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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진 님의 서재입니다.

차원침략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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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진
작품등록일 :
2019.10.0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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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9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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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27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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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32

DUMMY

데인 앳킨슨.

어렸을 때부터 지독한 인종차별주의자였던 그는 성인이 되기도 전에 극렬백인우월주의 단체 KKK에 가입할 정도였다.

백인우월주의 신념은 그에게 절대 꺾이지 않을 신앙과도 같았다. 흑인 남성의 집을 습격하거나, 황인종 여자를 강간하는 등의 여러 범죄에 가담한 전적이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아무리 미국이 백인을 위한 나라일지라도 인종차별은 나라를 떠나 국제적 문젯거리다. 데인 앳킨슨이 나름 부유층에 속해 있어도 이에 대한 범죄 역시 강렬한 처벌을 받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재판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그의 계승식이 시작되었다.

로무-카. 7단의 끝을 보았다고 일컬어지는 구도자로서 그에게 작은 영감, 조금의 시간만 있었어도 영광스러운 여덟 번째 계단에 올라설 수 있을 거라 모두가 말했다.

하지만 다음 계단에 올라서지 못한 채 죽어야 했던 로무-카는 데인 앳킨슨과 융합하여 비로소 두 번째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이 세상의 지식을 엿보며 그토록 바라던 작은 영감을 얻어 드디어 여덟 번째 계단에 올라설 수 있었다.


"약해빠진 노란 원숭이."


호기롭게 덤벼들던 일본 남자는 온몸의 뼈가 부서진 체 바닥에 쓰러져 꿈틀거렸다. 보통 사람이면 진즉에 쇼크를 일으키며 사망에 이르렀겠지만, 인체구조만큼은 외과 의사보다 더 세밀하게 알고 있던 데인 앳킨슨에게 이 정도 기술은 손쉬웠다.

그리고 그가 한 손에 머리채를 잡아 아스팔트 바닥에 끌고 다니던 일본 여성은 반쯤 벗겨진 옷에 바닥에 쓸린 상처가 몸과 얼굴을 가리지 않고 가득하다.


"더러운 창녀."


구도자로서 일곱 번째 계단에 올라섰다는 건 육체적 극한까지 이르렀음을 말한다.

신체의 모든 밀도가 높아지고 반사신경, 회복속도, 신진대사를 뜻대로 조절할 수도 있고 의식의 속도를 고속화할 수도 있다.

그리고 여덟 번째 계단에 오르면 인간의 육체를 초월해 자신의 이상에 걸맞은 육신으로 거듭나게 되는데, 이 과정을 육체개조라 일컫는다.

이 경지에 이르면 의념만으로도 사물을 조정하고, 햇빛만으로도 육 개월 이상을 생존할 수 있으며, 수면과 휴식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인간으로서 느끼는 욕구마저도 극복하게 된다.

결국, 인간이 아니게 됨을 의미한다.

그러나 데인 앳킨슨은 욕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자신의 손으로 같이 피 흘린 전우를 고문하고, 자신의 손으로 같은 피가 흐르는 가족을 죽여야만 했던 로무-카는 정신적 고통속에 영감을 얻어 새로운 도약을 이루었지만 결국 망가진 영혼이었고, 데인 앳킨슨은 애초에 인성이 바닥난 남자였다.

인간이 가진 욕구에서 해방되지 못한 구도자는 누구보다 강렬한 욕구에 휘둘렸다.

그랬던 그를 폭주하게 만든 건 인간으로도 취급 안 했던 동양인들의 추잡한 뒷거래 제안이었고, 그들이 기꺼이 가져다 바친 여자라는 제물이었다.

상처투성이의 여자를 머리채만 잡아 눈높이까지 끌어올리자 여자의 발이 땅바닥에서 떨어져 작게 발버둥 친다.

고통보다 두려움에 몸부림치는 것마저도 눈치 보아야 하던 여자는 차마 자신을 억압하는 남자를 쳐다도 보지 못한 채 억눌린 비명만 흘릴 뿐이다.

찬찬히 여자를 뜯어보던 데인 앳킨슨은 여자의 옷을 찢어버렸다.


"그래도 쓸모없는 수컷 노란 원숭이보다 여자가 용도는 다양하지."


속옷마저 찢겨 마침내 알몸이 된 여자는 아스팔트 바닥에 얼굴이 깔린 채 엎드려졌고 그 뒤로 데인 앳킨슨이 다가섰다.

바닥에서 꿈틀대던 남자는 온몸의 뼈가 부러져 고개조차 돌리지 못하고 여자를 바라만 봤다.


