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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ya 님의 서재입니다.

촉법소년은 보호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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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ya
작품등록일 :
2023.12.25 04:33
최근연재일 :
2024.05.08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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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5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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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화. 돌아온 아들

DUMMY

“다른 이들은 아이들을 돌보러 가세나. 서주, 그리고 부목사들은 잠시 얘기 좀 하지.”


그렇게 말한 후, 발걸음을 옮겼다.

당장 멀리 움직인 건 아니었다.

조용히 나눠야 할 이야기지만, 애써 숨길 필요는 없는 듯했다.


“다들 적응이 필요할 걸세. 새로운 장소이지 않은가? 더군다나 예배를 주도한 경험은 다들 적을 테니 말일세.”

“예.”

“새벽 기도는 매일 있다네. 연습으로는 충분할 테야. 또한, 내가 예배하는 모습을 보면서 복기하게나. 그럼 금세 홀로 진행해도 될 정도가 될 걸세.”


유아부와 새벽기도.

이 두 가지가 추가되었다.

이제 평범한 교회가 하는 일마저 모두 갖춰졌다는 말이기도 했다.


“다만, 빠르게 적응해야 함세. 머지않아 확장 역시도 이뤄질 테니.”

“확장 말이십니까?”

“그래.”


동시에 평범치 못한 수단 역시도 동원했다.

극단적인 상황을 연출하고, 비범한 능력을 보여주었다.

헌금으로 신도 복지 수단을 마련하기도 했다.

여기에 가장 결정적으로···,


“서울엔 교회를 더는 운영치 못하는 이들이 많지. 그들에게서 신도들을 넘겨받기로 했다네.”


든든한 황금이 존재했다.

남들이 더 키워내지 못한 나무를 사들일 정도로 말이다.


“이를 모아서 접목한다면, 괜찮은 교회 하나를 만들 수 있겠지. 또한, 그곳 역시 레저 피노키오 지점과 제휴를 맺을 테고.”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애초에 체계만 잡아두면 될 일이었다.

확장만큼 돈으로 밀어붙이기 쉬운 작업은 없었으니까.



***


지하실.

천선이 태블릿PC를 부지런히 조작한다.

표정은 밝았고 손길은 경쾌했다.

짧막한 복수와 오랜 염원이 해결된 지금, 복잡한 괴로움 따위는 전혀 없었다.


“천선 씨? 아침부터 무슨 일 있습니까?”


유송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들어왔다.

보아하니, 출근하자마자 이곳으로 온 모양이다.


“아니요, 딱히요. 일정은 점심부터예요.”

“그럼···.”

“오히려 아무 일도 없어서 불렀어요. 시간이 남길래요.”


오전 일정이 붕 뜨는 모양이다.

그동안 남은 비디오테이프라고 틀어둘 생각이겠지.

보는 둥 마는 둥 넘기면서.


“다 보긴 할 생각이에요. 이 안에 쓸 만한 게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기대는 안 하지만.”


그러면서 리모컨 버튼을 눌렀다.

미리 넣어둔 비디오테이프를 재생시키기 위해서였다.



***


화면에서 뿌옇게 지하실이 담겼다.

바닥을 향했던 시선은 금세 벽과 가구를 향해 올라갔다.


“찍고 있어?”

“예, 사장님.”


두오의 대답이 들리고 캠코더는 빠르게 돌아갔다.

이제 두 사람, 도플갱어와 양아버지만이 담겼다.


“산범아, 오늘은 집 구경시켜줄게.”

“정말요?”

“그래.”


다정하게 손을 잡고선 철문을 나선다.

어두컴컴한 복도를 지나, 계단을 올라간다.

그리고 마침내 환한 빛을 맞이했다.


“넓지?”


저택은 지금과도 다를 바 없이 넓었다.

더군다나 꽉 막힌 지하와 비교한다면, 광야에 나오기라도 한 것처럼 숨통이 트인다.


“···네. 어젠 제대로 못 봤는데, 진짜 좋은 것 같아요.”

“그럼! 아빠는 산범이한테 뭐든지 다 해줄 수 있어!”

“정말요? 나 여기서 살아도 돼요?”


집이라는 것.

그 용도를 생각한다면 당연한 질문이다.

아이에게도 그 정도 상식은 있었다.


“···응? 아, 그래도 방은 지하실이야. 위험하거든.”


집이라고 소개했지만, 결코 지상에서 함부로 지낼 수는 없었다.

물론, 양아버지도 아들처럼 지내고는 싶겠지.

아쉬운 노릇이다.


하지만 여러모로 걸리는 점이 너무나 많았다.

정체가 드러날 수 있었고, 도망칠지도 몰랐다.

