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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작 님의 서재입니다.

철혈 검가의 주인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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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작
작품등록일 :
2021.07.26 13:57
최근연재일 :
2021.08.20 21:00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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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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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
글자수 :
137,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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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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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마을 (1)

DUMMY

#

북부는 사람이 사는 곳을 제외하곤 대부분이 산악지대였다.

물론 산에도 사람들이 마을을 형성하고 살고 있었지만 마을이라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규모가 작았으며 몇 가구가 없었다.

이들은 대부분 과거 범죄자가 도망쳐 이룬 거처거나 사냥꾼들의 숙소였다.


나무들은 태양과 가까워지기위해 하늘 높이 솟구쳐 자랐으며 잔가지 가지마다 하얀 겨울이 쌓여있었다.

북쪽으로 올라가는 길은 무척이나 험했으며 곳곳에 땅들이 얼어있어 발을 내딛을 때마다 조심해야 했다.

산길을 따라 올라갈 수록 길은 더욱 험해졌다.


"점점 북쪽으로 향하는 거 같은데 이 길이 맞긴 한 건가?"


덩치가 큰 클로스 씨는 나뭇가지를 좌우로 헤지며 힘겹게 따라왔다.

그의 등에는 그의 덩치만한 가방이 있었다. 오랜기간 묘지기를 하며 주인을 잃어버린 물건들이었으며 지금 우리에겐 유용한 물건들이었다.

그는 사소한 부분에서 세밀한 사람이었다. 지금 입고있는 두꺼운 외투 역시 그의 도움이었다.


"옛문헌을 따라서 이동하고 있습니다."


멜의 이야기를 따라 움직이겠지만 그대로 말해줄 수는 없기에 어릴 적 봤던 고대 문헌을 따라 간다고 말을 했다.


"좋네. 선조들의 지혜는 언제나 필요한 법이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겉보기엔 멜의 능력으로 인해 젊은 얼굴이었지만 그가 살아온 세월은 적지 않았다.

그가 웃으며 답했다.


"그저 숟가락을 하나 더 챙겼을 뿐이네."


산길은 점점 가파라졌지만 다들 어렵지 않게 뒤따라왔다.


'멜. 맞게 가고 있는 거죠?'

[히히. 최고야. 나 어디 바뀐 데 없어?]

'...네에?!'


멜은 미쉘의 보석 세척 이후에 기분이 좋았는지 평소보다 목소리 톤이 더 높아져 있었다.


[정말 모르겠어? 엄청 티나는데!!]

'멜은 항상 아름답죠. 예쁨이 묻어있네요.'

[맞지만 땡!! 틀렸어. 쉬워, 쉽다고!]


미쉘은 네모난 가방을 한 손에 들고 묵묵히 따라왔다. 중간중간 내게 말을 걸긴 했지만 대부분이 내 안부였다.


"도련님. 배고프지는 않으신가요? 샌드위치 드릴까요?"

"괜찮아. 밥 먹은지 얼마 안 됐잖아."

"힘들지는 않으십니까? 업어드릴까요?"

"아.. 아냐. 마음만 받을게."

[나! 나! 미쉘님한테 업히고 싶어!!]

'...멜도 마음만 받아요.'


여행길은 조용하질 않았다.

나 역시 첫 여행이라 들떠있었다.

17년간 내 삶의 대부분은 저택 안이었고 가끔 밤에 몰래 나오는 근처 마을이 전부였다.

겨울 하늘은 맑고 청아했으며 시야가 탁 트여있으니 후련했다. 발걸음이 가벼웠다.

우리는 해가 떨어지면 발걸음을 멈췄고 야영을 하곤 다시 이동하기를 반복했다.

밤에는 서로 돌아가며 불침번을 섰으며 때론 짐승들이 위협을 하기도 했지만 그들은 좋은 저녁거리였다.

웃고 떠들며 나흘을 더 걸었고 산을 내려오는 길 근처에 마을이 하나 보였다.


"오! 이런 외진 곳에도 마을이 있군."


마을에 몇 없는 집들은 전부 파란 지붕이었고 저녁을 준비하는 듯 따듯한 음식냄새가 풍겼다.

미쉘이 아는 체를 했다.


"사냥꾼들의 거처일 겁니다. 근처 마을에서 왔던 시녀에게 들었습니다. 근처 자급자족하는 파란 지붕의 마을에서 왔다고 하더군요."

