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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인 님의 서재입니다.

장비칸이 레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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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인
작품등록일 :
2022.05.19 22:57
최근연재일 :
2022.06.2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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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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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94

작성
22.06.08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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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1. 숲 속의 거래 (5)

DUMMY

#21. 숲 속의 거래 (5)







‘좋아, 찬스다. 이 기회에 잔뜩 레벨업 해 주겠어.’

“크큭···. 크크큭. 가엾은 영혼들이여. 얌전히 나의 제물이 되어라. 나의 데스사이드의 인도하에, 너희들의 영혼은 지옥으로 돌아가게 될 지어니.”

달그락─ 달그락─.


비도는 더는 입을 틀어막지 않았다. 아니, 아예 중2병 말투를 살짝 즐기기까지 하고 있었는데, 어쩐지 이렇게 혼잣말을 내뱉더라도, 해골들의 귀에는 그저 이빨을 달그락거리는 그들의 언어로 들릴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해골 무리에 섞여들었다. 녀석들은 안 그래도 혼란스러운 와중이었기에 비도가 섞여드는 것을 더더욱 깨닫지 못한 듯싶었다.

비도는 슬그머니 움직여 게 중에 빈틈이 보이는 녀석. 뒤에서 목을 따버리더라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만한 녀석들을 찾아다녔다.



탈그락─ 탈그락─ 탈, 탈.

마침내 한 녀석이 눈에 들어왔다. 약간 무리에서 떨어져 나무 옆에 서 있는 고블린 스켈레톤.


‘정확히는 목이 아니고 뒤통수의 바로 아래. 사람으로 치면 뒷골이쟈.’

슬그머니 녀석의 뒤쪽으로 숨어들어 빌이 해준 조언을 떠올렸다. 녀석의 목 뒤를 보니 과연, 무엇인가 빛을 내는 보석 비슷한 것이 박혀있었다. 그것도 꽤 큰 것이. 주먹만 한 그것은 자세히 보지 않아도 보일 정도였고, 비도도 충분히 노릴 수 있을 만한 사이즈였다.

비도는 조용히, 그리고 신중하게 낫을 들어 올렸다.


“크크크···. 조용히 잠들어라, 어리석은 영혼이여.”


“와그락─?”

스각──!

낫을 휘두르는 순간, 입에서 자동으로 대사가 흘러나왔다. 그것을 들은 고블린 스켈레톤은 깜짝 놀란 듯이 뒤돌았으나 이미 늦은 상태였다. 비도의 낫은 보석의 아랫부분 일부를 깔끔하게 잘라내었는데,


우르르르···.

그 순간, 고블린 해골은 온몸의 힘을 잃고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아자─! 식은 죽 먹기 구만!’

“크크···. 느리구나. 무너지는 것조차.”




[경험치 획득: 10Exp!]


‘에엑?! 겨우 10?’

“하, 기별조차 가지 않는구나. 나약한 영혼이여.”

적을 해치웠다는 기쁨도 잠시. 비도는 경험치 획득 알림창을 확인하고는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블린 스켈레톤이 주는 경험치는 겨우 10. 그냥 고블린이 주는 것보다 훨씬 못한 수치로, 이 스켈레톤을 잡아 레벨업을 하려면 적어도 99마리는 더 잡아야 하는 수치였다.


‘일단 잡자. 많이 잡으면 되지. 이거라도 어디야···.’

“그러나 이것마저도 나에겐 사치. 감사히 받아가도록 하마.”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부턴 수월했다. 과연 경험치를 10밖에 주지 않는 이유가 있어서, 고블린 스켈레톤들은 막상 상대해보니 진짜 고블린보다 상대하기가 쉬웠다. 해골이 되어서 조금 낮아진 신체능력도 있었지마는, 그 특유의 포악하고 집요한 성격이 사라진 인형에 가까웠기에 더 그랬다.


[경험치 획득: 10Exp!]

[경험치 획득: 10Exp!]

[경험치 획득: 10Exp!]

[경험치 획득: 10Exp!]

[경험치 획득: 10Exp!]


‘···!’

수월하게 고블린 스켈레톤들의 목을 베어 가던 비도의 눈에 이번에는 사신 스켈레톤 한 마리가 들어왔다. 무리에서 살짝 동떨어져서 비도와 반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녀석. 보나 마나 고블린 스켈레톤보다는 경험치를 훨씬 많이 줄 터. 이것은 절호의 기회였다.

