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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님의 서재입니다.

천세무림(강령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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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작품등록일 :
2024.06.3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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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4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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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30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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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화- 소중한 것은 지켜야 한다.

DUMMY

내 인생 목표는 장수.

벽에 똥칠할 때까지 오래오래 살 거다.


엄마, 아버지, 형과 누나, 동생들 몫까지 살려면 얼마나 살아야 할까?

전염병으로 가족을 전부 잃었다.


나는 기적적으로 생명을 건졌지만, 의지할 곳 없는 고아가 되었다.


***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내 나이 열세 살에 가장 큰 위기를 맞이했다.


저잣거리 왈패 두목이 내게 칼을 들이밀며 강요했다.


“어서 결정해라. 환관이 되어 내 빚을 갚겠느냐? 태강문(太剛門)에 팔려 가겠느냐?”


나는 둘 다 싫다.


“태강문은 사파 최강이라는 무시무시한 문파 아닙니까?”

“맞다, 그런 곳에서 널 필요로 하니, 얼마나 고마운 일이더냐? 싫으면 환관이 되는 것이다.”

“저기······ 환관이 되려면, 시험에 붙어야 하지 않습니까?”

“그렇지.”

“시험에서 떨어질 수도 있는데, 왜 먼저 저의 소중한 것을 자르려 하십니까?”


왈패 두목의 얼굴에 비릿한 웃음이 번졌다.


“너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구나? 이런 놈에게 내가 돈을 뜯기다니······ 어쨌든, 환관 시험은 소중이를 뗀 채로 받아야 한다.”


나는 격하게 소리쳤다.


“이리 불합리한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시험에서 떨어지면 어떡하라고요?”

“그건 내 알 바 아니지. 난 돈만 받아내면 된다.”

“만약 제가 환관 시험에 떨어지면요? 제 빚은 없던 것으로 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절반으로 줄여 주시던가요. 소중한 것도 잘랐는데······.”


왈패 두목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는 안 돼. 만약 시험에 떨어지면 태강문에 팔아넘길 거다. 거기는 사내든, 계집이든 가리지 않아. 소중한 게 잘린 사내도 마찬가지겠지.”

“이런 법이 정말 어딨습니까?”

“그러면 네놈 주둥이로 말해 보거라. 나에게 빌려 간 그 큰돈을 어떻게 갚을 것이냐? 정확히는 사기를 쳤다고 해야겠지. 왜냐? 너는 갚을 능력이 없으니까.”

“······.”


사납게 노려보던 왈패 두목이 미소를 지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천세(千歲)야, 천세야, 낙양 최고의 잔머리 왕천세!”

“네, 두목님······.”

“잔말 말고, 어서 결정해라. 환관이 되겠느냐? 태강문에 팔려 가겠느냐? 내 성격 급한 거 잘 알지······.”


왈패 두목의 칼끝이 점점 내 소중한 곳으로 다가왔다.


@


쾌청한 날씨.

조용히 흔들리는 마차.


-달그락, 달그락······.


짐칸에 앉아 있는 나는 우울하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와 흡사할 것이다.

태강문의 소문이 몹시도 흉흉했기 때문이다.


-턱.


왈패 두목이 내 어깨에 팔을 걸치며 물었다.


“왜 그리 억울한 얼굴이냐?”

“두목 같으면 웃음이 나오겠습니까? 호랑이 굴보다 더 무섭다는 태강문으로 끌려가는 중인데요. 거기는 생사람을 잡아 간을 회 쳐 먹는다는 소문도 있다고요.”

“그래도 너의 소중이는 지켰으니 다행이지 않더냐? 태강문도 자기 식솔은 잡아먹지 않으니, 걱정하지 마라.”


나는 모든 걸 포기한 음성으로 대꾸했다.


“아무쪼록 제 가족을 잘 부탁드립니다······ 어머니 약 꼬박꼬박 챙겨주고, 동생들 끼니 거르지 않게요.”


진짜 가족은 아니다.

양엄마는 전염병으로 고아가 된 아이들을 데려다 키웠다.

그런데······ 너무 많이 데려다 키웠다.


“내가 왜 그리 해야 하느냐?”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멍청한 놈, 그 말을 정령 믿었단 말이냐? 나는 널 팔아서 돈만 챙기면 끝이다.”


순간, 나는 표독스러운 표정으로 바뀌었다.


“저를 속이고도 무사할 성싶습니까?”

“그래서, 어쩌겠다는 것이냐?”

“제가 태강문의 제자가 되면 어쩌려고 이럽니까? 무림인이 된 저를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푸하하하!”


왈패 두목이 폭소를 터트리며 말했다.