"괜찮다면 마을 들려서 정비를 하고 다시 출발하는 건 어떻겠나."


마침 육포도 떨어졌고 말이네, 클로스 씨가 마치 방금 떠오른 좋은 생각인 것처럼 말했다.

미쉘은 손가락을 꼼지락 거렸다. 산길은 험한 것은 둘 째치고 잔가지들에 옷이 걸려 신경쓰였던 모양이었다. 그녀 역시 기대하는 눈치였다.


"좋습니다. 하룻밤 정비하고 가죠."

"하핫. 좋은 생각일세. 마을에 가면 내 재미있는 얘기도 해주지."


태양은 산 끝에 걸려 있었고 시위는 점점 어두위지고 있었다.

굳이 마을을 앞에 두고 야영을 준비할 필요는 없었다.

우리는 산길을 따라 내려가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멜. 상관없겠죠?'

[응! 이제 한 달만 더 올라가면 돼!]

'한 달이요??!'

[그정도면 잠깐 눈 감았다 뜨는 정도 아냐?]


멜과 나의 시간 개념이 너무 달랐다.


'지름길 없을까요?'

[정도에서 벗어나지 말랬어. 왜. 더 빨리가고 싶어?]

'가능하다면요.'

[있긴한데 고생 좀 할텐데...]


나는 멜의 설명을 들었다.


'마을에 가면 일행들이랑 얘기를 해볼게요.'


마을 입구에는 한 노인가 앉아있었다.

마을 입구라 해도 울타리 안에 네다섯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정도라 그냥 자기 집앞 의자에 앉아있는 꼴이었다.


"여행객이쇼?"


노인의 말에 클로스 씨가 앞장 서서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아내와 여행 중입니다. 여기는 안내인이고요. 하룻밤 신세를 져도 괜찮겠습니까?"


오기 전에 미리 말을 맞췄다.

클로스 씨와 미쉘은 부부로 하고 나는 여행길을 안내하는 사람 정도로 말이다.

파란눈에 흰머리 클로스 씨와, 오드아이의 미쉘, 검은 머리와 검은 눈동자의 나, 외견이 모두 다르다보니 끼워맞춘 모양새였지만 촌장은 신경쓰지 않았다.


"반갑수다. 촌장 데이빗이요."


노인은 퉁명스레 말했다.


"여행객이 사용하는 빈집이 하나 있다만 거... 손 좀 보여주소."


아무에게나 손바닥을 보여주는 건 아니지만 외진 곳에 있는 마을인지라 타지인을 경계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우리는 차례로 손바닥을 보이자 그 역시 손바닥을 보였다. 촌장 데이빗은 양손 합이 클로스 씨와 마찬가지로 6이었다.

그가 빈집으로 일행을 안내했다.


"얼마나 머물 거요?"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할 겁니다."

"젊은 사람들이 여기 뭐 볼게 있다고 왔는가?"


여기선 내가 나섰다.


"북쪽으로 올라가면 유적지가 있다하여 안내하는 중이었습니다."


촌장은 돌연듯 내 말에 인상을 팍 구겼다.


"아직 어려보이는구마. 학생이요?"

"그렇게 형편 좋은 사람은 아닙니다. 그저 돈 받고 안내하는 사람이죠."

"아직도 그 이상한 소문을 믿는 사람이 있나! 혹시 가려는 곳이 산너머에 있는 그 흉악한 곳은 아니겠지?"


돌연듯 촌장의 표정이 굳었다. 촌장의 자글거리는 주름 위로 노을이 내려앉았다.

나는 촌장의 말에 의아했다.


"저희가 가는 길은 그보다 더 위에 있습니다. 아직 한참 남았다만... 여기도 근처에 유적지가 있답니까?"

"유적지는 무슨. 괴물 둥지지."


촌장은 안내인이라고 말했던 나를 보며 쯧, 하고 혀를 차더니 겁을 주려는 듯 말했다.


"특히 학생. 학생처럼 주사위가 4인 사람은 근처에 가기만 해도 사라져버릴 거요. 손님들을 죽음으로 인도할 생각이 없다면 조심히 제 갈길 가소."


허리가 굽은 촌장은 내 눈을 치켜봤다.


"경고하건데 행여나 갈 생각이덜 마소. 일 없으니."


