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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작 님의 서재입니다.

철혈 검가의 주인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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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작
작품등록일 :
2021.07.26 13:57
최근연재일 :
2021.08.20 21:0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4,316
추천수 :
169
글자수 :
137,105

작성
21.08.10 18:39
조회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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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미궁 (2)

DUMMY

높고 두터운 성벽 안으로 들어가자 왁자지껄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로 소란스러웠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가득했고 여기저기서 웃고 떠들며 흥겹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사람들은 마치 낙원에 있는듯 즐거워했으며 아이들이 공을 차며 놀고 있었다.

우리를 미궁 마을 크레타로 안내한 주민은 성문 옆에 붙어 있는 커다란 종을 울렸다.


댕- 댕-


시끄러운 종소리에 마을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다들 주목해주시기 바랍니다!"

"모두들 여기를 보세요!"


공을 차던 아이들도 멀뚱히 자리에 멈췄고 집 안에 들어있던 아낙네들도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사람들의 주의가 집중됐을 때 그가 입을 열었다.


"자자! 우리가 누구와 함께 왔는지 보십시오."

"새로운 사람입니다! 오랜만에 새로운 사람들이 방문했어요!"


시끄럽고 소란스럽던 마을에 갑자기 정적이 내려앉더니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수근수근 거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표정에서 말도 안 돼, 뭐라는 거야 같은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타났다.

성문 앞으로 사람들은 하나둘 씩 모여들었다.

안내인은 뒤에서 멀뚱히 서있는 우리 일행을 가리켰다.


"300년 만에 나타난 사람들입니다. 무려 세 분이나 여기까지 오셨습니다!"

"오늘은 축제입니다!! 오늘밤은 성대하게 축제를 벌입시다!!"


그의 말에 사람들의 눈이 급격하게 커지더니 이곳저곳에서 탄성이 흘러나왔고 이내 거대한 환호성으로 바꿨다.

마치 비명을 지르듯 소리를 질렀고 엄청난 인파가 밀물처럼 몰려들었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이런저런 질문공세를 받았다.

여기저기서 목소리가 들려서 뭐라 말하는지 구분이 되지도 않았다. 여러가지 의미로 정신이 혼미했다.


'전설 속 용사가 왕국에 귀환하면 딱 이런 느낌일 거예요.'

[너도 참 적응이 빨라.]

'그냥 움직이는 시체일 뿐이잖아요. 아직 적의도 안 보이고요.'


옆에서 미쉘은 눈을 질끈 감아버리곤 혼자서 괜찬아 괜찮아, 자기 최면을 걸고 있었다.

반면 클로스 씨는 퍽이나 대담했다.

커다란 덩치로 몰려드는 사람들을 막아서며 제 팔로 미쉘에게 다가오는 사람들로부터 지켜주고 있었다.


"하하. 안사람이 낯을 많이 가립니다. 저한테 물어보시죠. 아까 무슨 얘기를 하셨죠?"


그렇게 말하는 클로스 씨는 정치에 능숙해보였으며 무척이나 듬직했다.

그에게 그런 면이 있었던가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는 평소보다 말이 더 많았다.


댕- 댕-


"다들 진정들 하시고! 이제 막 도착하신 분들이니 편히 쉴 시간을 드려야죠. 나머지는 저녁에 다시 얘기하도록 합시다."


안내인의 중재에도 몇몇 사람들은 여전히 흥분의 기색을 숨기지 못했고 우리는 사람들을 헤쳐 나가서 숙소에 들어갔다.

숙소는 마을 중심부에 위치했고 숙소 주변에 사람들이 계속 몰려 들었다.

결국에 경비원들이 출동해 숙소를 감싸는 형태가 되서야 소란이 잦아들었다.

우리를 숙소로 안내한 두 사람은 면목이 없다는 듯 고개를 푹 숙였다.


"하아. 죄송합니다. 정말 오랜만에 새로운 분들을 뵙는지라 다소 실례가 많았습니다. 마을 분들도 나쁜 마음은 없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사람들은 다 물리겠으니 편히 쉬시고 혹시라도 필요한 게 있으시면 말씀주시고요."

"하하. 다들 좋은 분이시더라고요. 세상에 살면서 이정도로 환대받을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저는 여기가 마음에 듭니다."


어느 순간부터 클로스 씨는 미쉘과 내 대변인이 되어주고 있었다. 그는 미궁 마을 사람들과 즐겁다는 듯 이야기를 나눴다.


[천상 멍청이 같으니라고. 이래서 모르는 게 약이라니까.]

'덕분에 잘됐죠 뭐.'

[올라가서 움직이는 시체라고 말해줘봐라. 아마 까무라칠 게다.]


"저녁에는 축제가 준비되어 있으니 푹 쉬시고 이따 뵙겠습니다."


안내인은 이내 인사를 하고 숙소 밖으로 나갔다.

