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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님의 서재입니다.

천세무림(강령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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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작품등록일 :
2024.06.3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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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4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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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461

작성
24.07.0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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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3화-천운

DUMMY

나는 백 총관의 눈총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무심한 표정으로 정면만을 응시했다.


이번에는 제발 머리 쓰는 것으로······.

또다시 육체적인 시험이면 못 버틴다.


백 총관이 나에게서 시선을 떼며 입을 열었다.


“두 번째 시험은 기억력이다.”


앗싸! 나는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했다.

나에게 글을 알려주던 학사도 내 기억력을 칭찬했었다.


“여기를 잘 보아라.”


백 총관이 손짓하자, 호위들이 들고 있던 두루마리를 세로로 펼쳤다.


-촤악.


두루마리 안에는 온갖 종류의 책이 적혀 있었다.


-논어(論語), 황제내경(黃帝內經), 자하신공(紫霞神功), 보천가(步天歌), 반야경(般若經), 구정기(九鼎記), 태극심법(太極心法)······.


사서삼경, 의학, 천문, 무공비급 등등, 모든 분야가 망라되었으며, 정확히 오십 권이다.


“여기에 적혀 있는 책을 전부 찾아오너라. 입으로 책 이름을 말해서는 안 된다. 올바른 것은 일(一) 점이고, 틀린 것은 이(二) 점이 감점이다. 그리고 내가 열을 셀 때까지 기억해야 한다. 하나, 둘······.”


경쟁자들은 눈을 부릅뜨고 두루마리를 노려보았다.


그런다고 외워지나?

기억력은 타고나야 한다.


“······넷, 다섯, 여섯······.”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자들은 초조해졌다.

외워지지 않은 머리를 양손을 두드리며 난리가 아니다.


그런데 진짜 책은 아니겠지!

내 체력으로는 몇 권 들지도 못한다.


-촤르르.


호위들이 뒤쪽에 종이를 쏟았다.

책 제목이 적혀 있는지 작은 종이였다.


“······여덟, 아홉, 열!”


곧바로 호위들이 두루마리를 접었다.


“우아~.”


안타까움에 터지는 탄성.


“시작하라.”


백 총관의 명령이 떨어지자, 여채옥이 제일 먼저 뛰어나갔다.


그녀를 뒤따라 다른 경쟁자들도 뛰어갔다.


“논어, 황제내경, 자하신공······.”


처음 세 개는 누구나 다 찾는다.

그다음부터 경쟁자들이 엇갈리기 시작했다.


“보천가인가? 북천가인가······.”

“구정기란 책도 있었어?”


나는 여유롭게 종이를 줍고 다녔는데,


“교묘하네?”


어떤 것은 책 제목을 약간만 틀리게 해놨다.


그리고 혼자보단 편을 먹은 쪽이 훨씬 유리했다.

몇 개씩 나눠 외워 효율적으로 대응했다.


말로 할 수 없으니, 다른 경쟁자들 몰래 자신의 종이를 보여주는 방법을 썼다.


“우리 편은 잘하고 있나······.”


제일 먼저 뛰어나간 여채옥은 기세만 좋았다.

논어, 황제내경, 자하신공에서 막혔다.


“너무 빈약한 거 아니야?”

“잘못 집으면 감정이 더 크잖아. 최대한 안전하게 대응하는 거지.”

“그래도 달랑 세 장은 너무하지······.”


-스윽.


나는 내가 집은 종이를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


여채옥은 재빨리 내 것과 똑같은 종이를 찾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가 집는 종이를 만류했다.


“그거 아니야.”

“왜? 똑같은데?”

“교묘하게 틀린 글씨가 있는 함정이야.”

“고마워······.”


나는 가만히 서 있는 게 무료해서 물었다.


“다음 시험은 뭐지?”

“그건 나도 몰라. 매번 바뀐다고 하더라고.”

“여기서 몇 명이나 뽑는 건데?”

“그것도 몰라. 몇 명을 뽑을지는 백 총관님 마음에 달렸다고 하더라고.”


큰일인데! 난 벌써 찍혀버렸으니······.


“그런데 백 총관은 왜 수염이 없지?”

“쉿!”


여채옥이 눈을 부라리며 경고했다.


“백 총관님은 환관 출신이야.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좋은 정보 고마워.”


나는 유광결이 잘하고 있나 살폈다. 상당히 많은 종이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대단하기보다는 뭔가 이상했다.


“오십 장이 넘어 보이는데!”