이내 촌장은 우리를 빈집으로 안내하고는 사라졌다.

촌장이 사라지자 미쉘이 귓가에 소곤소곤 말했다.


"리암 도련님. 들어가서 짐을 푸시죠."


우리는 빈집 안으로 들어갔다. 빈집은 2층 건물이었다.

1층에는 식기와 테이블이 보였고 우측 계단을 통해 올라가면 2층에는 각자 머물 수 있는 방이 있었다.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았는지 문은 삐걱였고 내부는 먼지가 쌓여있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나무로 된 바닥이 먼지를 토했고 우리는 잠깐의 환기 뒤에야 편히 숨을 쉴 수 있었다.


"저는 2층을 청소하고 오겠습니다."

"나는 저녁을 준비하겠네."


미쉘과 클로스 씨는 각자 할 일을 말한뒤 분주하게 움직였다.

나는 둘에게 양해를 구한 뒤 밖으로 나와 마을을 조사했다. 촌창 데이빗의 말이 떠올랐다.


'멜. 아무래도 이거.'

[맞아. 던전이야.]

'역시!!'

[흠.. 근데 까다로운 던전이라 시간을 꽤 잡아먹을 걸? 그거 말고도 던전은 많으니까. 여긴 그냥 넘어가자.]


"여서 뭐하소?"


갑작스레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돌아보니 촌장 데이빗이 보였다. 탐탁치 않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어르신 아까 말씀드리지 못했는데요."

"유적지가 거기였다더니 하는 딴소리는 아니겠지?"


그의 말에 순간 찔끔했으나 나는 담담하게 그의 말을 받았다.


"헤헤.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는 근처 지도가 있나 구하려 왔습니다."

"지도는 무슨. 안내인이 지도도 없이 나온단 말이오?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말고 가서 쉬쇼. 일 없으니."


촌장의 표독스런 표정을 보니 다른 말을 한다하여 경계를 풀진 못할듯 싶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안내인이라는 나를 좋게 보진 않았다.


'건드리지 말라는데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는 없죠.'

[그래. 갈 길도 먼데 굳이 돌아가지 말자.]


어쩔 수 없이 뒤돌아 가려는데 옆집 1층 창문이 열리며 한 아주머니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학생~!"


아주머니가 손짓을 했다.


"말 안 통하는 늙은이는 내비두고 와서 옥수수 가져가~"

"앗. 감사합니다!"


나는 인사성 좋게 웃으며 아주머니가 주는 작은 광주리를 받았다.


"그리고 이거 말인데.."


그녀는 편지지를 한나 건넸다.


"...?"

"아래 큰마을로 다시 내려갈 거지? 거 큰 저택에 딸아이가 잡일하고 있는데 지난 달부터 연락이 끊겨서 말야. 학생이 괜찮다면 부탁 좀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

"음. 길이 겹칠지는 모르겠는데요."


다시 아래 마을로 내려갈 계획은 없었기에 정중히 거절하려 했으나 아주머니의 표정에 근심이 서려있었다.


"딸애가 연락을 안 할리 없는데 갑자기 소식을 모르겠단 말이지. 어디 큰 마을에 들리면 전서구라도 날려줘. 학생. 내가 돈은 줄테니까 자잘한 건 걱정말고."


큰 마을에는 왕복으로 오가는 전서구가 있었기에 마을에서 먼저 보내면 답장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런 작은 마을에 따로 전서구가 없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하물며 자급자족을 하는 마을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다른 큰 마을에 들리게 되면 부탁을 들어줄 양으로 말했다.


"보내는 위치가 어떻게 되죠?"

"아이고 고맙네. 큰 마을에 가장 큰 저택이거든? 슈왈로우라고, 학생도 알지?"

"......"

"그치. 북부에서 그 집안을 모를리가 없지. 거기 메리, 라는 계집애가 있는데 고년이 내 딸이야. 학생또래에 이쁘- 장하게 생겼으니까 학생도 얼굴 보면 나쁘지 않을 거야. 그치? 학생이 편지를 잘만 보내주면 아줌마가 소개도 시켜줄게. 어때. 직접 주고 오는 게 좋겠지?"

"......"

