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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멕스님의 서재입니다.

삼류 시사평론가 강대구, 토론의 신에 등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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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엘멕스
작품등록일 :
2024.05.08 16:30
최근연재일 :
2024.07.29 01:13
연재수 :
84 회
조회수 :
22,387
추천수 :
509
글자수 :
454,020

작성
24.07.21 01:04
조회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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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75화

DUMMY

자리에 앉자마자 다시금 임민정, 방용섭 두 사람 표정을 살폈다.

여전했다.


임민정은 기분 나쁜 눈빛과 썩소를 보내오고 있었고

방용섭은 뭔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었다.


‘‘자! 레이디 퍼스트! 임민정 교수님, 우리 강대구 소장과 우선 인사부터 나누시고요.’’


내가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건만, 임민정은 잠깐 고개를 까닥하는 둥 마는 둥 하고 만다.


‘‘뭐 고개만 꾸벅하지 마시고, 임 교수님 따로 강소장한테 하실 인사말 같은 건 없으신건지요?’’


최웅의 부추김에 임민정이 기다렸다는 듯이 곧바로 포문을 열기 시작했다.


‘‘아니, 어떻게 사람에 대해서 잘 모르면서 그 많은 사람 보는 프로에서 대놓고 망신을 주고 그럴 수 있어요? 예에? 그런 비판을 하려면 뭔가 우리 쪽에 사전에 인터뷰 요청이라도 하고 우리 쪽 이야기도 좀 들어보고 그리고 나서 비판을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내 진짜 지난 며칠 동안 열불 터져서 잠 한 숨 못 자고 진짜, 아휴, 참나 ......’’


임민정이 정말로 화병이라도 나 있는 듯 붉으락푸르락한 표정으로 따지듯이 말했다.


‘‘하하하. 예, 임교수님, 오프닝이니까 진정하시고요. 처음부터 너무 급발진하시면 저희 방송 진행이 어려울 수도 있으니까요. 하하하. 자! 그러면 다음으로 방용섭 씨도 강대구 소장한테 우선 인사말 한 마디 하실까요?’’


임민정에게 병 주고 약 주고 한 최웅이 이번에는 방용섭한테 마이크를 넘겼다.

방용섭은 나를 쳐다보지도 않으며 최웅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예, 뭐 강소장님 참 뵙고 싶었는데 이런 자리 만들어주셔서 우선 최웅님 이하 제작진들한테 감사의 말씀 드리고 싶네요, 하하하.’’


확실히 임민정보다 방용섭이 상대하기 버겁다.

그의 너털웃음에 일순 등골이 오싹할 지경이었다.


진정한 공포는 주머니 속에서 칼이나 총을 꺼내들어 보일 때보다 주머니 속에 칼인지 총인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걸 뒤적이고 있을 때라고 하지 않나.

지금이 바로 그런 경우다.


대체 방용섭 저 새끼 무슨 흉기를 주머니 속에 넣어 가지고 온 것인지.

과연 나의 프롬프터가 적기에 등장해 저 새끼 흉기 난동을 막아 세워 줄 수 있을런지.


긴장감에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고 있는데, 최웅이 다시 또 멘트를 이어간다.


‘‘자! 대충 세 분 상견례를 마쳤으니까요.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보도록 하죠. 우선 방금 전 임민정 교수님께서 왜 확인도 하지 않고 방송에서 그렇게 자기 뒷담화를 했냐 따지셨는데, 이 점에 대해서 강소장님은 어떤 변명을 준비하셨는지요?’’


억울한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내가 대답하기 시작했다.


‘‘딱히 변명이랄 것도 없는 게, 사실 제가 방송에서 어떤 분에 대해서 비판을 할 때 사전 인터뷰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저뿐 아니라 아마 대부분 비평 하시는 분들 그럴 겁니다. 저희는 팩트를 전하는 기자가 아니니까요. 현상을 분석하고 판단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인데, 그런 저희 보고 왜 사전 인터뷰를 하지 않느냐고 물으시는 건 좀 말이 안 되지 않나 ......’’


내가 말꼬리를 흐리자 바로 임민정의 버럭 역공이 들어왔다.


‘‘이보세요! 대체 지금 뭔 말을 하는 거예요? 팩트가 아닌 가짜 현상을 분석하고 판단하니까 그런 마타도어가 벌어진 거잖아요!’’

‘‘워, 워, 워. 아직 초반이니까 조금 진정하시고요. 교수님, 방금 전 팩트가 아닌 가짜 현상이라는 말씀, 구체적으로 어떤 뜻이신지.’’

