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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멕스님의 서재입니다.

삼류 시사평론가 강대구, 토론의 신에 등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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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엘멕스
작품등록일 :
2024.05.08 16:30
최근연재일 :
2024.07.29 01:13
연재수 :
84 회
조회수 :
22,532
추천수 :
509
글자수 :
454,020

작성
24.06.04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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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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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28화

DUMMY





김피디를 비롯한 제작진들이 세트장 위로 황급히 올라왔다.

한 마디로 녹화가 중단된 것이었다.


‘‘아이고! 선생님들, 분위기가 너무 과열되신 것 같네요, 하하하.’’


김피디가 멋 적은 표정을 지어 보이며 개입했다.


‘‘아니, 이 자식이 쓸 데 없이 끼어들잖아. 버르장머리 없게 시리.’’


정원택이 나를 향해 삿대질까지 하며 말했다.

순간 나는 정원택이 아닌 김여중을 쳐다보았다.

흥분해 있는 정원택을 직접 상대하기보다는 김여중에게 원군을 요청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섰다.

더더군다나 이게 다 내가 그를 도와주려다 벌어진 일이니까.


‘‘끄응. 난 담배나 한 대 피다 올래요.’’


순간, 정말 황당했다.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김여중 모습을 그냥 멍하니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예, 그러시죠, 김선생님.’’


김피디가 김여중한테 꾸벅 인사를 하는 사이, 내게 다시 또 정원택의 삿대질이 날아왔다.


‘‘야! 낄 때 안 낄 때 구분을 좀 해, 인마. 방송 한 지 얼마 되었다고 건방지게 시리.’’


김여중의 비겁함에도 어이없었지만 정원택의 강약약강 애티튜드에도 화가 났다.

정원택이 김여중보다 나한테 더 폭발하고 있는 이유는,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미워서가 절대 아니었다.

그냥 시어머니보다 시누이가 보다 더 만만해 보이니 그러는 것이었다.


‘‘저기, 정선생님, 대기실에서 좋아하시는 생과일 쥬스 한 잔 하고 오시죠. 심작가, 정선생님 모시고 같이 갔다 오지.’’


그나마 김피디가 신속하게 구원투수 역할을 해 주었다.

씩씩대며 정원택도 세트장에서 사라졌다.


‘‘고생이 많으세요, 강소장님, 하하하.’’


정원택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자, 김피디가 장난스럽게 내 어깨를 주물러주면서 말했다.


‘‘제가 뭘 잘못한 건지 솔직히 잘 이해가 안 가네요. 본인이 먼저 자유민주주의 국가 어쩌고 하시더니 왜 제 발언에는 그렇게 화를 내시는 건지.’’


내가 볼 멘 어조로 김피디에게 말했다.


‘‘아아! 제가 봤을 때는요. 내용보다는요 ......’’

‘‘예? 내용보다, 뭐요?’’

‘‘표현이 .....’’

‘‘표현이요? 제가 무슨 표현을 했다고요?’’

‘‘오버라는 표현이 좀 마음에 걸리네요.’’

‘‘예?’’

‘‘정선생님이 그런 거에 은근히 예민하시거든요. 오버한다느니 폭주한다느니. 일종의 자기 정체성을 건드리는 거라 생각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게다가 또 자기보다 아랫사람이 그러면 더더욱 좀 과민반응 보이시는 지라 ......’’

‘‘...... 아하!’’


잠깐 생각해 보니 김피디 설명이 꽤나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위계질서를 엄격히 따지는 정원택 평소 성향.

그런 그의 성향상 자신보다 어린 애가 자신의 스타일 기본값을 건드리니 저렇게 순간 오버하고 폭주하게 된 거라는 그의 설명.

뭐, 그렇다고 해서 기분이 풀린 것까지는 아니지만 서도.


‘‘참! 그건 그렇고, 강소장님!’’

‘‘예, 피디님.’’

‘‘정선생님한테 방금 전 하시고자 했던 말씀이 정확히 뭐였죠? 살릴만한 내용이면 살리고 아니면 그냥 다 이 부분 통편집 해야 할 것 같아서요.’’


김피디가 정말 궁금해서 물어 본 건지 아니면 분위기를 바꾸려고 질문을 던진 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적기에 던져 준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마침 이걸 활용해서 정원택, 김여중 두 사람을 전부 돌려깔 수 있으니까.


