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항상™ 님의 서재입니다.

천세무림(강령술사)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새글

항상™
작품등록일 :
2024.06.30 18:32
최근연재일 :
2024.07.04 21:05
연재수 :
6 회
조회수 :
336
추천수 :
33
글자수 :
32,461

작성
24.07.01 09:05
조회
70
추천
5
글자
13쪽

2화-공공의 적

DUMMY

나는 왈패 두목과 사이가 좋지 않다.


당연하지 않은가?

날 팔아먹는 인간을 어떻게 좋아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낯설고 위험하게 느껴지는 장소에 오게 되니, 서로 의지하게 되었다.


“천세야, 내가 괜한 욕심을 부린 모양이다. 나는 이렇게나 복잡한지 몰랐다.”

“시험엔 꼭 통과할 거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머리로 하는 건 뭐든 자신입니다.”


계룡관 안에는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있었다.

나와 비슷한 또래들이다.

그렇다면 나와 똑같이 태강문의 몸종으로 들어가려는 것이다.


“두목님, 나를 대체 얼마에 팔아먹은 겁니까? 여기 있는 애들은 하나같이 범상치 않습니다.”

“나도 이해를 못 하겠다. 고작 몸종을 뽑는 것인데, 왜 이리 많은 애들이 몰린 거지?”


-뚜벅뚜벅.


나는 묵직한 발소리에 뒤돌아보았다.

하얀 백발에 수염 없는 노인이 태강문의 호위들을 거느리고 다가왔다.


“이제야 모두 모인 모양이군.”


나를 기다렸다는 것인가? 이거 괜히 미안해지네······.


백발노인이 뒷짐을 지며 말했다.


“노부는 태강문의 총관이다. 성이 백(白) 씨라 백 총관이라 불린다. 내전(內殿)에 들이는 사람은 전부 내가 관리하고 있다.”


계룡관의 경쟁자들은 조용히 백 총관의 말을 경청했다.


“시험은 삼(三) 일간 진행될 것이다. 탈락하면 짐 싸서 고향으로 돌아가면 된다. 오늘은 첫날이니 한 가지 시험만 볼 것이다.”


백 총관이 눈짓하자, 호위들이 재빨리 움직였다.

크기가 엇비슷한 돌을 두 개 놓고, 그 위에 송판(松板)을 얹어 놓았다.


“첫 번째 시험과제는 격파다. 돌 위에 얹은 송판을 반드시 손으로 깨야 한다.”


내 주변의 경쟁자들은 안도하는 반응이다.


“저 정도 두께는 누구나 깰 수 있잖아?”

“깨지 못하는 게 더 이상하지. 첫날이라 봐주는 건가?”

“여자들 기준으로 만든 시험 같은데······ 남자들은 그냥 거저먹기지.”


하지만 내 얼굴은 창백하게 변했다.

내 평생 저런 두께의 나무판을 깨본 적이 없었다.


왈패 두목도 걱정이 가득한 표정이다.


“천세야, 깰 수 있겠느냐?”

“하필이면 격파라니······.”

“주먹 꽉 쥐고, 힘껏 내려치면 되는 거다. 송판이 깨지거나, 네 손이 깨지거나.”

“제 손이 깨질 것이 분명합니다.”

“천세야, 너는 도대체 얼마나 허약한 것이냐?”


백 총관이 목청을 높여 말했다.


“준비된 사람부터 앞으로 나오너라.”


송판이 얹힌 격파대는 세 개가 설치되었다.

처음에는 눈치를 보면서 아무도 나서지 않았는데,


-스윽.


도도한 표정의 여자가 제일 먼저 나섰다.

이에 질세라, 건장하 사내 녀석 둘도 따라나섰다.


그들은 한쪽 무릎을 꿇고, 송판을 향해 주먹은 번쩍 치켜들었다.

그러고는 백 총관의 명령을 기다렸다.


“격파하라.”


-퍽, 퍽, 퍽!


세 명 모두 깔끔히 성공했다.

