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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멕스님의 서재입니다.

삼류 시사평론가 강대구, 토론의 신에 등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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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엘멕스
작품등록일 :
2024.05.08 16:30
최근연재일 :
2024.07.29 01:13
연재수 :
84 회
조회수 :
22,535
추천수 :
509
글자수 :
454,020

작성
24.06.05 02:17
조회
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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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29화

DUMMY





저 만치 출입구에서 정원택과 김여중이 함께 나타나 이리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새 둘은 화해한 기색들이었다.


‘‘강형! 내가 아까는 미안했어!’’


세트장에 올라온 정원택이 내게도 화해의 악수를 청했다.


‘‘아이, 괜찮습니다. 서로 열띤 토론하다 보면 이 정도 해프닝쯤이야. 그리고 저 정선생님한테는 앞으로 이보다도 더 크게 혼날 일 한 둘이 아닐 것 같은데요, 하하하.’’


내가 너스레까지 떨면서 넉살 좋게 대답했다.


‘‘그럼, 저희 다시 녹화 들어가 볼까요?’’


김피디가 정원택과 김여중을 향해 목례를 건네며 말했다.


‘‘참! 근데 김피디!’’

‘‘예, 김선생님.’’

‘‘방금 전에 그거 살릴 거지?’’

‘‘예? 뭐요?’’

‘‘내가 정선생님한테 사람 모함하지 말라고 일갈한 거랑, 또 정선생님이 강소장님한테 막말 하신 거.’’

‘‘아이, 김선생 잘 나가다 또 왜 이래? 동업자 정신없게 시리.’’


정원택이 장난스럽게 김여중 어깨를 툭, 건드리며 말했다.


‘‘뭔 소리에요, 정선생님. 이게 오히려 동업자 정신이죠.’’

‘’그건 또 뭔 소리야?’’

‘‘아이, 요즘 가끔씩은 이런 방송사고 일부러 한 번씩 내보내 줘야 저희 시청률도 살고 그러죠. 아니면 어떻게 너튜브 애들하고 경쟁이 되겠어요?’’

‘‘으잉? 아! 그러고 보니 그 말도 일리가 없지는 않네, 허허. 아이, 근데 나 또 악플 줄줄이 달려. 정원택 저 놈의 노친네 성질머리는 정말 구제불능이니 어쩌니 하면서.’’

‘‘아이, 정선생님 그 캐릭터가 어디 어제 오늘 일인가요. 내가 늘상 그러잖아요. 그 캐릭터 오히려 양성화 시켜야 한다고. 그런 정선생님만의 오리지널한 캐릭터가 정선생님 몸값을 계속 높여주는 거라고. ’’


잠시 김여중과 정원택이 옥신각신 아닌 옥신각신을 하는 사이, 김피디는 나에게 의미심장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조금 전 내 주장의 근거가 상상의 나래였다는 말에 다소 실망한 기색이던 김피디.

그런데 지금 선보이고 있는 김여중의 면모는 내가 주장했던 것과 거의 아귀가 맞아 들어가고 있었다.


‘‘참! 근데 정선생님!’’

‘‘응, 왜 김피디?’’


김피디가 뭔가 번뜩이는 생각이 지나갔다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번에는 정원택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녹화 재개하기 전에 갑자기 생각난 게 있어서 그러는데요’’

‘‘응, 뭔데?’’


정원택이 자기 자리를 찾아 앉으며 물었다.


‘’지난 주에 선생님 말씀 중에요. 박주영 의원 부분이요.’’

‘‘응. 그게 뭐?’’

‘‘선생님이 진보 진영을 위해 내가 특별 서비스로 훈수 한 번 두어준다고 하면서 이렇게 말하셨잖아요. 박주영 의원을 꼭 용산에 재공천해서 한강 벨트 첨병으로 써야 한다고. 아니 더 나아가 서울시당 상임선대위원장까지 맡겨서 진보 진영 수도권 선거 진두지휘까지 시켜야 한다고.’’

‘‘음, 내가 그런 말 했었지. 한강 벨트가 이번 선거에서는 정말 중요하니까. 용산에 대통령실도 있으니 선거 잘 하는 박주영 의원이 용산에서부터 바람 불게 하면 진보당 쪽에서 아주 유리하게 선거 국면이 진행될 거라고, 내가 그랬었지.’’

‘‘예. 근데요. 혹시 ......’’


김피디가 힐끔 나를 쳐다보고 나서 다시 말을 이었다.


‘‘만약 그렇게 박주영 의원을 수도권 간판으로 내보냈다가 혹시나 증세 문제가 선거 주요 이슈가 되어 버리면 ......’’

‘‘으, 응?’’


나도 알 정도였다.

그런데 나보다 인생 경험 좀 더 많고 좀 더 똑똑하기까지 한 김피디가 눈치 못 챘을 리 없었다.

자신의 말이 이어지는 사이, 급소가 찔리기라도 했다는 듯 정원택 몸 전체가 크게 움찔거렸던 것을.

