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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인 님의 서재입니다.

장비칸이 레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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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인
작품등록일 :
2022.05.19 22:57
최근연재일 :
2022.06.29 11:37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3,263
추천수 :
155
글자수 :
191,194

작성
22.05.26 17:00
조회
78
추천
3
글자
10쪽

#10. 3레벨, 그리고 속전속결 (3)

DUMMY

#10. 3레벨, 그리고 속전속결 (3)







터걱─!

고블린의 머리가 몸에서 튕겨 나와 옆의 나무에 한번 부딪히더니, 바닥으로 굴렀다.


“하아···. 하아···.”

그리고 그것을 해낸 비도의 칼끝은 살살 떨리고 있었다. 이것은 반쯤 운이 따라준 결과였지, 결코 그의 실력이 아니었다. 고블린의 어디가 걸리든 반 토막을 내주겠다는 각오로 온 힘을 다해 휘두른 칼이었고, 그 힘은 결과적으로 너무 과했던 것이다.



“케륵─. 케륵─”

마지막으로 남은 대장 격의 고블린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정확하게 비도의 그런 검술 초보적인 실수를 알아챘기보다는 사냥감이 풍기는 ‘분위기’를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다. 지금 비도에게선 지치고 상처 입은, 그런 사냥감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이익···!”

비도가 다시 도망치기 시작했다. 다리를 슬쩍 후들거리는 것이 누가 보더라도 체력이 거의 고갈된 상태였다.


“케르륵─”

고블린은 서두르지 않았다. 천천히, 그리고 여유롭게 사냥감을 몰듯이 움직였다. 얼마간 쫓다 보니 인간이 도망치고 있는 방향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계속 쫓아가니 작은 개울가가 나왔고 인간은 롱 소드로 이쪽을 겨누고 있었다. 어디서 났는지 왼손에는 작은 방패까지 들려 있는 꼴이, 보아하니 이곳을 무덤 자리로 선택한 모양이었다. 고블린은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양손에 단검을 뽑아들었다.




“와라···!”

비도가 마지막 싸움터로 정한 것은 자주 물을 뜨러 왔던 개울가였다. 다만 지금은 처음에 그가 이곳에 방문했을 때와 모습이 많이 달라져 있었는데, 개울 근처 여기저기에는 짓다 만 함정들이 가득했다. 그가 이곳에서 여러 가지 함정을 연구하고 또 연습했던 흔적들이었다.

비도는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느끼며 고블린이 덤벼들기를 기다렸다.


투둑···!

휘리릭─!

“켈켈켈···!”

녀석은 비도에게 덤벼들기에 앞서 비도가 만들다 만 함정들부터 부수기 시작했다. 비열한 웃음소리를 내며 녀석은 마치 비도에게 과시하듯이 그것들을 부수어 나갔다. 어차피 작동되지는 않는 것들이라 상관은 없었지만, 비도는 녀석의 지능에 소름이 돋았다. 나름 착실하게 조사한 결과로 고블린들은 편견대로 난폭하고 지능이 모자란 놈들이란 평가를 내리고 있었는데, 아까부터 꽤 똑똑하게 행동하는 이 고블린 분대장은 그런 생각을 싹 달아나게 해 주었다.


“케르르륵─!”


‘···!’

‘빠르다···!’


함정을 다 부순 고블린은 살살 눈치를 보다가는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비도를 향해 덤벼들었다. 여태까지 그를 쫓던 속도와는 차원이 다른 움직임에 비도는 겨우 반사신경으로 녀석의 검을 막아낼 수 있을 뿐이었다.


카강─!

녀석의 쌍 단검이 비도의 방패를 울렸다. 공격이 막힌 녀석은 재빨리 검을 회수하고 다시 옆으로 돌아 찔러 들어왔지만, 그곳에서 기다리는 것은 비도의 롱 소드였다. 비도는 재차 덤벼들어 오는 녀석을 향해 검을 가로로 휘둘렀고, 녀석은 찔러 들어오던 동작을 그만두고 재빠르게 몸을 놀려 공격을 피했다. 다시 간격을 벌린 녀석은 비도의 빈틈을 살피다가는, 다시 재빠르게 공격해 들어왔다.


카강─! 캉!

카카캉─!

녀석의 공격에는 거침이 없었다. 철로 된 방패를 부숴버릴 기세로 들어오는 녀석은 비도의 반격을 번번이 피해냈다. 계속되는 공방에 싸움이 점점 지구전으로 변하려는 찰나, 비도의 회심의 한 수가 작동되었다.


“이거나 처먹어라!”


“케르륵─?!”


방패로 공격을 막아낸 비도는 이번에도 똑같이 가로로 고블린을 베려는 척하다가는, 갑자기 검로를 바꾸어 자기 오른 다리의 뒤쪽에 검을 휘둘렀다.


스칵─


휘이익─!!