그제야 숙소에는 우리들만 남았다. 여전히 밖은 시끌시끌 했지만 부패한 시체들이 움직이는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마음이 편해졌다.

미쉘은 아직도 천천히 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고 있었다.


"미쉘. 괜찮아?"

"아.. 네.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할 따름입니다. 도련님은 괜찮으십니까?"

"아까 사람들이 몰려들 때 위험하긴 했지만 금방 적응했어."


미쉘은 그때가 떠올랐는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런 말씀을 드리기 송구합니다만 여긴 제 인생 통틀어 최악의 장소입니다. 최악 중의 최악입니다. 시체가 움직인다뇨. 그건 아주 비, 비위생적이잖아요!"

"으, 응? 위생?"

"더러움을 뛰어 넘어서 공포 그 자체입니다. 여긴 지하격투장보다 못한 곳입니다. 할 수만 있다면 이 공간 자체를 없애버리고 싶군요."


미쉘이 까드득 하고 어금니를 깨물었다.

반면 클로스 씨는 입꼬리를 씰룩 거리는 게 기분 좋은 걸 숨기지 못하는 듯했다.


"나는 마치 낙원에 온듯하네. 여긴 정말 멋진 곳이군."


클로스 씨의 분위기 파악 못하는 말에 미쉘은 눈을 흘겼다.

미쉘의 매서운 눈빛에 찔끔하긴 했지만 클로스 씨는 진짜로 기분이 좋아보였다.

그의 기분을 망치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들이 걸어다니는 시체라는 건 분명히 알아야 하는 정보였다. 혹여나 나중에 큰 문제로 발전할 수도 있었다. 괜히 그에게 미안해졌다.

나는 고민을 하다가 조심스레 그에게 말했다.


[뜸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 저 할아범이 놀라 자빠지는 꼴의 보면 기분이 좋아질 거 같으니까.]

"저.. 클로스 씨 사실은 말입니다."

"리암 자네는 내 은인이야."


갑자기 그는 내 손을 붙잡았다. 두 손으로 꼭 잡는게 마치 커다란 은혜를 입은 사람처럼 느껴지게 했다.


"내가 겁먹고 이곳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내 평생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는지 모르고 살지 않았겠나. 나는 여지껏 내 인생을 허비한 거야."


나를 바라보는 그의 푸른 눈은 진중하고 깊었으며 그 안에는 불꽃 같은 게 번뜩이는 듯했다.

아무리 사람들이 격하게 환영을 해줬더라지만 클로스 씨의 반응 역시 이상할 정도로 과했다.


"그래. 충분히 이해하네. 자네가 보기에는 여기 주민들이 멀쩡한 사람들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네. 내가 이상해 보이겠지만 오해는 말게. 난 느낄 수 있어. 이들은 죽은 자라네."

"네에? 그걸 어떻게...!"

"암. 이해하고 말고. 자네가 보기엔 내가 이상한 소리를 한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난 눈에 보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네. 나, 묘지기 클로스 가에 장손 산타! 한평생을 묘지에서 보냈네. 오늘 아주 큰 깨달음을 얻었어."

"......?"

"여긴 내 이상향일세. 정말로! 완벽한 '묘지'야. 내 평생에 이렇게 아름다운 묘지를 본 적이 없네. 알겠나? 이건 묘지계의 혁명일세! 벌써부터 저녁이 기다려지는군. 어서 빨리 여기 관리자를 만나고 싶네. 노하우를 전수받아야겠어."


그렇게 말하는 클로스 씨는 무척이나 들떠 있었다. 그의 말에 내 입이 반쯤 벌어졌다.


[얼씨구.]


상황이 묘하게 흘러갔다. 우리는 각자 상황을 정리했다.

미쉘과 난 처음부터 이들이 움직이는 시체라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허.. 놀랍구만. 자네들은 이미 이들이 시체라는 걸 알고 있었군."

"클로스 씨는 도대체 언제 이들이 시체라는 걸 깨달은 겁니까? 혹시 그.. 보이십니까?"


말하면서 미쉘을 흘낏 바라봤다. 미쉘의 녹안이 빛을 발했다.


"도련님. 어서 빨리 여기를 떠나고 싶습니다."


살점이 너덜너덜 거리는 사람들이 안면이 파여있어 이빨이 통으로 보이면서도 히히 껄껄 웃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하지만 클로스 씨는 전혀 그런 눈치가 아니었다.


"확실히 그건 공포겠구만. 나는 여기 성벽에 가까워서 깨달았다네. 마치 고향에 돌아오는 듯한 기분이 들더군. 가슴이 막 뛰는 걸세."

"왜 그때 말씀을 안 주셨습니까?"

"그야. 자네들이 놀랄까봐 그랬지. 시체들이 움직인다고 생각해보게나. 안 그래도 아가씨는 낯을 많이 가려서 웅크려 있는데 시체라 말하면 얼마나 놀라겠는가!"

