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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인 님의 서재입니다.

장비칸이 레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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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인
작품등록일 :
2022.05.19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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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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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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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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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7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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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0. 숲 속의 거래 (4)

DUMMY

#20. 숲 속의 거래 (4)







‘난 대체 어떻게 살아있는 거지?’


비도는 한스에게 창을 맞아본 몸이었다. 그것도 한참을 뛰어오느라 탈진한 상태로.

한스가 지금 해골들을 대하듯이 공격했다면, 지금쯤 이런 숲 속이 아닌 저승에 가 있어야 정상이 아닐까?


퍼엉──!

마침 타이밍 좋게 사신 스켈레톤 하나가 한스의 찌르기를 정면으로 맞고 터져나갔다. 비록 지금은 검을 들고 있지만, 그 동작은 그가 창으로 자신을 찔렀을 때와 거의 완전히 겹치는 것이었다.






[‘하아아압─! 여기까지다 이놈─!’]

기합을 넣어 찌르면서도 반쯤 오묘한, 확신이 없는 듯한 눈. 그러나 한스는 그대로 창을 들이밀어 비도는 배를 향해 찔러 들어왔다.


푸욱─!

슬로우 모션으로 움직이는 회상 속에서 그의 창이 비도의 살을 갈랐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그의 눈동자가 살짝 떨리기 시작했다.


[‘으윽─?! 아··· 아니··· 나는─’]

[‘···!’]

비도가 대답한 순간부터는, 크게 요동쳤다.

곧바로 그의 몸 안에서 회전하는 창.

거칠게 꿈틀거리며 회전하는 창은 비도의 몸을 찢어놓기 위한 것이 아닌, 오히려 장기가 있는 곳을 피하고자 필사적으로 회전하고 있었다.


[‘대장이 고블린 소대장을 쓰러뜨렸다─!’]

[‘와아아아아아아──!’]


[‘닥쳐라아아아───!’]

[‘포션─! 포션 있는 거 다 가져와아아아──!!’]



“아···.”

비도는 되살아난 기억과 함께 탄식했다.

그는 다름 아닌 한스가 찔렀기에 살아있었던 것이다. 이미 배 속에 들어간 창날을 회전시켜 급소를 피하는 것은, 어설픈 자의 손놀림으로는 어림도 없는 것이었다.

“한스 아재···.”

감상은 잠시. 비도는 고개를 흔들어 생각을 지웠다. 지금은 전투 중이었고,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따로 있었다.

“그러면 대체 뭣 때문에···?”

무엇 때문에 자신이 고블린 흉내를 낸다고 생각했는가. 빌은 물론이고, 한스 같은 강자가.

곰곰이 생각하던 비도는 무언가에 홀린 듯 상태창을 켜고 ‘패션고자’ 클래스의 설명을 읽어내려갔다.



[패션고자]


당신은 위대한 패션갓의 힘을 전수받았습니다. 당신의 힘은 당신의 옷에서부터 나옵니다. 누구보다 옷에 진심이 되십시오.



“내 힘은 옷에서부터···. 옷에 진심이 돼라···.”

비도는 손에 쥔 고블린의 단검 세 자루를 보며 가만히 중얼거렸다. 이 상황은 그에게 끌어낼 수 있는 숨겨진 힘이 더 있다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땐 진심이었지.”

비도는 고블린의 단검 한 자루를 입에 물었다.

【극한의 깔 맞춤】스킬을 얻을 때는, 어떻게든 고블린의 단검에 있는 민첩 상승효과를 다 사용해 볼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차 있었다.

모양이야 어떻게 되든 간에 상관없이, 만화에 나오는 검사처럼 칼을 입에 물어서라도 말이다.


“진심···. 진심···.”

비도는 자신의 만국기 하의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고블린의 단검은 원래 녀석들의 것이니 그렇다 치고, 때 타고 더러워진 하의는 상당히 조잡한 것이, 고블린이 만들었다고 해도 별로 변명할 소지가 없는 것이긴 했다.



“소대장이─!”

“심심허면 이것들 낫이나 좀 챙겨둬야─! 그대로 쓰던지 녹여서 쓰던지, 어디 쓸데야 있겄다─!”

“캬하하하─!! 하하─!!”

빌이 비도를 향해 소리쳤다.

