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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멕스님의 서재입니다.

삼류 시사평론가 강대구, 토론의 신에 등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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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엘멕스
작품등록일 :
2024.05.08 16:30
최근연재일 :
2024.07.29 01:13
연재수 :
84 회
조회수 :
22,391
추천수 :
509
글자수 :
454,020

작성
24.05.27 02:02
조회
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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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2쪽

20화

DUMMY




상임위장에서 험악한 설전을 벌인 장성동과 안청래.

그 발단이 철학이나 정책 차이가 아니라 고작 축구팀 포지션 다툼 때문이었다는 나의 발언이 중구난방을 통해 공개된 후,

두 의원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이것이 대한민국 국회의원 수준이냐느니, 나랏일 하는 기본자세가 안 되어 있다느니, 일반 직장인보다 공사 구분을 더 못하면 어떡하느냐느니 등등.

특히나 최근 본회의장에서 코인 거래나 게임하는 장면이 연이어 발각되면서 국회의원불성실한 모습이 한창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인지라 두 의원 문제는 마치 또 다른 기름을 붓는 격이 되었다.


설상가상 두 의원 공히 취재를 하러 온 기자들을 향해 카메라를 밀치거나 험한 말을 하는 등 추태를 부리면서 더더욱 여론은 악화되었다.

반면, 장성동 안청래 의원 건을 처음 발설한 나, 더 이상 마이너가 아닌 엄연한 메이저 시사평론가 강대구의 주가는 한층 더 높아졌다.


한 커뮤니티 댓글 란에는 다른 시사평론가는 정국분석이나 예상 정도에 그치는데 반해, 정치판 전체에 경종을 울리게 하는 평론가는 강대구가 처음이라는 찬사 글도 보였다.

알고 보니 그것은 내가 계좌이체를 해 준 것을 확인하자마자 여동생 주화와 매제가 주작해 올린 댓글이었지만.


‘‘야! 전화 왜 이리 늦게 받아?’’

‘‘아아아! 강소장님. 친히 전화를 다 주셨는데. 죄, 죄송합니다.’’

‘‘짜식, 요즘 좀 바빠서 소홀하게 대해줬더니 빠져가지고.’’

‘‘통화하게 되어 가문의 영광입니다, 소장님.’’


전화상대는 시사팩폭쇼 최웅이다.

물론 우리는 농담반 진담반 상황극을 또 하고 있는 중이었다.


‘‘최엠씨도 그그제 중구난방 봤지?’’

‘‘아무렴요. 두 번 돌려봤습지요.’’

‘‘아니, 근데 봤으면서 나한테 문자 한 통 없었단 말이야? 이거 너무 섭하구먼.’’

‘‘문자 드렸는데 아직도 안 읽으셨던데.’’

‘‘음, 내가 요 며칠 워낙 문자폭탄이 와서 말이지. 지인 문자, 기자들 문자에 어디서 번호가 유출되었는지 열성 팬들 문자까지’’

‘‘어련하시겠습니까?’’

‘‘당신 문자는 뭐라고 보냈는데?’’

‘‘아이, 당연히 응원의 문자와 함께 ......’’

‘‘응. 또 뭐?’’

‘‘섭외 문자죠.’’

‘‘섭외? 당신네 시사팩폭쇼? 야! 인간적으로 더 이상 내가 그런 애들 프로 출연할 급은 아니지 않음?’’

‘‘물론 그렇긴 하신데 ......’’

‘‘근데?’’

‘‘소라가 ......’’

‘‘한소라?’’

‘‘예. 요즘 너무 뜸하다고. 강소장님 보고 싶어 죽겠다고 ......’’

‘‘그래서? 한소라가 나 출연해주면 수청이라도 들겠대?’’

‘‘오케바리! 걸려들었어! 너 내 핸폰 자동 녹음되는 거 알지? 이거 바로 유출시킬 거야, 캬캬캬.’’

‘‘아이, 썅, 또 코 꿰었네 그려.’’


공중파에 마침내 입성한 나로서는 두 가지 선택길이 있다.


우선 기존 시사팩폭쇼나 저품격 토크쇼 같은 쌈마이 풍 인터넷 방송은 내치고 공중파 다른 방송들로 영역을 넓혀가는 고급화 전략.

이제 나이도 곧 불혹에 다다르고, 시사평론가 속성상 신뢰감과 중후함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 번쯤 생각해 볼만한 옵션이다.


반면 쌈마이 풍 인터넷 방송들 출연을 계속 고수하며 엄근진 공중파 방송과 시너지 효과를 이루게 하는 투 트랙 전략.

자칫 시너지 효과가 아니라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지만 내가 결국 후자를 선택하기로 한 이유는 이것 때문이다.