"무슨 말씀을! 시체인 걸 알아서 그런 겁니다. 참고로 여지껏 낯가린 적은 없습니다만."

"그럼 말을 하지 그랬나. 손을 아주 꽉 움켜쥐더마."

"이익--"


미쉘은 분한듯 주먹을 쥐었다.

실제로 클로스 씨는 주민들이 시체인 걸 알고도 미쉘을 지켜주고 있었고 미쉘은 그에게 기대고 있었으니 할 말이 없었다.


"그야. 우리가 부.. 부부라고 했으니까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부부부는 뭔가?"


미쉘은 얼굴이 새빨개져서 씩씩 거렸다.

클로스는 오늘따라 기분이 좋은지 능청스럽게 말했다. 묘지에서는 그의 능력 뿐 아니라 성격도 더 능글맞아지는 듯했다.


[살다살다 묘지에서 능력치가 올라가는 사람은 처음 봤네.]


사람 생각이 다 비슷한가 보다.

나는 적당한 타이밍에 대화에 끼어들었다.


"우리가 미궁에 들어온 목적을 다시 한 번 정리하겠습니다. 우리는 파란 지붕 마을의 청년만 데리고 다시 미궁 밖으로 나갈 겁니다."

"리암 도련님. 위치만 말씀해주시면 제가 서둘러 데려오겠습니다. 여기서 오래 있고 싶지는 않군요. 절대. 절대요!"

"여기 사람들이 우리가 300년? 꽤나 오랜만에 들어온 사람이라 하지 않았나?"

"반은 맞는 말이겠죠."

[그치.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이 들어온 건 그쯤 된다는 거겠지.]

"이들은 환대한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우리는 지금 마을 한 가운데 갇혀 있는 겁니다. 숙소 밖에는 자연스레 경비원들이 자리잡았고 마을 주민들이 빼곡히 그 사이사이를 메꾸고 있죠."

"아...! 당했군요. 전혀 의식하지 못했습니다."

"...미쉘은 아예 눈을 감고 있었잖아."


계획은 이미 미궁에 들어오기 전에 멜과 충분히 나눴다.


"저는 혼자 조용히 움직이도록 하겠습니다. 어렵게 생각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미쉘은 낯을 많이 가리는 걸로 됐으니 숙소에 있으면 됐고 저는 간호를 한다고 말해주십쇼. 클로스 씨는 마음껏 놀다 오시면 됩니다."


내 말에 클로스 씨는 걱정반 설렘반의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미쉘은 걱정만 가득한 표정이었는데 차마 따라가겠다는 말이 목구멍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도.. 도련님. 저도..."

"미쉘은 혹시 사람이 찾아올 수도 있으니까 여기를 지키고 있어야 해. 그게 맞아."


그럼에도 미쉘은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초초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그래도 도련님 혼자 가시는.. 건..."

"걱정 마. 미쉘도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건 아니니까. 미쉘은 미쉘만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나는 따로 할 게 없는가?"

"사실 클로스 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는 사뭇 진중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서로의 역할을 분담하기 앞 서 주의사항을 먼저 말했다.


"이건 공통 사항입니다만 여기서는 절대! 절대로 음식을 먹어서는 안 됩니다. 저들처럼 되고 싶지 않다면요."

"오호! 혁명의 비밀은 음식 속에 들어있었나! 맛만 보는 것도 안 되겠지?"

"절대 안 됩니다. 이유는 나중에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나는 각자의 포지션에서 할 일을 정해주며 이야기했고 남은 시간은 각자 알아서 휴식을 취했다.

해는 금방 졌고 여기저기서 발광석들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잠시 뒤 누군가 숙소 문을 똑똑 두드렸다.

우리는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이제부터 미궁 공략에 들어가겠습니다."


클로스 씨는 대표로 자리에서 일어나 문 앞으로 향했다.


[온 김에 이것저것 챙겨가자. 원래 미궁엔 잠들어 있는 보물들이 많아.]

'겸사겸사요.'

[겸사겸사는 무슨! 싹 따 쓸고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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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미궁 (4) 21.08.12 73 1 12쪽
19 미궁 (3) 21.08.11 71 1 12쪽
» 미궁 (2) 21.08.10 83 1 12쪽
17 미궁 (1) 21.08.09 95 1 12쪽
16 마을 (2) 21.08.08 96 2 12쪽
15 마을 (1) 21.08.07 113 2 13쪽
14 거미 사냥 (3) 21.08.06 132 4 12쪽
13 거미 사냥 (2) 21.08.05 124 2 11쪽
12 거미 사냥 (1) 21.08.04 144 2 14쪽
11 재회 (3) 21.08.03 158 5 13쪽
10 재회 (2) 21.08.02 170 6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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