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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님의 서재입니다.

천세무림(강령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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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작품등록일 :
2024.06.3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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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6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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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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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5,441

작성
24.07.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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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화-극과 극

DUMMY

나는 재빨리 기억을 더듬었다.


서봉이 뭐라고 했었지!

횡재······ 아니, 고수를 만나면 욕심내는 것처럼 보이지 않게 직위를 묻지 말고······ 에이, 일단은 인사가 먼저다.


“정식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계룡관 시험을 보는 왕천세라 합니다.”

“이름이 ‘천세’더냐?”

“네······.”

“천살까지 살라는 뜻이냐?”


나는 멋쩍을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제가 갓난아기 때, 지나가던 도사님이 저를 보더니, 엄청 단명을 운이라고 하셨답니다. 어머니가 어찌하면 좋을지 묻자, 이름이 바꾸라고 했지요. 그때 받은 이름이 천세입니다. 남들이 천살까지 살라고 불러 주면, 오래 살 수 있다고요.”

“바꾼 이름이 효과는 있었더냐?”

“그런 것도 같습니다. 제가 일곱 살 때요. 마을에 전염병이 돌았는데, 저만 빼고 모두 죽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구나······.”

“은인님은 존함은 어찌 되십니까?”


서봉은 고수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굳이 태강문의 정식 제자가 될 마음이 없다.


게다가 무공을 배우면 적과 싸워야 하지 않는가?

안전을 추구하는 삶에 위배는 일이다.


“내 이름은 ‘설란(雪蘭)’이었다.”

“지금은 아닌가요?”

“전혀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있지.”

“그럼, 제가 설란 아가씨라고 불러드리겠습니다.”

“아가씨?”


내가 객잔에 있을 때 여자는 무조건 아가씨다.

만삭의 산모가 와도 그렇게 불렀었다.


“뭐가 문제입니까? 제가 그리 불러드리고 싶습니다. 설란 아가씨.”

“호호호호, 나도 그 호칭이 마음에 드는구나. 대신, 우리 둘이 있을 때 그리 불러라.”

“알겠습니다.”


나는 설란 아가씨의 눈치를 살피며 입을 열었다.


“제가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말해 보아라.”

“담력 시험 중 제가 길을 잃었습니다. 정상에 올라가 표식을 가지고 돌아가야 하는데요. 저번처럼 길을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별로 어려운 부탁도 아니구나. 혼자 산책하는 것보다 심심하진 않겠다.”

“감사합니다, 설란 아가씨!”


@


야차산 정상의 표식은 깃발이었다.


나는 자랑스럽게 하얀 깃발을 흔들며 설란 아가씨와 함께 산에서 내려왔다.


“아가씨 덕분에 마지막 시험을 통과했습니다.”

“시험을 통과하면 어떻게 되는 것이냐?”

“정식으로 태강문에서 일하게 되는 것이지요. 아직 어디서 일할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그럼 더 자주 보게 되겠구나?”

“저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태강문에서 잘 적응할지 모르겠습니다.”

“무엇이 문제더냐?”


나는 하소연하는 셈 치고 말했다.


“제가 몸이 굉장히 약합니다.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버틸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무공을 전수 해주면 어떻겠느냐?”

“저는 싫습니다.”

“정말? 계룡관의 아이들은 본문의 정식 제자가 되기를 원한다고 들었는데······.”


나는 아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무공을 배우면 적과 싸워야 한다.

위험한 건 절대로 피해야 한다.


“저는 하인으로 만족합니다. 그리고 제가 정말 두려운 것은 따로 있습니다.”

“그게 무엇이냐?”

“여기는 무림 문파 아닙니까? 다른 문파의 습격 같은 것도 있을 테고요.”

“그렇지.”

“저는 허약해서 빨리 도망치지 못합니다. 적이 쳐들어오면 바로 죽음이지요.”

“호호호호!”


설란 아가씨는 재미있어 죽겠다는 웃음을 터트렸다.


“너는 정말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구나? 여기는 태강문이다. 어느 문파에서 감히 쳐들어오겠느냐?”

“세상일은 아무도 모르는 겁니다. 대비하고 또 대비해야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참으로 독특한 사고방식이구나. 그런데 너의 몸이 그리 허약한 것이냐? 제대로 도망치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네, 뛰어봤자 바로 잡힐 겁니다.”