"동양 창녀도 나름 즐길 만해."


허리끈을 풀러 내리려던 데인 앳킨슨이 별안간 굳어버렸다.

땅바닥에서 이어질 고통을 각오하던 여자가 겁에 질린 얼굴로 돌아봄에도 꼼짝도 하지 못했다.


"로무-카. 여덟 번째 계단에 올라선 구도자."


본능적으로 팔을 들어 올려 머리를 보호했다.


가볍게 휘두른 손짓에 이해할 수 없는 거력이 담겨 있었다.

가까스로 막아내긴 했지만, 관성에 의해 제자리서 몸이 멋대로 회전하여 바닥에 얼굴을 처박는 건 감수해야만 했다.


'감각에 잡히지 않아. 머리를 보호한 건 반응이 아니라 본능이고. 미국 정부에서 파견되었나? 이름은 어떻게 알지?'


고속으로 진행되는 생각의 흐름 속에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라났다.

데인 앳킨슨은 의문을 해결하기보다 무너진 자세를 바로잡음과 동시에 상대방과 거리를 벌렸다.


"인종차별과 백인우월주의라. 일본에는 어울리지 않는군."


일본은 중국 못지않게 민족 우월주의와 폐쇄성으로 갈라파고스화를 자처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래도 중국의 중화사상에는 미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는 있지만, 일본 특유의 민족성은 어제 자신이 했던 말조차 내일 외면해버리면서도 행동이 변하지 않는 모순의 나라다.


"시답지도 않은 피부색 논쟁은 집어치워라, 로무-카. 따지고 보면 네 영혼도 백인이 아닐 텐데."


로무-카는 지구 식으로 따지면 아리안 황인종이다.

데인 앳킨슨은 처음 공격을 막아낸 오른팔을 점검하며 그의 말을 곱씹었다.


'나를 알고 있다? 어떻게?'


팔은 아직 정상이다.

머리가 흔들리며 감각이 정상적이지는 않지만, 전투에 방해될 정도는 아니다.

어차피 8단계 구도자는 육체의 감각에 의존하지 않는다.


"누구십니까?"


대답 대신 주먹이 날아들었다.

얼굴을 향하던 손바닥을 위로 쳐올리고 왼쪽 턱을 노리던 주먹을 흘리는 데 성공했지만······.


정수리를 내리찍는 손망치를 막아낼 수 없었다.

머리에서 터져 나온 충격음이 주변 건물의 유리창을 터뜨렸고, 머리부터 다리까지 관통한 충격에 인도에 깔린 보도블록에 크레이터 링이 생겨났다.


"아시아계 남자와 결혼한 백인 여자를 강간하고 남편을 살해. 흑인 여자와 결혼한 백인 남자 부부는 둘 다 살해, 그 전에 부부가 보는 눈앞에서 아이를 죽였군. 일본에 와서도 남자는 보이는 족족 쳐 죽였고. 남자가 보는 눈앞에서 여자를 강간하는 걸 즐겼군. 근데 왜 여자는 강간하고 살려뒀지? 인종차별에 남녀차별까지 하는 건가?"


단 한 번의 공격을 허용한 것만으로도 강철과도 비견될만한 8단 구도자의 뼈가 조각난 느낌이다.

조각난 두개골을 꿰뚫고 뇌에 직접적인 손상을 입었는지 의식의 속도가 느려졌다.


'생각의 흐름이 끊긴다. 손상이 심각해.'


피할 것인가 대항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도 지지부진해졌다.


'이대로는 죽는다. 죽는다고. 죽어!'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이겨냈다고 여겼지만 데인 앳킨슨의 미숙한 영혼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제길!'


내딛는 발자국에 바닥이 으스러진다.

튀어나간 몸이 상대와 부딪힐 정도로 가까워졌다.

섬뜩한 공포가 머리를 어지럽혔지만, 그와 반대로 영혼의 기억을 물려받은 육체는 골반을 회전시키며 얻은 힘을 그대로 이어내 마침내 주먹에까지 담아냈다.

목표는 갈비뼈 아래, 비스듬히 올려쳐 심장까지 충격한다.

느려진 세상에 생각은 빨랐다. 몸의 움직임은 생각의 속도에 맞추지 못하지만 지금 이 공격은 최소 음속의 두 배는 넘는다.


'어?'


공기의 저항에 부딪히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자신의 주먹을 향해 상대방의 손은 공간을 찢어버리듯이 다가온다. 그러면서도 부드럽게 손목을 휘어잡는다.


"큭."


부드러운 움직임과는 달리 손목을 움켜잡는 악력은 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고통스럽다.

