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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멕스님의 서재입니다.

삼류 시사평론가 강대구, 토론의 신에 등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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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엘멕스
작품등록일 :
2024.05.08 16:30
최근연재일 :
2024.07.29 01:13
연재수 :
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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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84
추천수 :
509
글자수 :
454,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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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2 02:04
조회
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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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66화

DUMMY

다음 주제.

이번에는 방송 패널 정치 중립화에 관한 이야기다.


임민정이라는 대학 교수 방송 논객.

이전에는 딱히 정치색을 드러내지 않던 그녀가 최근 1,2년간 이상하게 각종 방송에서 진보 쪽 당 대표 및 유력 인사들을 엄청 쉴드 치더니 결국 이번 총선에 그 쪽으로 비례 대표 신청을 했다는 뉴스가 떴다.


‘‘아니, 우리도 논객이라면 논객들이지만 이렇게 치졸하게 방송해서는 안 되는 거 아닙니까? 방송 패널들이 총선 직전 공천에 힘을 쓸 수 있는 당 사람들 그렇게 빨아 젖히고 나서 비례대표를 신청하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일입니까?’’


정원택이 한창 열을 올리며 임민정을 비판했다.

문제는 정원택 역시 내심 이번 총선 공천을 꿈꾸었던 인물이라는 점이다.

본인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김여중이나 내 앞에서 조금 찔리는 감이 있던 지 자기 합리화를 잊지 않았다.


‘‘내가 백 번 양보해 지역구 출마하려고 하면 그건 그래도 이해가는 측면이 있어요. 하지만 비례대표라니. 이거 말 그대로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여의도 입성하겠다는 수작 아닙니까?’’


김여중도 자기편인 진보 쪽 인사지만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정선생님 의견에 상당 부분 동의합니다. 방송 패널도 그렇지만 다른 직종에 있는 분들도 그래요. 기자들이나 앵커들 같은 언론 계 쪽이나 판검사, 변호사 같은 법조계 인사들, 이런 사람들은 양심 있으면 공천 신청을 하지 말던가, 아니면 최소 1년은 텀을 두고 자기 직종 일에서 손 떼고 정치 입문하던가 해야죠. 공천 심사에서 점수 따려고 자기 직분 가지고 무슨 짓을 못 하겠어요? 언론 쪽 사람들은 편파보도를 할 거고 법조인들은 각 정파에 최대한 유리한 수사 판결 등을 하려 들겠죠. 이런 게 정말 적폐이고 양 당 모두 개혁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의미에서 김여중이 정원택보다 더 당당하게 자기 쪽을 비판했다.

지난 번 정원택이 내게 귀뜸해 주었듯이 실지로 그는 금배지에 별 관심이 없는 인물이니까.

직접 금배지를 다는 것보다 금배지를 달고 있는 의원들을 조종하고 요리하고 그런 거에 더 관심 있는 사람이니까.


‘‘강소장도 동의하죠?’’

‘‘물론이죠. 근데 임민정 같은 사이비 논객도 비례 신청을 하는데 우리 김여중 선생님이나 정원택 선생님 같은 경우 각 정당에서 영입 요청이 없으신가요? 없다면,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요? 이러니 울 나라 정치가 이 모양 이 꼴 아닌가요? 하하하.’’


간만에 적절한 규모의 아부성 멘트.

다른 프로는 몰라도 중구난방에서는 절대 튀지 말아야 하며 정원택 김여중 두 사람 사이에서 절묘하게 용해되어 있어야 한다.


‘‘참! 근데 썰에 의하면 보수 쪽 너튜버들 몇도 이번에 공천 신청 한다고 하던데 정원택 선생님 들으신 거 있으세요?’’


이어서 김여중이 정원택에게 물었다.


‘‘뭐 몇몇 움직임이 있다고는 하더라고요.’’

‘‘개중에 방용섭도 넣는다고 하던데.’’

‘‘아이고야! 쯧쯧쯧.’’


방용섭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정원택이 혀를 끌끌 찼다.


‘‘아니, 그 인간은 진짜 똥오줌 구분을 못 해.’’


아무리 평소 거침없는 언사를 하기로 유명한 정원택이라고 해도 이렇게 대놓고 한 인물을 인신공격하는 건 그리 흔한 일은 아니었다.


방용섭은 보수 너튜버 중에서 악질로 유명하다.

지자체장을 하다가 부하 여직원 성추행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나온 그는 이후 너튜버로 변신했다.

