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이양인 님의 서재입니다.

장비칸이 레벨업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이양인
작품등록일 :
2022.05.19 22:57
최근연재일 :
2022.06.29 11:37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3,259
추천수 :
155
글자수 :
191,194

작성
22.05.30 18:13
조회
80
추천
4
글자
11쪽

#13. 신이 내린 마을

DUMMY

#13. 신이 내린 마을







“어─ 이─!”

“소대자앙─!”

저 멀리서 한 남자가 비도를 발견하고는 반가운 체하며 소리쳤다.

비도가 마을에 도착한 지 약 일주일이 지난 지금. 그는 소대장이라는 별명과 함께 시골 마을의 유명 인사가 되어있었다.


“왜요─!”

하지만 비도는 남자의 반가운 얼굴에도 불구하고 다소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이거 좀 먹어봐. 내가 직접 따 온 거야.”


“흥. 옆구리가 쑤셔서 소화가 잘 되려나 모르겠는데.”


“아이. 그러지 말고, 내가 미안해서 그래.”

“그날엔 꼼짝없이 고블린인줄 알았다니까? 아마 자네가 나였어도 그랬을걸?”


남자는 비도에게 사과와 비슷하게 생긴 과일이 담겨 있는 바구니를 건넸지만, 비도는 자신의 배를 슬슬 어루만지며 비꼬았다. 그의 배에는 하마터면 그를 죽일 뻔했던 깊은 흉터 자국이 나 있었는데, 이 상처를 남긴 장본인이 바로 비도에게 과일을 건네는 남자, 수비대장 한스였던 것이다.


“그러지 말고 받아 줘. 내가 자네 주려고 아침부터 숲에 가서 따 온거라니까? 상처에도 좋아.”

아삭─!

“맛도 좋고!”

한스는 거의 반강제로 비도에게 과일 바구니를 떠넘겼다. 그러면서 그중에 한 개를 꺼내 베어 물면서 짓는 사람 좋은 미소는 비도가 차마 더는 그를 퉁명스럽게 대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아삭─!

“···맛있네···.”


“하하하! 그치?! 고생한 보람이 있네.”

“다 먹고 촌장님 댁에 한번 가 봐. 하실 말씀이 있으신 모양이야.”

한스는 그렇게 말하곤 비도가 미처 무언가 대답할 새도 없이 어디론가 뛰어갔다. 상당히 급하게 움직이는 꼴이, 정말 비도를 위해 없는 시간을 내 과일을 따 온 모양이었다.


“흥. 사람은 괜히 좋아가지고···.”

아삭─

비도는 과일을 베어 물면서 그와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사람···! 살···려···!’


‘하아아압─! 여기까지다 이놈─!’

한스는 필사적으로 살려달라 외치는 비도의 말을 무시하고 창으로 그의 배를 푸욱 찔러버렸다.


‘으윽─?! 아··· 아니··· 나는─’



‘닥쳐라아아아─!’


‘······!!!’

그리고, 한 바퀴 돌렸다.

애절한 비도의 눈빛을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아주 비정하게.


또, 의기양양하게.


‘내가 고블린 소대장을 쓰러뜨렸다──!’


‘와아아아아아──!’




“어우 씨. 생각했더니 또 쑤시네.”

비도는 고개를 흔들어 회상을 털어버리곤, 촌장댁으로 향했다.




“그래, 소대장. 몸은 좀 괜찮은가?”


“···촌장님까지 그러시깁니까.”


“끌끌끌. 자네가 워낙 인상적이게 나타났어야지.”


“어휴···. 뭐···. 촌장님도 이거나 좀 드세요.”

비도는 식탁 위에 올려 두었던 바구니에서 과일 하나를 꺼내 촌장에게 내밀었다. 촌장은 그것을 받아들더니 창가로 움직였고, 비도도 하나를 집어들었다.


“···자네, 이제 기억은 좀 돌아왔는가?”

촌장은 그대로 창 밖을 내다보며 말했다.


“아···. 예. 그게요···.”

비도는 대화 주제가 무거운 것임을 알아채고 과일을 다시 내려놓았다.