그보다 강제로 멈춰진 속도에 반작용으로 온몸에 부하가 걸렸다.


"인간이 가진 한계를 초월했어도 육신이 가진 한계에 갇혀 있군. 가르침이 부족했던 건가?"


손목이 잡혀 비어버린 안면과 가슴에 주먹이 날아와 꽂힌다.

코뼈가 주저앉고 광대가 함몰되었다.

가슴을 얻어맞은 부위는 살갗이 터져 나왔고 갈비뼈가 부러져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스승님?"


장영우는 잡고 있던 손목을 비틀었다.

갑자기 비틀린 손목의 인대가 찢기고 팔뼈가 조각조각 부러졌다.

데인 앳킨슨은 반사적으로 무릎을 추켜올렸다.

그러나 장영우가 가볍게 쳐내듯 지른 주먹에 무릎뼈가 그대로 박살이 나버렸다.


"육체적 부딪힘은 결국 기본사양이 뛰어난 쪽이 이기기 마련이다. 더 빠른 움직임, 더 강한 공격. 여기에 어떤 기술도 필요하지 않다. 잊었나?"


8단계가 육체의 한계를 초월했다면, 9단계에 오른 구도자는 어떨까?

데인 앳킨슨. 아니, 로무-카는 기억 속 스승 바이-두를 떠올렸다.

인체개조문명의 역사에서 세 번째로 아홉 번째 계단에 오른 남자.

기억 속에 그는 세상과 부딪혀도 멀쩡할 것만 같은 육체를 지녔다. 내딛는 걸음마다 대지가 비명을 지르고, 휘젓는 손짓에 공간이 일그러지며, 그의 시선이 닿는 곳의 모든 생명의 생사를 결정했다.


"정말 스승님입니까?"


그랬던 그는 차원 침략전쟁을 피해 스스로 육체를 버리고 떠나 세상을 저버렸다.

당신만 있었어도, 당신이 세상에 머물러주기만 했었어도, 당신이 우리와 함께 싸워주었더라면!

그토록 허무하게 내어주지 않았을 텐데.


"당신마저 신의 노리개가 되어버렸다니. 당신을 그리워하던 전우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영혼을 신들에게 받쳐 새로운 삶을 허락받았지만, 결국엔 신들의 부름을 받아야만 하는 처지다.

여덟 번째 계단에 오르면 어쩌겠는가. 스승의 말마따나 자신은 육신이라는 한계에 갇혀 있는 죄인일 뿐인데.


"여전히 속단하여 배움을 거절하는 성정은 그때와 다르지 않구나. 내가 가르친 제자 중에 유난히 너에게만 가르침을 몸으로 새겨주었을 텐데, 몸이 바뀌며 다 잊었나?"

"당신의 가르침은 그들에게 통하지 않았습니다. 내 선배들이, 당신의 제자들이 온몸으로 부딪혀도 그들에게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그들 또한 당신의 가르침을 받았었는데, 그렇다면 당신의 가르침이 잘못된 것 아니겠습니까?"


아홉 번째 계단에 올라서 세상을 바라보니 자신이 올라선 곳으로 오는 길이 여러 갈래임을 알았다.

제자들에게 여러 길을 알려주고 자신과 같은 눈높이를 마주하길 바랐지만, 자신이 그랬듯 그들에게도 험난하기 짝이 없어 실패와 좌절이란 고통에 스스로 망가진 이가 한둘이 아니다.


"틀리지 않다."


가끔 생각하고는 한다.

차원 침략전쟁에 자신이 존재했더라면 전황을 뒤집을 수 있었을까?

신들에게 대항할 수 있었을까?

그리하여 끝내 승리할 수 있었을까?


"역시 당신도 보잘것없는 인간에 불과합니다."


그렇다.

아홉 번째 계단에 올라 인간을 초월했다 하더라도 결국은 행성에 묶인 죄인일 뿐이다.

행성의 물리에 속박된 인간과 우주의 섭리를 거머쥔 신의 차이는 극복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난 인간을 본떠 만들어진 호문쿨루스. 그렇다고 인간은 아니지."


장영우는 인간이 되고 싶을까?

지금도 그가 지르는 비명이 아련하게 들려온다.


'멍청한 제자놈. 뼛속까지 가르침을 새겨놨는데도 소용이 없구나.'

'오리하르콘의 무한동력은 사실 유한출력이 유일한 단점이지. 이 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심장을 연금술로 연성하여 엘릭서······.'

'세상에 깃든 정령과 인간에게 깃든 신. 정령파동은 인간에게 깃든 신에 대한 화답인가?'