‘‘구체적으로 어떤 뜻이기는요. 그러니까 그날 중구난방에서 저기 저 강소장이랑 나머지 두 분, 김여중 정원택 그 분들이 저에 대해 비판한 요지가 무엇이었어요? 제가 마치 비례대표 공천 받으려고 일부러 최근 진보 정당에 지나치게 편파적으로 이야기했다는 취지의 말 아니었나요? 그게 앞뒤가 하나도 안 맞는 게, 제가 먼저 비례대표 신청을 한 게 아니고요. 그쪽에서 얼마 전에 제안이 와서 며칠 고심하다가 수락한 거라고요. 최소한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는 제대로 파악부터 하시고 비난을 하셔도 하셨어야죠.’’


임민정의 언성이 갈수록 높아지는데, 조금은 의외의 일이 발생했다.


‘‘저기 근데요. 교수님 방금 말씀 좀 이해가 안 가는 게 하나 있는데 ......’’


한소라가 끼어 든 것이다.

원래 이런 험악한 상황에 잘 끼어드는 스타일이 아닌 그녀인데.

끼어들어도 화해시키고 중재시키는 역할이지, 이렇게 지적하고 질문하는 스타일이 절대 아닌 그녀가 계속 말을 이어갔다.


‘‘...... 제안이야 먼저 당 쪽에서 온 걸 수 있다지만, 그걸 사전에 노리고, 아니 노린다는 표현이 좀 그렇다면, 사전에 기대하면서 그동안 그렇게 의도적으로 특정 정당에 유리한 말씀 하신 걸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

‘‘뭐, 뭐라고요?’’

‘‘방금 전에 교수님이 닭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제대로 파악부터 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지만, 실지로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는 뭐가 먼저인지 분간이 어려울 때 하는 말이잖아요. 제가 보기에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 같은데요, 죄송한 말이지만.’’


한소라의 날카로운 지적에 임민정은 당황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뭐, 뭐라고요? 그, 그럼, 지금 말은, 제가 오래 전부터 비례대표 공천을 노리고, 그, 그러니까 무슨 장기 플랜을 짜 놓고, 그렇게 오래 동안 혼자 빌드업을 했다는 건가요? 내가 그렇게 무서운 인간이었단 말인가, 하, 참나.’’


나는 한소라를 멍한 시선으로 잠시 바라볼 뿐이었다.

이 멍한 시선이란, 다름 아닌 평소 프롬프터가 내 눈앞에 등장할 때 그걸 바라보는 시선과 거의 진 배 없는 시선이었다.

이 순간만큼은, 한소라, 그녀가 나의 프롬프터인 것이다.


소라야! 너 나 정말 좋아하는 거니?

이현호와는 이제 완전히 끝난 거니?


잠시 한소라를 향해 잡념에 빠져 들어가려 하는데 임민정의 거친 목소리가 다시 또 귓전을 때리기 시작했다.


‘‘이보세요! 엠씨분! 이름도 잘 모르는 여자 엠씨분! 뭐 눈에는 뭐가 보인다고, 엠씨님은 평소 그렇게 여기저기 여우 짓하시면서 사셨는지 어쨌는지 모르겠지만요. 저는 그렇게 약아빠지게 인생사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건 저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말씀인 거예욧! 입에서 나오는 말이라고 다 내뱉지 마시고 책임질 수 있는 말만 내뱉으세요. 아시겠어요? 예?’’


임민정이 한소라에게 일갈하면서 전선이 급 확대되었다.

사실, 성차별 때문에 대놓고 말은 안 하지만 여의도에는 은연중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가장 살벌한 싸움은 남성 의원끼리 싸움도, 남성 여성 의원끼리 싸움도 아니라 여성 의원들끼리 싸움이라고.

왜냐면, 단순히 말싸움을 넘어 감정이 들어간 싸움으로 비화되기 일쑤라서.


임민정도 나보다 오히려 한소라에게 더 감정이 상해있는 듯해보였다.

반면 그녀 성질에 한소라는 잔뜩 움츠려드는 기색이었다.


물론 나는 알고 있었다.

한소라에게 다른 의도는 없다는 사실을.

그저 순수한 의도였을 뿐이라는 걸.

목숨을 다 바쳐 사랑하고 있는 남자가 곤경에 빠지니까 그저 도와주고 싶었던 마음뿐이라는 것을.


한소라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조금 전보다 많이 조신해진 목소리였다.


‘‘저는 그냥 일반적인 이야기를 한 건데, 혹시나 개인적으로 불쾌하셨다면 사과드릴게요, 교수님.’’