‘기회다!’

“죽음의 여신께서 나와 함께 하는군···. 크큭.”




비도는 몰래 사신 스켈레톤의 뒤로 돌아가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낫을 높이 치켜들었고, 녀석은 그때까지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쐐액─!

카앙!

막상 비도가 낫을 휘두르자 뒤통수에도 눈이 달린 듯, 그것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막아버렸다.


《너는 뭐지? 왜 나에게 낫을 휘두르는가?》

천천히 고개를 180도 돌려 이빨을 달그락거리는 해골. 비도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지만, 그에게 무언가 말을 거는 것임이 분명했다.


‘뭐라고 말하고 있는 거지?’

《“네 놈. 이 몸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똑바로 말해라.”》

사신 스켈레톤과 아주 가까이 대면했기 때문인지, 이제 비도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비도에게도 그저 달그락 거리는 소리로 들리게 바뀌어 있었다.


《뭐···? 네 녀석. 그 말투는 대체 무어냐. 인식 번호가 몇 번이지? 고장 난 건가?》

비도는 대화가 잘 통하고 있는지,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를 알 수가 없었다. 아직【옷이 사람을 만든다】스킬의 레벨이 낮기 때문인듯했다.

슈욱!

짧은 대화 끝에, 사신 스켈레톤은 불쑥 팔을 뻗었다.

비도가 입은 검은 로브에 쓰여 있는 인식 번호를 확인하기 위해 뻗은 손이었지만, 그 사실을 모를 터인 비도는 깜짝 놀라서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손을 뻗어? 무슨 생각이야···?!’

《“나에게 손을 대려 하다니, 크큭. 무슨 생각이냐? 이 몸의 어둠을 감당할 수 있겠나?”》


《하···.》

《단단히 고장 난 모양이군. 너의 마석을 잠시 빼냈다가 다시 끼워보마. 가만히 있어라.》

스륵─!


‘엇···?!’

비도와 마주 보고 있던 사신 스켈레톤이 순식간에 움직이더니 비도의 뒤로 돌아갔다. 비도가 미처 반응할 수 없던 속도였고, 비도가 뒤를 돌아볼 때는 이미 녀석이 그의 로브 후드를 잡고 벗겨 내려 하는 때였다.


‘안 돼···!’

《“안 된다!”》

비도는 척수에서 나오는 반사 속도로 후드를 부여잡으며 주저앉았다. 그러자 녀석이 후드를 놓쳤고, 다행히 정체를 들키는 일은 막을 수 있었다.


《놓아라.》

사신 스켈레톤이 다시 비도의 후드를 잡고 달그락거렸다.

비도는 혼란스러웠다. 가만히 보니, 그의 후드를 잡고 있는 사신 스켈레톤은 무언가 분위기가 달랐다. 자기를 공격했음에도 바로 반격하는 것이 아닌 정체부터 확인하려는 여유로운 모습. 그리고 자세히 보니 팔뚝 부분에 끼워져 있는 완장과 조금 다른 낫의 모양.

‘잘못 골랐구나!’

이 놈은 평범한 사신 스켈레톤이 아닌 틀림없는 지휘관급이었다.

《“잘못 짚었다. 크큭···.”》


《대체 무얼 말이더냐. 이 건방진 놈.》


‘형님···. 빌 형님 뭐해요?! 으앗···?!’

위기에 빠진 비도. 빌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고개를 살짝 돌려 빌이 있는 곳을 바라본 비도는 금방 후회하고 말았다. 그를 지켜봐 준다던 빌은 무려 수레 위에 대자로 뻗어 잠들어 있었다.

《“저, 저 인간, 무얼 하고 있나?”》




《···네 녀석. 저것을 알려 주려 나를 부른 건가?》

잠시 얼어붙었던 비도가 불길한 느낌에 녀석을 슬쩍 올려다보자, 녀석은 그와 똑같이 잠들어 있는 빌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슬슬 힘이 풀리는, 비도의 후드를 잡은 스켈레톤의 손.