탁자에 가려 볼 수 없었지만 분명 그의 발도 저리고 있었을 것이다.


‘‘...... 아내 탈세 문제로 대변인 직에서 낙마했던 박주영 의원이 보수 쪽의 안성맞춤 먹잇감이 되지 않을까요?’’

‘‘ ......’’

‘‘평소 정선생님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진보 쪽 공격을 많이 하시기도 하셨고 ......’’

‘‘그래. 뭐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네. 그건 그렇고 자! 얼른 녹화나 들어가자고. 나 다음 약속이 있어서 오늘 차담회에도 참가 못할 것 같아.’’


녹화가 끝나고 평상시처럼 차담회가 잠깐 있었다.

정원택은 스스로 공언한 대로 참석하지 않고 바로 떠났다.

진짜 약속이 있는 건지 아까 영겁 결에 내뱉은 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버린 건지 알 도리는 없다.


‘‘김피디! 정선생님 가기 전에 내가 확실하게 허락 받아놓았어. 그러니까 아까 내 말대로 그 장면 편집하지 말고 그대로 내보내면 돼. 솔직히 김피디도 내심 흡족하지? 하하하.’’


반면 차담회에 남은 김여중은 아까 전 주장을 되풀이했다.

심지어 한 술 더 떠서


‘‘아까 내가 한참 따질 때, 정선생님 슬쩍 썩소 지은 표정 있었거든. 그거 꼭 살려야 돼. 제대로 빌런스러운 표정이었다고, 하하하.’’


김여중은 애써 농담인 척 하고 있지만, 나는 그의 본심을 너무나 잘 꿰뚫고 있었다.

그리고 내 설명을 들었었던 김피디도 아마 그러할 것이다.


‘‘음, 만약 두 선생님이 합의하셨다면 솔직히 저도 그 부분 살리고 싶습니다. 아참! 강소장님 허락도 받아야죠. 강소장님은 어떠세요? 강소장님 입장에서는 정선생님한테 한 소리 들으신 장면이 약간 좀 창피하실 수도 있을 것 같으신데 ......’’


김피디가 김여중 모르게 내게 윙크를 보내며 물었다.


‘‘무슨 소리 하시는 겁니까, 피디님. 저희 중구난방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제 쪽 따위는 사방팔방 다 팔려도 저는 아마 상관없습니다, 피디님. 하하하, 하하하.’’


나도 김여중 모르게 김피디에게 윙크를 보내며 대답했다.


차담회가 끝나자마자 김여중이 먼저 자리를 뜨고 5분 있다가 나도 갈 준비를 했다.

막 문을 나서려는데, 김피디가 사람들 몰래 내게 다가와 그답지 않게 히죽거리며 말했다.


‘‘히히히. 강소장님! 나도 언제 그 나래씨 좀 영접 좀 했으면 좋겠어요.’’


나는 김피디와 악수를 하다가 그만 포옹까지 해버리고 말았다.

이번 녹화에서 내 가장 큰 수확은 김피디에게 엄청난 점수를 따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 정도면 최소 다음 개편 때까지 잘릴 위험은 절대 없어 보인다, 푸하하하.


‘’오빠! 오늘 중구난방 녹화날이셨죠? 어떻게 녹화 잘 끝내셨어요?’’


중구난방 녹화장을 나서며 핸드폰을 살펴보니 그 사이 신선혜에게서 메시지가 하나 와 있었다.

바로 전화를 걸어보니 언제나처럼 밝은 목소리로 그녀가 받았다.


‘’그럼. 신변! 내일 모레 꼭 본방 사수하라고. 내가 지금까지 출연한 회차 중에 가장 재미있을 거야.’’

‘‘어머! 정말이에요?’’

‘‘응. 내일 모레 우리 좀 격하게 싸우는 모습 시청자들한테 보이게 될 거거든. 원래 싸움 구경이 제일 재미있는 법이잖아, 하하하.’’

‘‘호호호. 그렇죠. 정말 기대된다. 참! 근데 오빠!’’

‘‘응, 왜, 신변?’’

‘‘혹시 불금에 시간 있으세요?’’

‘‘이번 주?’’

‘‘예.’’

‘‘뭔 일?’’

‘‘제 아는 친구들이 오빠 보고 싶어한다고 했잖아요. 사인도 받고 싶어 하고. 그래서 한 번 모이기로 했어요. 지난번에 오마카세 얻어먹은 것도 갚을 겸 해서 저도 오빠 오마카세로 모실게요. 참! 저까지 해서 전부 네 명인데, 전부 여자에요. 그것도 다들 저보다 이쁜 애들이고요, 호호호.’’


그래. 오늘 좀 격전을 치렀으니 휴가 좀 떠나야지.

여자 네 명과의 오마카세 나들이라니.

당연히 콜이지!


세상, 너 이제 강약 조절까지 쩐다.