이것은 정말 중요한 주제였다. 튜토리얼 숲을 지나 마을에 도착한 게임 속의 주인공은 촌장과 대화를 나누며 자신이 가질 직업을 결정했다. 그리고 게임의 스토리 또한 직업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고 비도는 알고 있었다.


“저는 아마 그···.”

비도는 첫 대면 후 자신의 정체를 묻는 촌장에게 자신이 누구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얼버무렸었다.

그는 게임의 스토리를 따라갈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석적으로 직업을 선택하고 정석적으로 성장해 마왕을 물리치는 것은 너무나도 오래 걸리는 일이 될 것이 분명했다.


“신의 아드···.”

“···아마 탈영병일 테지.”


“예?”


“지금 뭐라고 했나?”


잠시 망설이던 비도가 말을 꺼내려는 순간 촌장과 말이 겹쳤다. 어리둥절한 표정의 촌장에게 다시 한번 쭈뼛거리며 ‘신의 아들’ 이라는 민망한 단어를 입에 내뱉자, 촌장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자네에게 무슨 신성함이 있던가?”

콰삭─

촌장은 풀어진 얼굴로 사과를 한 입 베어 물며 말했다. 아마 비도가 장난을 치는 줄 아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비도는 잔뜩 진지한 표정을 하며 당당하게 외쳤다.


“상태창!”

“장비창!”

“스킬창!”

그러자 그의 눈앞에 예의 반투명한 스크린들이 떠올랐다.


“이것들이 보이십니까?”


“뭐 말인가?”


“안 보이는군요. 괜찮습니다. 예상한 바니까.”

촌장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대답하자 비도는 상태창들을 도로 껐다. 어차피 상태창이 남들에게 보이지 않을 것은 비도도 예상했던 바였기에, 비도는 신속하게 다음 행동으로 들어갔다.


“자 제 몸을 잘 봐 주십쇼.”

비도가 선택한 것은 ‘솔직하게 정체 까발리기’ 였다. 그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특별함을 알리고 설득해, 단숨에 높은 사람을 만날 계획이었다. 레벨업 할수록 장비칸이 한 칸씩 늘어나는 자신의 능력은, 초반에는 이렇게 개고생을 해야 하더라도 포텐만큼은 굉장히 높은 능력이었으니까.

높은 사람을 만나 후원을 받고 그런 끝에 경험치 ‘쩔’을 받을 수만 있다면, 마왕의 목도 단숨일 것이 분명했다.


“잠시 촌장님 모자 좀 빌리겠습니다.”

“아, 이 과도도요.”

비도는 지금 한 벌로 된 가운과 속옷, 그리고 신발만을 신고 있었다.

‘최후의 존엄성’ 스킬은 얼마든지 재지정이 가능했고, 현재 비도는 지금 입은 순면 속옷으로 속옷을 재지정한 상태였다. 그러니 속옷을 제외하고는 2칸의 장비칸만을 사용하고 있는 상태였고, 비도는 과도와 모자를 가져와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자, 이제 제가 이 과도를 집어들면 제 신발이 저 혼자 벗겨져 날아갈 겁니다. 잘 보세요.”

비도는 테이블 옆의 의자에 앉더니 두 다리를 공중으로 들어 올리고 모자를 쓴 뒤, 과도를 들었다. 그가 허공에 과도를 휘두르자, 동시에 그의 신발이 벗겨지더니,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툭─!

투둑···.


“오···. 신기하구먼. 어떻게 한 마술인가?”


“마술이 아니고, 제 이게 제 신성입니다. 저는 패션갓의 아들로서···.”

비도는 ‘패션고자’ 클래스의 힘에 대해서 터놓았다. 이세계에서 왔느니 뭐니 하면 더 믿지 못할 가능성이 컸기에, 조금 각색해서 ‘신의 아들’이라고 포장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러면, 지금 자네는 속옷까지 해서 옷을 4개밖에 못 입는다고? 자네 레벨이 3이라서?”


“예 예! 바로 그겁니다!”

