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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멕스님의 서재입니다.

삼류 시사평론가 강대구, 토론의 신에 등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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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엘멕스
작품등록일 :
2024.05.08 16:30
최근연재일 :
2024.07.29 01:13
연재수 :
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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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54,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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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2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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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76화

DUMMY

임민정과의 잠깐 동안의 설전을 통해

지금까지 겪었던 일전 중 이번이 가장 어려운 일전이 될 것이라는 예감이 벌써부터 팍팍 들기 시작했다.


그것에는 두 가지 명확한 원인이 있었다.

우선 임민정, 방용섭이 나에 비해 준비기간이 훨씬 길었다는 점.

그러니까 저 두 사람은 금요일 중구난방 방송이 끝나자마자 저 새끼 저거 뭐 하는 새끼인데 공개적으로 나를 디스해, 하며 대응논리를 준비하거나 나에 대한 뒷조사를 했을 것이다.

반면 나는 불과 어제 밤에서야 최웅으로부터 게스트 명단을 받아들었으니 상대적으로 준비 기간이 훨씬 짧을 수밖에.


둘째로는 나의 원죄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비판을 하고 평가를 하는 게 평론가 직분인 이상 크게 내가 잘못한 게 있는 건 아니라지만,

어쨌든 공개적으로 디스를 한 상대를 면전에서 만나게 될 때 마음 한 구석에 상대에 대한 일말의 미안한 감정이 없을 수 없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이렇게 초반부터 그들 앞에서 내가 수세 국면에 빠져들게 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그렇다고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저기 존경하는 최웅 엠씨님!’’


내가 최웅을 향해 손을 들어 발언권을 신청했다.


‘‘예, 친애하는 강대구 강대구 정치연구소 소장님.’’


최웅이 실실 쪼개면서 대답했다.


‘‘저희 이 코너 이름이 비정치토론이잖아요. 그러니까 정치에 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을 안 하고 정치 외적인 이야기, 그냥 사는 이야기 하는 코너.’’

‘‘아! 그러니까 지난 번 중구난방에서 본인이 여기 두 분한테 했던 그 정치적 비난 이야기는 이쯤에서 그만 멈추자, 그 이야기 하시려는 거지요?’’

‘‘예, 언제나처럼 저를 꿰뚫고 계시는 군요.’’

‘‘하하하. 아무리 제가 이 프로 엠씨라고 해도 고, 스톱에 대해서는 권한이 없죠. 당사자, 아니 피해자인 두 분 의견이 더 중요하죠. 그 두 분이 고 혹은 스톱을 결정하실 겁니다.’’

‘‘끄응.’’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그때까지 말없이 여유 넘치는 미소를 짓고만 있던 방용섭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지난주 중구난방에서 강소장님이 저나 여기 임교수님 데리고 공천을 받기 위한 사적 욕심 때문에 방송을 이용했다 뭐 그런 이야기를 하셨죠? 그런 이야기는 엄연히 정치 적 영역의 이야기니까, 이 코너에 안 맞으니까, 그만 이쯤에서 멈추도록 하죠.’’

‘‘아! 그러실래요, 반시장님? 꼭 그렇게까지 원칙주의자이실 필요는 없는데.’’


최웅이 아쉽다는 표정과 함께 말했다.


‘‘아닙니다. 절에 들어왔으면 절 규율을 따라야죠. 아니면 절을 떠나던가. 이 코너가 정치 이야기 안 하는 코너라니 정치 이야기는 그만 두고, 이제부터는 저희 말씀하신 대로 그냥 사는 이야기나 하죠......’’


방용섭이 나를 향해 싱긋 기분 나쁜 미소를 또 지어보이더니 말을 계속 이어갔다.


‘‘..... 대신 저나 임민정 교수님 사는 이야기가 아니라 강대구 소장님 사는 이야기, 아니 정확히 말하면 강소장님 지금까지 살아왔던 이야기를 좀 했으면 하는데요.’’


방용섭의 말에 나는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담담했다.

올 것이 왔다는 생각뿐이었다.

안 오면 오히려 불안할 지경이었다.


뭐가 뭐를 끊지.

운영하는 너튜브 채널 이름부터 시사흥신소인 방용섭이 내 뒷조사를 안 하고 이곳에 걸어왔을 리 만무하지.


‘‘하하하, 역시 방용섭씨네요. 괜히 너튜브가 그렇게 잘 되는 게 아니었네요. 이렇게 창의적인 컨셉을 스스로 짜 가지고 오실 줄이야. 패널이 게스트에 대해 질문하고 대답 듣는 게 아니라 정반대로 게스트가 패널에 대해 캐묻는 컨셉이라. 아니, 울 작가들은 왜 이런 신박한 아이디어 못 내놓는 건지, 쯧쯧.’’


최웅이 또 활활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자! 그럼, 방용섭씨, 강대구 소장님 살아왔던 이야기,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사실은요 ...... 하하하.’’


말을 하려다 말고 다시 또 기분 나쁜 웃음부터 터뜨리는 방용섭.