그는 어느새 아예 도망치기 시작한 해골들을 쫓아가 베어버리고 있었고, 신이 난 듯 웃으며 무너진 사신 스켈레톤의 뼈 무더기를 가리켰다. 녀석들의 옷과 낫은 마법으로 만들어지거나 한 것은 아닌지, 해골이 마법의 힘을 잃고 무너졌음에도 불구하고 사라지거나 하지 않았다.


“흠···.”

비도는 눈을 가늘게 뜨고 사신 스켈레톤의 잔해를 노려보았다.






[대낫(저급품)]


-재질: 철, 목재(참나무)

-방어 효과: 거의 없음, 사용하기 나름(무기류)

-공격력: 1 ~ 10

-특이사항: 대형 공방에서 대량 생산된 농기구. 덕분에 제작자는 누구인지 알 수 없다. 낫 날의 끝 부분에서는 최대 (10)까지의 공격력을 활용할 수 있다.



[검은 로브(조잡함)]


-재질: 평범한 천(리넨)

-방어 효과: 거의 없음

-특이사항: 대형 공방에서 대량 생산된 염가형 로브. 덕분에 제작자는 누구인지 알 수 없다. 끝 부분이 많이 헤졌다.



“쳇. 완전 잡템뿐이잖아?”

사신 스켈레톤의 아이템들을 확인해 본 비도는 다소 실망했다. 혹시 고블린의 단검처럼 마력이 서린 아이템이 있다면 세트 아이템으로 써 볼까도 생각했지만, 아쉽게도 그럴 수 없는 아이템은 하나도 없었다.


“뭐, 그건 됐고.”

아쉬움은 뒤로 한 채 손을 놀리는 비도, 제일 멀쩡해 보이는 사신의 로브를 고르는 그의 목적은 사실 따로 있었다.




“난 고블린의 옷을 입으면 고블린이고.”

자기 자신에게 되뇌는듯한 말투. 비도는 눈을 감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는 어느새 옷을 완전히 갈아입어, 사신 스켈레톤처럼 꾸며 입은 상태였다. 검은 로브를 입고 후드를 써 얼굴을 가렸고, 손에는 가죽 장갑을 꼈다.

“사신의 옷을 입으면 사신이다.”

그리고 마지막 한마디와 함께 눈을 떴다. 비도는 오른 어깨에 대낫을 걸친 채로, 빌이 있는 곳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그의 생각이 맞는다면, 아마도 빌이 깜짝 놀라 줄 것이다. 진짜 사신 스켈레톤인줄 알았다며.



“뭐 하는 거여? 힘들면 그냥 쉬고 있어야.”

그러나 비도의 생각과는 달리 빌이 그를 보는 반응이 시큰둥했다.

혹시 그가 갑자기 달려들까 봐 재빨리 후드를 벗어 보일 준비까지 하고 다가간 비도였는데, 그는 전혀 헷갈리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이건 별로 안 똑같나요?”


“그건 별로여, 소대장이 자네는 고블린 흉내가 더 어울려.”

“근디 나중에 봐줄 테니께 일단 주워담기부터 하고 있으야. 나는 여기가 끝이 아니고 형님도 도와줘야 허잖어. 저기 봐봐.”

약간 질책까지 하는 말투.

빌의 성격상 진짜 사신 스켈레톤과 똑같이 느껴졌다면, 질책보다는 하하 웃으면서 이야기했을 것이다. 허나 그렇지 않은 것이, 비도가 고블린과 비슷하게 입었을 때와는 느낌이 아주 딴 판인 모양이었다.



“뭐지···. 진심···. 진심이 모자른가?”

비도는 다시 구석으로 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한참을 고민하다가는,


“크큭···. 내 데스사이드가 피를 원하는군···.”

“나는 검은 사신. 피에 굶주린 가엾은 영혼.”

혹시나 하는 생각과 함께 한 마디를 내뱉었다.



[‘클래스: 패션고자’ 의 영향으로 ‘히든스킬 【옷이 사람을 만든다(S)】’가 개화했습니다!]



“크큭···. 성공했군.”

“으에?”

합─!


비도는 놀랐고, 또 당황했다.

정말로 새로운 스킬이 생겨난 것도 놀라운데, 그것이 무려 S급 스킬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며 환호했는데, 그의 입에서는 그가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말이 흘러나왔다. 마치 방금 생각해냈던 중2병 사신의 대사를 계속 내뱉고 있는 듯이.