공중파에서 미처 못 한 말들 배설용.

다시 말해 여전히 시사팩폭쇼 같은 화장실이 내게 필요하다.


‘‘아이고! 이게 누구신가요?’’

‘‘예, 접니다. 정원택 선생님 김여중 선생님과 동급 논객 저, 강대구입니다.’’


오늘 시사팩폭쇼 출연진은 기존멤버다.

그러니까 엠씨 최웅과 한소라, 그리고 나의 영원한, 아니 한 때의 숙적, 지 딴에는 엘리트 기자니 엄친아 기자니 개폼 잡지만 실상은 정원택 김여중과 겸상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새끼, 이현호다.


방송 시작 전 자리를 잡으면서 나는 나의 달라진 위상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무엇으로?

한소라의 옷차림 각도만으로.

무슨 말이냐고?


이전에는 절대 나에게 조금의 가슴골도 보여주지 않던 한소라였다.

단추를 풀어도 이현호 쪽으로만 풀어 보여주던 그녀가 글쎄, 유사 이래 최초로 내 쪽으로 단추를 풀어 젖히며 일단의 가슴골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 우리 강대구 소장님 간만에 출연하셨는데 오프닝에서 중구난방 이야기 안 할 래야 안 할 수가 없겠지.’’

‘‘저도 보고 나서 정말 화가 나더라고요. 아니, 우리 세금으로 사는 사람들이 고작 축구 포지션 다툼 때문에 국회에서 그런 볼썽 사나운 모습을 보인다니. 이게 정말 말이 되나요? 제 조카 여자애가 초딩인데 걔한테 이야기해도 비웃더라고요. 국회의원 개저씨 그러면서.’’


한소라가 나를 똑바로 보며 말했다.

부수적으로 말하면 자신의 가슴골을 똑바로 보여주면서.


‘‘저도 후속 취재를 좀 해 봤는데요. 중구난방에서 강소장님이 했던 말 거진 다 맞는 것 같더라고요. 오늘 몇몇 신문에서 터뜨렸듯이 두 의원 그 축구 시합날 주먹다짐까지 갔었대요. 다른 의원들이 말리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하더라고요. 다행히 일본 의원들이 자리에 없어서 입단속이 가능해 당시 언론들에 안 퍼졌던 거지.’’


푸하하하하.

이제 하다하다 이현호 이 새끼까지 내게 동조를 해 오네.


야! 이 새끼야. 너는 꼭 내 편일 필요 없어.

나의 빌런으로 계속 남아 있어야 오히려 그림이 살아, 새끼야.

흐흐흐흐흐흐.


‘‘흠흠, 사실 저도 그날 첫 출연이고 해서 너무 처음부터 큰 거 터뜨리고 싶지는 않았는데요. 마침 장성동 안청래 두 의원 이슈가 나왔고, 또 이 이야기는 아무래도 요즘 국회의원 불성실이나 태만이 화두가 되고 있는 시의성도 있고 해서, 여타 다른 의원들에게 반면교사 교훈이 될 수 있다는 공적인 마인드 때문에 ......’’

‘‘아니 근데 말이에요. 친애하는 강소장님.’’

‘‘예, 존경하는 최엠씨님.’’

‘‘그날 중구난방에서 솔직히 그거 한 방 크게 터뜨린 건 나도 인정하는데, 다른 부분에서는 활약이 영 부족하던데. 처음 한 10분 동안은 진짜 인형 갖다 놓은 줄 알아서 나 갈고리로 뽑기 할 뻔 했었잖아. 저 새끼 설마 저러고 출연료 받아 가려고 하나. 공중파니까 가능했지 우리 같은 인터넷 방송에서는 바로 중간에 방 빼게 했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말이야.’’


역시나 최웅이다.

겉으로는 항상 내 인생에 어깃장을 놓는 척 하지만, 실상은 어깃장이 아니라 어시스트다.

내가 오늘 하고 싶은 말이 뭔지 벌써부터 눈치 깔고 판을 깔아주는 빌드 업 작업을 시작한다.


‘‘하하하. 충분히 그렇게 생각 하실 수 있으시죠. 사실 저라고 그날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있고 싶어서 있었겠습니까? 사람이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는 데는 이유가 다 있는 법 아니겠습니까, 경애하는 최엠씨님? 하하하.’’

‘‘호호호, 무슨 이유인데요, 강소장님?’’


오늘따라 나를 향한 한소라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이 나 보인다.

물론 더욱 빛나게 보이는 곳은 그녀 눈, 코, 입을 거쳐 턱 아래 그곳, 아니 그 골이지만.


‘‘여기 다들 어느 정도 배우신 분들이니까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말 정도는 아시겠지요?’’

