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한작 님의 서재입니다.

철혈 검가의 주인이 되겠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한작
작품등록일 :
2021.07.26 13:57
최근연재일 :
2021.08.20 21:0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4,321
추천수 :
169
글자수 :
137,105

작성
21.07.28 18:00
조회
280
추천
11
글자
11쪽

멜리사 아이리스(1)

DUMMY

멜리사 아이리스.

그녀가 말한 자신의 이름이었다.


[편하게 멜, 이라고 불러.]


덕분에 광장 위로 올라가는 길이 심심하진 않았다.

잠시 머무르며 몸을 추스리고 싶었지만 위에 놓고 온 클로스 씨가 마음에 걸렸다.

나는 클로스 씨에게 들은 이야기를 그녀에게 말했다.


- 악마는 몸집이 두 산을 합한 것보다 크고 입에서는 불을 내뿜으며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을 탐하는 존재라 전해지네. 한 손에는 뇌전이 깃든 창을 들고 다른 손을 들면 폭우가 쏟아졌는데 이 둘을 합치니 가히 세상에서 막을 수 있는 존재가 없는 걸세.


그 말을 들은 멜리사는 높은 하이톤의 목소리로 말했다.


[악마? 너 미쳤니? 나처럼 아름다운 악마가 있다고?]


악마를 본 적이 없었기에 답하기 어려웠지만 그녀 자신이었던 에메랄드는 분명 따듯했으며 아름다웠다.

에메랄드는 오래전부터 혼령을 진정시키며 죽음을 막아주고 영원을 약속하는 보석으로 불렸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러니까 몇 가지만 정정해줄게. 알겠지? 몸집이 두 산을 합한 게 아니라, 나는 산이야. 봄이고. 녹색이지. 푸르름이고 영원하며...]


그녀는 '몇 가지'를 정정하는 게 아니라 통으로 편집을 했다.

그보다 흥미로운 건 그 뒤에 내용이었다.


초대 스왈로우.


[아아.. 그런 인간이 있기는 했지. 그런데 그걸 너희는 인간이라고 말하나? 내가 알기론 너희 인간들은 팔다리 있고 눈코입 있다고 다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잖아. 선민사상에 빠져가지곤 조금이라도 자신과 다르면 전쟁이나 하지. 너희 기준에서 봤을 때, 그건 인간이 아닐텐데?]


기분이 묘했다.

그 인간이 아닌 것의 피가 내게도 흐르고 있었다.


[...너 섞였구나? ]


내가 저주하는 나의 피. 태생. 스왈로우 가(家). 북부의 피였다.


[불순물이 여기저기 섞여있어. 미묘하게 성질 차이도 있고 구조도 특이하네. 그렇다고 나 같은 천연을 속일 수는 없지. 너 보증서는 있냐?]

"보증서가 뭡니까."

[....족보 말이야. 족보가 어떻게 되냐고.]


누가 보석 아니랄까봐 표현도 꼭 자기처럼 했다.

나는 내가 들어왔던 선조들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그녀와의 대화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하나를 말해주면 열을 이해했으며 잡다한 지식들이 끊임없이 튀어나왔다.

신과 악마 정령 거인 등등...

머리가 지끈거렸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받아들인 터였다.

나는 어느순간부터 오른손을 보고 존대하고 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살아온 존재일까.


"나이가 어떻게..."

[......]


그 뒤로 그녀는 말이 없었다.

덕분에 광장으로 올라가는데 집중을 할 수 있었다.

그녀는 초월적인 존재라 살아온 세월따윈 신경쓰지 않을 줄 알았는데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건가 보다.


탁.


집중을 하자 금새 광장 위로 올라올 수 있었다.


'그러고보니..'


선명한 녹색 보석인 멜을 만난 뒤로 몸을 움직이는 게 한결 수월해졌다.

그저 느낌이라 말하기엔 자잘하게 몸에 있던 상처들이 자가 치유력이라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눈에 보이는 속도로 아물었다.

분명 멜의 도움이었다. 섬세한 그녀에게 사과를 했다.


"...배려가 부족했습니다."

[나이같은 건 중요하지 않아. 그치?]


멜은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쏟아냈다.


[보석이 얼마나 오래됐는지가 중요한 거야? 미적가치가 중요한 거지. 너 혹시 보석을 볼때 '이 보석은 만 년전에 만들어졌구나. 놀라워라.' 이런 생각을 해? 아니지. '이 보석은 색이 진하고 균일한 분자 구조를 가지고 있는 멋진 보석이구나!' 이런 생각을 하지. 물론 여기서 만 년은 예시로 말한 거야. 절대로 내 얘기가 아니라. 이해하는 거지?]


예시가 전혀 공감이 되지 않았지만 중요한 건 그녀의 기분이었기에 맞다고 말했다.

멜의 재잘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클로스 씨를 안치했던 위치로 갔다.