‘‘음, 제가 드리고 싶었던 말씀은 김여중 선생님은 정원택 선생님이 예측하신 것과 달리 어떤 흑심을 가지고 보수 쪽 공천관리위원장을 추천한 게 아니었습니다. 정말로 김선생님꼐서는 보수당 공관위원장으로 유태석 전 국회부의장이 적임자라고 생각해서 선호했던 거죠. 반면 오히려 정원택 선생님이 ......’’

‘‘예? 오히려 정선생님이, 뭐요?’’


김피디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정원택 선생님이 종종 진보 진영을 위해 훈수 두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데 개 중에 몇 개는 일부러 진보 진영 자중지란을 일으키기 위해 하시는 말씀이셨죠.’’

‘‘예에? 정말이요?

‘‘예. 예를 들어 지난주에 정선생님이 이번 말씀하신 적 있잖아요.’’

‘‘무슨 말씀이요?’’


김피디가 귀를 쫑긋 세우며 물었다.


‘‘아내 기업 탈세 문제로 대변인 임명된 후 잉크도 마르기 전에 사임했던 박주영 의원 있잖아요.’’

‘‘예.’’

‘‘정원택 선생님이 지난주에 진보 진영은 박주영 전 대변인을 이번 총선에서 유용하게 써먹어야 한다고 훈수 두셨잖아요. 서울에서는 한강 벨트가 전체 판도와 성패를 결정지을 요충지가 될 텐데, 박주영 전 대변인을 원래 지역구인 용산에 내려 보내고 서울 선거 전체를 책임지게 해야 한다고.’’

‘‘예, 기억나요. 편집 안 하고 그 말씀 그대로 방송에도 내보냈었죠.’’

‘‘예, 그런데 바로 거기에 정선생님의 계략이 숨어 있는 거죠.’’

‘‘예? 구체적으로 어떤?’’


김피디는 이해가 잘 안 간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김피디님께서는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이 뭐가 될 거라 생각하십니까??’’

‘‘뭐, 여러 가지가 있지 않을까요?’’

‘‘그렇죠. 그런데 정선생님은 한두 달 전부터 복지과다 지출에 의한 국가 재정 문제, 그로부터 증세 여부 문제가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로 등장할 거라고 계속 말씀해오시지 않았습니까?’’

‘‘예, 그랬었죠. 좌파의 포퓰리즘 정책에 따끔한 비판을 아끼지 않으시면서요.’’

‘‘그러니까 정선생님은 진보 진영이 박주영 전 대변인을 서울시 선거의 간판으로 세우게 만든 후 그를 주된 표적으로 삼으려는 계산을 하신 겁니다.’’

‘‘예? ....... 아하!’’


김피디가 뒤늦게 무릎을 탁, 쳤다.


‘‘얼추 이해가 가십니까, 피디님?’’

‘’예 ....... 얼추요. 그러니까 강소장님 말씀인즉슨, 정원택 선생님께서는 좌파의 이중성을 공격하는데 박주영 의원을 가장 괜찮은 먹잇감으로 상정하고 있다는 그런 말씀 인 거죠. 그러니까 좌파 니들은 복지 포퓰리즘 때문에 맨날 증세 주장하면서 정작 니들이 서울시 선거 간판으로 내세우는 박주영이는 아내가 탈세를 하지 않았냐, 뭐 이런 공격을 펼치기 위한 ...... ’’

‘‘예! 바로 그겁니다!’’

‘‘와아! 이거 은근히 소름끼치는 데요? ......’’


김피디가 정말로 소름끼치는 포즈를 취해보이며 말을 이어갔다.


‘‘ ....... 대체 정선생님은 몇 수를 내다보면서 정치평론을 하시는 건지!’’

‘‘그런데 그건 김여중 선생님도 마찬가지십니다.’’

‘‘예에?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시죠?’’


김피디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제가 방금 전에 김여중 선생님이 진심을 가지고 보수 쪽 공천관리위원장 추천을 햇다고 했잖아요.’’

‘‘예. 그러셨죠?’’

‘‘그건 진심이셨는데요. 대신 정원택 선생님한테 발끈하신 건 진심이 아니셨어요.’’

‘‘그럼요?’’

‘‘연기이자 사전선거 운동이셨던 거죠.’’

‘’연기이자, 사전선거 운동이요? 허허허.’’


김피디가 방금 전보다 더더욱 이해가 안 간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되물었다.


‘‘예. 김여중 선생님이야 이번 총선에서 본인이 몸담고 있는 진보 쪽이 압승을 거두기를 바라시지 않겠습니까?’’

‘’그야 당연히 그러시겠죠.’’

