠장~ 하필이면 달리냐고?

나는 뒤늦게 달리기 시작했다. 금방 숨이 차오른다.


“헉, 헉, 헉······.”


필사적으로 뛰었지만,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다. 이것들이 밥만 먹고 뜀박질만 했나······.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한 꼴찌였다.


@


일심당 생활 삼 일째.


배고파서 잠도 안 온다······.

이러다 굶어 죽겠다.

툭하면 선착순에 꼴찌는 항상 밥이 없었다. 여채옥과 유광결이 교대로 꼴찌를 해주어 간신이 연명하는 상황이다.


-꼬르르르!


우렁찬 뱃속의 울림.


나는 일심당에서 나와서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속았어. 무림 문파에 들어오면 삼시 세끼 걱정은 없다고 했는데······ 왜 하필이면 선착순이냐고!”

“쯧쯧쯧, 밥도 못 챙겨 먹는 것이냐?”


-획!


나는 재빨리 고개 돌렸다.


“설란 아가씨!”

“내가 찾아오길 잘했구나?”


설란 아가씨가 잘 익은 닭고기를 들어 보였다.


-주르르.


감당이 안 될 정도 군침이 흘렀다.


“내가 반가운 것이냐? 이 닭고기가 반가운 것이냐?”

“둘 다입니다······.”


나는 흐르는 군침은 닦으며 대답했다.


“일단은 먹거라.”

“감사합니다!”


나는 설란 아가씨가 내려놓은 닭고기를 덮쳤다. 그러고는 양쪽 손에 닭 다리를 쥐고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했다.


“내가 안 왔으면 어쩔뻔했느냐?”

“그러게요······.”


설란 아가씨가 더는 말을 붙이지 않았다.

내가 걸신들인 듯 먹어댔기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접시에는 닭 뼈밖에 남지 않았다.


포만감이 물밀듯이 밀려들었다.


“아~ 이제야 살 것 같습니다.”

“여기 생활이 힘든가 보구나?”

“하나부터 열까지 쉬운 게 하나도 없습니다. 특히나 밖에서는 힘들어도 항상 웃으라고 했는데요, 여기서는 함부로 웃지 말라고 합니다.”

“나는 네가 웃는 모습이 좋다. 지금처럼 말이다.”

“감사합니다, 설란 아가씨. 다시 한번 저의 생명을 구해주셨습니다.”


설란 아가씨는 눈웃음 짓는 얼굴로 말했다.


“닭 한 마리로 무슨 생명의 은인씩이나······.”

“진짜로 배고파 죽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놈의 선착순이 문제입니다. 저보다 못 달리는 놈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꼴찌를 할 것이고, 또다시 쭉 굶을 것입니다.”

“걱정하지 마라. 내가 자주 찾아오마.”

“정말입니까?”

“나를 예쁘다고 한 아이가 굶어 죽게 할 수는 없지. 굶어 죽은 귀신이 가장 불쌍하단다.”

“맞습니다,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다고 하지 않습니까? 저는 정말 그렇다고 믿습니다.”

“너와 나는 통하는 게 많구나. 그런데 가르쳐준 것은 꾸준히 수련하고 있느냐?”


나는 잠시 생각하다 반문했다.


“귀식대법 말입니까?”

“그렇다.”

“미래의 막강한 적으로부터 목숨을 건질 비법 아닙니까. 아가씨가 가르쳐주신 대로 열심히 수련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진전이 있는지 볼까?”

“지금이요?”

“너무 긴장할 필요 없다. 올바르게 수행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차원이다. 고작 삼일인데 큰 변화가 있겠느냐.”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내가 뒤돌아 있을 것이니, 귀식대법을 시전하거라. 어느 정도나 기척을 감출 수 있는지 보겠다.”


설란 아가씨가 바로 뒤돌아섰다.

나는 평소와 똑같이 머리를 비우고 몸을 편안히 했다.


“그럼 시작합니다······.”


내 숨이 점차 느려졌다. 주변 사물과 동화되어야 한다고 하는데, 나는 그게 뭔지 모르겠다. 설란 아가씨가 가르쳐준 대로 최대한 길게 숨을 늘렸는데,


“훌륭하다!”