저 치밀하게 야비한 새끼라면, 저 기분 나쁜 웃음도 사전 지 대본에 지문으로 적어놓았던 게 틀림없을 것이다.


‘‘사실은요, 제 너튜브, 시사흥신소가 80만을 훌쩍 넘잖아요.’’

‘’그렇죠. 무려 저희 시사팩폭쇼보다 0.5배 많을 정도의 엄청난 구독자수를 자랑하고 계시죠, 하하하.‘‘

‘‘예, 그러다 보니까 하루에도 저희한테 제보 메일이 엄청 많이 와요. 아마도 제보 메일은 시사팩폭쇼가 저희보다 0.5배 많을 걸요. 저희 백통이 넘게 오거든요.’’

‘‘와! 정말이요?’’

‘‘예. 뭐 좀 큰 건 있을 때는 200통 올 때도 있었고요.’’

‘‘저희는 많이 와 봐야 하루 20통인데. 그것도 대부분 쓸 데 없는 제보들.’’

‘‘아마 저희가 제보자들이 가장 활성화된 너튜브 채널 중 하나일 걸요. 오죽하면 저희제작진끼리 제보자들 부르는 이름이 따로 있을 정도니까.’’

‘‘아! 그래요? 그게 뭔데요?’’

‘‘이거 아무리 인터넷 방송이라고 해도 말해도 되나 싶은데 ......’’

‘‘뭔데요? 괜찮아요.’’

‘‘아이, 좀 찝찝한데. 쌍시옷도 들어가고 그래서 ......’’

‘‘그럼, 실방에서는 나가도 녹화본에서는 삐익 소리 처리 해드릴게요. 됐죠? 뭔데요? 소라씨도 궁금하지?’’


최웅이 옆에 무표정하게 앉아 있던 한소라까지 동원하며 방용섭을 부추겼다.


‘‘좋아요, 저희 제작진들이 저희 제보자들 부르는 이름, 그건 바로 개씹타포입니다.’’

‘‘예?’’

‘‘개, 씹, 타, 포,라고요.’’


찰나의 침묵 공백 후 바로 여기저기서 빵, 터졌다.


‘‘야! 누가 지었는지 진짜 이름 재미있게 잘 지었네.’’


‘‘시발! 이름 재미있게 잘 짓기는. 아무리 마이너 인터넷 방송이라고 해도 그렇지. 개씹타포 저게 말이 되냐. 응? 나치 만행으로 희생된 인명이 얼마인데. 아무리 우리나라가 2차 대전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 국가는 아니라고 해도 그렇지. 이거 울 나라에 상주해 계시고 한국말 하시는 유태인 분들이 보면 어떻게 생각하겠냐? 공론화 하면 글로벌적으로 나라 망신시킬 일이야! 그리고 너 이 새끼야, 방용섭. 아무리 극우 너튜브 짓으로 돈 버는 새끼라고 해도 그렇지. 이런 역사 인식으로 인생을 사니까 멀쩡한 시장 직에서도 짤린 거 아니야! 됐어! 나 더 이상 여기 못 앉아 있겠다. 간다, 이 수준 떨어진 개씹새끼들아!’’


이렇게 나는 좌중에 일갈하고 자리를 뻥, 하고 힘차게 박차고 스튜디오를 나섰다.

하지만,


잠깐 상상 속에서였다.

상상 속에서야 천 번이고 만 번이고 그러고 싶었지만,

현실에서 실행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 와! 강대구 저 시키 저렇게 비겁한 새끼였냐

- 진짜 저거 남자 맞냐? 지는 지금까지 여기저기 남들 닥치는 대로 다 씹어놓고서는 지 씹힐 차례 되니까 빤스런을 하려고 들어?

- 저 인간 결국 이렇게 될 줄 알았어. 주제 파악 못하고 요즘 엄청 여기저기서 시건방 떨어대더만

- 오늘 저렇게 스튜디오 나가면 지 방송 인생도 이제 완전 쫑 나는 거지, 뭐

- 최웅아! 다시는 저 새끼 부르지마. 아니면 우리 간만에 구독 취소 운동 들어간다잉. 알지?



보나마나 이런 실시간 댓글들이 줄줄이 이어질 게 뻔하기 때문이었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입 털어볼까요?’’


방용섭이 팔을 걷어 부치는 시늉을 하면서 예고한 대로 본격적으로 입을 털기 시작한다.


‘‘자! 바야흐로 강소장님이 중구난방에서 저를 엄청 디스하고 나자 또 저의 충직한 개씹타포들이 대거 강소장님 과거에 대한 제보 메일들을 보내왔었드랬죠. 근 삼일 간 총 30여 통 가까운 제보 메일들. 중복되는 거 빼면 아이템이 총 23개 정도가 되더군요. 그런데 오늘은 시간 관계상 다 들고 오지 못하고 개 중 3개만 가지고 왔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아서요. 왜냐면 요즘 제일 유행 타면서 파급력 강력한 3개거든요.’’

‘‘와우! 정말이요? 근데 요즘 제일 유행 타면서 파급력 강력한 거가 뭐, 뭐, 뭐가 있죠?’’


최웅이 설레임 가득한 표정으로 또 질문을 던졌다.