흐흐흐흐, 흐흐흐흐.



+++



금요일 저녁.

약속장소로 가보니 정말 신선혜를 포함한 미녀 네 명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들 이쁘기는 했지만 그래도 구관이 명관이라고 신선혜가 제일 나아 보였다.

그리고 신선혜는 자연 미인에 가까운데 나머지 셋은 전부 튜닝을 좀 한 듯한 얼굴들이었다.


반면 세 명 다 스펙은 후덜덜했다.

선혜와 마찬가지로 명문 외고 동창 출신들이라서 그런지 직업이 변호사, 회계사, 대기업 연구원 등 엘리트들이었다.


‘‘만나서 정말 영광이에요, 강소장님.’’

‘‘실물이 훨씬 잘 생기셨어요, 오빠.’’

‘‘어제 중구난방 정말 재미있던데요.’’


신변호사의 친구들이 경쟁적으로 내게 친한 척을 해 왔다.


‘‘하하하. 어제 저희 방송 보셨군요? 어제 정원택 선생님이랑 김여중 선생님이랑 대판 크게 붙었다가 저한테까지 불통이 튀겨가지고 고생 좀 했었죠, 하하하.’’

‘‘그러게요. 방송 볼 때마다 느끼는 데 그 백발 아저씨는 왜 이렇게 성질 머리가 안 좋으시대요. 툭, 하면 버럭 소리 지르고 상대방 면박 주려고 하고.’’

‘‘에이, 아닙니다. 정선생님 방송이랑 실지랑 많이 다르세요. 사석에서 뵈면 얼마나 살가우시고 젠틀하신데요. 토론에서는 워낙 나라 걱정이 많으시고 열성을 가지고 임하시다 보니 때때로 오버하시는 것처럼 보이는 것뿐이죠, 어제도 녹화 끝나고 저한테 순간 화내서 미안하다며 어쩔 줄을 몰라 하셨죠, 하하하.’’


눈앞에 프롬프터 창이 나타난 덕에 내 일상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게 되지만,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세상에 대해 되도록 선플을 달게 된다는 점이다.


이전 삼류 시사평론가 시절, 나는 어떠했던가.

틈만 나면 입에 불평불만, 뒷담화, 헛소문등을 달고 산 인생이었다.


예를 들어 예전 같으면


‘‘참! 저 시사팩폭쇼도 자주 보는데. 거기 엠씨 보시는 콧대 높은 척 하는 여자분, 이름이 한소라씨던가. 그 분한테 강소장님 플러팅 자주 하시던데 실지로 정말 좋아해서 하시는 거 ......’’

‘‘여봐여! 아니, 사람 뭘로 보고! 그거 다 먹고 살려고 하는 컨셉질이지. 내가 미쳤다고 그런 무지성녀한테. 그리고 한소라 걔 아주 사생활 안 좋기로 소문 난 여자야. 거기 이기자라고 무슨 기생 오라버니 같이 생긴 새끼 있잖아. 둘이 대낮에 모텔촌 걸어가는 거 본 사람 있다는 루머까지 나돌고 있다고요.’’


이렇게 음해까지 한 기억이 있다.

하지만 지금 신선혜 회계사 친구한테 같은 질문을 받게 되자


‘‘에이, 소라씨가 콧대 높은 척 하기는 요. 그것도 방송 컨셉용이지, 실지로는 엄청 겸손하고 배려심이 넘치시는 분이세요. 방송 끝나면 제일 먼저 간식 챙겨와서 출연진들한테 주면서 수고하셨습니다 인사하시는 분이시죠. 음, 제가 방송에서 은근슬쩍 한소라씨에게 플러팅하는 부분은 ......’’


순간 안 보는 척 하면서 슬쩍 신선혜 안색도 살피고 나서


‘‘ ...... 처음에는 진심으로 했던 건데, 지금은 한소라씨가 저보다 훨씬 괜찮은 남자랑 사귀고 계시는 것 같아서 그냥 컨셉으로 계속 하는 것뿐이죠, 하다가 안 하면 오히려 시청자들이 좀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고 한소라씨 연애하고 있는 것도 소문 내는 꼴이 되니까요. 아! 그건 그렇고, 저도 장가갈 나이 지났는데 얼른 괜찮은 색시깜 하나 구해야 할 텐데 말이죠, 하하하.’’


그제야 나는 신선혜에게 시선을 보냈다.

똑똑한 신선혜는 내 말의 의도를 눈치 챘다는 듯 다소 쑥스럽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미모의 여성 네 사람과의 오마카세 탐방.

마치 꽃밭에 누워 산해진미를 맛보는 기분이었다.

정말로 무릉도원이 따로 없는 느낌이었다.


그 새끼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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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6화 +1 24.05.23 385 10 12쪽
16 15화 24.05.22 392 11 12쪽
15 14화 24.05.21 399 7 13쪽
14 13화 24.05.20 395 9 13쪽
13 12화 24.05.19 409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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