"......"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왜 빈 공간을 보고 있어? 저기서 자고 갈 거야? 며칠이 지나면 마수들이 다시 태어나니까 여기서 잠드는 건 추천하지 않아.]

"...일행이 있었습니다."


주변에 발자국이 어지럽혀 있었다. 사람들의 발자국이었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나는 아직 그의 은혜를 갚지 못했다.

기사에게 끌려갔다면 적어도 내 위치를 물어보기 위해 살려둘 확률이 있었다.

나는 멜에게 지금까지의 사정을 설명했다.


[그럼 가서 데려오면 되는 거잖아. 뭐가 문제야?]


문제는.


"...제가 약하니까요."

[네가 왜 약해?]

"저는 홈이 2개지 않습니까."

[적들은 강해?]


나는 그녀의 말에 내 오른손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적.


그렇게 말해주니 마음이 편해졌다.

아버지의 기사단. 스왈로우 가.

그들이 내 적이었다.


"혹시 무기로도 변하실 수 있으십니까?"

[가능은 하지만 추천하진 않을게. 난 전투용이 아니거든. 상대가 얼마나 강한지도 모르고.]


가장 좋은 방법은 도망치는 거지만 도망친다고 살아남을 확률이 높은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스왈로우 가의 기사들이었고 이곳은 북부였다.

더욱이 쫒기는 건 기사 한 명이 아니라 기사단, 이었으며 기사단장에는 그의 배다른 형이 있었다.


[그냥 여기서 쭉 살지 않을래? 나도 오랜만에 사람이라 심심하지 않고 넌 잘생겼으니 더 좋아. 여기 길이야 내가 잘 아니까 100년 정도면 사람들이 널 잊겠지. 그때 나가면 되지.]


멜은 나와 시간에 대한 개념이 다른 모양이었다. 100년이면 사람들이 나를 잊는 게 아니라, 내가 나 자신을 잃어버릴 시간이었다.

멜과의 이야기 끝에 일단은 동굴 밖의 상황을 보기로 했다.

길 안내는 멜의 몫이었다. 마수들이 없는지라 가는 길이 어렵지 않았다.


"아까 마수들이 다시 태어난다고 하신 건 뭡니까?"

[흔히 리젠(Regen), 이라는 현상인데 근본이 되는 핵을 없애기 전까지는 마수들이 그 지역에 계속 나와. 보통은 사흘에서 일주일 정도 걸리지.]

"그런데도 여기서 살아갈 수 있는 겁니까?"

[처음만 어렵지 적응하면 아무것도 아냐. 여기는 생각보다 넓거든. 필요한 건 다 있어. 지금도 네가 서두르는 것만 아니면 여기저기 들렸다가 왔을 걸?]


급한 건 클로스 씨의 상태였다. 그가 죽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때였다.


[멈춰.]

"......?"


동굴 밖으로 나가는 길이 코앞이었다. 멜은 무슨 기척을 느꼈는지 나를 멈춰세웠다.

멜은 잠시 말이 없다가.


[하! 세상이 재미있어졌구나? 너 아까 주사위가 뭐라고 했더라?]

"17살 생일이 되면 주사위가 2개 주어진다고 했습니다. 그때 모든 게 정해지죠."

[주사위라... 지금 시대는 그렇게 나오는군. 각 시대마다 변화하는 거니 그러려니 들었는데 생각해보니까 웃기네. 거기다 무작위로 주어진다니. 어쩐지 위화감이 들더만.]


멜은 이해 못할 소리를 말했다.


[잘 들어. 신은 주사위를 굴리지 않아. 어떤 사건이 확률적이라는 것은 단지 우리가 그 과정에 대하여 정확하게 모르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거지.]


어려운 이야기였다. 흑막, 같은 건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누군가 주사위를 가지고 장난을 치는 모양이네. 밖에서부터 역겨운 냄새가 풍겨와. 주로 사용하는 무기가 뭐라고? 검?]

"네 검입니다."

[검이 종류가 한 두개야? 자세히 말해봐. 아니. 상상해봐.]


나는 검신이 긴 롱소드를 생각했다. 투박한 모양이었지만 목적이 확실한 검이었다. 베고 찌르고 죽인다.


[쯧. 미적 센스하고는... 하루에 한 번씩 거울만 봐도 올라갈 것처럼 생겼건만.]


그녀는 말을 마치더니 동굴 벽에 오른손을 갖다대라고 했다.


우우웅--


동굴의 벽에서 철가루들이 나오더니 검의 형태로 연성됐다.

책에서 읽은 적이 있었다. 연금술(鍊金術). 대륙 어딘가 존재한다는 신비로운 힘이었다.


"지금까지 알던 세상과 멜이 보여주는 세상은 다르군요."

[그냥 보여주기 용이야. 몇 번 부딪치면 깨질 거니까 조심하되, 검이 부러지면 바닥에 손을 올려. 지금보다는 더 빠르게 검이 만들어질 거야. 원래 처음에는 시간이 더 걸리는 거니까.]