‘‘뭐 보통 이렇게 3개 뽑지 않나요? 학폭, 미투, 빚투요.’’

‘‘어머나! 저희 강소장님이 3개 다 걸리셨어요?’’


이번에는 한소라가 실망한 듯한 표정으로 힐끔 나를 보고 나더니 방용섭에게 물었다.


‘‘예, 그야말로 빼박 3관왕이시더군요. 자! 개 중에 뭐부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볼까요? 아무래도 가장 약한 것부터 가는 게 좀 그림이 좋겠죠? 가장 약한 거, 그럼, 학폭부터 저희 같이 가보도록 할게요.’’


학폭이라는 말에 순간, 나는 오히려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바로 이런 생각부터 했다.


‘방용섭, 저 새끼 또 어디서 잘못된 제보 가지고 크로스 체크도 안 하고, 혹은 잘못된 정보인 줄 알면서 시치미 떼고 마타도어 음해하려고 드는 구나.’’


내가 바로 그런 생각에 이르게 된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왜냐하면, 하늘에 맹세컨대, 내 인생에 있어서 학폭에 가담한 적은 정말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잘 생각해보니 학폭에 연루된 적은 서너 번 있었던 것 같다.

초딩 때 두어 번, 중딩 때도 그만큼.

하지만 내가 누굴 때린 게 아니었다.

거꾸로 내가 다른 애한테 맞았던 기억이었다.

다시 말해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로 학폭에 연루되었다는 이야기다.


학창시절 내내 키 순서에 있어서 한 자리 숫자였던 나.

반면 성적은 한 자리 숫자 내에 든 적이 거의 없던 나.

별 볼일 없는 체구에 모범생도 아니고 노는 애도 아니고 그저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 없이 학교를 다니다가 괜히 일진 애들하고 어깨빵 같은 거에 엮여서 몇 번 맞은 것 외에 내 학창시절에 정말 단 한 차례의 학폭도 없었다고 분명하게 이 자리에서 단언할 수 있다.


‘‘강소장님?’’

‘‘예, 말씀하시죠.’’


조금 전까지만 해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던 나.

하지만 나와 전혀 관련 없는 학폭 이야기가 나오니 이참에 오히려 뒤집기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만 같다.


‘‘강소장님, 중학교, 연산 중학교 나오셨죠?’’

‘‘하하하. 반 시장님, 오늘 복수혈전을 위해 제 뒷조사 정말 열심히 해오셨나 보군요. 예, 얼마든지 협조해 드리죠, 하하하. 맞습니다. 저 연산 중학교 56회 졸업생입니다. 학교 교가도 좀 불러드릴까요? 오늘도 희망찬 하루가 시작되는 우리 교정에, 하하하.’’

‘‘교가는 됐고요. 그럼, 1학년 때 반에서 서종호라는 친구 기억나세요?’’

‘‘서종호요?’’

‘‘예.’’

‘‘서종호라 ......’’

‘‘바로 뒷자리 앉았던 친구라고 하던데.’’

‘‘제 뒷자리요? ....... 아아! 예, 예. 서종호! 기억납니다. 암, 기억나고 말고요, 하하하.’’


나의 여유를 되찾은 모습에도 불구하고 방용섭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있었다.

이어서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강소장님!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죠. 학교 다닐 때 서종호라는 그 친구 많이 괴롭히셨죠?’’

‘‘예? 제가요?’’

‘‘예.’’

‘‘하하하, 대체 무슨 말씀이세요. 오히려 그 친구가 저를 괴롭히면 괴롭혔겠죠. 그 친구가 제 뒷자리에 앉았다는 건 키나 등치가 저보다 컸다는 이야기잖아요. 사실 저 학교 다닐 때 완전 강약약강이었습니다, 하하하. 저보다 큰 애 앞에서는 꼼짝달짝도 못했었죠. 아니, 더 솔직히 말씀드리면 강약약강도 아니고 강약약약이었습니다. 싸움이라고는 해 본 적이 없어요. 평화를 여자보다 더 사랑했드랬죠, 하하하.’’

‘‘예, 어련히 그러셨겠죠.’’


방용섭이 다시금 기분 나쁜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예? 어련히 그러셨겠죠, 라니. 정확히 그게 무슨 의미에요?’’


내가 일부로 정색 표정을 하며 그에게 물었다.


‘‘강대구 소장님, 본인이 직접 학폭을 하지는 않았었죠. 대신 다른 친구가 하도록 일부러 유도를 했었죠. 더 나아가 사주라고도 할 수 있고요.’’

‘‘예에?’’

‘‘강소장님, 장진형이라고 하는 친구도 기억나죠?’’

‘‘장진형?’’

‘‘예. 서정호 짝. 다시 말해 강소장님 뒤, 옆 자리 앉았던 친구. 키로 따지면 원래 한참 뒤에 앉아야 할 정도로 큰 친구인데, 눈이 나빠서 강소장님 뒤, 서종호 옆에 앉았던 친구죠. 또 서종호랑 짝을 하면서 틈나는 대로 서종호 때리고 괴롭히고 그랬던 친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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