“네놈이 태강문의 제자가 된다고? 지나가던 개가 배꼽 잡고 웃겠다. 너의 저질 체력으로 가능하겠냐? 조금만 힘들어도 픽픽 쓰러지지 않느냐?”


나는 반박하지 못했다.

또래보다 아니, 두세 살 밑에보다 허약한 것이 사실이다.


왈패 두목은 경고성으로 내 목을 주물러 주었다.


“너는 잡일을 하러 팔려 가는 것이다. 사고를 쳤다가는 나까지 불똥이 튄다. 그러니 도망칠 생각은 말고, 열심히 일하거라. 알았지?”


-우두둑, 우두둑······.


아프다.

하지만 나는 결정적인 정보를 손에 쥐었다.


“두목님, 저의 체력은 저질이지만, 뛰어난 잔머리가 있습니다.”

“그건 나도 인정한다. 네놈의 주둥이라는 사람들을 혹하게 하는 재주가 있지.”

“지금 저에게 가장 소중한 건 가족입니다. 그 때문에 태강문에 팔려 가는 것이고요.”

“그래서?”

“약속대로 저희 식구를 잘 보살펴 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저는 마교의 첩자라고 허위 자백할 겁니다.”

“뭐, 뭐, 뭐라고?”


왈패 두목의 두 눈이 왕방울만 하게 변했다.


“저는 분명 고문을 당하겠지요. 그러면 저는 두목님이 시켰다고 사실대로 말할 겁니다.”

“그게 무슨 사실이냐! 마교가 왜 나한테 그런 것을 시키겠냐고?”

“그거야 태강문이 조사하면 밝혀지겠지요. 두목님을 불러서 저와 대질하겠네요. 아니, 그전에 태강문의 고문으로 우리 둘 다 멀쩡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왈패 두목은 진짜로 당황했다.


“이 미친놈아, 나한테 왜 이러는 것이냐?”

“소중한 것은 무슨 짓을 해서든 지켜야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그럼, 나는 네놈을 태강문으로 데려가지 않으면 그만이다. 다시 환관이 되는 거다.”

“이미 태강문과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잡일을 시킬 저를 데려가겠다고요. 거기는 아무나 사람이나 안 뽑는다고 들었습니다. 약속을 어긴 두목님을 그냥 둘지 모르겠네요······.”

“젠장, 원하는 게 뭐냐?”


앗싸, 내가 이겼다.

나는 최대한 진중해 보이는 표정으로 말했다.


“저번에 했던 약속대로 제 가족을 돌봐주세요.”

“악독한 것······.”

“저를 팔면 많은 돈이 들어오지 않습니까? 제가 여기서 성공하면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


-끼이익······.


산길을 오르던 짐마차가 멈췄다.

곧이어 백발의 마부가 고개 돌리며 말했다.


“내리시오. 여기서부터 걸어가야 하오.”


왈패 두목이 부탁하여 말했다.


“조금만 더 가면 안 되겠소? 우리는 태강문으로 가는 길이 처음이라 말이요.”

“더는 안 되오. 저기 보이는 안갯속으로 들어가면, 말들이 미쳐 날뛴다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구려.”


왈패 두목과 나는 마차에서 함께 내렸다.


-달그락, 달그락······.


우리를 내려준 마부가 산에서 내려가며 소리쳤다.


“그냥 앞으로만 쭉 걸어가시오!”


나는 왈패 두목과 함께 뿌연 안개 앞에 섰다.


“안개가 엄청납니다······.”

“괜히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이 괜히 으스스하다.”

“두목님은 그만 돌아가십시오. 여기서부턴 저 혼자 가겠습니다.”

“흥, 네놈을 어떻게 믿고? 내가 떠나면 도망치려는 수작 아니더냐?”

“쳇······.”


왈패 두목은 내 손을 꼭 잡고 안갯속으로 들어갔다.


***


-바스락, 바스락······.


앞은 보이지 않고, 낙엽 밟는 소리만 울렸다.


왈패 두목은 내 손을 꽉 잡고 걸었다.


“두목님, 손 아파요. 도망 안 친다고요······.”

“나는 네놈 말은 절대 안 믿는다.”


이어 왈패 두목은 안개가 가득한 허공에 대고 소리쳤다.


“거기 누구 없소? 아마도 길을 잃은 것 같소이다. 우리는 지금 태강문으로 가는 길이오.”

“내 그럴 줄 알았습니다. 앞으로 쭉 가면 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앞이 안 보이는데, 어디가 앞인지 알 수 있겠냐고?”


왈패 두목과 내가 티격태격하는 때다.

엄청난 압박감이 느껴지는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놈들은 누구기에 여기서 다투는 것이냐?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면 모가지를 뽑아버리겠다.”


-털썩!


왈패 두목이 무릎을 꿇고 대답했다.


