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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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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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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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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2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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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역습

DUMMY

화려한 대항상단 단주실에 세 사람이 마주하고 있다.

마주하고 있지만 한 사람의 노인을 다른 두 사람이 극진히 대우하고 있는 모습이 그들의 상하관계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었다.

가운데 앉아 있는 노인은 장세모 부전주였다. 대항상단의 연락에 장세모가 직접 대항상단으로 온 것이다. 독립검수 여섯 명을 데리고.

장세모 부전주는 목걸이를 들고 나타난 놈들이 요구하는 삼천 냥을 지불할 의사가 없었다. 아니 의사가 없다기 보다는, 조직에 삼천 냥의 거금을 지불해 주길 요청하는 것 자체가 자신을 무능한 바보라고 스스로 얘기하는 것이나 진배없었다. 목걸이에 대한 조직의 관심이 급속히 줄어 든 때문이다. 그렇다고 목걸이를 포기할 수도 없었다. 그것은 장세모에게 주어진 임무인 까닭이다.

대항상단 단주의 말에 의하면 그 목걸이는 자신이 찾고 있는 것에 틀림없었다.

“부전주님께서 직접 오시다니 뜻밖이라 놀랐습니다. 하지만 부전주님을 직접 뵙게 되어 본인으로서는 무한한 영광입니다.”

단주가 비굴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단주는 종칠각의 각주를 겸임하고 있었으나 외곽조직의 수장일 뿐, 본부 조직의 부전주는 자신에게는 하늘 같은 상관이었다.

하지만 단주가 그렇게 높게 받들고 있는 장세모의 마음은 씁쓸했다.

횡이수전주에게 보고하고 빈객청의 지원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하고 독립검수의 대동을 허락 받았을 뿐이다. 이전의 전주라면 황장로로부터 빈객청의 지원을 받아 내었을 것이다. 신임 전주는 목걸이를 찾는 일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그놈들은 어떤 자들인가?”

장세모가 단주에게 물었다.

“젊은 놈 둘이 왔었습니다. 돌아간 후부터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습니다만 별다른 움직임은 없고 밤에는 항주 시내의 기루에서 술을 마시고 낮에는 머무는 객잔에서 뒹굴기만 하고 있습니다. 돈 좀 있는 파락호 놈들이 분명한 듯 합니다.”

단주를 대신해 총관이 보고했고 단주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다른 일행은 없는가?”

“접촉하는 인물은 없었습니다.”

장세모의 질문에 다시 총관이 보고했다.

실제로도 항백과 경표는 밤마다 기루에서 술 마시고 낮에는 객잔의 침실에 있었다. 소노 일행 역시 동일한 객잔의 별채에 머무르고 있었는데 오히려 한 객잔에 머물며 은밀히 만났기에 감시의 눈을 피할 수 있었다. 등하불명燈下不明이 이런 경우였다.

“내가 직접 목걸이를 한번 보고 싶군. 그들을 불러 주게. 그들을 만나 본 후 이번 건은 내가 처리할 테니 단주는 이 건에 대해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도 되네.”

장세모의 얘기에 총관은 항백과 경표에게 연락을 넣으러 나갔다.

목걸이 건을 신경 쓰지 말라는 부전주의 얘기에 단주는 한편으론 시원했고 한편으론 섭섭했다. 단주는 자신의 본 마음이 어느 것인지 골똘히 생각하면서 자리를 일어섰다.

기실 두 가지 마음이 모두 자신의 본 마음이고 인간의 보편적 심성心性이라는 데에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객잔의 별채에 삼조와 소노 일행이 모였다.

“상단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내일 보자고 합니다. 구매자가 나타났다는군요.”

항백이 말했다.

“조직에서 누군가 내려온 모양이군.”

“그들이 항형과 경형을 공격하지 않을까 걱정이군요”

두원과 남태혼이 한 마디씩 했다.

“이목耳目이 많으니 상단에서 직접 두 사람을 공격하진 못할 것이야. 대신 오늘부턴 각별히 신경을 쓰게. 겉으로는 그들이 기습을 하도록 허술히 해야겠지만 속으론 항상 경계 태세를 유지해야 할걸세”

소노가 항백과 경표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다음날이 되어 항백과 경표가 대항상단을 찾았고 단주실에서 장세모를 만났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만나서 반갑소”

항백과 경표가 장세모와 인사를 나누었다. 장세모가 빠른 눈길로 둘을 세세하게 훑었다.

항백과 경표는 장세모가 자신들을 살펴보는걸 알았기에 수준 있는 파락호 흉내를 내었다. 즉, 겉으로는 점잖게 행동하나 미세한 곳에서 파락호의 본 모습을 노출시켜 상대로 하여금 경계를 풀게 만들었다.

“목걸이를 좀 보여주시겠소?”

장세모가 직접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통상은 거래의 중개를 담당하는 단주가 나서 해야 할 일이었으나 장세모가 직접 나섰다.

장세모도 정보계통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으로 주의력이 부족하거나 머리 회전이 느린 사람이 아니었으나 요즈음 전성기 시절의 감각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었다. 몇 차례의 실패, 조직의 냉대, 될 대로 되라는 본인의 심정 등이 겹쳐 장세모의 감각과 능력을 조금씩 갉아먹고 있었다.

항백이 품에서 상자를 꺼내 뚜껑을 열고 목걸이를 보였다.

“자세히 살펴보고 싶소만.”

장세모가 요청했고 항백은 저번처럼 자신이 목걸이를 상자에서 꺼내 장세모 앞에서 목걸이를 돌려가며 자세히 보여 주었다.