설란 아가씨 깜짝 놀라 뒤돌아보았다.


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물었다.

“정말······입니까?”


설란 아가씨가 덥석 내 손을 잡았다.


“고작 삼 일 수련한 성과라는 믿어지지 않는다. 지금도 웬만한 고수는 기척을 파악하지 못할 것이다. 아마도 너는 천재인 모양이다.”

“제가요?”

“그렇다. 다른 건 몰라도 귀식대법의 진척은 경이로울 정도로 빠르다.”


나는 괜히 어깨가 으쓱해지는 기분이다.


“저한테 그런 재능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뒤늦게 발견한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꾸준히 수행하면 분명 대성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널 도울 것이니, 걱정하지 말아야.”

“감사합니다! 설란 아가씨가 실망하지 않도록 열심히 수련하겠습니다.”

“특별히 먹고 싶은 것이 있느냐? 어떤 수련이든 잘 먹어야 하느니라.”

“바삭한 돼지고기를 부탁해도 될지요······.”


@


일심당 생활 보름째.


무림 문파에 대해 대충은 알게 되었다.

여기도 사람 사는 곳 아닌가.

조상을 모시고, 무를 숭상하며, 하루 세 끼 밥을 먹는다.


무공을 수련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정파와 똑같이 무림 정의를 부르짖지만, 실질적으론 강호의 패권을 쥐는 것이다.


우리는 그냥 허드렛일한다.

강호 패권 같은 건 정식 제자에게 해당하는 것이다.


태강문에는 오궁(五宮), 십이전(十二殿), 이십사각(二十四閣)이 있고, 한 달 교육이 끝나면 적당한 곳으로 배치될 것이다.


오늘도 날씨가 맑다.

하얀 옷을 입은 우리는 열과 오를 맞춰 걸었다.

아픈 문도를 치료하는 태의각(太醫閣)을 향해 가는 중이다.


맨 뒤에서 따라가는 내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소리쳤다.


“야, 우리가 죄인이냐? 허리 좀 펴고 걷자!”


유광결도 내 말에 동조했다.


“맞아, 잔뜩 움츠리며 걷는 꼴이 꼭 내시 같다고. 황 무감님도 당당하게 행동하라고 했잖아?”


맨 앞에서 무리를 이끄는 서봉이 말했다.


“나도 그러고 싶은데, 저절로 허리가 굽으면서 조신하게 걷게 된다고.”

“나도 마찬가지야.”

“나도······.”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라 분위기에 위축된 것이다.


-짝짝짝.


서봉이 손뼉 치면서 기운을 돋웠다.


“자, 다들 허리 펴고, 씩씩하게 걷자! 우리가 정식 제자들보다 못한 게 뭐야? 어려서부터 제대로 훈련받았으면 우리도 될 수 있었어. 전진 앞으로!”


-척척척척.


힘차게 걷는 건 초반뿐이었다.

이내 주눅 든 표정에 허리가 굽혀지면서 내시처럼 걷게 되었다.


***


한약 냄새가 진동하는 태의각 앞.


태의각주 진건남(進建爦)은 우릴 짐짝 취급했다.


“거기에 가만히 서 있어라.”


태의각 안에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처마 밑에 서 있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약재를 다루게 할 순 없었다.


서봉이 사정하여 말했다.


“황 무감님이 여기 일을 도우라고 했습니다. 약재를 만지지 않고 청소만 하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다. 너희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도와주는 것이다. 밖에서 쉬고 있다가, 시간 되면 돌아가라.”

“네······ 그리하겠습니다.”


태의각의 일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서봉이 어쩔 수 없이 강제 휴식을 받아들였다.


“편하게 쉬어.”


여채옥이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너는 좋겠다.”

“왜?”

“장서각에서 널 찜했잖아?”


나에 대한 평가도 극과 극이다. 육체적 노동이 필요한 곳에서는 불량품 취급이었다. 하지만 머리를 주로 쓰는 곳에선 쟁탈전까지 벌어졌다.


장서각은 태강문의 모든 책을 관리한다.

