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엘멕스님의 서재입니다.

삼류 시사평론가 강대구, 토론의 신에 등극하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완결

엘멕스
작품등록일 :
2024.05.08 16:30
최근연재일 :
2024.07.29 01:13
연재수 :
84 회
조회수 :
22,374
추천수 :
509
글자수 :
454,020

작성
24.07.13 00:03
조회
142
추천
5
글자
12쪽

67화

DUMMY

‘‘음 ......’’


프롬프터에 본 내용을 어떻게 설명해야 잘 했다고 소문날까 잠시 고심하는 사이, 정원택과 김여중이 자기들끼리 대화에 나섰다.


‘‘근데 문창섭이 그 양반 잠수 타는 동안 뭐 했대요? 김선생은 자주 연락하는 사이 아니에요?’’

‘‘예휴, 아니에요. 저도 일 년에 한두 번 다른 사람 출판 기념회 같은 데서나 잠깐 보고 인사 나누는 정도 교분이에요.’’

‘‘아! 그래요? 난 서로 꽤나 잘 아는 사이인 줄 알았는데.’’

‘‘그것도 올해 작년 근 2년 동안에는 못 봤던 것 같은데. 소식도 전해들은 게 없어서 그 여론조사 업체 런칭했다는 것도 뉴스 듣고 알았다니까요?’’

‘‘아! 정말이요?’’

‘‘예, 정말이에요.’’

‘‘저기 ......’’


그제야 나는 다시 입을 떼었다.


‘‘그래요. 강소장. 자! 방금 전 나와 김선생 대화는 편집하고. 내가 다시 질문할 게요. 컷!’’


정원택이 손으로 가위 자르는 시늉을 하며 말을 이었다.


‘‘지난주 우리 중구난방에서 강소장은 진보 쪽이 역대급 대승을 거둔다고 했는데, 이번 문창섭 전 수석이 만들었다는 여론조사 업체 눈에서 조사한 바로는 오히려 보수 쪽이 완승 거둘 확률이 높다는데. 이 간극을 강소장은 어떻게 생각해요?’’

‘‘음, 사실 정선생님도 잘 아시겠지만, 여론조사라는 게 문구 몇 개랑 어순만 바꾸어도 결과가 많이 다르게 나올 수 있잖아요.’’

‘‘아이, 그럼. 오차범위 밖에까지 다르게 나오게 할 수 있는 여론조사인데.’’

‘‘예. 그것도 그거지만 ......’’

‘‘응? 그것도 그거지만 ......’’


이제부터는 내가 조심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표본 가지고도 좀 핸들링 할 수 있잖아요.’’

‘‘포본 가지고?’’

‘‘예. 뭐 예를 들어 요즘에는 전산화가 다 잘 되어 있으니까요. 그 축적된 데이터를 가지고 표본 리스트를 조금은 의도적으로도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이야기죠.’’

‘‘음, 난 무슨 말인지 정확히 이해가 잘 안 가는데. 김선생님! 강소장 말 이해 하셨소?’’


정원택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김여중에게 물었다.


‘‘음, 글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강소장 말은 한 번 여론조사 응답한 사람 데이터를 모았다가 다시 또 써 먹을 수 있다, 뭐 그런 이야기 같은데, 맞나요? 예를 들어 지난 조사에서 진보 쪽을 찍겠다고 한 사람을 우연인 척 하면서 다시 표본으로 삼는 식으로 하면 진보 표가 더 늘어날 테니까요. 맞나요?’’


김여중이 너무 적나라하게 설명하는 바람에 나는 얼른 좀 빠져나갈 구멍이 필요했다.


‘‘예, 거의 비슷한 이야기입니다. 아! 물론 그렇다고 문차장님 네 업체가 그랬다는 건 아니고요. 어떻게 보면 다른 업체들이 그랬고 거꾸로 문차장님 네 업체가 그런 걸 안 해서 차이가 난 걸 수도 있겠죠, 하하하.’’


정원택도 그제야 대충 눈치를 챈 모양이었다.


‘‘예끼, 이 친구. 마사지를 했으면 문차장 업체가 더 했겠지. 안 그러면 저렇게 혼자만 튀게 나올 리가 있나.’’