《상관을 부르기엔 다소 건방진 방법이었다만, 일단 용서해 주도록 하지. 좋은 정보다.》

툭툭─

녀석은 잘했다는 듯이 비도의 머리를 툭툭 두드리고 등을 돌렸다.

그리고 그 즉시 팔을 벌리고 다른 스켈레톤들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큰일이다···!’

《“대업이군···.”》


《응···? 대업? 아아, 네 공을 인정해달라는 건가? 욕심이 많은 개체로구나.》


비도는 서서히 모여들기 시작하는 스켈레톤들을 보고 식은땀을 흘렸다. 이 상황은 완전히, 잠들어 있는 빌을 자신이 일러바친 꼴이었다.

빌이 아무리 장난기가 많다 하더라도 이런 상황에 그냥 잠을 자진 않을 터. 분명 생각보다 크게 다친 것이 분명했다.


《서둘러서 대열을 갖춰라! 저 인간은 강하다! 방심한 틈에 끝을 내야 한다!》

지휘관 스켈레톤은 이제 비도에게 완전히 관심을 끈 듯, 스켈레톤들에게 무언가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꿀꺽···!

‘에라이···!’

비도는 기회는 이때다 하고, 재빨리 빌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너도 마찬가지다! 먼저 가는 것은 용납하지 않는다! 대열에 서라!》


‘으아앗─?!’

그러나 순식간에 대낫을 뻗어온 스켈레톤 지휘관에 의해 저지되고 말았다. 그는 비도를 슬슬 인도해 스켈레톤 대열의 맨 끝에 위치하게 만들었는데, 그가 저항하려는 기세를 보일 때마다 대낫의 날로 그를 위협했다.


‘X발···. X됐는데···.’

《“Holy Fxxxing Fxxxed!”》





《“···님. ···님.”》


《으음···? 뭐라고 하는 것이냐?》

비도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스켈레톤들이 대열을 갖추도록 지휘하던 지휘관 녀석이 비도에게 다시 시선을 돌렸다.


“빌 형님─! 일어나요──! 제발···! 일어나!”

《“···나요! 제발···! ···나!”》

비도는 텔레파시라도 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필사적으로 빌이 있는 방향을 향해 속삭이는 중이었다. 온 힘을 기울여 속삭이던 비도는 지휘관 녀석이 비도에게 바짝 다가올 때까지도 그가 다가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제발···! ···나! 나!!”》


《그래 좋다. 의지가 충만하군! 공은 확실하게 세우는 게 좋지.》

《허나, 그렇다면 네 자리는 거기가 아니다.》


‘에, 에에···?!’

갑자기 지휘관 스켈레톤이 성큼 다가오더니 비도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그리곤 비도를 훌쩍 들어 올려서, 대열을 정비한 스켈레톤들의 맨 앞으로 데려와 그들 전체를 마주 보게끔 바로 세워버렸다.


《음···? 네놈···?》

그렇게 비도를 들어 옮긴 지휘관 놈이 손을 탈탈 털었다. 비도가 그의 생각보다 훨씬 무거웠던 모양. 해골 주제에 살짝 인상을 찌푸린 듯 느껴지기까지 하는 녀석의 얼굴을 보며 비도는 잔털이 잔뜩 곤두섰다.


‘아··· 알아챘나···?! 너무 크게 소리쳤나?’

《“알아챘군···. 크킄. 나의 비밀을. 어디서 크게 말한 적도 없건만.”》


《으하하하하하!》

《네놈···. 통뼈로구나! 으하하하하하! 여간 무거운 게 아니야!》

《그래그래. 남자라면 뼈가 굵어야지. 어쩐지 욕심이 많다 했다.》

《자, 네가 이끌어라. 저 인간의 목을 따 온다면 내 부관으로 삼아주마.》


지휘관 녀석은 갑자기 크게 웃음을 터뜨리더니 비도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해골이 제대로 된 소리도 내지 못하고 달그락 소리를 내며 웃는 제스쳐를 취하는 것이 당황스러웠지만, 비도도 최대한 자연스럽게 따라 웃으려고 노력했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왜 내가 맨 앞이야?’

《“어째서 이 몸이 맨 앞인가. 크큭···. 뭘 하라는 거지?”》


《크큭···. 건방진 것도 일관적이니 봐줄 만 하군. 네 놈은 선봉이다. 잘 해보도록.》

《스켈레톤 부대─ 돌격 준비─!》


잘그락─! 잘그락─! 잘그락─!