'이번에는 반드시 찢어 죽여주마.'


정립되지 않은 기억에 장영우의 자아가 마모되어간다. 두려움에 소리쳐 도움을 요청하지만, 호문쿨루스는 외면했다.


"당신이 뭐든 이제 상관없습니다. 그만 죽이십시오. 끝내고 싶습니다."


데인 앳킨슨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패배를 떠나 생사를 맡기겠다는 의사였다.


"그럴 수는 없지."


8레벨 계승자가 흔치 않다.

그들이 예정된 변절자라 해도 그들로 인해 문명이 아직도 유지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데인 앳킨슨의 목을 움켜잡아 눈높이까지 끌어올린 장영우는 지독한 패배에 흐리멍덩해진 제자의 눈을 바라봤다.


"이번에는 영혼에 새겨주겠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두 눈을 뽑아버렸다.










<오키나와에서 벌어진 계승자들의 전투.>

<흉물스럽게 변한 시민의 재산, 범인은 한국 계승자로 추정.>

<살해당한 일본 남자들, 강간당한 일본 여자들.>

<일본 정부는 한국에 강력히 항의 '한국은 이 끔찍한 사태에 책임져야 할 것'>


일본 정부와 언론은 장영우를 일본에서 벌어진 살인과 강간 사건에 대한 범인으로 지목했고, 데인 앳킨슨을 미국에서 범인을 잡기 위한 계승자로 소개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를 향해 강력히 항의함과 동시에 은밀히 미국을 향한 협상을 시작했다.

주일 미국대사 스테파니 료는 총리 관저에 초대받아 일본 외무상 요이츠키 쇼무와 마주앉았다.


"우리는 이번 일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미국 지원에 대한 감사를 전합니다."

'너 지금 일본에 몰래 보낸 고레벨 계승자가 사고 친 거 알고 있지? 그리고 그놈 처치하려고 또 몰래 계승자 보냈지?'

"일본에서 벌어진 사건, 사고와 관련해 미 정부는 일본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일본 정부는 이번 사고에 관련해 미국 측에 대한 정보공유가 필요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일본 측에 잠입한 계승자에 대한 정보공유가 가능하겠습니까?"

'일단 사고는 났으니까 어쩔 수 없고, 그놈 누구야?'


스테파니 료는 일본 측과의 외교 대화가 사실 불편했다.

일본계 미국인의 아버지에게 일본 문화와 언어에 관해 여러 공부를 했지만, 일본의 역사, 정치는 딱히 배운 것이 없었다.

처음 일본 담당 외교관이 되었을 때 스테파니 료는 진심으로 기뻤다. 아버지의 근본이 되는 일본의 분위기는 독특했고 특이하지만 아름답다고 할만한 문화, 일본인만의 민족적 특성은 신비롭기까지 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에 대한 환상은 깨졌고 그들만의 민족 특성은 미국인으로서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거북했다.

인수인계하던 전임자가 왜 그토록 기쁜 얼굴로 미국에 돌아갔는지 알 수 있었다.


"미 정부에 문의를 해보겠지만 정보공유의 확답은 어렵습니다."

"이해합니다, 료 대사. 우리 일본 정부와 국민은 이번 사고가 한국계 계승자에 의한 사고임을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혹시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 어떤지 알고 계십니까?"

'정보공유가 어려우면 말이나 맞추자. 우린 이번 일을 한국에 뒤집어씌우려고 그래. 어차피 너네도 일본에 몰래 계승자 보냈으니까 외교 문제 안 일으키려면 그게 편하지 않아?'


스테파니 료는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욕설을 삼켜야 했다.

미국에서 보내온 데인 앳킨슨에 대한 정보는 미일 대사인 자신에게도 보고가 된 사항이다. 그리고 그가 일본 정부와 접촉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거주지에서 벗어나 살인과 강간으로 일본을 공포에 몰아넣은 것도 아주 잘 알고 있다.

데인 앳킨슨을 일본의 허가도 없이 보내온 것이야 외교적 결례라 할 수 있지만, 계승자를 군인으로 등록하는 미국의 법률상 미군 주둔지에 계승자를 배정한 것은 법적 위반 사항이 아니라는 게 미국 입장이다.

게다가 애초에 미국 계승자에 대해 불법으로 접촉하고 정황상 스카우트를 진행한 일본이야말로 외교적 결례가 분명하다.

그러나 외무상의 말을 잘 곱씹어보면 그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분명해졌다.