무언가 잘리는 소리와 함께 숲 속에서 죽창이 두 자루 발사되었다. 비도와 고블린을 향해 똑바로 날아오는 죽창은 충분히 사람 하나를 꿰뚫을 만큼 빠른 힘으로 날아왔다. 비도는 재빨리 검을 휘두르자마자 몸을 방패 뒤로 숨겼고, 날아오는 죽창과 비도의 방패 사이에는 당황한 표정의 고블린만이 남아 있었다.


쾅─! 쾅!


“으윽─!”


“케헥─!!!”

비도의 방패로 강한 충격이 전해지는 동시에 고블린의 비명이 울렸다. 비도는 짜르르한 진동을 전하는 방패 너머로 튀어 오르는 고블린의 핏방울을 볼 수 있었다.


‘됐다···!’

비도는 마음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방패를 내렸다. 그러나 방패에 가려졌던 고블린의 모습은 비도가 상상한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젠장···!”


“케르르르─”

죽창은 녀석의 귀를 꿰뚫은 모양이었다. 녀석은 오른손으로 피가 줄줄 흐르는 귀를 붙들고 있었고 오른쪽 어깨에도 죽창이 스친 상처가 선명했다. 하지만 그것은 치명상이라고 하기엔 거리가 먼 것이었다.


“케르르르르악──!!”

녀석은 눈이 시뻘게져서는 비도에게 달려들었다. 잘린 귀 쪽으로 피가 흘러나와 사방에 흩뿌려졌지만, 녀석은 오히려 그것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광포해진 녀석의 공격에 비도에게는 더 이상 반격할 틈 따위는 없었고, 오히려 방패로도 녀석이 찔러 들어오는 공격을 다 막지 못해 몸에 조금씩 생채기가 나기 시작했다.




“케르으윽──!!”


“으윽···!”


카강─!

비도의 방패가 하늘로 크게 들어 올려졌다. 이른바 ‘가드’가 올려진 상태. 검은 진작에 놓쳐 저편 멀리 바닥에 떨어진 상태였기에, 비도의 몸이 완전히 노출되어 버리고 말았다. 고블린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비도의 몸 한가운데를 향해 단검을 찔러 들어왔다.


“아악─!”

비도는 있는 힘껏 뒤로 몸을 젖혔다. 그 결과 고블린의 검이 그를 깊숙이 찌르는 것만은 피할 수 있었지만, 더 큰 문제를 야기했다. 그는 바로 개울의 옆까지 몰린 상황이었기에─


풍덩─!

─그대로 개울을 향해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아···. 안돼! 오지 마!”

사실 여기서 싸움은 끝난 것이었다. 넘어지면서 방패도 벗겨지고 말았고 겨우 비도의 무릎높이까지밖에 되지 않는 개울물은 수영조차도 할 수 없는 깊이였다. 맨손의 비도가 할 수 있는 일은 허우적거리면서 쫓아오는 고블린을 피해 뒤로 조금씩 물러서는 것뿐이었다. 비도는 닥치는 대로 개울 바닥에서 돌을 주워 던졌지만, 그것은 고블린이 맞기에 어림도 없는 엉뚱한 방향을 향해 날아갈 뿐이었다.


“케르···!”

고블린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잔잔하던 웅덩이에 인간이 빠져서 허우적거리자, 주변에서 송사리들이 같이 놀라서 뛰어오르고 있었다. 인간은 내려찍는 자신의 칼을 피해 펄떡거리며 연신 뒤로 도망갈 뿐이었고, 그 꼴이 마치 한 마리의 커다란 송사리 같았다. 고블린은 확신에 찬 웃음소리와 함께 인간을 조금씩 자신이 원하는 장소로 몰았다.

“켈켈켈켈─!”

인간에게는 무릎까지밖에 닿지 않는 개울이었지만, 고블린에게는 배꼽 위까지 잠기는 불편한 깊이의 물이었다. 고블린은 서서히 인간을 한쪽으로 몰았고 마침내 인간이 한 바위의 옆까지 물러나자, 고블린은 커다란 기합소리를 내며 그 바윗돌 위로 훌쩍 올라탔다.


“케─헤엑─!”


“···.”

고블린은 단검을 거꾸로 쥐고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그가 바윗돌 위에 올라선 순간, 인간도 이것으로 끝임을 직감했는지 입을 꾹 닫았다.

고블린은 다리에 힘을 주어 펄쩍 뛰어오르려다가는 멈칫했다. 인간이 죽음을 목전에 두고 실성이라도 했는지, 실실 웃음을 흘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크흐흐흐흐···.”


“케르르륵···.”

고블린은 마지막으로 인간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며 비웃어 주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영토를 침범한 이 인간의 시체를 어떻게 본보기로 삼아줄지를 고민하며 다시 단검을 하늘 위로 치켜들었다.


“내가 이겼어 X신아.”


툭─


“케륵─?!”

인간의 이해할 수 없는 말과 동시에 무언가가 끊어지는 듯한 아주 작은 소리가 들렸다. 고블린은 놀라서 사방을 경계했지만, 날아오는 것은 없었다. 그러나 불길한 기운이 고블린의 머리 위쪽에서 느껴졌고, 녀석이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았을 땐 이미 커다란 돌덩이가 그의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뻐걱─!