“내가 너의 몸을 살펴봐도 되겠냐?”

“그러십시오.”


나는 흔쾌히 승낙했다.


“팔을 내밀어 보아라.”

“어느 쪽 팔이요?”

“아무 팔이나 상관없다.”


나는 왼쪽 팔은 내밀었다.


설란 아가씨는 의원이 맥을 짚듯 내 손을 잡았다.

그러고는 의원과 똑같은 말을 했다.


“이건······ 산 송장이나 다름없구나. 이리 기운 없는 맥은 나도 처음이다.”

“맞습니다.”

“하지만 너무 실망하지 마라. 인생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하지 않더냐. 절정의 고수도 널 찾지 못하는 방법을 알려주마.”

“정말입니까?”


나는 눈을 번쩍 뜨며 반문했다.

무림 문파 생활의 가장 큰 걱정거리가 해결되는 것이다.


“내가 너한테 거짓말을 왜 하겠느냐?”

“어떤 것을 가르쳐 주실 건데요?”

“귀식대법(龜息大法)이란 것이다.”

“그건 내공이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내가 알려주는 건 내공이 필요치 않다. 그리고 진짜 시체나 다름없게 만드는 진정한 귀식대법이지.”

“간절히 배우고 싶습니다!”


설란 아가씨가 눈웃음 지으며 물었다.


“머리는 똑똑한 편이더냐?”

“후후후후······ 제가 비록 몸뚱이는 부실하지만, 비상한 머리만큼은 자신이 있습니다. 객점에서 모신 유명한 학사님도 절 아깝다고 할 정도였지요. 그분은 장원급제하여 황제의 총애를 받고 계십니다.”

“의술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도 있어야 하는데······.”

“제가 약방에서도 일했다고 말씀드린 적이 없나요?”

“그랬더냐?”

“낙양에서 유명한 의원님도 저를 욕심냈었지요. 데릴사위 삼겠다고도 하셨습니다.”

“그런데 왜 거절한 것이냐?”


열세 살도 못 넘길 목숨을 어떻게 데릴사위 삼겠는가?

그 의원님도 내 상태를 알고 욕심을 접었다.


“아마도 제가 여기로 들어올 운명이었나 봅니다.”


나는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다행히 설란 아가씨도 더는 궁금해하지 않았다.


“찬찬히 걸어가면서 귀식대법을 설명해 주겠다. 네 머리가 그리 비상하다니, 여기서 다 내려갔을 때는 완전히 배울 수 있을 것이다.”


***


마침내 나는 깃발을 가지고 산에서 내려왔다.

불가능하리라 여겼던 담력 시험에 통과한 것이다.


설란 아가씨가 나에게 물었다.


“귀식대법의 오의(奧義)를 깨우쳤느냐?”

“네, 완전히는 아니지만 이해는 했습니다.”

“정말로 비상한 머리로구나? 내가 가르쳐준 대로 꾸준히 수련하거라. 이 년 정도면, 너의 기척을 사체처럼 완전히 숨길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어떠한 고수도 너를 찾지 못할 것이다.”


이 년이라······ 그때는 진짜 시체가 되었을 것이다.


나는 꾸벅 고개 숙여 인사했다.


“여러모로 감사했습니다. 설란 아가씨 덕분에 마지막 시험도 통과하고, 걱정을 떨칠 방법도 찾았습니다. 언제 또 뵐 수 있을까요?”

“이제 태강문에서 일하게 된 것이냐?”

“그렇습니다.”

“그럼, 내가 널 찾아가마. 먹고 싶은 것이 있느냐?”

“먹고 싶은 거요?”

“빈손으로 가는 것보다 맛있는 음식을 가져가면 더 좋지 않겠느냐?”

“저는 고기면 다 좋아합니다.”

“단순해서 좋구나. 다음에 또 보자꾸나.”

“오늘 정말로 감사했습니다!”


내가 다시 인사하고 고개를 드는 순간,

설란 아가씨의 모습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우와~ 신기하다.”


설란 아가씨는 엄청난 고수임이 분명했다.

나는 기분 좋게 계룡관으로 걸어갔다.


첫닭이 울려면 아직 멀었다.

내가 이렇게 일찍 돌아올 거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할 것이다.


“아직 안 자네······.”