지휘관 스켈레톤의 구령에 스켈레톤들이 뛰려는 자세를 취했다. 그러고 난 후, 비도를 바라보고 고개를 살짝 끄덕인 지휘관은, 부대의 옆으로 살짝 물러나 비도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지금 내가 선봉인 거야···?”

“김비도 너 이 새끼 대체 무슨 대화를 한 거야?”

비도는 이 상황에 어이가 없어서 들을 테면 들으라는 식으로 혼잣말을 내뱉으며 자기 볼을 찰싹 때렸다.

허나 이번에는 스켈레톤의 언어로 번역되지 않았고, 다행히도 어떤 스켈레톤도 듣지 못한 듯, 아직까지 모든 스켈레톤들의 이목이 그를 향해 집중되어 있었다.


슬금···.


잘그락···!

비도가 슬금 뒷걸음질을 치자 모든 스켈레톤들이 그를 향해 한 발짝 내디뎠다.


슬금···.


잘그락···!

한걸음을 더 뒷걸음치자 또 한걸음.


‘에이 씨···. 모르겠다!’

“따라오지 마, 이 새끼들아!”

비도는 뒤돌아서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빌이 있는 방향으로.


《“따라오지 말도록.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겠지만 말이야. 크크큭···.”》

그리고 그가 뛰면서 내뱉은 마지막 한 마디는, 다시 스켈레톤의 언어가 되어 그들에게 전달되었다.

이번에도 역시나, 불필요한 사족이 잔뜩 붙어서.


다글 다글 다글 다글···!

다다다다다다다닥─!

《와아아아아아아───!!》

비도의 한 마디는 스켈레톤들의 사기를 탱천시켰다. 그들은 앞서나가는 선봉대장에 질세라 그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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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5. 해골 사냥 22.06.27 31 2 12쪽
35 #34. 옷을 잘 입는 모험가와 모자란 신관 (4) 22.06.23 43 3 13쪽
34 #33. 옷을 잘 입는 모험가와 모자란 신관 (3) 22.06.22 39 4 14쪽
33 #32. 옷을 잘 입는 모험가와 모자란 신관 (2) +1 22.06.21 48 2 13쪽
32 #31. 옷을 잘 입는 모험가와 모자란 신관 +1 22.06.19 49 4 13쪽
31 #30. 옷을 잘 입는 모험가 22.06.18 42 4 13쪽
30 #29. 모험가가 되다 (6) +1 22.06.17 45 2 12쪽
29 #28. 모험가가 되다 (5) 22.06.16 41 3 11쪽
28 #27. 모험가가 되다 (4) 22.06.15 41 4 14쪽
27 #26. 모험가가 되다 (3) 22.06.14 41 2 11쪽
26 #25. 모험가가 되다 (2) 22.06.13 41 3 12쪽
25 #24. 모험가가 되다 22.06.11 45 3 12쪽
24 #23. 숲 속의 거래 (7) 22.06.10 45 3 12쪽
23 #22. 숲 속의 거래 (6) 22.06.09 46 2 11쪽
» #21. 숲 속의 거래 (5) 22.06.08 52 4 12쪽
21 #20. 숲 속의 거래 (4) +1 22.06.07 57 3 12쪽
20 #19. 숲 속의 거래 (3) 22.06.06 50 3 10쪽
19 #18. 숲 속의 거래 (2) 22.06.04 51 3 11쪽
18 #17. 숲 속의 거래 22.06.03 53 4 12쪽
17 #16. 호부호형 (3) 22.06.02 56 3 10쪽
16 #15. 호부호형 (2) 22.06.01 60 3 11쪽
15 #14. 호부호형 +2 22.05.31 69 6 12쪽
14 #13. 신이 내린 마을 +2 22.05.30 81 4 11쪽
13 #12. 3레벨, 그리고 속전속결 (5) +2 22.05.28 79 4 12쪽
12 #11. 3레벨, 그리고 속전속결 (4) 22.05.27 86 6 11쪽
11 #10. 3레벨, 그리고 속전속결 (3) 22.05.26 78 3 10쪽
10 #9. 3레벨, 그리고 속전속결 (2) 22.05.25 79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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