남자 녀석들은 너무 쉽게 성공하여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진짜 별거 아니네?”

“그러게······ 나는 뭔가 숨겨져 있는지 걱정했는데, 그냥 송판이었어.”


곧바로 다른 녀석들이 격파를 위해 몰려들었다.


-퍽, 퍽, 퍽!


한 명도 실패 없이 줄줄이 성공했다.


그러나 이는 정상적인 아이들의 경우다.

격파에 약한 부류도 있다.

그들 대부분이 여자들이고, 나도 속해 있었다.


우리는 부러운 시선으로 정상적인 아이들이 격파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퍽, 퍽, 퍽!


“다음.”


격파대가 텅 비었다.

자신 없는 사람만 남았기 때문이다.


‘저기 남자애도 있어?’


나는 따갑게 눈총 주어도 먼저 나서지 않았다.


“어서 다음 사람 나오너라.”


눈치를 보다가 세 명의 여자애가 나섰다.


격파 시험은 여기서부터가 진짜다.

그녀들은 격파를 위한 준비 자세부터 엉성했다.


첫 번째 애는 냇가에서 빨래질하는 동작이다.

두 번째 애는 왼손으로 칠지, 오른손으로 칠지 아직도 정하지 못했다.

세 번째 애는 연인들이 장난으로 때찌하는 손동작.


“격파하라.”


백 총관의 명령이 떨어지고,


“이야아~.”

“꺄아압!”

“어머나~.”


다양한 기합을 지르며 여자애들이 주먹을 내리쳤다.


-퍽, 퍽, 퉁······.


“아야!”


마침내 첫 실패자가 나왔다.


‘연인 때지’, 내가 저럴 줄 알았다. 정권이 아닌 손바닥쪽으로 치면 부서지겠냐고?


“흑흑흑~.”


그녀는 울면서 계룡관을 뛰쳐나갔다.

어떤 애들은 경쟁자가 줄었다는 미소 지으며, 어떤 애들은 안타깝게 쳐다보는데······ 남 얘기가 아니다.


이어지는 격파.

겁먹은 개가 더 사납게 짓는다고, 기합 소리가 무척이나 요란하다.


“까아악~.”


-퍽, 퉁, 퉁······.


탈락자가 속출했다.

울면서 뛰쳐나가는 애도 있고, 짜증을 참지 못하고 송판을 내던지는 여자애도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내 차례가 되었다.


내 뒤에 아무도 없다.

나는 뚜벅뚜벅 격파대로 걸어갔다. 마지막에 혼자 남은 상황이라 더욱 주목받았다.


나는 한쪽 무릎을 꿇고 격파 자세를 취했다.


남은 녀석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뭐야, 자세는 완벽하잖아?’

‘백 총관님의 눈에 들려고 연기한 건가······.’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언제나 제세만 좋다. 힘이 따라주지 못한다.


내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뿐이다.


어떻게 하면 덜 창피할까!

실패는 당연지사.

비명만 지르지 않으면 된다.


왈패 두목이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이다.


나도 간절하다.

실패하면 나의 소중이가······.


나는 어금니 꽉 깨물고 정신을 집중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이판사판. 송판이 깨지거나, 내 손이 깨지거나!


“하이얍~!”


나는 혼신의 힘을 담아 송판을 내리쳤다.


-통······.


카이, 역시나 실패.

관심 있게 지켜봤던 아이들은 어처구니없는 반응이다.


‘어떻게 저런 표정으로 실패하지?’

‘그러게······ 실패하고도 무슨 표정이 저리 진중해?’


최대한 고통을 참는 것이다. 하지만 더는 터져 나오는 비명을 억누르기 힘들었다.


“까우우~.”


너무 참아서 괴상한 비명이 튀어나왔다.

나는 내리친 손을 붙잡고 바닥을 굴러다녔다.


“풉!”


한 여자애의 웃음이 터졌다.

이것이 시발점 되어 아이들 전체가 웃음 참지 못했다. 웃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은 거의 고문이었다.