‘내 말투 왜 이래?!’

“크큭···. 이상하군. 내 말투가 왜 이러지···? 피가 부족한···.”

합!


‘스킬창···?’

“열려라. 나의 깊은 어둠을 담은 스킬창이여.”

하압─!

뭔진 몰라도 말투가 이상해진 것은 새로 생긴 스킬때문임이 분명했다.

비도는 재빨리 스킬창까지만 열고 자기 입을 틀어막았다.



【 옷이 사람을 만든다 Lv1 (S) - 활성화】


『어울리게 행동하라고, 입은 그대로 말이야. 사람들은 네가 아닌 네 옷을 보고 네가 누군지 판단할 거다.』


- 최소 3 장비 이상, 특정 집단이 입는 ‘유니폼’을 똑같이 착용할 경우, 그 집단의 소속원인 것처럼 ‘흉내내기’ 를 할 수 있게 됩니다.

- ‘유니폼’을 똑같이 입으면 입을수록 ‘흉내내기’ 효과가 강해집니다.

- 3 장비 이상 ‘유니폼’을 착용했지만, 아직 집단과 스킬 사용자 본인에게 외견상 큰 차이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스킬 사용자의 지식을 토대로 ‘흉내내기’ 중의 행동과 말투에 보정이 들어갑니다.


◎현재의 흉내내기 Lv: 1

1) 기존 집단 구성원이 착용하고 있던 장비를 직접 착용할 경우 효과가 상승합니다.

2) 집단의 구성원과 자연스럽게 스쳐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흉내 정도입니다.

3) 말투에 보정이 들어갑니다.




‘아하···.’

“그래서 이 몸의 말투가 이리도 천박해졌군. 내게 사신이라면 이런 이미지밖엔 떠오르지 않아. 크큭···.”

아마 비도가 로브와 장갑, 그리고 낫 밖에는 들지 않은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뼈다귀와 사람이라는 차이가 컸기에 ‘보정’이 많이 들어간 모양이었다. 덕분에 말투도 급격하게 중2병 환자처럼 변화했고 말이다. 그 강제성이 꽤 큰지, 생각만 할 것과 입 밖으로 낼 것이 잘 구분이 안 되는데···.

비도가 찬찬히 생각을 정리하고 있던 도중, 갑자기 목덜미 뒤에서 서늘한 감각이 느껴졌다.


“으아아···?!”


“어매───!!! 이T@$%^#$^#$─!!”


비도가 등 뒤를 돌아봤을 때 마주친 것은 빌의 두 눈이었다.

그는 이제 막 비도의 목을 향해 검을 가로로 베어 들어오는 참이었고, 뒤를 돌아본 비도와 눈을 마주치자 화들짝 놀라며 자세를 무너뜨렸다.


쿠당탕──!!!

쿠당──!


“혀···. 형님! 빌 형님!”

빌은 너무 급하게 검을 회수한 탓인지 낙법도 제대로 취하지 못하고 거칠게 굴렀다. 비도가 다급하게 그의 곁에 다가가자, 평소 헤실 거리던 그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튀어나왔다.



“야 이 @%#^#스끼야! 뭐 하는 짓거리여!”


“죄, 죄송합니다.”


“아직 한참 싸우는중인디 이 스끼야! 이T─#%@#^@#─! 뒤지고 싶은거여?!”

“아야야···. X팔─ 다행히 어디 부러지진 않았네.”

비도는 계속해서 고개를 숙였고, 빌은 급하게 자신의 몸 상태를 체크하고 일어났다.


“그거 당장 벗어 이 시끼야! 소대장 네놈시끼일줄은 상상도 못 했네!”

“아니, X팔. 포션도 쳐먹어. 네놈에게서 마기가 느껴졌어! 그래서 상상도 못했다고!”

“아무튼 네놈시낀 더더욱 마기에 오염되면 안 되니까 얼른!”

“아니지, 옷부터 벗고!”


빌은 마구 화내면서도 허둥지둥 비도를 챙겼다. 심지어 하이 포션까지 까 먹이려 움직이는 빌.

딱 비도가 원하던 리액션이었다. 빌이 뒤통수에서부터 그를 공격해 들어왔기에 하마터면 저승에 갈 뻔하긴 했지만.