같은 편이라고 걱정된 모양이다.

여채옥과 유광결이 밖에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성공할 기대는 전혀 없는 모습이다.

여채옥이 야차산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천세가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

“그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지. 조금만 밥을 빨리 먹어도 숨 차 하는 놈이잖아.”

“우리라도 찾으러 갈까? 내일이면 시신으로 발견될지도 모른다고?”

“나도 걱정이 되는데, 참아. 우리가 지금 가는 건 규칙 위반이라고.”


나는 녀석들에게 몰래 접근에서 물었다.


“누가 걱정이야?”

“그야 당연히······!”


반사적으로 대꾸하던 유광결의 눈이 커졌다.


“천세야! 무사히 돌아왔구나!”


녀석은 나를 격하게 끌어안았다.


여채옥도 마찬가지다.

멀쩡한 내 모습을 보며 눈시울까지 붉혔다.


고맙긴 하지만, 우리가 이 정도 사이는 아닌데······.


유광결이 계룡관을 향해 소리쳤다.


“얘들아, 천세가 돌아왔어. 어서 나와 봐. 얼른!”


계룡관 안쪽의 반응은 내담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어떻게 그놈이 벌써 와?”

“맞아, 장난은 그만해라. 아까 소봉이가 써먹었거든.”

“아니라고, 이놈들아! 진짜로 왔어, 진짜로!”

“유광결, 너 아니기만 해봐라.”


한 녀석이 씩씩거리며 나왔다.


“안녕?”


내가 인사하는 모습에 그 녀석은 경기를 일으켰다.


“우와, 씨!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거야?”


다른 녀석도 마찬가지다.


“으아악~ 천세가 진짜 왔어!”

“서, 설마 귀신 아니야?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왜 이렇게 극과 극이지?

이 녀석들은 내가 무사히 도착한 게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소봉아, 진짜로 왕천세가 왔어!”

“이것들이 내가 쓴 수법을 똑같이 쓰네. 나한테 당하게 그리도 억울······ 우왁~ 이런 염병할!”


나는 궁금하여 소봉에게 물었다.


“너는 내가 무사히 돌아온 게 못마땅하냐?”

“당연히 못마땅하지. 너 때문에 내 돈 다 날렸어~.”

“천세야, 고맙다. 눈 딱 감고 의리를 선택하길 잘했네. 부모님의 복수를 위해 요긴하게 쓸 것 같아.”


뭐야? 이것들이 내 탈락을 두고 내기를 한 거야?

하도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힐 때다.


“무슨 소란이냐?”


백 총관도 안에서 나왔는데,


“어, 어떻게 저놈이······.”


나를 보고 너무 놀란다.

설마 백 총관도 내기를 한 건 아니겠지······.


@


애틋한 이별이 펼쳐졌다.


시험에 통과한 아이들이 가족들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대담한 모습을 보였던 녀석들도 눈물 찔찔이다.


나와 왈패 두목은 치열했다.


“이게 그만 이 손 놓지.”

“다시 한번 약속해 주십시오······ 내 가족을 잘 돌봐주겠다고요.”


내 몸값이 들어있는 주머니를 잡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펼쳤다.


“갑자기 기운이 세졌네?”

“그만큼 간절하니까요.”

“알았다, 내 약속대로 네 가족을 돌봐주마.”

“만약 거짓이면 각오하십시오. 귀신이 돼서라도 두목님을 찾아갈 겁니다.”

“알았으니까, 어서 놔라.”


-휙.


왈패 두목이 무직한 주머니가 흡족한 표정이다.

곧이어 태강문의 호위들이 가족들을 향해 말했다.


“작별 인사를 끝내 주십시오. 입장 시간이 되었습니다.”


합격한 녀석들이 한곳에 모였다.

다른 가족은 아직 못 떠나고 있는데, 왈패 두목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졌다.


인상 좋은 호위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진 앞으로.”


우리는 천천히 태강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쿵~.


문이 닫히는 순간,

호위들의 분위기가 변했다.


“동작 그만······.”

“!”


싸늘함이 느껴지는 목소리다.

이별의 애틋함을 사라지고 정신이 바짝 들었다.


“누가 이빨 보이고 웃고 있지?”


헐, 나다!

나는 당황스러울 때 웃는 버릇이 있다.


“아직도 처웃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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