“저, 저희는 낙양에서 왔습니다. 태강문에서 일할 몸종을 데리고 왔지요.”

“정말이더냐?”

“그, 그렇습니다. 어느 안전이라고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오늘따라 수호무(守護霧)가 진하긴 했다. 이런 적이 거의 없었는데······.”

“어떻게 해야 태강문으로 갈 수 있겠습니까?”

“이곳은 죽은 망자를 위한 곳이다. 본채는 오른쪽 길을 따라가면 나올 것이다.”

“죄송하지만, 안개가 너무 진해서 방향감각을 잃었습니다. 직접 안내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약속 시간에 늦을까 걱정이 됩니다.”

“바람이 너희들 안내해 줄 것이다.”

“바, 바람이요?”


왈패 두목과 내가 이해를 못하는 때다.


-펄럭~.


소맷자락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진한 안개가 뱃머리에 부딪히는 물결처럼 갈라지기 시작했다.


나는 꾸벅 고개 숙여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이리 친절하시니, 얼굴도 예쁘실 겁니다.”

“정말이더냐?”


나의 칭찬이 버릇이다.

어려서부터 객잔 점소이로 돈을 벌었던 경험이다.


“그럼요! 제 예감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습니다.”


왈패 두목과 나는 바람을 따라 뛰어갔고, 마침내 거대한 장벽과 마주하게 되었다.

자금성에 비견될 만큼 으리으리한 모습이었다.

실제 자금성을 보지는 못했지만······.


***


태강문엔 16개의 크고 작은 성문이 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남서문(南西門)이다.

왈패 두목은 문지기에게 작은 나무패를 보여주었다.


“들어가시오.”


태강문 영역으로 들어가는 순간,

왈패 두목과 나는 동시에 탄성을 질렀다.


“우와~.”


낙양보다 더 활기찬 모습이다.

거대한 도시를 품은 모습에 절로 탄성이 튀어나왔다.


나는 넋이 나간 왈패 두목에게 물었다.


“이제 어디로 가면 됩니까?”

“그, 글쎄다······.”

“태강문의 모집책이 아무 말도 안 했습니까?”

“아, 서찰을 한 장 주었다. 그런데 내가 까막눈이라······.”

“줘 보십시오. 제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습니까?”

“생색은······.”


생색이 아니다. 나 같은 처지에 글을 깨치는 건 쉽지 않다. 점소이를 했을 때 유명한 학사에게 배운 실력이다.


“계룡관(鷄龍館)을 찾아야 합니다.”

“그게 어디냐?”

“아마 저쪽에 있을 겁니다. 중앙에 우뚝 솟은 벽이 내성이고, 이처럼 사람들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곳은 외성이라 합니다. 계룡관은 내성 정문 쪽에 있답니다.”

“뭐가 이리 복잡하냐······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내시로 팔아먹는 건데.”

“찾았습니다!”


나는 육중하고 투박한 건물을 손짓하며 다가갔다.

병영 막사 같은 분위기였다.


왈패 두목이 문지기에게 물었다.


“여기가 계룡관입니까?”

“그렇다.”

“태강문에서 잡일 할 아이를 데려왔는데요.”

“아이 이름이 무엇이냐?”


내가 직접 문지기에게 말했다.


“제 이름은 왕천세입니다.”


문지기는 명단을 확인하고 대꾸했다.


“제일 늦게 왔군?”


왈패 두목은 안심하는 기색으로 말했다.


“약간의 문제가 있었지만,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돈은 어디서 받아 갑니까?”

“아직 시험이 끝나지 않았다.”

“그게 무슨 말씀이지요?”

“태강문은 허드렛일하는 아이도 아무나 들이지 않는다. 마교나 무림맹에서 첩자를 심을 수도 있지 않으냐?”

“처, 처, 첩자라니요? 가당치도 않은 말입니다.”


왈패 두목은 괜히 찔리는 반응이다.

내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그러겠다고 위협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시험을 통과해야 돈을 받을 수 있다.”

“저는 그런 소리 못 들었습니다.”

“싫으면, 아이 데리고 그냥 가거라. 여기까지 온 노잣돈 정도를 줄 것이다.”

“아, 아닙니다. 시험을 치르게 하겠습니다.”


왈패 두목이 내 손을 꼭 잡고 간곡히 말했다.


“무슨 시험이 남았는지 모르겠지만,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너희 가족은 내가 확실히 보호해 주마. 알았지? 나는 근처 객잔에서 기다리고 있으마.”


뒷걸음치는 왈패 두목을 문지기가 불러 세웠다.


“어딜 가는 것이냐? 보증인도 함께 들어가야 한다.”

“저, 저도요?”

“태강문의 규율이니, 따라야 한다.”


나는 왈패 두목과 함께 계룡관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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