나는 다시 송판을 내리쳤다.

깨지 못하면 탈락이라는 말은 없었다.


-퉁, 퉁, 퉁!


세 번 연속 실패.

나는 고통을 참고 다시 내리쳤다.


분명 시간제한도 없었다. 백 총관은 반드시 손으로 깨야 한다는 말만 했었다.


-퉁, 퉁, 퉁, 퉁, 퉁······.


나는 계속 도전하여 실패를 거듭했다. 그러나 백 총관은 탈락이란 말을 하지 않았다. 백 총관의 호위들도 나를 만류하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


-퉁······ 퉁······.


이제 손에 감각도 없다.

신기하게 구경하던 아이들도 모두 떠나고, 왈패 두목만 남았다.


“이제 가자······.”

“그렇게는 안 되지요. 여기서 떨어지면 환관으로 팔아넘길 거 아닙니까.”


-퉁······ 퉁······.


“안 아프냐? 그러다 팔 부러진다.”

“소중이가 잘리는 것보단 낫지요······.”

“넌 대체 무엇을 먹었기에 이리 허약한 것이냐?”

“못 먹어서 허약한 거지요.”


나는 계속 격파를 시도하며 대답했다.


“내가 보기엔 그 정도가 아닌데? 혹시 병이라도 있는 것이냐?”

“그걸 이제야 아셨습니까······.”

“뭐라고?”

“예전 전염병 때문인지, 저는 폐가 매우 좋지 않답니다. 치료를 못 받으면 열세 살에 죽는답니다.”

“지금이 열세 살 아니냐?”

“그렇지요.”

“만약 치료받게 되면?”

“열다섯 살에 죽고요.”

“어차피 죽을 팔자로구나?”

“네, 약값이 너무 비싸서 치료는 예전에 포기했습니다.”


왈패 두목이 씁쓸한 표정으로 물었다.


“지금 열세 살이니,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거네?”

“그렇지요.”

“그러면 말이다······ 소중이를 쓸 일도 없지 않으냐? 그냥 포기하고 자르러 가자.”


순간, 나는 분노가 폭발하여 소리쳤다.


“나는 고자가 싫다고요!”


-파각!


송판이 박살 났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왈패 두목과 나는 얼싸안고 소리쳤다.


“해냈다!”


@


어쨌거나 일차 관문은 통과다.

나는 손에 붕대를 감고 식당으로 향했다.


밥 먹던 녀석들이 나를 보며 웃는다.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머리 쓰는 것에서 점수를 만회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내 자리가······.


빈 탁자는 한곳 뿐이다.

맨 처음 나섰던 도도한 여자와 덩치 좋은 사내 녀석이 앉아 앉았다.


양해는 필요 없다.


-툭.


나는 식판을 놓고 무작정 의자에 앉았다.


도도한 여자애가 나직이 입을 열었다.


“손은 괜찮아?”


걱정해 주는 건가? 맥이는 건가······.


나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응, 부러지진 않았으니 괜찮은 거겠지?”


일부러 적을 만들 필요는 없다. 누구와도 친하게 지내는 게 낫다.


덩치 좋은 녀석도 나한테 물었다.


“무엇을 노리고 태강문에 들어가려는 거지? 그런 주접까지 떨면서 말이야.”

“돈이 없어서 팔려 온 거야. 그래야 아픈 어머니 약도 짓고, 동생들도 배불리 먹일 수 있으니까.”

“미안······ 난 그런 절박한 사정이 있는 줄 몰랐어.”


바로 사과하는 모습이 나쁜 놈 같지는 않다.


“너는 무엇을 노리고 태강문에 들어가려는 건데? 나처럼 돈이 없어 팔려 온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당연히 태강문의 무공을 배우려고. 부모님의 원수를 갚아야 하거든.”

“!”


도도한 여자애도 눈을 번쩍 떴다. 둘의 목적이 비슷한 모양이다.