나는 유광결을 손짓하여 불러 물었다.


“왜 이렇게 많아? 나한테 보여줘 봐.”

“여기.”


유광결은 자신이 모은 종이를 펼쳐 보여주었다.


순간, 나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비슷한 건 전부 주웠구나?”

“응······.”

“이러면 감점이 더 큰 거 몰라? 이거 아니고, 이것도 아니고, 이것도 아니네······.”


나는 줄줄이 틀린 것을 뽑아냈다.

틀려도 너무 많이 틀렸다. 뽑아서 버리느라 팔이 아플 지경이다.


젠장, 맞는 걸 빼놓는 게 빨랐어······.


유광결이 손에 쥔 정답은 열 개가 채 되지 않았다.


“빨리 내 거 보고 찾아.”

“고마워! 부모님의 원수를 갚게 되면 꼭 보답할게.”


유광결도 여채옥과 같이 바닥에서 종이를 줍기 시작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너무 뛰어나서 배척당한 애들의 행동이 영 못다땅······.


“!”


순간, 나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저 애들은 너무 강한 공공의 적이 아니다.

외려 그 반대가 아닐까?

그래서 식당에서 아무도 곁에 앉지 않았던 것이고!


@


이틀째 시험도 무사히 통과했다.

그 많던 인원이 확 줄어들었다.

육체보다는 머리를 쓰는 것 위주여서 다행이었다.


어둠이 내린 밤.

생존자들은 계룡관 안에서 두런두런 야기를 나눴다.


최종 시험에 통과하면 어디로 배치될지에 관한 것이었다.


나는 가장 궁금한 것을 물었다.


“우리는 태강문의 내조에서 일하게 되잖아. 어디가 제일 편하고 안전할까?”


태강문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서봉(徐鳳)이 대답했다.

이 녀석은 벌써 세 번째 도전이다.


“가장 편한 곳은 서책을 관리하는 ‘장서각(藏書閣)’이고, 가장 안전한 곳은 글쎄? 어디가 특별히 안전하고 할 순 없겠는데.”


유광결이 바로 물었다.


“그러면 어디로 가야 문주님의 주목을 받을 수 있지? 나는 부모님의 원수를 갚아야 하거든.”

“당연히 그건 잠룡궁(潛龍宮)이지.”

“태강문의 후계자인 장한(張翰) 공자가 있는 곳?”

“맞아, 사파지존인 문주님이 가장 자주 찾는 장소지. 하지만 그건 양날이 검이야. 열심히 하다가 눈에 띄면 정식 제자가 될 수 되겠지. 하지만 문주님의 깐깐한 성격 알지? 실수하거나 농땡이 치는 모습을 들키면, 바로 끽~.”


서봉이 엄지로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유광결은 열정이 바로 수그러드는 모습이다.


여채옥 뒤이어 물었다.


“장한 공자는 몸이 좋지 않다고 하던데?”

“맞아, 한때는 완벽한 기린아라고 강호에 소문이 자자했었지. 지금은 문밖출입도 제대로 못 한다고 하더라고.”

“무공 수련하다가 주화입마에 들었다고 하던데?”

“나는 마교의 암습으로 큰 부상을 당했다고 들었어.”

“무림맹이 은밀히 독을 썼다는 소문도 있던데.”


서봉이 정리하여 말해 주었다.


“어떤 이유 때문인지는 아직 몰라. 하지만 장한 공자의 몸 상태가 안 좋은 건 확실하지.”


여채옥이 다시 물었다.


“그래도 잠룡궁이 우리에겐 가장 좋은 기회 아닌가? 장한 공자님과 친해지면 정식 제자가 될 수도 있잖아?”

“과연 그럴까? 장한 공자님은 몇 달 못 버틴다는 소문이 파다해. 순장을 당할 수도 있다고?”

“!”


녀석들이 전부 깜짝 놀라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내일 당장 죽을 수도 있는데 무슨 상관?


“아, 그리고······.”


서봉이 깜박한 듯 입을 열었다.


“태강문 내에서 가장 조심해야 하는 건 따로 있어.”

“뭔데?”


나 역시 집중하여 서봉을 바라보았다. 안전한 삶을 위해 반드시 피해야 하니까.


“태강문의 환술사(幻術師)들은 무조건 조심해. 아예 엮이지 않는 게 좋아.”

“환술사? 길거리에서 요술 부리는 재주꾼 말이야?”