혹여 누군가와 친해진다면 미주알고주알 사정을 떠벌릴 수도 있다.

더군다나 지금 상황은 엄밀히 말하면 납치 중 아닌가?


“위험이요?”

“함부로 돌아다니다간 다칠 수 있다는 말이야.”

“아, 맞아요. 엄마나 나나 집에선 자주 맞았어요.”


다행히도 불행히도, 도플갱어는 납득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래. 다른 가족도 소개해줄게. 마침 보이네.”

“저기요?”


양아버지가 한 방향을 향해 손짓했다.

그곳엔 산범보다도 작은 아이가 보였다.


“녹호야, 이리 와 봐.”


단정하고 귀공자 같은 옷차림이다.

팔다리는 톡 치면 부러질 듯이 얇았다.

너무나 유약하고 소심한 아이, 어린 시절의 피녹호다.


“아, 아빠? 형이···.”

“맞아, 형이야. 산범이가 돌아왔어.”

“정말요? 진짜 형이에요?”


죽은 사람은 돌아올 수 없다.

당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어린아이는 이조차 모르겠지.

점차 깨달아갈 뿐이다.


“땅에 묻고 울었잖아요? 엄마랑 아빠랑 다···.”


그래, 계기만 있다면 어렴풋이 깨달아간다.

움직이지 않는 몸이라든가, 땅에 묻거나 태우는 장례라든가, 울고 있는 부모님이라든가.


“아빠가 데려왔어. 어떻게든 살려서, 아빠가 데려왔어.”

“아···. 다행이다. 엄마랑 아빠랑 많이 울었는데···.”

“응, 정말 다행이지?”


막 깨닫기 시작한 개념이다.

그만큼 상식이란 무르기 그지없었다.

영원한 헤어짐인 줄 알았지만, 그저 착각인가 싶겠지.

뒤에 있는 내막은 알지 못한 채로.


“그 대신 함부로 말하고 다니면 안 돼. 누가 질투할지도 모르거든.”

“질투요?”

“그래, 아무나 돌아올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아···. 엄마는요? 엄마도 많이 보고 싶을 텐데···.”


녹호의 어머니.

그 말이 나오자 화면이 흠칫 떨렸다.


“많이 울었어요. 형이 돌아왔다고 하면 기운을 차릴 거예요.”

“···그래. 알려야지. 불러와줄래?”

“네! 당장 불러올게요!”


어린 녹호가 얼른 뒤돌아서 달려갔다.

혹시나 말이라도 바꿀까, 다급히도 움직인다.

안방 문으로 들어가자, 대화 소리가 문밖을 요란하게 뛰쳐나왔다.


“엄마!”

“···호야. 무슨 일이야?”

“산범이 형! 산범이 형이 돌아왔어!”


기쁜 목소리로 소리쳤다.

호들갑에 순수한 바람이 깃들어 있었다.

제 어미가 기운을 차렸으면 하는, 어리디어린 소망 말이다.


“···호야. 그런 이야기 하지 마.”

“거짓말 아니야, 엄마!”

“제발···. 그러지 마···. 산범이 얘기···, 하지 마···.”


또렷하진 않았다.

하지만 들려오는 흐느낌은 너무나 불안했다.

당장이라도 터질 것만 같은 괴로움이 깃들었다.


“일단 나와 봐! 아빠가 형을 데려왔다고!”

“진짜 왜 그러는 거야···.”


캠코더에도 녹음이 될 정도로 큰 목소리.

고함 섞인 흐느낌이란, 위험하디 위험한 감정이었다.

분노는 뜨겁고 슬픔은 흘러내리기 때문이다.

끓는 기름 같은 감정은 사방으로 튀어, 피부를 녹아내리게 할지도 몰랐다.


“제발 나와서 형을···”


짜악···!


녹호가 젊은 여인을 막 끌고 나온 직후.

기름 터지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동시에 여린 뺨은 홱 돌아가 있었다.


“그만해! 그만하라고! 돌아올 수 없단 말이야!”

“아파···.”

“눈앞에서 날아갔다고. 차에 치여서 저 멀리···!”


그래, 제정신이 아닐 터였다.

자식 잃은 부모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이를 들쑤시니 핏물은 투명하게 쏟아질 뿐이다.

어린 녹호만이 그 비릿함을 오롯이 감내해야 했다.


“엄마···, 그래도···. 이제는···.”

“돌아왔어, 여보.”


양아버지가 나선 것도 그때였다.

산범을 데리고서 울고 있는 여인에게로 향했다.


“봐봐. 돌아왔다고.”

“···뭐야.”

“뭐긴, 산범이잖아?”

“산범이가···, 어떻게···.”


비틀대면서 몇 걸음을 뗀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죽었던 아들이 돌아오다니.


