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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J 님의 서재입니다.

태양의 전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MrJ
작품등록일 :
2015.11.02 21:31
최근연재일 :
2017.03.08 20:34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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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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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6
글자수 :
253,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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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3.03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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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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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Chapter12. 재회

DUMMY

막 동이 튼 새벽 무렵, 테이오드가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연습을 하듯 단순히 휘둘러도 보고, 하라클의 일기에서 읽은데로 수련을 하기도 한다.



‘하라클의 비법들은 정말 뛰어난 것 같아. 수련한지 그리 오래 되지도 않았는데 움직임이 달라진 것을 체감할 수 있을 정도니까.’



하라클의 일기장에서 읽었던 그의 독특한 호흡법, 그리고 보법과 같은 움직임들. 그런 비법들을 수련하면서 테이오드의 실력은 일취월장하고 있었다.

적당히 기분이 좋을 만큼 땀을 흘렸을 때, 테이오드가 검을 거두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역시 예전처럼은 무리구나.”



불과 1년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검술 실력이 늘었지만, 테이오드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소년의 기대만큼 몸이 따라주질 않았던 탓이다.



‘역시 오니의 모습일 때처럼 몸이 움직이질 않아. 크림슨 산맥에 있을 때만 해도 어느 정도 흉내는 낼 수 있었는데······.’



오니가 아닌, 인간의 모습으로 되돌아오며 신체능력이 많이 떨어졌다. 팽팽하게 부풀었던 근육들이 많이 줄어들면서 예전처럼 힘이 강하질 않았고, 순발력도 뒤떨어졌다. 거기에 유연성과 함께 민첩성도 줄어들었으며, 인간이 아닌 동물의 수준에 다다랐던 오감마저 퇴보한 상태였다.



“후- 일단은 쉬자.”



테이오드는 주위에 있던 천막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천막의 앞에는 어젯밤 활활 타올랐던 모닥불의 잔재가 남아있다.



“하암- 일찍 일어나셨네요. 좋은 아침입니다.”



잠시 후, 천막에서 막 잠에서 깨어난 푸어가 나왔다.



“네, 잘 주무셨어요?”

“하하, 당연히 잘 잤죠. 노숙에는 이골이 난 몸이니까요. 그럼 아침이나 먹을까요?”

“에? 눈 뜨자마자 드시게요?”

“그럼요. 원래 노숙을 할 때는 최대한 빨리 빨리 움직여야 하는 법이에요. 언제 적이 올지 모르니까요.”



푸어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저기서 자고 있는 저 인간이랑 되도록 같이 먹고 싶진 않거든요.”



그렇게 말하며 푸어는 자신과 테이오드가 머문 천막에서 떨어져 있는 다른 천막을 가리켰다. 녹음이 푸르게 자라난 주변풍경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새빨간 천막. 그 천막의 주인은 제2마경대에서부터 따라온 클라하 대위였다.



“하긴, 그건 저도 동감이에요."



테이오드가 대답했다.



"정말 저 역겨운 인간은 왜 따라온 건지 참··· 부대를 떠나면서 드디어 저 인간에게서 해방됐다는 생각에 행복했었건만······.”



테이오드는 그동안 제2마경대에서 클라하에게 시달렸던 일을 떠올리며 몸서리를 쳤다.

첫 만남부터 정신 나간 모습을 보였던 클라하는 틈만 나면 테이오드에게 찝쩍거렸다. 멀리서 훔쳐보는 것을 시작으로 틈만 나면 테이오드의 몸을 더듬으려 했고, 가까이 다가와 귓가에 야한 숨을 내쉬기도 했다.

그런 클라하에게 테이오드는 몇 번이나 화를 냈지만, 그만두기는커녕 오히려 날이 갈수록 클라하의 변태행위가 심해지기만 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테이오드가 머무는 숙소에 몰래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소년의 속옷냄새를 킁킁하고 맡는다든가 소년이 잠자는 침대에 누워 뒹굴기도 했다. 그리고 시간이 좀 더 지나자 테이오드가 목욕하는 것을 몰래 엿보거나 자고 있는 소년의 옆에 누워 잠들기까지 했다.