“아니야, 나도 태강문의 환술사들 소문 들었는데, 사악한 무당에 가깝다고 하더라고. 죽은 사람의 혼을 부르고, 시체에 장난질하고, 저주를 걸고······.”

“여하튼, 환술사들과는 절대 엮이지 마. 절대, 절대, 절대! 난 내일 시험 준비 때문에 먼저 일어난다.”


나는 몸을 일으키는 서봉에게 물었다.


“여기 시험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하던데?”

“그건 반만 맞는 말이야. 마지막 날에는 항상 똑같은 시험이 치러지지. 한 번도 예외가 없었어.”

“그게 묻데?”

“담력 시험. 호랑이 굴보다 더 무섭다는 태강문에서 지내려면 가장 필요한 시험이지.”


-쿵~.


내 가슴에선 벌써 심장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허약한 내 심신이 버틸지 모르겠다.


서봉을 향한 질문이 쏟아졌다.


“담력 시험은 어떻게 하는 거야?”

“날이 어두워지면 저기 야차산으로 올라가. 정상에 있는 표식을 가지고, 첫닭이 울 때까지 돌아오면 되는 거야.”

“진짜 귀신은 없지?”

“있을걸······.”

“!”

“담력 시험에서 매번 사망자가 나와. 태강문에게 죽은 원귀들의 짓이라고 하더라고.”

“!”


난 이미 충격으로 머리가 하얗게 변한 느낌이다.


“너무 겁먹지는 마. 천운이 따를 수도 있으니까······.”


여채옥이 솔깃하여 물었다.


“천운?”

“담력 시험하는 산길에서 태강문의 고수를 만날 수도 있어. 그때의 인연으로 정식 제자가 되기도 하지.”

“정말?”

“혹시나 고수를 만나면 주의해. 그가 어떤 직위인지 되도록 캐묻지 마. 정식 제자를 욕심내는 것처럼 보여 질 수 있어. 그리고 어떤 질문이든 긍정적으로 대답하고······.”


나는 소봉의 말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천운 같은 게 나한테 올 리 없으니까!

나는 귀신이 진짜로 무섭다.


@


깜깜한 산길.


내 예상이 맞았다.

담력 시험에서 나는 길을 잃었다······.


힘들어 뒈지겠다. 여기가 대체 어디지? 달빛이 구름에 가려서 아무것도 안 보인다.


“누구 없어요······.”


나는 조심스럽게 소리쳤다.

귀신이 내 목소리를 듣고 달려들 것 같은 느낌이다.


“저기요, 사람 있으면 대답해 주세요. 아마도 제가 길을 잃은 것 같아요.”


하필이면 내가 제일 마지막에 올랐다. 백 총관이 수작을 부린 것 같기도······.

다른 녀석들은 이미 표식을 뽑고 내려갔을 것이다. 무서움을 참고 억지로 발걸음을 떼는 때다.


-착!


하늘에서 뭔가가 떨어지는데,


“!”


사람이다.


“끄아아악!”


나는 괴성을 지르며 털썩 주저앉았다.

하늘에서 떨어진 사람은 여자다.

하얀 옷에 눈 밑으론 면사로 가린 채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난 최대한 정신줄을 붙잡고 물었다.


“누, 누, 누구십니까?”

“이렇게 놀라면 안 되지? 무안하게 시리······ 너는 내가 예쁘다고 하지 않았느냐?”

“제, 제가요?”

“응······.”


아, 기억났다!


“어제 두목님과 저한테 길을 알려주신 분이군요?”

“그렇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정말 다행입니다. 저는 귀신인 줄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이렇게 예쁜 귀신도 있다더냐?”

“그러게요. 제가 당황하여 제대로 못 봤습니다. 지금 보니······ 귀신이 아니라 선녀에 가까우십니다.”

“정말이더냐? 이리 면사로 가리고 있는데 말이다.”

“제가 낙양에서 가장 유명한 기루에서도 일했었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예쁜 여자들이 모이는 곳이지요. 은인님의 예쁘지 않을 수가 없는 얼굴형입니다.”

“호호호, 그리 말해 주니, 기분은 좋구나?”

“그런데 은인님은 이 시간에 뭐 하고 계셨습니까?”

“내가 원래 밤에 움직이는 체질이지. 산책하고 있었다.”

“산책이요?”


나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물었다.


“은인님의 집이 여기서 가까운 모양입니다······ 혹시 태강문의 고수이십니까?”

“응,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처, 천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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