“저, 정말 산범이야?”


간절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누구보다도 슬펐을 테지.

그러니 앓아누웠을 테고.

아들이 살아만 있다면, 가장 기뻐할 사람이기도 했다.


“아···, 그···.”

“산범아?”

“엄···, 마···, 요?”


도플갱어도 눈치는 있었다.

무언가를 바라는지 얼핏 알아챌 정도로 말이다.


“이제···, 엄마···.”

“···아니잖아.”


하지만 자식 잃은 어미가 바라는 건 달랐다.

이러한 기만이 아니라 진짜 자식을 바랐다.


“아니잖아.”

“여보, 잘 보면 산범이가···”

“아니잖아···!”


절규가 한 차례 울려 퍼졌다.

섣부른 행동이 상처만 들쑤시고 말았다.

지독하게 자식을 닮은 얼굴이 자신을 부르자, 더는 버틸 수 없었다.


“아아아아아아아···!”


귀곡성이 울렸다.

그건 사람이 내는 소리라고 믿기 힘들었다.

괴로움이 쥐어짜이는 음성은 함부로 표현할 수 없었다.


“여보! 여보···!”

“사모님···!”

“아아아아악···! 꺼윽···! 으아아아아아아아아···!”


흐릿하고 화면이 크게 흔들렸다.

그리고 이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


“아···.”


유송이 안타깝다는 듯한 단말마를 내뱉었다.


“빨리 감을게요.”

“네?”

“별 내용 없을 것 같아서요.”


화면은 빠르게 움직였다.

응급처치와 상황 수습으로 정신이 없었다.

녹화도 곧 끝냈는지, TV는 금세 암전된다.


“정말 괜찮으신 것 맞습니까?”

“뭐가요?”

“방금 영상···.”


천선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건 제 양어머니가 힘든 모습이었죠. 제가 괴로움을 보였나요?”

“······.”

“더군다나 지금은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어쨌거나 다 지난 일이잖아요.”


틀린 말은 아니다.

유송이 유독 충격을 받았을 뿐이다.

과거사를 처음 확인했기 때문이다.


반면, 도플갱어는 이미 겪어본 일이었다.

숨길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보게 둔 것이다.

자신은 극복했다고 생각했기에.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있는 와중이니, 실제로도 담담하게 넘기는 중이다.


“이제 가죠.”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낮에 있을 일정 때문이다.



***


한 대학교 운동장.

바닥에는 색 테이프로 여러 선이 그어졌다.

레크레이션이라도 할 예정인 듯했다.

기다란 전광판 같은 것도 이곳에 도착했다.

예현이 카페에서 썼던 물건, 이동식 스크린이다.


“곧 있으면 고용한 인원도 도착할 겁니다.”

“네, 고생했어요.”


천선은 여느 때와 분위기가 달랐다.

민소매 후드를 푹 눌러써, 얼굴을 최대한 가린 채였다.

팔 근육을 내보이며 남성미도 한껏 뽐냈다.

여우 같은 인상은 떠올리기도 힘들 정도다.


“누구 찾으십니까? 계속 두리번거리시는데···.”

“중요한 사람은 아니고요. 그냥···, 아. 저기 오네요.”


손을 뻗어 흔들었다.

그러자 몇 사람이 종종걸음을 치면서 다가온다.


“저 애들은···.”


테이를 괴롭혔던 아이들.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작가의말

시놉시스(줄거리)는 다 짜둔 상태입니다.

하지만 진행하다 보면 조금씩 고쳐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나, 지금.

녹호 파트, 예현 파트, 천선 파트, 그리고 비디오 파트.

이 네 가지 축을 함께 다뤄야 합니다.


...쿨럭

이 외에도 고려해야 할 사항까지 따지자면...

자세한 해설은 후기를 쓸 때 해드리겠습니다.

1년만 함께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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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94화. 가위바위보 24.04.18 5 0 12쪽
93 93화. 날카로움 24.04.16 7 0 12쪽
» 92화. 돌아온 아들 24.04.15 8 0 12쪽
91 91화. 소년병 24.04.13 9 0 12쪽
90 90화. 비디오테이프 24.04.11 8 0 12쪽
89 89화. 어머님 24.04.09 9 0 12쪽
88 88화. 천재 24.04.08 10 0 12쪽
87 87화. 복수 24.04.06 11 0 12쪽
86 86화. 도마 위 24.04.04 9 0 12쪽
85 85화. 보호받아야 할 24.04.03 7 0 12쪽
84 84화. 개판 24.04.01 9 0 12쪽
83 83화. 외모라는 컨텐츠 24.03.30 1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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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80화. 종말 24.03.25 1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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