비도는 주먹을 불끈 쥐며 좋아했다. 촌장이 예상보다 더 순조롭게 그의 말을 알아들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멋지게 등장해도 모자를 판에 한스에게 배를 찔려서 생사를 헤매는 모습을 보여줬으니, 그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비도였다.


“쯧쯔쯔···. 된통 당했구먼. 된통 당했어.”


“예···?”


“자네는··· 내 말대로 탈영병이 맞을 걸세.”

“어떤 저주에 당했는지까진 모르겠어도···. 쯧쯔···.”

촌장은 혀를 차며 다시 창가로 향했다. 그리고 뒷짐을 진 채 이야기를 하려는 찰나, 비도가 먼저 끼어들었다.


“아니, 잠시만요. 왜 저보고 자꾸 탈영병이라 하시는 겁니까?”


“···왜기는, 이 나라 청년은 모두 18세부터 35세까지 군인이니까 말이지. 자넨 그것도 잊어버린 모양이지만.”

“자네 서른다섯은 안 되었지?”


“···예.”


“그럼 탈영병이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자네가 여기 있는 것이 말이 안 되니까. 자네 별명이 소대장이긴 하지마는, 진짜로 무슨 특수부대원··· 은 아니었던 것 같으니 말이야.”

촌장이 비도의 배 부근을 힐끔거리면서 말을 마쳤다.


“아니, 그게 아니라. 저는 신의 아들이기 때문에···!”


“그 신발 벗는 재주로?”

“그것으로 누구를 구원할 수 있는가?”


“비록 지금은 약하지만, 레벨만 올리면 강해집니다. 마왕도 해치울 수 있다니까요! 그리고 다른 재주도 있는데···.”


“···됐네. 그만하게.”


“아니요! 진짜입니다. 마을 분들이 나서서 당장 레벨을 1 아니면 2 정도라도 올리게 도와주시면···.”


“그만!”


“아···.”

촌장의 살짝 노성이 섞인 일갈에 비도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비도가 입을 다물자 촌장은 다소 미안한 듯이 눈썹을 가운데로 모아 추켜올리면서 말을 이었다.


“자네가 딱한 처지란 것은 알지만, 사실 자네를 부른 건 해줘야 할 일이 하나 있어서야.”

“만약 자네가 그걸 훌륭히 해낸다면, 자네 이야기를 한번 생각해 보지.”


“그게 뭡니까?”

비도는 살짝 반색하며 물었다. 물씬 풍기는 퀘스트의 느낌. 최대한 생략하고 싶었던 것이지만, 촌장의 신뢰가 필요해진 이상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자네···. 자네를 치료하느라 하이 포션을 3병이나 써 버린 것을 알고 있는가?”


“예? 3병이나요? 포션을 쓰신 줄은 알았지만···.”


“그래. 모를 테지···. 한스 녀석이 흥분해서 마을에 있던 하이 포션 3병을 전부 가져다 들이부었어. 한 병만, 아니 반병만 부어도 충분했을 물건이었는데···. 허···.”

촌장은 말하면서 속이 쓰린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게 이런 작은 마을에 흔치 않은 물건이란 것. 혹시 알겠나?”


“네···. 대강은요.”


“그럼 다행이군. 사실 그건 마을의 공동재산이라네. 마을에서 크게 다친 사람이 나왔을 때마다 조금씩 아껴 쓰던 것이지.”


“그런 물건을 왜 저한테 세 병이나···?”


“···그건 한스한테 물어보게. 나도 한스가 그렇게나 당황한 건 처음 보았으니.”

“아마 사람을 찌른 건 처음이라서 그랬을 테지. 끌끌끌···.”


“···.”


“아무튼, 내가 하려는 게 무슨 말인지 대강 알겠지?”

“자네가 마을에 하이 포션을 다시 구비해 놓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겠네. 한스가 자넬 도와줄 거야. 이따 저녁때 둘이 같이 다시 들리게.”


아삭─

말을 마친 촌장은 과일을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비도에게는 새로운 알림창이 떠올랐다.