‘‘설마 본인이 모난 돌이라 생각하는 것이요?’’

‘‘못 배운 애들은 모난 돌을 못난 놈 그렇게 오해들을 하는데, 정반대지요. 너무 잘난 놈. 너무 잘난 놈이다 보니 주위 질투와 미움을 사서 다구리를 당한다 뭐 그런 말이지요.’’

‘‘그러니까 그 이야기가 갑자기 왜 여기서 나오는데? 설마 ......’’

‘‘뭐 같이 출연하고 있는 정원택 선생님이나 김여중 선생님이야 워낙 마음의 여백이 넓은 분들이라 우려하지 않고 있지만, 제 나이 또래 다른 시사평론가 놈들은 제가 최고 인기 토론 프로그램에 섭외된 것부터 배 아파 죽겠는데 초반부터 너무 달리면 어떻게든 태클 걸려고 달려들지 않겠습니까? 그러다 보니 그날 첫 방송에서는 속도 조절 수위 조절을 좀 한 것이겠지요, 허허허.’’

‘‘그래? 그럼, 그날 중구난방에서 못 털었던 거 여기서 좀 털고 가면 되겠네.’’


최웅이 슬쩍 내게 윙크를 하며 말했다.

역시나 우리는 환상의 투톱이다.


‘‘음, 그럴까요? 임금님 귀 당나귀 귀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까나요.’’


솔직히 이제 와 하는 말이지만,

그날 중구난방 녹화 중 내 눈앞에 프롬프터가 보였던 건 단 한 번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그날 방송 주제는 아래와 같이 다섯 개였다.


첫 번째, 미국 금리와 부동산 문제

둘째, 스포츠 계 약물파동

셋째, 한 상임위에서 벌어진 여당 의원과 야당 의원 사이 막말 설전.

넷째, 구속 위기에 처한 과거 유력 정치인의 고사성어 숨은 뜻.

다섯째,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건으로 대통령 비서실장과 총리 알력 다툼설.


초반에 인사말 이후 한참 존재감 없이 있었던 나.

그러다 세 번째 주제에서 프롬프터 창이 보여 잠깐 입을 열었지만 별로 반응이 좋지 않아 이내 또 묵묵이 혹은 끄덕이 컨셉.

그 바람에 다섯 번째 주제에서 프롬프터 창이 또 나타났지만 차마 읽어나가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여기 이 시사팩폭쇼에서 그날 못 한 한풀이 좀 해보련다, 흐흐흐흐흐.


‘‘사실 그날 방송에서 가장 메인 주제는 대통령 비서실장과 총리 간의 권력 다툼 루머였잖아요.’’

‘‘그렇지. 근데 거기서 강소장 입도 뻥긋 못했잖아.’’

‘‘에이, 최엠씨님. 제가 입은 뻥긋 했죠. 숨은 쉬어야 하니까.’’

‘‘호호호호. 호호호호.’’


시발, 아무리 격세지감이라는 사자성어가 존재한다 해도 너무 하다.

내가 입 밖에 내뱉자마자 이건 내놓은 자식 취급해야지, 생각한 시 덥지 않은 드립에도 한소라가 빵빵 터지며 자지러지고 있다.


‘‘야!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이 자슥이.’’

‘‘죄송합니다.’’


차라리 최웅의 기존 박대에 내 집 같은 편안함이 느껴진다.


‘‘아무튼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서, 그날 메인 주제, 비서실장과 총리 알력 다툼 이야기가 나왔을 때 정원택 선생님과 김여중 선생님 의견들 기억나시나요?’’

‘‘기억 나. 정원택씨는 원래 비서실장과 총리는 물과 기름으로 싸울 수밖에 없는 자리라고 했었지.’’


최웅 말대로 정원택은 그런 식으로 설명했다.

대개의 비서실장과 총리는 자기가 대통령과 더 가깝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차기 대선을 같이 노리는 입장인 경우가 많아 견원지간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서로 꽁냥꽁냥하면 그게 더 이상한 거라고 바로 매조지었다.


‘‘김여중님도 동의하셨죠. 그리고 구체적으로 현 비서실장과 총리는 학계와 관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라 애초 결이 안 맞는 인물들이라고. 보통은 비서실장과 총리 둘 중 하나는 정치인 출신으로 기용했어야 그나마 유하게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도 하셨고요’’


최웅에 이어 이번에는 이현호가 바톤을 이어받아 부연설명을 해 주었다.

참! 근데 생각해보니 이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내가 무슨 드립을 치든 무관심했던 놈이었는데.

이제 친히 나를 위해 부연설명에까지 나서다니.


질척대지마, 새끼야.

벌써부터 아주 귀찮아 죽겠어, 이 새끼.

히히히히, 히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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