‘‘아이, 그건 모르죠. 오히려 기존 업체들이 관행으로 하는 걸 문차장님 만이 안 했을 수도 있는 거죠, 하하하.’’

‘‘에이,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참! 아까 문차장 네 고성능 인공지능 프로그램 쓴다며? 그럼, 그런 표본 조작도 다른 데보다 훨씬 잘 하겠구먼 그래.’’

‘‘끄응. 아! 그게 참 ......’’

‘‘아무튼 그건 됐고. 아니, 근데 정말 이해가 안 가는 건 문차장이 뭣 하러 이렇게 지나칠 정도로 조작을 한 거야.’’

‘‘아니, 조작을 했다고 단정 지으시면 ......’’


정원택 특유의 저돌적인 언사에 잠시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그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정말 이상하잖아. 문창섭 그 머리 좋은 양반이. 아무리 자기네 진보 진영이 선거 끝날 때까지 경각심을 가지게 하려고 해도 어느 정도 리얼리티가 있는 선에서 이야기를 했어야지. 여기 우리 김여중 선생처럼 말이야. 그냥 진보랑 보수랑 백중세다 이 정도로만 하면 되는 걸. 근데 지금 이 판세에서 보수가 이기는 걸로 나왔다니. 왜 이렇게 비현실적으로 오버를 하냔 말이야?’’


정원택이 연신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말했다.


‘‘음, 듣고 보니 그건 그러네요.’’

‘‘듣고 보니 그렇긴. 빼박이지. 김선생! 김선생은 뭐 알고 있죠?’’

‘‘에이, 난 잘 모른다니까요. 아까도 말했지만 요 몇 년간 문차장이랑 차 한 잔 한 적 없다니까요.’’


김여중이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아이 진짜 왜 그래요? 문차장한테 직접 못 들었다고 쳐도 그 짝 사람들한테 뭐 들은 이야기 있을 거 아니에요? 왜 문차장이 저러는 건지. 뭔 꿍꿍이인지.’’

‘‘아휴, 정선생은 왜 우리 진보 진영은 매번 뭔가 꼭 꿍꿍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아니, 내가 뭔 매번 그래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문차장 같은 양반이 아무 꿍꿍이 없이 그랬을 리 없는 사람이니까 하는 말이지.’’

‘‘에이, 아무튼 저는 이 문차장 업체 여론조사 건에 대해서는 아는 게 별로 없어요. 저한테는 그만 물어보시죠.’’


급기야 김여중이 다소 삐진 기색까지 보였다.


‘‘허허, 참나.’’


정원택이 멋 적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나서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강소장! 그럼, 강소장은 ......’’

‘‘바야흐로 약 3년 전 일이었죠 ......’’

‘‘으잉?’’

‘‘예에?’’


느닷없는 나의 옛날이야기 인트로에 정원택과 김여중, 두 사람이 동시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꽤 큰 식당이었습니다. 가족들도 많이 오는 식당. 거기 내실에 양반다리 하고 먹는 자리에 일행과 앉아 있었죠. 그런데 꼭 그런 데 가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애들 있잖아요. 저 갔을 때만 그런가요? 하하. 아무튼 애들이 좀 심하게 뛰어다니기에 고개를 돌려 뉘 집 자식인데 이렇게 가정교육에 아쉬움을 느끼게 하나 돌아보는데, 글쎄 ......’’

‘‘갑자기 뭔 이야기를 하는 거야, 강소장?’’

‘‘애들 데리고 막 뭐라뭐라 꾸짓고 있는 엄마가 보이더라고요. 파마머리에 붉은 원피스, 아니 투피스인가? ......’’

‘‘지금 잠깐 쉬는 시간이야? 갑자기 웬 잡담 모드야?’’


정원택이 저 만치 김피디를 보며 중얼거렸다.


‘‘...... 근데 그 아줌마가 꽤 낮이 익어 보이더라고요. 그 여자도 내가 자기를 바라보는 시선이 예사롭지 않으니까 영겁 결에 목례를 하고요. 근데 저는 바로 누군지 알아보지는 못 했어요. 그런 경우 있잖아요. 분명히 오래 전에 알던 사람인데 어디서 알게 된 사이인지 좀 헷갈리는 경우. 게다가 그 여자 분이 여느 평범한 아줌마 모습을 하고 있으니까 더더욱 좀 헷갈리고 만 거죠.’’