‘‘그렇게 되는데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패널로서 본인도 일정 부분 기여하고 싶어 하시고요.’’

‘‘그것도 당연한 이야기죠.’’

‘‘그래서 여기 이 중구난방을 그 장으로 활용하고자 하시는 거죠. 보수를 상징하는 정원택 선생을 희생양 삼아서.’’

‘‘그 말인즉슨, 정원택 선생과의 말싸움에서 이기는 모습을 대중들에게 보이면서 이번 총선에 일조하고 싶다? 이건가요?’’


그래도 확실히 오랜 시사 피디 경력은 무시 못했다.

다른 이보다는 확실히 빠르게 김피디는 내 말의 감을 잡고 있었다.


‘‘예. 바로 그겁니다. 특히나 방금 전 화도 나지 않았는데 나를 모사꾼으로 모는 거냐 하며 발끈하신 건, 김선생님이 토론의 승패가 무엇으로 결정되는지 너무나 잘 아시는 분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전략이었죠. 정치토론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닉슨 케네디 토론에서 승패를 결정지은 게 뭐였는지 김피디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음, 강소장님이 무슨 말씀을 하려는 건지 대충 알겠습니다. 당시 라디오로 들은 사람은 닉슨이 토론을 잘 했다고 생각했지만 티비를 보던 사람은 케네디 손을 들어준, 그 이야기를 하시려는 거죠?’’

‘‘예, 역시나 우리 김피디님, 하하하.’’


김피디에게 슬쩍 엄지척을 한 번 해주고 나서 다시 말을 이어갔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토론 내용보다 토론에 임하는 태도, 그리고 이미지나 아우라에 혹하게 되죠. 당시에 닉슨이 말은 더 잘 했지만 케네디의 젊고 역동적인 모습과 대변되는 노쇠한 이미지와 태도 때문에 결국 토론에서 완패했다는 소리를 듣게 되고 그게 선과 결과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결론적으로 아까 전 왜 자신을 음해하느냐면서 정선생님한테 김선생님이 일부러 화를 낸 의도는 ......’’

‘’토론 내용보다 정선생님의 비도덕성 문제를 부각시키려는 거였죠. 원래 진보쪽 분들이 보수쪽 분들보다 우월의식을 가지는 부분이 도덕성 부분 아닙니까? 바로 그 점을 건드리려는 거였죠. 이런 말씀 드리면 좀 그렇겠지만, 정선생님이 평소 보기에 따라 좀 그런 부분이 있잖습니까? 안티팬들이 맨날 정선생님 인성에 문제 있다 태도에 문제 있다 상대방한테 막 대한다 뭐 이런 지적도 많이 하시고 .....’’

‘‘아하! ....... 아하! ...... 아하!’’


방금 전 내가 김피디에게 해 보였던 엄지척을, 이번에는 거꾸로 김피디가 나에게 연신 해 보였다.

그러다 갑자기


‘‘아니, 근데, 참, 강소장님!’’

‘‘예, 김피디님.’’


김피디가 돌연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강소장님 주장 자체는 되게 흥미로운데, 근거가 뭐죠?’’

‘‘그, 근거요?’’

‘‘예, 근거요. 이런 결론을 도출하게 된 근거요 ......’’


근거야 아까 전 내 눈앞에 나타났다 사라졌던 프롬프터였지, 이 사람아.

그런데 그걸 어떻게 밝힐 수 있겠냐?

내 일급 영업비밀인데.


‘‘ ....... 강소장님, 지난 첫 회 때 장성동 안청래 의원 건 같은 경우, 비록 추후에 밝혀지기는 했었지만, 일본 지역 신문 기사 같은 확실한 근거가 있으셨잖아요. 이번에도 그런 근거가 있으시냐고요? 예를 들어 녹취 같은 거라든지.’’


음, 할 수 없다.

비장의 무기, 그걸 또 쓸 수밖에.


‘‘아! 이번에도 근거는 물론 있죠.’’

‘‘아! 그러세요? 그게 뭐죠?’’

‘‘증인이 있습니다.’’

‘‘와우! 정말이요? 증인이 누군데요?’’

‘‘증인 이름을 밝혀도 될까요?’’

‘‘예? 유명한 분이세요? 제가 아는 분인가요?’’

‘‘나래씨입니다.’’

‘‘나래씨? 성이 어떻게 되시는데요?’’


김피디를 향해 나는 미안한 듯한 표정과 함께 목소리 데시벨도 한층 낮춰 말했다.


‘‘상상의 ..... 나래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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