비도는 빌 몰래 한쪽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가는, 포션을 찾는 그를 뜯어말리면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허이···. 진짜여···.”


그의 눈앞에서 비도가 후드를 썼다 벗기를 반복하자 빌의 눈이 주먹만 해졌다. 스켈레톤과 비도가 너무 다르게 생겼기에 로브를 입었어도 후드까지 써서 얼굴을 가려야 스킬 효과가 적용되었는데, 덕분에 빌에게 스킬의 효과에 대해서 설명하기는 한결 편했다.


“허이구···.”

털썩─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바닥에 주저앉는 빌.

그는 잠시 자신의 갈빗대를 슬슬 쓰다듬다가는 말을 이었다.


“그럼 그것에 쟤네들도 다 속는단 말이쟈?”


“그렇다. 후후후후···.”


“큭, 큭큭큭큭. 자네가 그런 말투 하니까 웃기긴 허네.”

“아으···. 내가 사실은 말여, 갈빗대에 금이 간 거 같긴 하거던? 쟤네도 얼마 안 남았으니까네, 자네가 한번 슬금슬금 가서 모가지 뎅강 혀봐.”

“내가 봐 주고 있을텡께.”


“맡겨만 다오. 크큭···.”


“큭, 큭큭···. 아, 악. 웃으면 안 되는디.”

“하여튼 가봐. 되도록 대장있는 저쪽엔 가질 말고. 잘못하면 대장한테 터질라.”

“이건 농담 아니여. 이번엔 진짜 죽는겨.”


스르륵···. 절걱. 절걱···.

비도는 고개를 끄덕이고 주변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스켈레톤들에게로 향했다.

마치 스켈레톤처럼 보이는 영혼 없는 동작과 절걱거리는 미묘한 발소리와 함께.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며 빌은 한 마디 감탄을 덧붙였다.


“이야─ 어떻게 저런 재주가 있담.”

“이거···. 으짜면 진짜 신의 그시기일수도 있겠는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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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5. 해골 사냥 22.06.27 31 2 12쪽
35 #34. 옷을 잘 입는 모험가와 모자란 신관 (4) 22.06.23 43 3 13쪽
34 #33. 옷을 잘 입는 모험가와 모자란 신관 (3) 22.06.22 39 4 14쪽
33 #32. 옷을 잘 입는 모험가와 모자란 신관 (2) +1 22.06.21 48 2 13쪽
32 #31. 옷을 잘 입는 모험가와 모자란 신관 +1 22.06.19 49 4 13쪽
31 #30. 옷을 잘 입는 모험가 22.06.18 42 4 13쪽
30 #29. 모험가가 되다 (6) +1 22.06.17 45 2 12쪽
29 #28. 모험가가 되다 (5) 22.06.16 41 3 11쪽
28 #27. 모험가가 되다 (4) 22.06.15 41 4 14쪽
27 #26. 모험가가 되다 (3) 22.06.14 41 2 11쪽
26 #25. 모험가가 되다 (2) 22.06.13 41 3 12쪽
25 #24. 모험가가 되다 22.06.11 45 3 12쪽
24 #23. 숲 속의 거래 (7) 22.06.10 45 3 12쪽
23 #22. 숲 속의 거래 (6) 22.06.09 46 2 11쪽
22 #21. 숲 속의 거래 (5) 22.06.08 51 4 12쪽
» #20. 숲 속의 거래 (4) +1 22.06.07 57 3 12쪽
20 #19. 숲 속의 거래 (3) 22.06.06 50 3 10쪽
19 #18. 숲 속의 거래 (2) 22.06.04 51 3 11쪽
18 #17. 숲 속의 거래 22.06.03 53 4 12쪽
17 #16. 호부호형 (3) 22.06.02 56 3 10쪽
16 #15. 호부호형 (2) 22.06.01 60 3 11쪽
15 #14. 호부호형 +2 22.05.31 69 6 12쪽
14 #13. 신이 내린 마을 +2 22.05.30 81 4 11쪽
13 #12. 3레벨, 그리고 속전속결 (5) +2 22.05.28 79 4 12쪽
12 #11. 3레벨, 그리고 속전속결 (4) 22.05.27 86 6 11쪽
11 #10. 3레벨, 그리고 속전속결 (3) 22.05.26 78 3 10쪽
10 #9. 3레벨, 그리고 속전속결 (2) 22.05.25 79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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