‘‘아이, 나 커피 한 잔 하고 올래.’’

‘‘정선생님! 잠시만요. 이거 문차장님 여론업체 주제와 계속 연관된 이야기에요.’’


정말로 자리에 일어나려는 시늉을 하고 있는 정원택을 내가 만류하며 도로 앉혔다.


‘‘대체 저 여자 누구일까 좀 고심을 하던 중에 저희 일행이 마침 식사를 다 끝내서 자리를 옮겨야 했어요. 그래서 나가는 길에 그 여자한테 가서 저희 언제 알았던 사이죠, 하고 물어보려고 했는데, 글쎄 그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세요? 그 여자가 일부러 저를 외면하는 일이 발생하더라고요. 마치 제가 와서 말을 걸 걸 미리 알고 그래서 그걸 피하기라도 하려는 듯 자기 남편으로 보이는 남자랑 애들들이랑 막 억지로 이야기 하고 있는 척을 하더라고요. 제가 또 그런 방면에는 눈치가 좀 있거든요. 학교 다닐 때 왕따 경험이 좀 있어서, 하하하. 아무튼 그래서 그냥 머쓱한 표정으로 식당을 나서고, 그러고 나서도 또 한참 지난 후였어요. 드디어 그 여자와 저의 관계가 불현 듯 기억나기 시작했죠.’’

‘‘무슨 인연이었어요, 강소장?’’


대체 저 인간 뭔 소리 하고 있는 거야, 하는 표정의 정원택과는 달리

김여중은 상대적으로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었다.


‘‘그저 찌질함으로 점철되었었던 제 과거 인생에 뭐 다른 게 있겠습니까? 예전, 20여년 전, 스무 살 시절, 잠시 짝사랑했던 인연이었던 거죠.’’

‘‘아하!’’


고개를 끄덕이는 김여중과 달리 정원택은 실소부터 내뱉었다.


‘‘하, 참나. 아니, 무슨 시사프로에서 짝사랑 이야기를 그리 길게 하고 있어.’’

‘‘아휴, 시사프로 패널은 사람 아닙니까? 사랑 안 합니까? 계속 해 보세요, 강소장.’’


김여중이 정원택에게 한 마디 하는 사이, 나는 저만치 김피디를 바라보았다.

김피디가 괜찮다고, 계속 이야기 하라는 시그널을 보내왔다.


‘‘근데 그 여자 분 그냥 보통 짝사랑한 게 아니었습니다. 심지어 그 여자 애 집 앞에서 밤새도록 기다렸던 기억이 있을 정도로 제가 당시 흠뻑 빠졌던 상대였죠.’’

‘‘근데 그 정도면 스토킹 아닌가?’’


정원택이 입을 삐죽 내밀며 물었다.


‘‘물론 그 여자 애는 당시 제가 밤새도록 기다렸던 걸 몰랐죠. 주말이라 분명 밤에 놀러 나올 줄 알고 초저녁부터 아파트 단지에서 대기하며 기다렸던 거죠. 전화기 너머 제 목소리가 들리면 바로 끊어버릴 정도로 그 친구가 저를 당시 극혐했었으니까 저로서는 그 방법 밖에 없었죠. 저 과거에 정말 찌질했었다니까요.’’


하하하.


여전히 정원택과 달리 김여중은 나의 이야기에 우호적인 반응을 보여주고 있었다.

김여중이 옆에서 재미있다는 듯 사이, 정원택이 다시 투덜거리는 투로 내게 물었다.


‘‘아니, 근데 지금 이 이야기를 왜 하냐고? 이게 문차장 건이랑 뭔 관계가 있냐고?’’

‘‘정선생님! 그럼 이쯤에서 제가 질문 하나 드려도 될까요?’’

‘‘나한테? 갑자기?’’

‘‘예.’’

‘‘해 봐.’’

‘‘방금 전 이야기 속 제 모습, 그러니까 예전에 목숨처럼 짝사랑했던 여자를, 바로 못 알아봤다는 게 말이 된다고 보십니까?’’

‘‘응? 아니, 아까 20년 전에 아는 사이였다면서?’’

‘‘예, 그렇죠. 그때가 대학교 2학년 때니까 정확히 말하면 18년?’’