편하고 안전하지만, 내가 일차로 가고 싶은 곳은 아니다.


“서봉아, 나는 낙양에 있는 약방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 나라도 태의각 일을 돕고 싶은데?”

“그러지 않는 게 좋을걸······ 진 의원님은 성격이 엄청나게 깐깐해. 우리 같은 하인 중에서 태의각의 일꾼을 뽑은 적도 없고.”

“그러면 어쩔 수 없네.”


나는 순순히 서봉의 말을 따랐다.

서두를 필요 없다. 기다리면 언제가 기회가 온다.


내가 태의각에 들어가고 싶은 건 약 때문이다.

내 치료를 위한 약재가 엄청난 고가다. 태의각에서 일하면서 조금씩 빼돌린 생각이다.

그러면 이 년 정도 생명을 더 연장할 수 있다.


나는 그늘에서 쉬는 척하면 기회를 보고 있었는데,


진 의원이 태의각에서 나왔다.


“나는 잠룡궁에 갈 것이니, 다급한 일이 아니면 찾지 말아라.”

“걱정하지 마시고, 다녀오십시오.”


이십 대의 젊은 부각주가 공손하게 대답했다.


서봉이 내게 얼굴을 가까이하며 말했다.


“소주님의 상태가 날로 안 좋아지는 모양이야. 이러면 잠룡궁은 완전히 나가린가······.”

“왜? 순장이 걱정돼서?”

“우리 사파지존 문주님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지. 무시무시한 소문이 엄청나게 많아.”

“너는 어디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나는 지금 월궁(月宮) 쪽으로 기울고 있다.”

“문주님의 소실(小室)들이 기거하는 곳 말이야?”

“응, 나는 문주님이 무서워서 얼굴도 제대로 못 볼 것 같단 말이지. 우리 문주님이 매우 아끼는 첩이 있는데, 그녀를 통해서 나를 천거하는 작전이지. 어때?”

“너의 잔머리는 나와 필적하는 것 같아.”


할 일 없는 우리가 잡담을 나누고 있을 때다.


“태의각주님!”


크게 상처를 입은 문도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치열한 칼싸움이 있었던 모양이다. 칼에 찔려 치명상을 당한 사람도 있었다.


부각주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어서 안쪽으로 옮기거라!”


환자는 열 명이 넘었다.

가장 실력 좋은 각주가 부재중이라 인원이 모자라는 상황이다.


내 예상보다 기회가 일찍 찾아왔다.


-스윽.


몸을 일으키는 나에게 서봉이 물었다.


“어디 가는 거냐?”

“환자를 구하러 가야지.”

“뭐라?”


나는 정신 없는 태의각 안으로 들어갔다.

순서에 기다려야 하는 환자를 발견하고 다가갔다.


“어디를 다치셨습니까?”

“칼에 베였다, 크윽······.”

“다른 곳은 괜찮으십니까? 넘어져서 머리를 부딪혔다거나 하지는 않았습니까?”

“그런 건 없었다.”

“가만히 계십시오. 제가 상처를 소독해 드리겠습니다. 의원님이 상세를 살피고 처방할 것입니다.”


나는 환자의 상처를 지혈하고 주변을 소독했다.

지나가던 부각주가 깜짝 놀라 나에게 물었다.


“뭐 하고 있는 것이더냐?”

“기다려야 하는 환자의 상처를 돌보고 있었습니다. 저의 처치가 마음에 들지 않으십니까?”

“어쩌자고 환자를 함부로······.”


부각주의 우려가 곧바로 바뀌었다.


“훌륭하구나~ 흠잡을 데가 전혀 없어!”


그는 지나가는 개의 도움이라도 절실한 상황이다.


“저기 있는 환자도 부탁한다.”

“맡겨만 주십시오.”


부각주는 다른 환자까지 맡기고 떠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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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화-귀식대법 24.07.04 82 8 13쪽
4 4화-극과 극 24.07.03 85 7 11쪽
3 3화-천운 24.07.02 97 9 11쪽
2 2화-공공의 적 24.07.01 103 7 13쪽
1 1화- 소중한 것은 지켜야 한다. +1 24.06.30 135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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