하지만 전직 공직자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질 낮은 활동으로 사람들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허위 사실 유포는 기본이요, 남 사생활 캐기, 뒤에서 협박하기 혹은 네고하기 등등 온갖 구차한 짓은 다 하고 다닌다.

그의 너튜버 채널 이름 자체가 아예 ‘시사 흥신소’니 그것만으로 부연설명은 충분할 것이다.


‘‘나는 그 인간 애초 우리 보수 쪽이라고 생각도 안 해요. 어떻게 그런 놈이 보수야. 보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품격인데, 그게 전혀 없는 놈이 어떻게 보수냐고!’’


정원택이 호통 치듯 말했다.

툭, 하면 버럭 소리를 지르는 다혈질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그래도 이렇게 방송에서 중용되고 설득력을 느끼게 하는 이유는 어느 정도 기본적인 이성과 논리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아까 전 자기 네 쪽 사람인 임민정의 비례대표 신청에 대해 비판을 아끼지 않은 김여중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 다 인간인지라 진영논리 이중잣대의 굴레에서 백 프로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너튜브에서 같은 진영 애들끼리 고작 자위하는 드립만 남발하는 수준과는 차원이 달랐다.


‘‘저기 근데 정선생님.’’

‘‘응? 뭐요?’’

‘‘이번 보수 쪽 공천관리위원장에 임명되신 장인식 전 유엔대사께서는 사생활에 큰 흠집 같은 건 없으시겠죠?’’

‘‘으잉? 강소장, 갑자기 그건 왜 물어 봐?’’

‘‘방용섭 전 시장이 운영하는 사이버 정치 렉카 시사 흥신소가 비난받는 가장 큰 이유가 남 사생활 캐기에다 뒤에서 협박하고 딜 치고 그런 것 때문이잖아요.’’

‘‘그렇지. 아무리 중소 도시라도 전직 시장까지 지냈다는 인간이 시정잡배나 하는 짓을 하고 있으니, 쯧쯧.’’

‘‘그런 방용섭이 공천을 받기 위해서 지금 공관위원장 이하 공천심사위원들 뒷조사 하고 다니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까요?’’


나의 말에 정원택, 김여중 둘 다 동의를 표했다.


‘‘암,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지, 그 인간.’’

‘‘그러고 보니 나도 그 생각은 못했네.’’

‘‘혹시 시청자 여러분들, 방용섭이 운영하는 시사 흥신소 측이 그런 정보를 수집하거나 혹은 뒷거래를 하는 모습을 보게 되신다면 곧바로 저희 중구난방에게 제보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그렇게 말하고 난 나는 저 만치에 보이는 김피디에게 지금 이 장면 박제해 달라, 다시 말해 편집하지 말고 꼭 넣어달라는 시그널을 보냈다.


내가 굳이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예의 프롬프터가 또다시 내 눈앞에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프롬프터에 따르면, 지금 방용섭은 실지로 공천을 따기 위해 공관위원장과 공심위원들 비리를 암암리에 캐고 다니고 있단다.

그러니 내가 먼저 방송에서 이렇게 선수 쳐 놓으면, 방용섭은 하고자 하는 바를 쉽게 이루지 못하게 될 것이다.


‘‘자! 그런 시정잡배 놈 이야기 그만 하고 다음 주제로 들어갑시다. 다음 주제 뭐죠, 강소장?’’

‘‘이제 여론조사 기관들이 한창 바쁠 때인데요. 요즘 한 여론조사업체에 대해 말이 참 많더군요.’’

‘‘여론조사 업체 눈 말하는 거죠, 강소장님?’’


김여중이 내게 물었다.


‘‘예,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눈, 어쩌고 하면서 기존 여론조사 방식과는 다르게 자기네들은 인공지능을 최대한 활용하고 전문 심리 분석가들도 대거 투입해서 분석한다 뭐 이런 기치를 내거는 업체인데요. 문제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다른 여론조사 업체들 결과와 너무 차이가 많이 난다는 거. 지금 판세가 진보 진영한테 유리하다는 건 초딩들도 다 아는 사실인데, 유독 이 업체만 보수가 오히려 이길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는 점이고요. 또 하나는 ......’’

‘‘업체 대표 때문이죠?’’

‘‘예, 업체 대표가 보통 인물이 아니기 때문이죠.’’


여론조사 업체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눈의 대표 문창섭.

그는 현대판 한명회 소리를 듣는 인물이다.

좋게 말하면 지략가, 나쁘게 말하면 모사꾼.


이전 진보 정권에서 청와대 수석, 국정원 차장을 역임하며 막후 실세로 맹활약했던 인물이다.

