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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안 님의 서재입니다.

방순덕, 저승에서 돌아오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명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39
최근연재일 :
2021.08.06 06:00
연재수 :
120 회
조회수 :
27,138
추천수 :
994
글자수 :
378,592

작성
21.07.19 06:00
조회
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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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7쪽

105화. 진상 손님(3)

DUMMY

순덕이 서지용을 향해 살며시 살기를 쏘아대자, 서지용은 목덜미를 스치는 섬찟한 기운에 어떨결에 제 목을 가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 그리고 이놈이 어디서 감히 저승사자헌티 욕지거리를 하고 지랄이여, 지랄이! 지옥불에 니 혼이 새까맣게 구워질 때까지 타고 싶어?


“헉!”


으르렁거리듯 말하는 순덕의 목소리와 목을 조이는 살기에 놀란 서지용이 떨리는 다리로 식당 문을 향해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 니놈이 아파트 경비헌테까정 갑질혀서 그 원혼도 붙기 직전이여. 그 경비원 죽으면 니 혼은 소멸이다, 그 말이여. 돼지새끼로도 못 태어나. 암. 알어? 아주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겄네. 다 말아먹으면 좋-겄다.


카운터 근처에서 물끄러미 서지용을 바라보던 인한이 서지용이 먹었던 식탁 앞으로 다가와 식탁 위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인희는 별 미친놈 다 본다는 표정으로 서지용을 쓱 훑어보더니 바닥을 쓸기 시작했다.


서지용은 이미 안색이 새파랗게 변해 있었다.


서지용이 떨리는 목소리로 인한에게 다그치듯 물었다.


“야, 임마, 너는 이 소리가 안 들려? 이거 짜고 치는 거지?”


결국 인한의 표정에 짜증이 올라왔다.


“아까부터 자꾸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자꾸 하십니까? 얼른 나가주십시오. 식당 문 닫습니다.”


인희가 바닥을 쓸다가 서지용을 힐끗거리고는 작게 중얼거렸다.


“미쳤나봐. 저 혼자 난리야.”


인한과 인희의 황당한 표정을 본 서지용이 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후다닥 문 밖으로 뛰어나갔다.


- 내가 곧 너 데리러 갈 거여. 미리미리 주변정리 혀라.


그러나 그 소리는 서지용 외에는 누구도 들을 수 없었다.


순덕이 서지용을 따라 나갔다.


좀 더 골려주려는 의도였다.


서지용은 미친 듯이 집을 향해 달렸다.


- 아, 뛰지 마! 오늘 바로 교통사고로 죽고 싶냐? 그런다고 내가 떨어지는 게 아녀.


서지용은 순덕의 외침에 후들거리는 다리로 거리에 멈춰 섰다.


그제야 자신이 어두운 도로 한복판에 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떨리는 몸으로 고개를 돌려 제 주변을 둘러보았다.


거리에는 한두 명의 사람만이 제 갈 길을 가고 있었다.


“너, 너, 너 누구야!”


- 아니, 이놈이, 저승사자라고 혔잖어! 나 보면 바로 저승가야 허는디 보고 싶냐?


“아니, 아니, 아니.”


- 이놈이 어디서 반말지거리여?


“아니, 아뇨. 아닙니다.”


- 니놈 조상이 울고불고 빌어서, 니놈 수명 이을 방법을 알려주러 왔더니, 니가 갑질 중이여. 그럼 니 조상이 청탁을 혀도 내가 들어줄 수가 없어. 알어?


“예···? 예, 예.”


- 한 달 뒤에 죽을 놈, 명 이어주려 왔더니 진상도 이런 진상이 없구먼. 쯧쯧쯧.


암에 걸려도 최소 ‘3개월은 남았습니다.’하는데 한 달이란다.


한 달이라는 말에 서지용의 가슴이 철렁하며 사지가 벌벌 떨렸다.


“그, 그럼 명 늘릴 방법이 이, 있습니까?”


- 있으면 뭐! 내가 시키는 대로 할 겨?


“암요, 하죠. 해야죠.”


- 약속 할 수 있어?


“합니다. 해요.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 가장 쉬운 방법이 니가 갑질 헌 사람들헌티 가서 지대루 사과허는 거여. 그럼 원혼이 줄어드니 니 수명이 쫌 늘어나겄지? 알아들었어? 너 가서 경비원헌티 지대루 사과라도 혀. 명이 좀 이어질 뗀께.


“제가 언제 갑질···.”


- 아, 몰러? 이놈아, 니가 경비헌티 한 짓거리도 갑질이여. 그게 한두 건이여? 이렇게 알려줘도 모르면 며칠 뒤 내 모습 보면 되지. 인생 뭐 별 거 있어?


“예? 그, 그, 그럼 그거 사과하면 됩니까?”


- 그건 니가 알아서 혀. 니 수명은 니 손에 달렸으니께. 싫어? 싫으면 그럼 며칠 뒤 지대루 보면 되는 거여.


서지용이 마치 누구 옷자락이라도 잡으려는 듯 허공으로 손을 내밀었다.


“아, 뭘 또 봐요. 저기···, 알려주고 가셔야죠. 어떻게 하라고요?”


- 사과 헐 일 있으면, 사과 허고. 보상 헐 일 있으면 보상 혀. 넌 지금 죽으면 혼도 못 건져. 그러니 얼마 남지도 않은 생, 차조심허고. 흠흠.


순덕은 서지용이 철썩같이 약속을 하고 해동아파트 단지로 들어가는 것까지 보고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식당으로 돌아왔다.


순덕이 식당으로 들어가자 인한이 물었다.