‘‘그리고 중간에 본 적 있나?’’

‘‘거의 없었죠. 아니, 한두 번 길 가다 본 적 있었나. 잘 기억 안 나네요.’’

‘‘그럼 뭐 영 불가능한 일도 아니지. 강산도 두 번 변할 시기인데. 그리고 그 사이에 강소장 성격 상 이 여자 저 여자 엄청 껄덕대었을 테고. 아닌가? 하하.’’

‘‘흠흠. 그건 맞습니다. 제가 한 금사빠 스타일 하죠.’’

‘‘금사과?’’

‘‘아니요. 금사빠. 금방 사랑에 빠지는 스타일. 아니, 엄밀히 말하면 금짝사빠 스타일이죠. 금방 짝사랑에 빠지는 스타일, 흑흑흑.’’


하하하.


나의 자학 개그에 김여중이 다시 또 웃음을 터뜨렸다.


‘‘아무튼 그럼 정선생님은 세월에 따라 사람 사랑이 변하는 게 충분히 이해 가신다 뭐 그런 말씀이신 거죠?’’

‘‘아니, 그건 나뿐만 아니라 다들 그렇지. 평생 일편단심 오매불망 사는 건 영화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지.’’

‘‘그럼, 김선생님도 동의하시나요?’’

‘‘예?’’


내가 이번에는 김여중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김선생님도 방금 전 정선생님 말씀처럼 일편단심 오매불방 사는 건 영화 속에서나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나요?’’

‘‘......’’


김여중이 대답 대신 옅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이, 당연하지. 특히 나나 김여중 선생처럼 유부남들이 오히려 그런 건 더 절실히 깨닫고 사는 법이지, 하하. 참! 예전에 광고 문구도 있잖아. 사랑은 움직이는 거라고.’’


김여중 대신 정원택이 대답해 주었다.


‘‘예! 바로 그겁니다!’’

‘‘응. 뭐가?’’

‘‘사랑은 움직이는 거요. 바로 그게 문창섭 차장님 여론조사 업체가 이번에 이런 이상한 조사 결과를 내놓게 된 이유라는 겁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78 ly******
    작성일
    24.07.13 15:41
    No. 1

    이것저것 늘리고 말은 많이하는데
    한개 한개씩...적중도가 나오는 것을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그래야 정말 토론의 신이란 제목에 맞을듯..

    러시아사건을 빨리 올려서
    이곳저곳 바삐 불려가는 강대구를 보고싶음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삼류 시사평론가 강대구, 토론의 신에 등극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83화를 끝으로 잠정 휴재에 들어갑니다 +2 24.07.29 56 0 -
84 83화 +3 24.07.29 90 5 12쪽
83 82화 24.07.28 104 2 12쪽
82 81화 24.07.27 116 5 12쪽
81 80화 +2 24.07.26 118 2 12쪽
80 79화 +1 24.07.25 117 4 12쪽
79 78화 +1 24.07.24 111 3 12쪽
78 77화 +2 24.07.23 125 3 12쪽
77 76화 24.07.22 129 4 13쪽
76 75화 +2 24.07.21 122 3 12쪽
75 74화 24.07.20 134 4 12쪽
74 73화 24.07.19 131 4 13쪽
73 72화 +1 24.07.18 127 5 12쪽
72 71화 +1 24.07.17 134 3 12쪽
71 70화 24.07.16 138 2 11쪽
70 69화 +2 24.07.15 142 7 12쪽
69 68화 +1 24.07.14 142 4 12쪽
» 67화 +1 24.07.13 143 5 12쪽
67 66화 24.07.12 176 4 12쪽
66 65화 +1 24.07.11 159 3 13쪽
65 64화 24.07.10 165 3 12쪽
64 63화 +1 24.07.09 168 4 12쪽
63 62화 24.07.08 180 7 13쪽
62 61화 24.07.07 173 6 12쪽
61 60화 +2 24.07.06 178 7 12쪽
60 59화 +1 24.07.05 166 6 12쪽
59 58화 +1 24.07.04 163 7 12쪽
58 57화 24.07.03 166 5 13쪽
57 56화 +1 24.07.02 179 6 12쪽
56 55화 +2 24.07.01 177 5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