특히나 이전 당에 있을 때부터 선거 기획력이나 참모 능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러온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정권을 빼앗기고 나서 크게 낙심한 탓인지 한동안 두문불출했다.

그러다 반년 전 느닷없이 여론업체를 런칭하며 정치 무대에 복귀해 온 것이다.


그러한 문창섭의 변신에 많은 해석들이 줄을 이었다.

개 중에 가장 설득력 있는 게 여론업체를 통해 오히려 여론을 선도하고 조정하려는 전략 아니냐는 설이었다.


‘‘나도 그 의견에 동감해요.’’


정원택이 말했다.

반면 문창섭과 같은 진보 진영에 있으며 오랜 친분이 있는 김여중은 선뜻 동의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아니,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여론을 일개업체가 맘대로 조정해요? 그게 가능하면 언론사 폐간하고 전부 여론업체 개업하지. 내가 듣기에 문차장이 우리 정치권에서 제일 얼리 어답터이다 보니 인공지능 진화에 관심이 있고 그러다 보니 그거 가지고 이런 저런 시뮬레이션 작업 하는 거에 흥미를 느껴서 여론업체까지 만든 걸로 알고 있어요.’’

‘‘뭐 그 창업 이유야 문창섭 그 양반만이 아는 거니까 우리가 길게 이야기 할 건 못 되고. 아니, 여론조사 하려면 어느 정도 오차 범위 내에서 해야지. 무슨 이번 선거에서 우리 보수 쪽이 완승한다는 거야? 이런 엄살 부리는 속셈 뻔한 거 아니냐고. 혹시나 자기네 진보 진영이 선거 완승 분위기에 일찌감치 도취되어서 선거운동 기간에 실언 하거나 경거망동할 까 걱정되어 긴장 늦추지 않게 하려고 그러는 거잖아요. 이거 아주 우리 보수 진영 시체까지 독수리 밥 주려고 작정한 거잖수.’’


정원택이 김여중을 향해 투덜거리듯 말했다.


지난주 두 사람의 총선 예비 판세 분석 결과도 그러했다.

보수 쪽 패널인 정원택은 상대방 진보 진영에 최대한 유리하게,

거꾸로 진보 쪽 패널인 김여중은 보수 진영에 최대한 유리하게,

그렇게 각자 자기 진영이 불리한 척 엄살 부리기 바빴었다.


그런데 문창섭은 해도 너무 했다.

현재 판세가 진보 진영에게 아주 유리한 국면임은 말 그대로 어린 아이들도 아는 상황인데,

같은 진영 사람인 김여중은 그래도 양심이 있어서 백중세에서 진보 쪽 약간 우세 정도로 분석한 데 반해

문창섭은 아예 보수가 이길 선거라니.

엄살을 부려도 너무 과하게 부린 것이었다.


‘‘글쎄, 뭐 문차장 네 업체가 들였다는 그 고성능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진보 진영의 어떤 리스크를 벌써 캐치해낸 거 아닐까요? 울 진보 진영 사람들이 또 혈기가 보다 넘치다 보니 앞으로 막말 실언 리스크 같은 게 보수 쪽보다 더 있을 수 있고, 그게 판세에 어떤 결정적 변수를 제공할지 인공지능은 벌써부터 감지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에이, 김선생, 쉴드를 쳐도 어느 정도껏 말이 되게 쳐야지. 자! 김선생은 됐고, 강소장!’’


정원택이 김여중과는 이 문제를 가지고 더 이야기해 봤자 소용없겠다는 듯 고개를 내 쪽으로 돌리며 말했다.


‘‘예, 말씀하시죠.’’

‘‘중도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해요? 참! 지난 주 총선 분석에서 강소장 분석은 지금 이 문차장 분석이랑 백팔십도 다른 거였잖아. 진보 쪽이 역대급 대승을 거둔다고 했으니까.’’

‘‘예, 그랬었죠.’’

‘‘그럼, 본인과 완전 정반대인 이 문차장 예상을 어떻게 생각해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죠?’’

‘‘예, 물론 말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만 ......’’

‘‘응? 말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만 ...... 근데?’’


조금 전 김여중이 한참 문창섭 네 여론조사 결과를 쉴드치는 동안, 내 눈앞에 또 프롬프터가 떴다 사라졌었다.

그리고 그 프롬프터 안에는 문창섭이 왜 저런 말도 안 되는 여론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지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들어 있었었다.


그건 그런데, 어떻게 하면 이번에도 프롬프터 존재를 안 들키고 내가 이를 잘 설명해 낼 수 있을까?

그것이 진짜 문제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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