날이 갈수록 대담해지는 그의 변태 행위에 테이오드는 정말로 크게 화를 낸 적이 있었다. 계속해서 이런 일을 당하다간 미칠 것만 같던 테이오드였기에, 아에 클라하와 한 판 붙고, 제2마경대를 떠날 생각으로 분노를 표출했었다.

쌍욕을 내뱉으며 클라하에게 더 이상 이런 짓을 했다간 죽여 버릴거라 경고했지만, 이어지는 클라하의 말에 테이오드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럼··· 당신을 처벌해도 될까요? 지난 해 탈영했던 2마경대 휘하 북부성채 방어 소대의 소대장, 테이오드 소위?”



놀랍게도 클라하는 2마경대가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하고 있던 테이오드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이어서 클라하는 당당히 테이오드를 협박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테이오드를 탈영 죄로 상부에 고발하여 처벌받게 할 수 있다고.

그의 협박에 테이오드는 겁에 질렸다. 온 몸에 소름이 돋아나고, 다리가 후들후들 거렸다.

마물 주둔 부대의 탈영 죄엔 엄한 처벌이 따른다. 탈영자의 친인척을 괴롭히는 것은 기본이고, 붙잡힌 탈영자를 최대한 괴로운 고문과 함께 사형시킨다.

그 처벌이 두려웠던 테이오드였기에 더 이상 클라하에게 반항할 수 없었다.

그날 이후, 테이오드는 2마경대에서 끊임없이 클라하의 변태행위에 시달리며 살아야만 했다. 다행히 클라하가 직접적인 성적 행위를 시도한 적은 없어, 소년의 순결(?)을 지킬 수는 있었지만··· 테이오드는 단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

그러다 이틀 전, 라데시모 평원에서 다렌 군의 대패 소식과 함께 테이오드의 삼촌인 에이런이 접선장소를 바꾸자는 내용이 적힌 서신이 푸어에게 전해졌다. 푸어는 당장 테이오드에게 서신을 보여주며 이곳을 떠날 준비를 하라고 전했다.

드디어 클라하의 마수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생각에 테이오드는 환호성을 내지르며 순식간에 떠날 준비를 했다. 자국의 군대가 대패했다는 소식에 참담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드디어 클라하를 안 볼 수 있다는 기쁨이 더욱 컸기에 소년의 얼굴에는 연신 웃음이 가득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떠난다는 이야기를 들은 클라하가 자신도 따라가겠다고 하자, 테이오드는 나라 잃은 충신처럼 절망했다. 어떻게든 그를 떨구어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클라하는 막무가내였다. 옆에서 푸어가 논리적으로 클라하를 설득하려 했지만, 그조차도 통하질 않았다.

그렇게 두 사람과 클라하 간에 실랑이가 벌여졌지만, 결과는 클라하의 승리였다. 자신을 데려가지 않으면 테이오드를 탈영 죄로 이 자리에서 포박할 것이고, 데려가준다면 영원히 모르는 체 해주겠다는 클라하의 말에 결국 두 사람은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젠장··· 도대체 저 자는 어떻게 제 정체를 알아냈을까요? 그것만 들키지 않았어도 이런 치욕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 혹시······ 푸어 씨가 알려주신 거 아니에요?”



흑빵과 육포를 씹고 있던 테이오드가 의심스런 눈초리로 푸어를 바라보았다.

처음엔 그가 자신의 정체를 모르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다렌 최고의 정보요원이 자신의 정체를 모르는 것이 이상하다 생각했다. 그래서 일주일 전 쯤, 넌지시 푸어에게 자신의 정체를 아냐고 물었더니, 역시나 그는 테이오드의 정체를 알고 있었었다.



“하하, 그럴 리가요? 맹세컨대 절대 그에게 테이오드 씨의 정체를 말한 적이 없습니다.”



웃으면서 부정하는 푸어에게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하지만 푸어의 말처럼 그가 클라하에게 테이오드의 정체를 알리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겉보기엔 가벼운 인간처럼 보이지만, 푸어는 다렌에서 최고의 정보요원으로 꼽히는 사람이다. 함부로 타인의 정보를 흘릴 사람은 아니었다.