[퀘스트 - 『마을에 은혜 갚기』가 생성되었습니다]

[‘퀘스트 저널’ 창이 해금 됩니다]


“얼마가 걸리든 상관하지 않겠네. 다만, 자네를 구하기 위해 우리 마을 공동의 목숨줄을 전부 써버렸으니, 자네가 그것을 조금이라도 복구해 놓고 가는 것이 도리 아니겠는가.”


“맞습니다.”

“아니, 신의 아들로서 응당해야 할 일이지요. 이 패션 고···. 아니, 패션킹 김비도의 이름을 걸고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끌끌끌···. 기운차서 좋구먼. 그럼 가 보게나.”


비도는 당당하게 대답하고 촌장의 집을 나섰다. 촌장에게 말을 꺼낸 지금부터 평범한 용사 따위가 아닌 신의 아들로서 행세하기로 마음먹은 그였기에 당당함은 필수였다.

그는 새로 생긴 퀘스트 저널을 확인하며 한스를 찾아 움직였다.


작가의말

비도는 항상 이렇게 능력을 증명해야 할 때를 대비해서 옷보다 신발을 먼저 신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2 sc******
    작성일
    22.06.04 18:28
    No. 1

    신발 신고 바지입을 생각하니 좀 끔찍하군요ㅋㅋ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 이양인
    작성일
    22.06.06 23:07
    No. 2

    그래도 조금 헐렁한 옷을 입고 다녀서 괜찮은 편입니다.
    비도가 능력치가 낮은 만큼 체구도 작은 편이라 빌려입은 동네사람 옷이 꽤 컸거든요.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장비칸이 레벨업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除舊布新 22.06.29 26 0 -
공지 제목과 프롤로그를 변경했습니다. (2022-05-21) 22.05.21 40 0 -
37 除舊布新 22.06.29 30 0 1쪽
36 #35. 해골 사냥 22.06.27 31 2 12쪽
35 #34. 옷을 잘 입는 모험가와 모자란 신관 (4) 22.06.23 43 3 13쪽
34 #33. 옷을 잘 입는 모험가와 모자란 신관 (3) 22.06.22 39 4 14쪽
33 #32. 옷을 잘 입는 모험가와 모자란 신관 (2) +1 22.06.21 47 2 13쪽
32 #31. 옷을 잘 입는 모험가와 모자란 신관 +1 22.06.19 49 4 13쪽
31 #30. 옷을 잘 입는 모험가 22.06.18 42 4 13쪽
30 #29. 모험가가 되다 (6) +1 22.06.17 45 2 12쪽
29 #28. 모험가가 되다 (5) 22.06.16 41 3 11쪽
28 #27. 모험가가 되다 (4) 22.06.15 41 4 14쪽
27 #26. 모험가가 되다 (3) 22.06.14 41 2 11쪽
26 #25. 모험가가 되다 (2) 22.06.13 41 3 12쪽
25 #24. 모험가가 되다 22.06.11 45 3 12쪽
24 #23. 숲 속의 거래 (7) 22.06.10 45 3 12쪽
23 #22. 숲 속의 거래 (6) 22.06.09 46 2 11쪽
22 #21. 숲 속의 거래 (5) 22.06.08 51 4 12쪽
21 #20. 숲 속의 거래 (4) +1 22.06.07 56 3 12쪽
20 #19. 숲 속의 거래 (3) 22.06.06 50 3 10쪽
19 #18. 숲 속의 거래 (2) 22.06.04 51 3 11쪽
18 #17. 숲 속의 거래 22.06.03 53 4 12쪽
17 #16. 호부호형 (3) 22.06.02 56 3 10쪽
16 #15. 호부호형 (2) 22.06.01 60 3 11쪽
15 #14. 호부호형 +2 22.05.31 69 6 12쪽
» #13. 신이 내린 마을 +2 22.05.30 81 4 11쪽
13 #12. 3레벨, 그리고 속전속결 (5) +2 22.05.28 79 4 12쪽
12 #11. 3레벨, 그리고 속전속결 (4) 22.05.27 86 6 11쪽
11 #10. 3레벨, 그리고 속전속결 (3) 22.05.26 78 3 10쪽
10 #9. 3레벨, 그리고 속전속결 (2) 22.05.25 79 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