"미 정부에서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 발표를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사고는 일본에 매우 큰 불행이지만 사고에 관한 미국 정부의 관여는 없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잘 알겠습니다. 우리는 미국을 최고의 동맹으로 생각하며 앞으로 국제정세, 국가 안보 태세에 긴밀한 협조 관계가 앞으로 더 발전하기를 바랍니다."

'잘 생각해. 우리는 아시아에서 미국의 최고 동맹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스테파니 료는 일본 수상관저를 벗어나 대사관으로 이동했다.

일본 언론은 이미 정부와 집권당에 의해 지배되어 그들의 말을 쏟아내는 기계가 되었고, 일본 정부의 야당은 규모도 작고 지지세력도 약하며 이미 여당을 위한 야당으로 변질되어버린 지 오래다.

스테파니 료는 일본에 와서 미국이 행하는 일본에 대한 관련 정책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일본의 정치는 더는 민주주의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세습정치가 일반화되어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달러는 세계의 기축통화이지만 영향력 확대를 위해 유럽의 유로,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엔화를 선택했는데 이는 친미국가들의 경제가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치게 하는 일환이었다.

그러나 일본의 경제를 살리겠다고 엔화를 찍어대는 통화 약세정책은 일본에 막대한 부채를 남겼고 세계 경제에서 일본 기업이 경쟁력을 잃고 도태되자 감당하기 힘든 지경까지 왔었다.

이때 등장한 괴물은 일본에 많은 것을 빼앗아갔다.

후쿠시마의 방사능 오염수가 괴물에 의해 파괴되어 바다로 방류되기도 했고, 일본 도시에 거주하는 노인들이 괴물을 피하지 못하고 죽어가면서 일본 복지 기금이 줄어들었다.

분명 피해를 보았는데 일본 경제는 숨통이 틔었다.

괴물을 주제로 하는 만화, 게임 등이 일본의 주력 상품으로 떠오르며 경제가 활성화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을 향한 비방과 비난을 멈추지 않았는데 이는 자국민에 대한 분열책이나 다름없었다.

스테파니 료는 품속에 울리는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스마트폰에서 진화한 통합 디바이스는 통신에 해킹 위험이 있기에 미국 정부에서 마련한 위성 전화기를 써야 도청에 안전하다.


[보고를 부탁하지.]

"일본 정부 요청입니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계승자에 대한 정보공유를 원하고 있습니다."

[공식 요청인가?]


외무성 요이츠키 쇼무는 정보공유가 가능하냐고 물었지, 해달라고는 하지 않았다.


"공식 요청은 아닙니다."

[무시해. 일본 측에서 그 외에 요구한 건?]

"이번 사건의 주동자로 한국 측에 책임을 물겠다는 태도입니다. 이에 관련한 미국의 동조를 원하고 있습니다."

[정말 최선을 다해 개소리하는군.]

"정부 입장에 대해 제가 알아야 하는 게 있습니까?"


전화기에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


[우리 정부는 한국과의 관계에 집중할 생각이야. 앞으로 더 많은 투자와 공조, 군사적 동맹을 진행하고자 하네.]

"주한미군을 한국에 복귀시킬 생각입니까?"

[정해진 바는 없지만, 아직 철수 계획은 없네. 그러나 일본에 대기 중인 부대를 복귀시킬 생각도 없어. 일본에 잘 설명하는 게 좋을 거야. 관련된 내용에 전권을 위임한다.]

"알겠습니다, 대통령님."


통화는 끝이 났고 스테파니 료는 의자 깊숙이 몸을 묻었다.

피곤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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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7 19.12.07 144 5 16쪽
36 36 +2 19.12.03 171 9 19쪽
35 35 +2 19.11.30 177 5 16쪽
34 34 19.11.30 162 7 17쪽
33 33 +1 19.11.30 188 5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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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 +2 19.11.25 192 7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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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 19.11.17 196 6 17쪽
26 26 19.11.16 198 6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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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 19.11.13 206 7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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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 19.11.13 217 6 18쪽
21 21 19.11.11 235 7 14쪽
20 20 19.11.10 245 7 15쪽
19 19 +1 19.11.08 248 7 16쪽
18 18 19.11.06 250 9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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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 19.10.27 406 14 16쪽
8 8 19.10.27 421 14 14쪽
7 7 19.10.27 445 14 15쪽
6 6 19.10.25 640 14 15쪽
5 5 19.10.22 592 15 14쪽
4 4 +1 19.10.19 773 14 13쪽
3 3 19.10.16 1,018 13 13쪽
2 2 19.10.14 1,306 14 14쪽
1 1 19.10.09 2,124 1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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