내 눈동자에 희망이 깃들었다. 멜이 있다면 승산이 전혀 없는 싸움이 아닌 것이다.

처음 듣는 이야기, 새로운 지식, 놀라운 능력! 멜과 이야기를 할 수록 살아서 도망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져만 갔다.

그리고 멜이 말했다.


[그리고 죽어버려.]

"......???"

[지금의 너는 절대 못이겨. 인간들 맨 뒤에 있는 녀석은... 인정하기 싫지만 인공 보석 치고는 꽤나 상등품이야. 이왕 죽는 거 깔끔하게 죽었으면 좋겠어.]


멜이 말하는 '인공 보석'은 내 생각이 맞다면 기사단장일 것이다. 형들과 나 사이에는 주사위 숫자 외에도 분명 좁혀지지 않는 것들이 있었다.

나는 허탈한 심정으로 그녀- 오른손을 바라봤다. 죽음을 앞두고 잠시나마 새로운 삶을 기대를 했던 내 자신이 어리석어 보였다.

칼을 강하게 붙잡았다. 약해졌던 마음을 다시 강하게 붙잡았다. 죽음을 바라보는 건 언제나 두려웠다.


"네. 걱정하지 마시죠. 깔끔하게 다녀오겠습니다. 잠시나마 감사했습니다."


멜은 그런 나를 보고.


[...넌 도대체 나를 어떻게 깨운 거지? 알고 한 게 아니었어?]


어처구니 없다는 듯 말을 했다.


[내 능력이 뭐라고 했지?]

"치유. 회복. 정화..? 연성...?"

[그건 그저 기운이 밖으로 새어나오니까 사람들이 그랬던 거고. 진정한 내 능력은...]


잠시 말이 없다가.


[불사(不死). 죽지 않지. 조금 무리를 하겠지만 육체의 죽음에 한해서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살려줄 수 있어.]


그녀가 품고 있는 생명력이 너무 커서 패스브마냥 치유가 되는 것 뿐. 멜 고유의 능력은 불사였다.

멜의 앙칼졌던 목소리는 전보다 따듯해졌다.


[넌 안 죽어. 절대. 손상에 따라 회복의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지만 말야.]


그녀가 깔끔하게 죽으라는 건 고치는 손이 많이 가지 않게 하라는 말이었다.


[절대로 정신만 깎이지 마. 몸은 고칠 수 있어도 정신은 다르거든.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게 뭔지 아직 너는 모를 거야. 변색될 수도 있다고.]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어릴 적 검술훈련을 나갈 때면 어머니가 이마에 입을 마추며 항상 하는 말이 있었다.

검은 그저 도구일 뿐이란다. 집중하는 것도 좋지만 절대로 너 자신을.

잃어버리지 말거라.


"저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검을 휘두릅니다."

[하! 잘생긴 놈이 의지도 좋네! 너 맘에 든다. 살아나서도 지금과 같다면 내 친히 '계약'을 고려해보지.]


계약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살아만 있다면, 아니 강해질 수만 있다면 언제든 환영이었다.


[아! 그리고 대화는 생각으로 전달할 수 있으니까 밖에 나가서 혼잣말 할 필요는 없어.]


장갑으로 변한 팔찌는 투명하게 변하더니 그대로 손 안에 스며들었다.


'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나는 동굴 밖으로 향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철혈 검가의 주인이 되겠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5 과거 (1) 21.08.20 53 1 13쪽
24 현자 (3) 21.08.18 51 1 12쪽
23 현자 (2) 21.08.16 62 1 11쪽
22 현자 (1) 21.08.14 72 1 12쪽
21 미궁 (5) 21.08.13 62 1 14쪽
20 미궁 (4) 21.08.12 73 1 12쪽
19 미궁 (3) 21.08.11 71 1 12쪽
18 미궁 (2) 21.08.10 83 1 12쪽
17 미궁 (1) 21.08.09 95 1 12쪽
16 마을 (2) 21.08.08 96 2 12쪽
15 마을 (1) 21.08.07 114 2 13쪽
14 거미 사냥 (3) 21.08.06 132 4 12쪽
13 거미 사냥 (2) 21.08.05 124 2 11쪽
12 거미 사냥 (1) 21.08.04 145 2 14쪽
11 재회 (3) 21.08.03 159 5 13쪽
10 재회 (2) 21.08.02 170 6 15쪽
9 재회 (1) 21.08.01 198 8 11쪽
8 문지기 (2) +1 21.07.31 200 10 13쪽
7 문지기 (1) 21.07.30 221 11 11쪽
6 멜리사 아이리스(2) +1 21.07.29 248 13 14쪽
» 멜리사 아이리스(1) 21.07.28 281 11 11쪽
4 마수 (2) +1 21.07.27 298 14 13쪽
3 마수 (1) 21.07.26 367 22 11쪽
2 추격 +1 21.07.26 432 22 14쪽
1 프롤로그 +1 21.07.26 515 26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