“아니, 아까 어디 가신 거예요?”


- 그 진상 좀 골려주고 왔구먼.


“예?”


인희가 끼어들었다.


“아, 그 혼자 이상한 행동하던 아저씨요?”


- 잉, 내가 좀 혼 좀 내줬어.


인한이 순덕을 한참 보더니 입을 열었다.


“뭐, 귀신 장난이라도 하신 거예요?”


- 잉? 어떻게 알았어?


순덕이 놀란 눈으로 쳐다보자, 인한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아니, 그럼 사람이 혼자 그렇게 원맨쇼를 해요? 이유도 없이?”


“아, 할머니가 어떻게 한 거예요? 하하하하하. 어쩐지 이상하더라.”


- 응, 그것이··· 그 미친놈이 아까 인한이헌티 요상한 행동을 하길래 한번 발을 척, 얹어봤구먼. 그랬더니 그놈 아파트가 바로 코앞인디, 거기 경비헌티 갑질에, 폭행에 아주 난리도 아니여. 그래 내가 저승사자 역할 좀 했구먼.


인한이 뚱한 얼굴로 순덕을 힐끗거리며 목소리를 깔았다.


“그런 거 하지 마세요. 다 사기잖아요.”


- 아-니, 아주 없는 소리 한 거는 아니여. 아버지헌티 들은 말이 있으니 한 거지···.


“그래도 하지 마세요.”


- 이제 안 혀. 할 일도 없어. 그 진상이 우리 식당 음식을 거지같다고 혔어. 너는 음식을 거지같이 한다는 소리 들으면 괜찮어? 난 아니여!


순덕을 힐끔 본 인한이 얼굴 표정을 풀었다.


“할머니, 고마워요. 그리고 제가 하지 마시라는 건 할머니가 걱정돼서 그래요. 그런 못된 인간하고 잘못 엉켜서 할머니가 곤란해지는 게 싫어서요.”


순덕이 인한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애써 만든 음식 타박에 이어 인한에게 갑질까지 하려 든 인간을 용서하기는 싫었다.


순덕이 말을 돌렸다.


- 이제 정리는 다 된 거여?


“예, 할머니. 이제 집에 가요.”


정리를 끝낸 인한이 식당 문을 잠그고 차로 왔다.


운전석에 올라탄 인한이 뒷좌석에 앉은 순덕을 한번 보더니 씩 웃었다.


“할머니, 아까 그 진상 손님이요.”


- 왜? 또 뭐 있어?


“흐흐흐흐흐흐. 거지같다는 우리 음식을 김치 한조각도 안 남겼어요. 뼈해장국 먹은 그릇을 치울 때 보니까, 국물도 한 점 안 남았어요.. 밥풀 한 알도 안 나왔어요. 푸흐하하하하하.”


인한이 기분이 풀린 듯 느긋하게 차를 몰았다.


***


순덕이 검둥이와 함께 식당 뒤쪽 천막에서, 따끈한 햇볕을 쬐면서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앞으로 열흘 정도만 지나면 추석이다.


아직 11시도 안 되었는데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두 남자가 식당에 들어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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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120화. 마지막 회 +16 21.08.06 246 10 12쪽
119 119화. 순덕의 귀환 (2) +4 21.08.06 183 5 8쪽
118 118화. 순덕의 귀환 (1) +7 21.08.05 184 6 7쪽
117 117화. 진범의 등장 (2) +3 21.08.04 172 5 8쪽
116 116화. 진범의 등장 (1) +7 21.08.03 174 6 7쪽
115 115화. 현수 돌아오다. (3) +3 21.08.02 168 5 7쪽
114 114화. 현수 돌아오다. (2) +3 21.07.30 172 5 7쪽
113 113화. 현수 돌아오다. (1) +3 21.07.29 167 5 7쪽
112 112화. 저, 민정이랑 결혼할래요. +6 21.07.28 168 4 7쪽
111 111화. 너희 둘만 몰라. +6 21.07.27 170 4 7쪽
110 110화. 아이들의 고민 +4 21.07.26 177 4 7쪽
109 109화 키스는 했어? (2) +6 21.07.23 166 6 7쪽
108 108화 키스는 했어? (1) +6 21.07.22 174 5 7쪽
107 107화 방장석의 경고 +4 21.07.21 185 6 7쪽
106 106화. 진상 손님(4) +4 21.07.20 172 5 7쪽
» 105화. 진상 손님(3) +6 21.07.19 168 6 7쪽
104 104화. 진상 손님(2) +4 21.07.16 172 7 7쪽
103 103화. 진상 손님(1) +6 21.07.15 181 6 7쪽
102 102화. 간식 사건 +4 21.07.14 181 8 7쪽
101 101화. 귀신이 보인다고? (2) +4 21.07.13 179 7 7쪽
100 100화. 귀신이 보인다고? (1) +6 21.07.12 185 6 7쪽
99 99화. 노래방 화재 사건(3) +2 21.07.09 171 4 7쪽
98 98화. 노래방 화재 사건(2) +4 21.07.08 177 5 7쪽
97 97화. 노래방 화재 사건(1) +5 21.07.07 176 7 7쪽
96 96화. 인한의 데이트(4) +3 21.07.06 179 7 7쪽
95 95화. 인한의 데이트(3) +5 21.07.05 179 7 7쪽
94 94화. 인한의 데이트(2) +6 21.07.02 190 8 7쪽
93 93화. 인한의 데이트(1) +2 21.07.01 186 7 7쪽
92 92화. 오빠, 현수 봤어! +6 21.06.30 197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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