낙하하는 돌덩이와 부딪힌 고블린의 머리통에서 수박 쪼개지는 소리가 났다.


풍덩─! 풍덩!



[경험치 획득: 100Exp!]


“이··· 이겼다.”

돌덩이에 머리를 맞고 쓰러진 고블린은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 그리고 녀석을 유심히 지켜보던 비도의 시야 한편으로 갑자기 떠오른 알림 메시지는 비도의 승리를 확정 지어주는 것이었다. 비도는 메시지가 떠오른 즉시 뒤로 벌러덩 누워버렸다.

처음으로 겪은 전투다운 전투가 가져온 피로는 가히 엄청난 것이었다. 비도는 잠시 눈을 감고 물에 둥둥 뜬 채로 차가운 물에 머리를 식혔다.



“아··· 아얏!”

“야! 이 자식아. 살살 꼬집어!”

그렇게 머리를 식히던 비도의 팔뚝에 갑자기 통증이 느껴졌다. 이제는 많이 익숙해진 감각. 그것은 개울의 가재가 그를 꼬집은 것이었다. 비도는 깜짝 놀라 몸을 일으키며 자신의 팔뚝깨로 헤엄쳐 온 가재에게 소리쳤다.


“고맙다. 짜식. 덕분에 살았어.”


가재는 비도의 말을 알아듣는 듯이 수염을 까딱거렸다. 이제는 거의 비도의 손바닥만 해진 녀석.

비도는 이 개울가의 가재에게 가재돌이라는 이름도 붙여주고 한 달 새 꽤 친해진 상태였다.


꽈악─


“아야익─!”

“말로 해 말로!”

“짜식, 까칠하기는.”


비도가 고마움의 표시로 녀석의 등 쪽을 쓰다듬으려고 하자 녀석이 비도의 손을 집게로 집어버렸다. 뭐, 친해졌다고는 하지만, 비도는 이 가재 녀석의 지능을 짐작할 수가 없었다. 마치 까칠한 고양이 같기도 한 녀석은 이곳에서 함정을 연습하는 비도를 은근히 방해해댔다. 비도가 잘 사용하지 않는 방패를 이 장소에 가져다 놓은 것도 그 때문이었는데, 이 녀석은 실로 되어있는 함정의 트리거를 자르는 게 재밌는지 자꾸만 그것을 잘라댔기 때문이었다.

평소에는 살짝 밉상인 행동이었지만, 오늘 목숨을 구한 것은 다 이 녀석 덕분이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녀석의 까칠한 행동들이 한없이 귀엽게만 느껴지는 비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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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5. 해골 사냥 22.06.27 31 2 12쪽
35 #34. 옷을 잘 입는 모험가와 모자란 신관 (4) 22.06.23 43 3 13쪽
34 #33. 옷을 잘 입는 모험가와 모자란 신관 (3) 22.06.22 39 4 14쪽
33 #32. 옷을 잘 입는 모험가와 모자란 신관 (2) +1 22.06.21 48 2 13쪽
32 #31. 옷을 잘 입는 모험가와 모자란 신관 +1 22.06.19 49 4 13쪽
31 #30. 옷을 잘 입는 모험가 22.06.18 42 4 13쪽
30 #29. 모험가가 되다 (6) +1 22.06.17 45 2 12쪽
29 #28. 모험가가 되다 (5) 22.06.16 41 3 11쪽
28 #27. 모험가가 되다 (4) 22.06.15 41 4 14쪽
27 #26. 모험가가 되다 (3) 22.06.14 41 2 11쪽
26 #25. 모험가가 되다 (2) 22.06.13 41 3 12쪽
25 #24. 모험가가 되다 22.06.11 45 3 12쪽
24 #23. 숲 속의 거래 (7) 22.06.10 45 3 12쪽
23 #22. 숲 속의 거래 (6) 22.06.09 46 2 11쪽
22 #21. 숲 속의 거래 (5) 22.06.08 52 4 12쪽
21 #20. 숲 속의 거래 (4) +1 22.06.07 57 3 12쪽
20 #19. 숲 속의 거래 (3) 22.06.06 50 3 10쪽
19 #18. 숲 속의 거래 (2) 22.06.04 51 3 11쪽
18 #17. 숲 속의 거래 22.06.03 53 4 12쪽
17 #16. 호부호형 (3) 22.06.02 56 3 10쪽
16 #15. 호부호형 (2) 22.06.01 60 3 11쪽
15 #14. 호부호형 +2 22.05.31 69 6 12쪽
14 #13. 신이 내린 마을 +2 22.05.30 81 4 11쪽
13 #12. 3레벨, 그리고 속전속결 (5) +2 22.05.28 79 4 12쪽
12 #11. 3레벨, 그리고 속전속결 (4) 22.05.27 86 6 11쪽
» #10. 3레벨, 그리고 속전속결 (3) 22.05.26 79 3 10쪽
10 #9. 3레벨, 그리고 속전속결 (2) 22.05.25 79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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