"학생도 인물이 좋으니까 잘 어울릴 거야. 가서 얼굴도 좀 보고 소식도 전해주고 말야. 그럼 좋겠어.사람들이랑 옥수수도 같이 쪄먹고 내려가면 편지도 전해주고. 부탁할게. 응? 연락을 안 할 애가 아닌데 말야. 참-한 애니까 학생이랑도 어울릴 거야. 어머, 아줌마가 주책이다 그치?"


그렇게 수다스러운 아주머니는 내게 옥수수 광주리리와 함께 하늘하늘 파란 편지봉투를 건네곤 밝게 웃었다.

편지봉투에는 메리에게, 라고 적혀있었다. 나는 편지봉투를 품에 넣었다.

미쉘이 이 파란지붕 마을에서 온 시녀가 있다고 했었다. 재잘거리길 좋아하는 시녀라고 했고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미쉘은 본인이 유일한 생존자라고 말했었다.

편지봉투를 잡는 손이 떨렸지만 내색하지 않기 위해 숨을 참았다.


[리암..?]

'안 좋은 생각이 들어서 그래요. 괜찮아요. 그러니까 잠깐만요.'


나는 힘겹게 숨을 내뱉었다.


"학생...? 괜찮아? 아줌마가 괜히 부담주는 거 아니지? 혹시 여자친구가 있던 거야?"


아주머니가 걱정스런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딸아이를 걱정하는 어머니의 눈이었다.


"편지는 꼭 전할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옥수수도 맛있게 먹겠습니다."


나는 다시 싱그럽게 웃으며 아주머니의 친절에 감사했다.

편지를 전해주겠다는 말에 그녀는 환하게 웃었다.


"아이고 착하기도 해라. 학생은 참 듬직하기도 하네. 저 영감도 학생이 착하다는 걸 알아야 하는데 말야. 비밀인데, 저 영감 손주가 내 딸을 좋아했었거든. 호호. 여긴 생각도 없는데 말야. 웃기지? 우리 딸이 얼마나 야무진지 몰라."


아주머니는 오랜만에 만난 수다 상대를 만난듯 신나게 이야기를 했다.


"그 촌장님 손주 분은 여기 안 계신가 봐요."

"아...!"


아주머니는 말실수를 한듯 촌장네 집의 눈치를 봤다.


"아니. 그.. 유적지에서 사라졌어. 딸아이를 만나겠다고 큰 마을에 내려갔다 돌아오더니 갑자기 미궁에 들어가겠다는 거 아니니?"


아주머니의 얼굴이 한순간 불안해졌으나 금새 표정을 바로 잡고 호호, 웃었다.


"실례지만 그게 언제죠?

"얼마 안 됐어. 지난주니까 이제 닷새 지났네."


시간은 금방 지났고 클로스 씨가 식사 준비가 끝났다고 소리치는 걸 듣고나서야 아주머니와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떴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멜. 부탁이 있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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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현자 (3) 21.08.18 51 1 12쪽
23 현자 (2) 21.08.16 62 1 11쪽
22 현자 (1) 21.08.14 72 1 12쪽
21 미궁 (5) 21.08.13 62 1 14쪽
20 미궁 (4) 21.08.12 73 1 12쪽
19 미궁 (3) 21.08.11 71 1 12쪽
18 미궁 (2) 21.08.10 83 1 12쪽
17 미궁 (1) 21.08.09 95 1 12쪽
16 마을 (2) 21.08.08 96 2 12쪽
» 마을 (1) 21.08.07 114 2 13쪽
14 거미 사냥 (3) 21.08.06 132 4 12쪽
13 거미 사냥 (2) 21.08.05 124 2 11쪽
12 거미 사냥 (1) 21.08.04 145 2 14쪽
11 재회 (3) 21.08.03 159 5 13쪽
10 재회 (2) 21.08.02 170 6 15쪽
9 재회 (1) 21.08.01 198 8 11쪽
8 문지기 (2) +1 21.07.31 200 10 13쪽
7 문지기 (1) 21.07.30 221 11 11쪽
6 멜리사 아이리스(2) +1 21.07.29 248 13 14쪽
5 멜리사 아이리스(1) 21.07.28 280 11 11쪽
4 마수 (2) +1 21.07.27 298 14 13쪽
3 마수 (1) 21.07.26 367 22 11쪽
2 추격 +1 21.07.26 432 22 14쪽
1 프롤로그 +1 21.07.26 514 26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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