“그래도 그자와 여행하는 덕에 제법 호사를 누리고 있지 않습니까? 짐말과 짐마차도 빌렸고, 공짜로 식량도 얻었고 말이죠. 거기다 그가 마법사이다 보니 여러모로 편리하기까지 하네요. 보통 이런 곳에서 노숙을 하면 한 명이 깨어나 보초를 서야하지만, 그의 알람 마법 덕에 편안히 숙면을 취할 수도 있었잖아요.”

“뭐··· 편한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 인간과 더 이상 엮이는 건 사양이에요.”

“하하하. 하긴 뭐, 저도 테이오드씨처럼 남색가에게 그런 짓을 당한다면······ 으~!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리네요. 혹시··· 테이오드씨······ 그에게 먹힌 것은 아니죠?”

“머, 먹히긴 뭘 먹혀요?!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세요! 정말 그럴 일이 생긴다면 목숨 걸고 저 자를 죽여 버릴 거니까!”



그런데 그 때, 테이오드의 귓가에서 술 냄새가 옅게 풍기는 뜨거운 숨이 느껴졌다.



“후훗, 이왕 저를 죽이실 거면 침대에서 죽여주시겠어요? 당신의 허리 밑에 달린 ‘그 검’으로.”

““으아아아악!!!””



갑자기 뒤에서 클라하가 나타나 그렇게 말하자, 테이오드는 물론 푸어까지 놀라 소리쳤다.



“어, 언제 온 거에요?!”

“후후훗. 방금 전에 두 사람 뒤에 왔지요.”



테이오드의 말에 클라하가 대답했다.



‘어, 어째서 저렇게 큰 덩치를 지닌 인간의 기척을 느낄 수 없는 거지?!’



테이오드는 늘 귀신처럼 나타나는 클라하의 기척을 알아채지 못했다. 분명 무인이 되고부터 감각이 예민해진 테이오드였지만, 이상하게 클라하가 다가오는 것만큼은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두 분, 잘 주무셨나요? 좋은 아침이네요.”



클라하가 묘한 색기를 풍기는 미소를 지으며 인사 했다. 그의 손에는 늘 그랬듯이 강한 도수의 노란 색 술(클라하는 여전히 그 술을 차라고 말하고 다닌다.)이 담긴 술잔이 쥐어져 있었다.



“하하, 네 조, 좋은 아침입니다.”



푸어는 어색하게 화답을 했고, 테이오드는 그의 인사를 무시했다.



“갸르르릉-!”



테이오드의 옆에서 육포를 뜯던 새끼 백호가 꼬리를 바짝 세우며 클라하를 위협했다. 갓 난 아기였던 예전보다 훨씬 커지고 건강해진 백호지만, 아직 사람에게 겁을 줄 만큼 성장하진 못한 상태였다.



“이 하얀 새끼 고양이가 오늘도 주제를 모르고 까부는 군요. 테이오드씨, 오늘은 부디 제가 저 고양이를 혼낼 수 있도록 허락해주시겠어요?”

“안 돼요! 그냥 밥이나 먹어요! 얼른 출발해야하니까!”



테이오드가 짜증스럽게 소리를 질렀지만, 그의 입가엔 여전히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후훗. 알았어요. 우리 큰 고양이 씨가 권해주셨는데 아침이나 먹어야지요.”

“누, 누가 큰 고양이에요?!”

“누구긴 누구에요? 우리 귀염둥이죠.”



그렇게 말하며 클라하가 테이오드의 엉덩이를 토닥토닥 때렸다.



“으아아악! 어딜 만져! 어딜 만지냐구! 이 변태새끼야! 푸어 씨, 저 그만 먹고 먼저 갈게요!”



테이오드는 질겁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짐마차가 있는 곳으로 떠났다. 백호 또한 테이오드의 뒤를 종종 쫓아간다. 소년이 떠나자 남아 있던 두 사람만이 어색하게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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