한 치 반 크기의 푸른 삼각목걸이로 측면에 미세한 홈과 돌기가 불규칙하게 있었다. 장세모 자신이 찾고 있던 목걸이임이 분명했다.

“좋은 물건이오. 하지만 가격이 너무 높소. 삼천 냥을 요구하신다고 들었는데 너무 과하오.”

“어느 정도를 생각하시오?”

“일천 냥 드리겠소. 그것도 무척 높게 값을 매긴 거요. 더 이상은 곤란하오”

장세모가 절충 가격을 제시했다.

“구매자분께서 가격을 제시하시니 나도 성의를 보여야겠군요. 오백 냥 빼드리겠소. 이천 오백 냥으로 하시지요. 나도 더 이상은 곤란하오”

한쪽 다리를 미세하게 달달 떨며 항백이 말하자 장세모의 미간이 이내 찌푸려졌다.

서로 말없이 시간이 흘렀다.

단주가 어색한 침묵을 깨기 위해 입을 열려는 찰나,

“이번 거래는 없던 것으로 합시다.”

이제껏 항백 옆에서 아무 말없이 가만히 있던 경표가 갑자기 한마디를 불쑥 내뱉곤 벌떡 일어서 나가 버렸다.

“어허~ 참, 저 친구가 성격이 급해 저런 것이니 양해 바라오.”

항백이 장세모 일행에게 웃으며 양해를 구한 후 경표를 따라 나섰다.

“쓰레기 같은 놈들~”

장세모의 입에서 욕이 나지막이 새어 나왔다.



자시子時를 넘긴 시각에 항백과 경표가 술에 취해 어깨동무를 하곤 한적한 거리를 나란히 걷고 있었다. 둘은 오늘도 기루에서 아가씨를 끼고 주거니 받거니 술잔을 기울이다 객잔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그런 둘 뒤로 네 명의 복면인이 조용히 뒤따랐다. 항백이 길에서 오줌을 눈다고 섰고 경표도 덩달아 항백 옆에 붙어서 함께 오줌을 누었다.

“내가 좀 멀리 가지? 클클”

항백이 경표를 쳐다보며 헤벌쩍 미소를 지었다. 둘은 한동안 서로의 오줌발이 멀다고 우기다가 바지춤을 추스르고 돌아섰다.

“이크~놀라 심장 멎을 뻔 했네. 당신들 누구야?”

뒤로 돌던 항백이 깜짝 놀라 큰 소리를 질렀다. 그들 뒤에 네 명의 사내가 검은 복면을 한 채 가만히 서있었던 것이다.

순간 경표가 발을 내뻗자 신고 있던 신발이 복면인들에게 날아갔고, 복면인들이 암기인 줄 알고 주춤거릴 때 재빨리 옆길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표는 몇 걸음 내딛지도 못하고 멈춰 섰다. 경표 앞에 다시 두 명의 복면인이 있었던 것이다. 두 명의 복면인들이 경표에게로 다가옴에 따라 경표는 뒷걸음질을 했고 곧 원래의 자리인 항백 옆으로 돌아왔다. 이제 여섯 명의 복면인이 항백과 경표를 둘러싸게 되었다.

여섯 명의 복면인들이 아무 말없이 검을 빼들었다.

“누구신데 이러시오? 우리는 선량한 사람이오. 사람을 잘못보고 이러시는 것 같은데 다시 한번 우리를 살펴보시오.”

항백이 울먹이는 소리로 애원했다. 하지만 복면인들은 한 점의 동요도 없었다.

항백이 다시 애원조로 두 손을 맞잡고 입을 열려는 찰나, 아무런 신호도 없이 갑자기 복면인 하나가 항백에게로 검을 찔러왔다. 항백이 몸을 돌려 겨우 검을 피하자 항백과 경표는 자연이 등을 마주하고 복면인들을 대하는 형국이 되었다.

다시 복면인 하나가 신형을 날리며 검으로 두 사람을 베어왔다. 하지만 복면인의 검은 두 사람에게 이르지 못했다. 대신 캉~ 하는 날카로운 금속음이 한밤의 정적을 깨웠다. 두원이 던진 비수가 신형을 날리며 베어오던 복면인의 검에 부딪혀 나는 소리였다.

어둠 속에서 두원과 남궁이현, 당수진, 서홍, 남태혼 및 무림맹 항주 지부의 책임무사가 나타났다. 그는 두원이 항주 지부장에게 요청하여 지원받은 무인을 통솔하는 사람이었다. 이제 숫자는 항백 일행이 더 많았다.

두원, 남궁이현, 항백과 경표가 한 명씩의 복면인과 마주했고 서홍과 남태혼이 한 명의 복면인을 마주했으며 당수진과 무림맹 책임무사가 나머지 한 명의 복면인과 맞섰다.

지엽적으로 격전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두원과 남궁이현은 복면인에 대해 우위를 보였지만 나머지는 팽팽한 격전이었다. 서홍과 남태혼은 오히려 복면인에게 조금씩 밀리고 있었다. 복면인들은 장세모가 대동한 독립검수들로 한 명 한 명의 실력이 일류 이상이었다.

하지만 독립검수들은 당황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기습을 한 것인데 오히려 자신들이 함정에 빠진 듯 했으니 어찌 당황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당황하면 손발이 어지러워 지는 법이다. 비록 독립검수들이 일류 이상이었기에 나름대로 냉정을 유지하면서 새로 나타난 삼조 일행들에 맞섰으나 머리 속으로는 이 상황이 막막했다. 우두머리기 없는 것도 약점이었다.

그들은 장세모 부전주만을 기다렸다. 그가 나타나면 싸움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수 있을 터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렇게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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