한소라가 임민정에게 그렇게 말하더니 이어서 옆에 있는 최웅에게 이렇게 속삭였다.


‘‘그냥 가만히 있을 걸 그랬나 봐요. 초반에 너무 이야기를 안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출연료 값 하려고 하다 보니 그만 나도 모르게 오버를.’’


음, 다시 보니 한소라가 목숨을 다 바쳐서까지 나를 사랑하고 있는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저 학교에서 제자들 보기도 창피해 죽겠어요. 개인 입신양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지식 장사꾼 취급을 하니 어디 학생들이 제 강의에 더 이상 신뢰감을 가질 수 있겠어요? 아니, 사람에 대해 뭘 얼마나 그렇게 잘 안다고 그렇게들 함부로 이야기를 해요? 그것도 시청률도 안 나오는 프로그램이라면 몰라도.’’


잠깐 깔짝대려 들었던 한소라를 단숨에 제압해 낸 임민정이 다시 여세를 몰아 나를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하, 참나.’’


나는 반박할 말을 쉽게 찾아내지 못했다.

프롬프터가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고 있지만, 설령 드러낸다 해도 이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왜냐하면, 지금 이 상황은 오로지 당사자만이 결정적 증거를 가지는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기실 임민정이 정말 비례대표 공천을 목적으로 그동안 의도적으로 편파 방송을 해 왔는지 아닌지는 오로지 하늘 아래 그녀만이 알 문제다.

그녀가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지 물적 증거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지난주 중구난방 녹화장에서 나, 정원택, 김여중 그리고 김피디까지.

우리들이 그러한 행태를 성토한 것도 어떤 확실한 물적 증거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저 심증과 정황 증거만 가지고 방송인, 법조인, 그 밖의 각종 공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직분과 롤을 최대한 활용한 후 그 인풋을 가지고 공천에 써 먹으려고 하는 행태를 비판한 것이었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좀 경솔한 측면이 없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결국 나는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냥 죄송하다면 다예요. 내가 당한 피해는 어쩌고요. 이번 공천 심사에서 그 방송 내용이 영향을 미쳐서 제가 감점 대상이 되면 어떡할래요? 그걸 단순히 죄송합니다, 라는 사과 말로 퉁 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예?’’


임민정이 계속 핏대를 세웠다.

원래 이렇게까지 인파이터는 아닌 그녀가 이렇게 거세게 몰아치는 데에는 분명 이런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공천심사위원님들!

이 방송 보고 계시죠?

잘 좀 봐 주세요.

저 열심히 할게요.


이게 아마도 그녀의 진짜 속내일 것이다.

그래서 나도 다시 전열을 정비해서 카운터를 준비했다.


‘‘저기 근데요, 교수님.’’

‘‘뭐요? 말해 봐요.’’


임민정이 기분 나쁘게 턱을 위아래로 흔들며 말했다.


‘‘교수님도 정치행정학 쪽 교수님이니까 저희가 무슨 뜻으로 그날 방송에서 말을 한 건지 정도는 어느 정도 짐작하실 거라 생각되는 데요. 일반론 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공적인 일에 있는 분들은 정 총선에 출마하려면 6개월이든 1년이든 간에 어느 정도 시간 여유를 두고 하던 일 좀 쉬고 그래야 하는 걸 법제화해야 하지 않을까요? 안 그러니까 자꾸 이런 의심을 사게 되는 사례들이 발생 .......''

''뭐, 뭐라고요? 푸하하.’’


정말 상대방 기분 나쁘게 하는 표정과 웃음이다.

저건 어느 정도 거울 앞 트레이닝 없이 이루어지기 힘든 경지의 표정과 웃음이다.


‘‘이보세요! 강대구 소장님!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혼자 뭐 하는 짓이래요? 공심위 출범도 안 하는데 총선 출마하려고 자기 하던 일 관두면요? 생계는 어떻게 유지하며, 그러는 사이 여기저기서 견제 들어와서 공천 받을 것도 못 받게 될 게 뻔한데. 아니, 평론을 업으로 하는 분이면, 어떤 의견을 제시할 때 충분한 숙고라는 걸 좀 하고 제시해야 하지 않나요? 다른 방송들에서도 보니까 오로지 순간 애드립으로만 버티시는 분 같던데. 그렇게 해 가지고 어디 오래 갈 수나 있겠어요? 잠깐 반짝하다 사라지고 말겠지, 쯧쯧쯧.’’


마지막 혀 차는 소리까지.

완벽했다.

정말 상대방 기분 나쁘게 하는 스타일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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