“그러면 태강문의 정식 제자가 되어야지? 여기는 허드렛일하는 몸종을 뽑는 자리라고.”

“나는 그 정도로 형편이 좋지 않아. 태강문의 제자가 되려면 어렸을 때부터 무공만 수련했어야 한다고. 내 실력으론 턱도 없었어.”


도도한 여자애도 같은 처지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부모님의 복수를 포기할 수 없잖아? 우선은 허드렛일하러 들어가서 기회를 보는 거지. 운이 좋아 눈에 들면, 정식 제자가 될 수 있어.”


순간적으로 내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여기에 너희들 같은 애들이 많아? 정식 제자가 못되어 몸종으로 지원하는 부류 말이야.”

“여기 있는 사람 대부분일걸?”

“그렇다면 경쟁도 아주 빡세겠네?”

“오늘 시험은 그냥 맛보기야. 진짜 승부는 내일부터지. 그리고 혼자서는 이 시험 절대 통과하지 못해.”

“왜 그럴까?”


나는 얼굴을 바싹 붙이고 물었다.

덩치 좋은 녀석도 상체를 기울이며 대답했다.


“여기는 생존을 위한 각축장이야. 무슨 수를 써 서든지 상대를 떨어트려야 해. 그러려면 자기편을 만들어서 대항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


이 녀석의 말이 옳다.

식당에 앉아 있는 놈들은 보니, 벌써 편을 먹었다.


“그런데 너희는 어느 편이야?”


도도한 여자애가 대답했다.


“우리는 편이 없어.”

“왜?”

“아무도 편을 안 해줘······ 뻔하잖아? 제일 강한 상대부터 떨어트리자는 수작이지. 뜻하지 않게 ‘공공의 적’이 되고 말았어.”


충분히 그럴 만하다. 도도한 여자애는 제일 처음 격파에 나섰고, 덩치 좋은 녀석은 송판을 박살 내고, 바닥까지 부숴버릴 기세였었다.


덩치 좋은 녀석이 넌지시 제안했다.


“어때 우리 셋이 뭉치는 건? 그래야 나는 부모님의 원수를 갚을 수 있어.”


나는 부정적으로 대꾸했다.


“내가 너희들과 편 먹으면, 나까지 공공이 적이 되는 거잖아?”

“너는 예외야.”

“왜?”

“아까 무슨 짓을 했는지 까먹었니? 네가 우리 편이 되면, 다른 애들이 오히려 안심하고 좋아할걸.”


맞는 말이다.

또한, 아무도 날 같은 편으로 받아줄 리 없었다.


나는 정중히 고개 숙이며 인사했다.


“나는 낙양에서 온 왕천세야. 잘 부탁해.”


도도한 여자애도 예를 취하며 화답해 주었다.


“내 이름은 ‘여채옥(呂彩玉)’, 양주 출신이야. 상인 집안에서 태어났어.”


덩치 좋은 녀석은 무림 식으로 손을 모았다.


“나는 유광결(柳光潔), 무관 집안에서 태어났지, 부모님의 원수를 꼭 갚고 싶어”


난 이 녀석이 빨리 원수를 갚았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평생토록 들을 것 같다.


@


다음 날 아침.

두 번째 시험이 치러지기 직전이다.


어제와는 또 다른 분위기.

낯설고 서먹함은 사라지고, 같은 편끼리 모여서 작전을 짜고 있었다.


백 총관이 등장하자,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뚜벅뚜벅.


그는 뒷짐 지고 천천히 걸어 나와 연단에 섰다.

그러고는 제일 먼저 나를 노려보았다.


젠장, 찍혔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세무림(강령술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 6화-선물 NEW 4시간 전 21 5 12쪽
5 5화-귀식대법 NEW 16시간 전 41 5 13쪽
4 4화-극과 극 24.07.03 53 5 11쪽
3 3화-천운 24.07.02 63 7 11쪽
» 2화-공공의 적 24.07.01 71 5 13쪽
1 1화- 소중한 것은 지켜야 한다. +1 24.06.30 88 6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